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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소림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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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5.23 16:06
최근연재일 :
2024.06.04 23:5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09
추천수 :
26
글자수 :
75,323

작성
24.05.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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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동오(2)

DUMMY

“현재까지 드러난 아이들은 총 몇이지?”


흑의 무복, 핏빛 망토, 인간 같지 않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왕좌에 앉아 턱을 기댄 채로 입을 열었다. 남자의 앞에는 좌우로 각각 열 명씩 총 스무 명이 도열하고 있었다.


“이번에 둘이 더 발견되어 총 다섯입니다.”


가장 앞에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다섯이라···각각의 위치는?”

“정확히 확인된 건 남궁세가, 무당파, 신혈문이며 나머지 둘은 위치가 불분명합니다.”

“그럼 어떻게 다섯인 걸 알아 냈나?”

“별을 두 개 발견했습니다.”


남자의 눈이 매의 눈처럼 번뜩였다.


“호오. 별의 위치는?”

“하나는 황궁에 있으며 하나는 이름 모를 야산에 있었습니다.”

“황궁? 그렇다면 황궁에 성인(星人)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건 모릅니다. 별이 있더라도 성인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처럼 말이죠.”

“그렇군. 야산에 있는 건 회수했겠지?”

“하지 않았습니다.”

“뭐?”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표정을 일그렸던 남자가 호기심을 보였다. 그가 턱짓으로 계속하라는 신호를 줬다.


“야산에 있는 별에는 어떠한 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발견했을 당시 빛도 나지 않았고 오랜 시간 방치되어 흙더미에 묻혀 있었습니다.”

“빛이 나지 않았다고? 별이 아닐 가능성은?”


남자가 믿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내부 구조가 별과 동일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으나 모종의 이유로 힘이 모두 소멸한 듯했습니다.”

“신기하군. 영원한 힘 인줄 알았는데 아니란 말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워낙 신비한 물질이라..”

“알아내.”

“알겠습니다.”

“운철은 사용할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불가합니다. 빛이 사라지니 운철 역시 원래의 강도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습니다. 검으로 베일 정도였죠.”

“흠. 특이하군. 직접 한번 보고 싶은데 야산의 위치는 어디지?”

“하남에 있습니다.”

“내가 가는 건 불가능 하겠군.”

“어렵습니다.”

“하남이라면 우리가 처음 발견한 것도 아닐 텐데?”

“아마 주변 문파들이 먼저 발견했을 겁니다.”

“그럼 그들이 발견했을 때도 힘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가?”

“네. 그랬다면 가지고 갔겠지요.”

“아이도 없었을 확률이 높겠군. 아마 힘을 잃은 별이 떨어진 게 아닐까?”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자의 눈이 빛났다.


“처음엔?”

“네. 그런데 근처에 마을이 있던 흔적이 있더군요.”

“흔적이라.”

“네. 부서진 건물만 있을 뿐 사람이 살진 않았습니다. 아마 오래전 습격을 받은듯 했습니다.”

“먼저 발견한 놈들일 텐데. 마을을 습격했다면 정파놈들은 아닐 테고.”

“정파일 수도 있습니다. 하남은 주변이 전부 정파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문파들이 쉽게 활개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도 그렇지. 마을에서 무언가 알아낸 건가?”

“포기하고 내려가려던 중 한 명의 남자가 마을로 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그를 데려와 입을 열게 했습니다. 15년 전 그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이더군요. 남자는 습격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였고 시간이 지난 후 죽은 처자식을 추모하기 위해 가끔씩 마을에 온다고 했습니다.”

“서론이 길군. 용건만 말 해.”

“알겠습니다. 그가 말하길 습격이 있기 전 마을 사람 하나가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떠났다고 합니다. 갑작스레 아이를 데려오길래 자신의 아내가 젖을 물려줬다고 하더군요.”

“찾을 수 있는가 보군.”

“조치를 취해 놨습니다.”

“어떻게든 데려와. 어떻게든. 무슨 말인지 아나?”

“알고 있습니다.”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무당의 그 아이가 보여준 재능을 말이지. 이미 십 년이 훌쩍 지난 얘기. 아직 그 아이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무당은 그를 꽁꽁 감춰두고 있어. 만약 그 아이 뿐만 아니라 남궁의 아이까지 세상에 나온다면 우린 전례없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눈빛에선 어떤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손중은 도장을 가지 않는 날이면 멀리서 동오를 지켜봤다. 그의 평소 시력은 범인과 같았으나 눈에 정신을 집중하면 시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손중이 이걸 처음 느낀 건 어렸을 때 아버지 손씨와 약초를 찾을 때였다.


“아부지. 저기에 하수오 잎이 있어요!”


손씨는 손중의 손가락을 따라 열심히 산을 바라봤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어디 있다는 것이냐?”

“저기요. 저기!”


손중이 앞장 섰고 하수오는 무려 삼장이 넘는 곳에 있었다. 그 하수오 잎은 성체가 아니라 손바닥보다 작았는데 주변 식물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걸 본 것이냐?”

“네. 아부지는 안 보이세요?”

“허허허.”


손씨는 그날 손중의 시력을 시험해봤고 감탄하며 아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또 한 번 알려주었다. 이러한 시력으로 인해 손중은 시야를 가리지만 않는다면 산 아래에서도 동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제법인데.’


몇날며칠 지켜본 바에 의하면 동오는 손중의 생각 이상으로 열심히 했다. 그는 새벽에 산에 와서 정상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곧이어 도끼질을 죽을듯이 했다. 한계에 다다른 얼굴이 손중에 눈에 자주 보였으나 동오는 참을성이 아주 대단한 아이였다. 늘 이를 악물고 한계를 참아냈다.


그 뒤로 싸온 만두와 육포를 먹은 후 곧바로 지쳐 잠들었다. 몇 시간을 자고 난 후 동오는 또 수련을 했고 이는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산에서 내려온 동오는 녹초가 되었으나 그의 표정은 늘 밝았다.


‘금세 강해지겠어.’


손중은 어렸을 때부터 도장을 다니며 많은 아이들을 경험했다. 그중 동오보다 인내력이 뛰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조차도 동오처럼 훈련하지는 않았다. 막무가내식 반복 훈련은 효율이 안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건 손중에게 해당하는 말이었고 동오에겐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손중의 예상대로 동오는 나날이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굳건해지고 팔이 굵어졌으며 등은 두꺼워졌다. 또한 달릴 땐 몸이 깃털 같았고 호흡이 늘어 쉽게 지치지 않았다. 강해진 걸 가장 체감할 때는 구타를 당할 때였다.


죽을 것 같이 아프던 구타가 어느 순간부터 그다지 아프지 않게 된 것이다. 동오의 몸에 근육이 붙어서도 있었지만 손중과 싸우며 안 맞게 맞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맞을 때 전신을 지배하던 두려움과 공포심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손중의 죽일듯한 눈빛을 바라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은 참아야 해.’


수련을 시작하고 스무 일이 지났을 시점에도 동오는 구타를 견뎌냈다. 손중이 말하길 일대일로 싸우면 동오가 그들을 이기겠지만 다대일은 아직 부족하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오는 늘 네 명에게 구타당했다.


“이 정도면 근육도 많이 붙었고 힘도 강해졌네.”


손중이 동오의 단단한 몸을 만져봤다. 동오는 자랑스러운듯 힘을 줬고 근육이 돌덩이처럼 변했다.


“내 주먹 피해 봐.”


산 아래서 손중이 또래 아이들의 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동오가 이를 쉽게 피해냈다.


“계속 피해.”


손중은 양 주먹을 쥔 채로 동오를 향해 휘둘렀다. 궤적을 크게하기도 하고 좁게 하기도 하며 여러 방향해서 공격했는데 놀랍게도 동오가 요리저리 잘 피해내었다.


“흠. 그럼 이번에는 피하지 말고 막아 봐.”


동오가 곧바로 양팔로 얼굴을 막으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곳에 손중의 주먹이 계속해서 꽂혀 들어갔다. 그러나 동오는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 크게 타격받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때리던 손중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됐어.”

“너무 아프다.”


동오가 팔을 털어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의 팔은 퉁퉁 부어 있었으나 얼굴과 몸은 멀쩡했다.


“이제 싸우는 방법을 알려줄게.”

“정말?”

“응.”


말이 끝나자마자 손중이 몸을 날려 동오의 턱을 가격했다. 동오가 그대로 쓰러지며 게거품을 문 채 잠시 기절했다. 손중이 뺨을 때려 동오를 깨웠다.


“뭐···뭐야?”


동오가 당황한 얼굴로 손중을 바라보았다. 손중의 주먹으로 머리가 띵하고 턱이 얼얼했다.


“이게 싸우는 방법이야. 상대가 방심했을 때 급습해서 순식간에 눕혀버리는 거.”

“...”

“특히 다수를 상대할 때는 더 중요해. 한시라도 빨리 쪽수를 줄여야 하니까.”

“이..이건 너무 비..비겁해.”


동오가 탐탁치 않아했다. 그걸 본 손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래 싸움은 그런 거야. 만약 내가 방금 살의를 가졌다고 생각해 봐. 넌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을 걸?”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잖아.”

“만약이라고 가정했잖아.”

“아무튼. 개들도 날 죽일 생각은 없어.”

“비겁하더라도 넌 이렇게 해야 해. 정정당당히 싸워서 개들을 이기지 못하니까. 그리고 싸움은 말이야. 기선을 완전히 제압 하는 게 중요하거든. 다시는 못 덤비도록 말이지.”

“하지만..”

“답답한 소리 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무술이란 건 사람을 제압하려고 만들어진 거야. 정정당당히 싸우려고 만든 게 아니라. 알았어?”

“어···응.”

“그리고 꼭 급소를 가격하도록 노력해. 특히 턱.”


동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동오는 잔뜩 긴장한 채 아이들에게 끌려갔다. 늘 구타당하던 골목이었다. 그곳엔 그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손중이 멀리서 숨어있었다.


“오늘은 할당량의 반도 못 채워? 이런 머저리 새끼.”


왕초라 불리는 아이가 동오의 머리를 손으로 내리쳤다. 이건 구타를 시작하라는 왕초의 신호였다. 아이들이 동오를 둘러쌌다.


“이 거지! 새끼를! 데려다! 밥맥여주고! 재워! 줬더니!”


말을 하며 왕초는 계속해서 머리를 내리쳤다. 동오는 가만히 맞기만 할뿐이었다. 그꼴을 보던 왕초가 동오의 머리카락을 잡아채 들어올렸다. 얼굴이 드러나자 곧바로 싸대기를 후려쳤다.


“어?”


왕초가 놀란 얼굴을 했다. 싸대기를 때리기 위해 휘둘렀던 자신의 팔이 동오에게 잡혀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오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이제 그만해. 더 이상 너희한테 돈 바치지 않을 거야.”

“이 새끼가 미쳤나!”


왕초가 분노하며 잡힌 팔을 빼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당황하며 다른 손으로 동오의 뺨을 후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동오에게 잡히고 말았다. 양 팔이 잡힌 꼴이 되자 왕초가 발을 들어 동오의 배를 가격했다.


“하나도 안 아파.”


평소라면 나가 떨어졌어야 할 동오인데 왕초의 발차기를 맞고도 버텨냈다. 그의 복근은 이미 손중의 주먹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이 새끼 조져!”


아이들이 동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잡고 있던 왕초를 놓아준 채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그 움직임이 날랜 다람쥐 같아서 아이들은 쉽게 그를 잡지 못했다.


-퍽!


거리를 벌린 동오가 가장 먼저 달려온 아이의 얼굴을 가격했다. 아이의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으나 포기하지 않고 동오에게 달려들었다. 동오는 몸을 피한 뒤 뒤차기로 아이의 배를 정확히 때렸다. 아이가 몸을 굽히며 주저앉았다.


“이 개새끼!”


그 사이 접근한 다른 아이가 동오의 등 뒤에서 그의 몸을 꽉 잡았다. 동오가 몸에 힘을 줘 벗어나려 했으나 생각보다 아이의 힘이 좋았다. 잡힌 그에게 왕초가 다가와 주먹으로 얼굴을 힘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동오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가 기지를 발휘해 발을 힘껏들어 자신을 잡고 있던 아이의 발을 밟았다.


“끄아악!”


발이 찢겨져 나갈 것 같은 고통에 아이의 힘이 느슨해졌고 이틈에 동오가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동오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유리하게 싸우기 위해 벽을 등졌다.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동오에게 돌진했다.


등 뒤를 신경쓰지 않자 동오는 생각보다 쉽게 아이들을 상대했다. 처음엔 티격태격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이들이 지쳐버렸다. 반면 수련으로 인한 동오의 체력은 멀쩡한 상태였다. 이후로는 일방적이었다. 지친 아이들은 동오의 주먹질을 버텨낼 수 없었다. 곧이어 모든 아이들이 쌍코피를 흘리며 땅에 드러누웠다.


“다신 날 괴롭히지 마. 찾지도 말고. 알아들었어?”


동오가 퉁퉁부은 얼굴의 왕초에게 말했다. 그는 유독 왕초를 많이 때렸다. 겁에 질린 왕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오는 그의 엉덩이를 발로 한 번 찬 뒤 후련한 표정으로 골목길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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