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슨대란 무엇인가?
판례.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해 내린 판단은 후에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하나의 지침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구속력이 되기도 하는데...
"행복...합니..."
'이런...허락해 주지 말 걸 그랬나...'
프릴이 잔뜩 달린 빨간색 미니스커트 마법 소녀 의복을 입고 제자리를 빙그르르 돌고 있는 릴리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성제연.
확연하게 나는 온도 차이가 그들의 상반된 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번 허락했으니 계속 허락하게 될 것 같은데...'
성제연은 귀여운 의상을 입고 빙글빙글 도는 릴리스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생각하는 릴리스에게 어울리는 의상에 필요한 요소는 '청순함'!
그 요소가 가장 첫 번째가 나머지는 보조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릴리스는 취향이 확고한 성제연과는 다른 취향의 옷들을 선호하고 있었으니, 둘의 의견이 부딪치는 것은 필연적인 일!
'다음번엔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
성제연은 마법 소녀 다음에 입힐 오피스 레이디 (Office Lady) 스타일을 떠올리며 결심했다. 반드시 그것만큼은 사수할 것이라고.
그리곤 기쁨에 펄쩍펄쩍 뛰고 있는 릴리스를 들어 올리곤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스콜라와 자신을 원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애를 타게 만들어 자신의 몸값을 올릴 겸, 기왕 미들스타 대학에 온 거 겸사겸사 인터넷으로는 자료를 찾기 힘든 문제들을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릴리스. 도서관에 갈 거다.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보도록."
"알...겠습니...다."
미들스타 대학교에는 도서관이 3개가 있었다.
고서들을 보관해 놓은 제1 도서관.
현대 서적들을 보관해 놓은 제2 도서관.
그리고 최신 서적들을 보관해 놓은 제3 도서관.
연구용 서적을 원한다면 제1 도서관을, 그냥 옛날 책들을 보고 싶다면 제2 도서관을, 그리고 최신 지식과 최신 연구 자료들, 그리고 평범한 최신 교양. 인문 서적을 보고 싶다면 제3 도서관을 가면 된다.
성제연이 가려고 하는 곳은 제3 도서관.
제1 도서관에 귀중한 서적들이 있어서 학교 관계자밖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가 찾으려고 하는 서적들이 제3 도서관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성제연은 마법 소녀 옷을 입은 릴리스를 가슴에 소중하게 끌어안고는 옵티컬 큐브로 스캔해 놓은 미들스타 대학교의 지도를 이용해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홀로그램 형식으로 띄우면서 걸어간다?
그런 비효율적인 짓은 하지 않았다.
[ 좌회전하십시오. ]
[ 눈앞에 보이는 건물을 지나친 뒤 오크 트리 바로 앞에서 우회전하십시오. ]
옵티컬 큐브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시스템!
성제연은 길을 잃을 염려 따윈 전혀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야, 저 꼬마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데?"
"동양인인가? 일본인? 중국인?"
"저게 말로만 듣던 재패니즈 오타쿠라는 거지?"
걸어가면서 이상한 수군거림이 들리긴 했지만, 그건 가볍게 무시했다.
소년의 몸이었기 때문일까?
의외로 도서관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가 도서관으로 출발한 지 20여 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3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커다란 건물.
투박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세월과 함께했다는 듯 벽면을 따라 자라고 있는 담쟁이덩굴들이 그 멋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 그가 다니던 대학교의 도서관 이상의 방대한 크기에, 활발하게 드나드는 수많은 미들스타 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저절로 감탄이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그는 기대를 품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서적 도난 방지용으로 설치된 도난 방지 검색대와 데스크에 앉아 있는 여성. 그리고 도서관의 규칙이 적혀 있는 화이트보드였다.
'읽는 것은 상관없지만 대여는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그 말인즉, 읽는 건 비회원도 가능하다는 뜻.
성제연은 릴리스를 끌어안은 채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검색대를 찾았다. 검색대는 다행히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었고, 그는 그곳으로 걸어가 한 단어를 입력했다.
『 그슨대 』
그가 그 단어를 입력하자마자 그 키워드와 관련 있는 책의 목록들이 나타났다.
『 대한제국의 고대 마신에 대하여 』
『 세계의 마신 』
『 아시아의 괴물 』
『 그슨대의 역사 』
『 특급 금주 - 그슨대 부르기는 무엇인가? 』
『 인류의 위협 : 금주의 위험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 』
의외로 그슨대의 키워드를 포함한 것은 별로 없었다.
겨우 여섯 권이 끝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자료가 너무 많아도 골치가 아픈 것이다.
그 많은 자료를 다 훑어보는 것도 고역이지 않은가?
"릴리스. 네가 원하는 책 있어?"
"좀...더...생각해보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검색대에 표시된 위치들을 돌아다니며 여섯 권의 책을 다 뽑아 들고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책들을 옆에다 쌓아두고는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들었다.
『 세계의 마신 』
깔끔한 검은색 바탕에 붉은 눈 하나가 그려져 있는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옵티컬 큐브. 광학 스캔. 책의 내용.'
『 광학 스캔을 시작합니다.
책의 내용을 자동 저장합니다.
스캔한 내용은 '10급 정보 저장소'에 저장됩니다. 』
대한제국에 있을 때 계속 그를 자극했던 문제 중 하나.
그슨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 작가의말
아 진짜 님 ㅡㅡ
글 좀 빨리 쓰라고요 ㅡㅡ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