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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부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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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12.11.30 20:45
최근연재일 :
2012.12.12 15:56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14
추천수 :
11
글자수 :
13,670

작성
12.12.12 15:56
조회
490
추천
5
글자
6쪽

1화

DUMMY

- 나 핀은 17대 마탑주 클리언 테 리드비안 세트렘의 유산을 이어 이곳에 계승 의식을 시작하노라! 유구히 이어온 세트렘 학파의 정신을 계승하고 그것을 이어올 것임을 맹세한다. 마력을 영원히 탐구할 것임을 맹세하며, 영혼의 세계를 영원히 탐구할 것임을 맹세하며, 내 영혼과 존재를 걸고 영원히 세트렘 학파를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 이 맹세는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질 것이다! 나 핀 테 리드비안 세트렘은 세트렘 학파의 18대 마탑주가 되어 진리를 탐구하는 하나(The One)의 존재가 되리라!


* * *


내가 깨어난 뒤 바로 눈을 뜨자 보인 것은 하얀색 천장.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형광들이었다. 코에는 약품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있었고 기묘할 정도로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이곳이 병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고 내서 바로 생각난 것은 우습게도,


'못죽었구나.'


죽기 위해서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고, 바위에 머리를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기적' 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이상치 않을 일이었다. 그 높은 곳에서 나무에 걸려서 산 것도 아니고 바위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죽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나는 그러한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허무한 인생이 드디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인간의 질긴 생명력에 원망도 들었다.

나는 인간의 생명력이 약하다고 생각해왔다.

뒤로 넘어져서 운 나쁘게 죽기도 하고,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려서 죽기도 하며, 녹슨 못에 운 나쁘게 찔려서 파상풍으로 죽는 사람이 있는 등,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을 수정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인간의 생명력은 너무나도 질겼으며, 그리고 그 사실은 너무나도……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일어나셨습니까?"


그렇게 씁쓸함을 곱씹고 있는 나를 처음 맞이해준 것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였다. 척 보는 순간 '아, 의사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전형적인 의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나를 향해 무언가 바쁘게 떠들기 시작했다.

절벽에서 떨어졌지만 운 좋게 살았다느니, 타박상밖에 없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깨어났다느니,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등의 말이었다. 쓰잘데기라곤 전혀 없는 말들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들었고,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단 한 가지 만을 물어보았다.


"그럼 전 언제 퇴원할 수 있습니까?"

"흐음. 몸 상태는 지금 당장이라도 퇴원하셔도 됩니다만, 혹시 모르니까 정밀검사를 한 번 더 받아보시지요."

"됐습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강하게 퇴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말 정밀검사를 받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고, 뇌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받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닙니다. 그냥 가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의사는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퇴원을 막지는 않았다.

그것으로 보아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것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하기야 요즘 시대에 누가 힘들게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목숨을 끊는단 말인가. 목을 매달거나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면 그만인 것을.

나는 퇴원수속을 밟았다.

하지만 나는 바로 집을 향해 가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두 개였다.

하나는 나의 점을 봐준 점쟁이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대충 넘겼었다. 본능이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기 때문에 대충 넘겨버렸다. 하지만 높은 절벽에서 덜어져 바위에 머리부터 부딪쳤음에도 목숨을 부지했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는 상처는 하나도 없고 몸에는 타박상 약간만 입었다는 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이상, 그녀를 다시 찾아가 점을 다시 쳐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떨어졌던 절벽에서 의식을 잃기 직전 마지막에 느꼈던 의아함이었다. 그때, 의식을 잃기 전 나는 분명히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죽기 직전에 보았던 환상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별 것도 아닌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며 확인해보라고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너는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이다.

나는 비척비척 걸어가며 내가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산을 향해 걸어갔다.

다행인 것은 그 산과 병원이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것.

지금 약간은 불편한 나의 걸음걸이로도 30분이면 도착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렇게 걸어가기를 한참.

드디어 낯익은 곳이 보였다.

내가 걸어갔던 그 길.

목숨을 끊기 위해 걸어갔던 바로 그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술집, 서점, 핸드폰 판매점, 교회…….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곳들이 널려잇엇다.

나는 기억을 쫓아 그 길을 걸어가다가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딱 발을 멈춰세웠다.

내가 점을 쳤던 점집을 발견했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왜 얼굴에 미소가 어렸는지는 모른다.

이성이 미소를 띄게 만든 게 아닌, 본능이 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점쟁이가 내가 완벽하게 죽을 수 있는 미래를 알게 해줄 것이라고?


'그 점쟁이에게 물어봐야겠군. 내가 확실히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나는 점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 띈 미소가 사라지고 말았다.


- 금일 휴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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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 - 2 [ 허무한 박명민 ] 12.12.02 767 2 18쪽
1 프롤로그 - 1 [ 살육의 사령술사 핀 ] 12.12.01 857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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