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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소림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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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5.23 16:06
최근연재일 :
2024.06.04 23:5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11
추천수 :
26
글자수 :
75,323

작성
24.05.26 22:52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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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혜공

DUMMY

“이거 먹어.”


동오가 보따리 하나를 손중에게 건넸다. 손중이 풀어보니 따끈한 만두가 두 개 들어 있었다. 그가 하나를 집고 하나를 동오에게 줬다.


“난 괜찮아. 가게에서 제일 비싼 건데 말린 버섯이 들어가 있대.”

“먹어. 난 하나면 돼.”


손중은 그다지 식욕이 강하지 않았다. 음식은 단지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그..그래?”


동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만두를 받았다.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평소라면 절대 사지 않을 가장 비싼 만두를 사 온 것이다. 손중에 비해 동오는 식욕이 있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부모가 아들에게 좋은 것을 먹였기 때문이다.


“기습으로 턱을 가격했으면 더 빨리 끝났을 거야.”


손중이 먼저 아쉬운 점을 말했다. 동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잘했어.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던데?”


곧바로 이어지는 칭찬에 동오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실제로 손중은 동오가 기습하지 않으면 승률이 낮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이는 손중의 판단이 틀렸다기보다 동오의 노력이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무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싸움을 본 손중은 동오가 본능적으로 발등을 밟거나 벽을 등지는 것에서 그에게 재능을 보았다. 일반인들은 몸이 잡힌 순간에 당황하여 그런 기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정말이야?”

“응.”

“그럼 너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거야?”


동오는 충분히 강해져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나 그는 손중처럼 되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더 강해져 부모님을 죽인 원수보다 강해지고 싶었다. 당시 본 느낌만으로 그들은 마치 악귀 같았고 손중도 그들에게는 어찌 못 할 것 같았다.


“나처럼?”


손중이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동오가 자신처럼 강해질 수 있는가? 세상 사람들은 무의 경지를 단계별로 구분 지어 놓았다. 삼류,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 등등. 그중 손중은 자신이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항상 객관적으로 점검했다. 그리고 그가 기대하고 있는 동오에게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처럼은 안 돼.”


금세 동오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지금 너의 상황에서 그렇다는 거지. 좋은 문파에 들어가면 나를 뛰어넘을 수도 있어.”

“좋은 문파? 금강문?”


손중이 고개를 저었다.


“최소 구파일방은 돼야 할걸.”

“구파일방.. 들어본 적 있어. 거긴 금강문보다 비싸지 않아?”

“나도 그쪽은 잘 몰라. 다만 너나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지.”

“그럼 어떻게 해.”

“계속 열심히 수련하면서 기회를 엿봐야지.”

“그렇구나. 내가 금강문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처럼?”

“응.”


문은 두들기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그 가능성이 작더라도 일반 두들겨는 봐야 했다. 손중은 곧 만나게 될 천학승을 떠올렸다.


**


금강문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날씨는 맑고 청명하여 깨끗함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나 곽문은 무얼 더 그리 깨끗하게 하고 싶은지 제자들을 닦달하며 빗질시켰다.


“가끔 보면 결벽증이 아닐까 싶어.”


금강문의 제자 중 하나인 적삼이 투덜거렸다. 그는 손중과 꽤 친했다. 옆에 있던 손중이 작게 입을 열었다.


“천학승이 결벽증일 수도 있지.”


오늘 이렇게 야단법석을 치는 이유는 천학승 혜공이 방문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긴 여정의 독을 풀기 위해서였으나 곽문에겐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본산의 높은 분을 볼 기회도 없을뿐더러 운이 좋다면 금강문의 속가제자를 본산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금강문과 곽문의 명성은 더욱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으랏차아!”


청소하기 바쁜 와중 연무장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연무장 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청소에 열중했다.


“충이는 반드시 천학승이 데려가겠지?”


투덜거렸던 제자가 빗질하며 말했다. 지금 연무장에서 수련하고 있는 아이는 총 셋. 금강문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들이었고 기합의 주인공은 장충이었다. 장충의 재능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필시 천학승이 그를 데려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건 곽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따로 빼내 연무장에서 수련시킨 것이다.


“모르겠네.”


손중도 장충이 뛰어난 아이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장충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손중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성정인지 아니면 아비 손씨가 가르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모르겠다고? 우리도 나름 우수한 인재들이야. 다들 마을에서 한가락 한다고. 그런데도 충이한테는 안 되잖아. 둘이 덤비면 필패고 셋이 덤벼야 그나마 싸움이 되지.”


아이의 말은 사실이었고 손중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손중은 ‘구파일방’이란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런 생각은 손중이 스스로 뛰어났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왔나 보다.”


갑자기 손중이 빗질을 그만두고 대문을 바라봤다. 그의 날카로운 감각기관에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제자 하나가 들어와서 재빨리 곽문에게 다가갔다.


“혜공대사가 오셨습니다!”


그 말에 곽문이 화들짝 놀라며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청소를 마무리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해라!”


곽문은 본인부터 옷을 정리한 뒤 긴장된 모습으로 대문 밖을 나갔다.


“이리 빨리 오실 줄이야.”


혜공이 온다곤 했으나 그 날짜가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이에 곽문은 제자를 시켜 매일 망을 보게 했으며 혜공의 특징을 알려주었다. 혜공은 특이하게도 핏빛에 가까운 적색 장삼을 입고 다녔기에 멀리서도 그를 인지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어서 오시지요.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혜공을 본 곽문이 가득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 그를 바라보는 혜공의 얼굴은 인자함이 가득했다. 전형적인 불자의 모습이었는데 소림의 맹공함과 강인함이 그에게는 없어 보였다.


“문이 저 멀리 있는데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당연한 것이지요.”


곽문이 짐을 받기 위해 두리번거렸으나 혜공에게 있는 것은 어깨에 동여맨 보따리 하나였다. 그 크기가 아주 작아 건네받기 민망할 정도였다.


“들어가시죠.”


곽문이 성큼성큼 걸어 대문으로 향했다. 그 뒤를 혜공이 여유롭게 따라갔다.


금강문에 들어서자 제자들이 열을 맞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혜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곽문을 칭찬했다.


“기강이 잘 잡혀 있군요.”

“감사합니다.”


칭찬에 입이 귀에 걸린 곽문이 제자들에게 혜공을 소개했다.


“여기 있는 분이 본산의 방장이자 천공신권으로 드높은 불정 대사의 한 배분 위인 천학승 혜공 대사이시다. 모두 예의를 갖추어라.”


제자들이 절도있게 포권을 취하자 혜공이 합장하여 이를 받았다.


“혜공이라 합니다. 본산의 제자들이 이렇게 늠름한 줄 오늘 알았습니다. 참으로 든든합니다.”


혜공의 말에 아이들은 뿌듯함을 느꼈다. 절로 어깨가 올라갔다. 곽문도 옆에서 제자들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 덩치가 산만 하고 근육이 다부지다 못해 돌덩이 같은 장충이 들어왔다. 곽문은 금강문의 자랑거리를 혜공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인사도 하셨으니 어서 여독을 푸시지요.”


혜공이 조금 쉬고 나면 제자들의 무예를 선보일 수 있을 터였다. 곽문의 혜공을 처소로 안내하려 했다. 헌데 혜공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꿈쩍도 하지 않고 그곳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곽문이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 한 명의 아이가 있었다. 바로 손중이었다.


“저 아이에게 눈길이 가십니까?”


곽문은 본산에서 소림의 기둥을 짊어질 인재를 찾고 있고 그 역할을 맡은 것이 혜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혜공이 집중하고 있다면 손중에게서 무언가를 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의아했다. 몇 년 전 입문한 손중은 뛰어난 아이는 맞았으나 특출나지는 않았다. 그저 진도를 잘 따라오는 아이일 뿐이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손중에게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허허. 나무아미타불.”


혜공이 곽문의 물음에 얕게 웃으며 불호를 외웠다. 그 웃음이 너무도 묘해서 곽문은 이질감을 느꼈다.


**


“뭔가 그렇게 강해 보이진 않는데.”

“우리 할아버지 같아.”

“그래도 엄청나게 강하겠지?”


혜공이 처소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남은 자리에서 저마다의 소감을 말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야. 아까 혜공대사께서 너 쳐다본 거 아니야?”


적삼이 손중을 바라보며 묻다가 깜짝 놀랐다. 손중의 이마에서 비가 오듯 땀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그가 무복에서 손수건을 찾아 손중에게 건넸다. 그러나 손중은 망부석 마냥 그 자리에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걱정된 적삼이 황급히 손수건으로 손중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그를 부축하려 했다.


“괜찮아.”


손중이 적삼의 손을 밀어내고 입구로 가더니 금강문을 나가버렸다. 적삼이 당황했으나 굳이 따라가진 않았다. 다만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혜공이 왜 손중을 쳐다봤고 그가 비오듯 땀을 흘렸는지.


“후우우우.”


밖으로 나온 손중이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치 두려운 일이 있는 것처럼 불안한 눈동자로 문이 닫힌 금강문을 바라봤다.


‘대체 뭐지?’


손중은 혜공의 등장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처음 보는 구파일방의 절정, 아니 초절정일수도 있는 무인. 거기다 본산의 최고 배분 스님이었다.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손중은 혜공을 보자마자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살인귀일지도 몰라.’


손중은 혜공의 몸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감지했다. 그 살기는 그가 어렸을 적 아비와 함께 산에서 만났던 산중지왕 호랑이에게서 느꼈던 것보다 더욱 날카롭고 무서웠다. 마치 전신에 날 선 칼이 피부를 뚫고 들어온 것 같았다.


‘어째서지?’


손중은 깊이 고민했다. 왜 정의로 소문난 구파일방, 그것도 구파일방의 정점이자 태산이라 불리는 소림사의 무인이 이런 살기를 내 뿜고 있는가. 아니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살기는 오로지 손중 자신만 느낀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멀쩡했으니.


‘내 감각은 남들보다 뛰어나. 훨씬.’


그는 자신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방금 그 경험도 자신만의 착각이 아닌 자신만 느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한 가지의 가능성도 열어 놔야 했다.


‘혜공 대사가 나에게만 살기를 보였다면?’


손중은 혜공이 일정 시간 자신을 주시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한 가능성도 충분한 일리가 있었다. 다만 살기는 혜공을 본 순간부터 느꼈기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내게 관심을 보인 건 맞아. 그렇다는 건···’


그는 늘 들었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너는 하늘의 아이다.


정확히는 말해주지 않았으나 아비인 손씨는 늘 그렇게 말하며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 당부했다.


‘내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손중은 빠르게 판단하고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곧장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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