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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02 07: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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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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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제 382화 종말자와 괴물.

DUMMY

“여긴... 어디지...?”


의식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그’가 덩그러니 있었다.

적막한 어둠에 휩싸여 있는 곳.

이곳에서의 특이점이라곤 오직 한 곳으로, 그의 앞에서 성스러운 빛이 내려오고 있는 원형의 홀뿐이었다.

마치 신전과도 같은 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곳.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왜 이러한 곳에 온 건지 몰랐지만... 어둠 속에 그대로 있기에는 너무나 두려웠기에...

눈앞에 보이는 빛이 위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그는 그제야 자신의 몸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난... 죽은 건가...?”


피투성이의 몸. 어둠 속에 있었기에 보이지 않았던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옆구리의 살이 찢어져, 그곳에서 붉은 내장이 삐죽! 튀어나와 달랑거리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마치 큰 질량에 치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자 그는 방금 전의 자신이 어땠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분명. 도로에서...


“네. 당신은 죽었습니다. 그것도 트럭에 치여서 말이지요.”


“....!!!!”


빛 속에서 하얀 덩어리가 홀을 향해 순식간에 추락해오는가 싶더니,

곧 주위 어둠을 몰아내며, 8개로 이루어진 주황색 날개들을 활짝 펼친다.

어둠을 몰아내는 그 모습에, 그는 미의 여신이 이곳에 강림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것은 맞는 말이겠지..


“안녕하세요. 저는 ‘순결의 등’. ‘7대 선’들 중 한 명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필멸자씨.”


“...여신인가요?”


“네. 저희들의 모습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저는 이 모습을 좋아하는지라. 당신의 말대로 여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에 손을 올리더니 8개의 날개를 펼친 상태로 예를 갖춘다.

그 모습에 그는 얼떨떨한 것을 느꼈다. 자신은...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죽었다고 하셨죠? 여신님?”


“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말에 한순간. 그녀의 날개들이 깜박이는 것이 보인다. 이에 그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였고,

여신은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며, 온화하게 그를 보았다.


“당연히 지옥으로 가지요.”


“.......”


그 말 한 마디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선행을 해온 것이 없다지만.

바로 지옥이라니.. 온화한 표정으로 저렇게 단호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저...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하지만 이대로 지옥에 떨어지기에는 억울하시겠지요?”


“....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 당신의 마음에 들 방법이 말이지요.”


‘순결의 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신이 손뼉을 치자. 그녀의 앞으로 이질적인 창이 떠올랐다.

그걸 본 그의 눈이 커졌다. 그건... 마치 게임의 창과도 비슷하였고, 무엇보다 그에게 익숙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엇인지는 아시겠지요?”


“제가 해오던 MMO게임...?”


“네. 저는 지금 당신에게 이러한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여신은 창을 돌려,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 사용했던 게임 아바타를 보여주었고, 그러자 그의 눈에 잔잔한 아쉬움이 흘러갔다.

그것은 이미 서비스 종료된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즐겨온 게이머로서 추억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 눈을 본 여신은 싱긋 웃었다.


“당신에게 게임 아바타처럼 성장할 수 있는 힘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특전 무기까지 덤으로 드리도록 하지요.”


“.....네?!!!!”


여신의 말에 그는 깜짝 놀라 되물었고, 그 모습에 그녀는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이세계로의 전이, 환생, 게임 아바타로서의 전이. 어떤 방식이든 골라보세요.

처음에는 무조건 레벨 1로서 시작하겠지만...

우리가 주는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사냥을 할수록 레벨은 올라가고,

그에 따라 당신에게 상상도 못할 정도의 강함이 주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 당신이 레벨 1000에 도달한다면.

당신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 제가 살아가는 천국에 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여신은 다가와. 그의 볼을 어루만졌다. 이에 그의 육체는 전류가 통하는 듯이 경직되었고, 여신은 그의 귀에 다가와 속삭였다.


“저희 ‘7대 선’에게 당신의 소원을 빌 수 있지요. 물론 단 하나뿐이지만 말이지요.

어떠신가요? 당신이 평소에 꿈꾸던 일. 한 번 이루고 싶지 않나요? 저는 그 가능성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하겠습니다! 하겠다고요!!!!”


“...좋아요. 그런 적극성. 저의 마음에 들어요. 그러면... 당신이 갈 ‘세계’를 선택해보도록 하지요.”


여신은 그 말과 함께 그에게 떨어지더니, 8개의 날개를 펼쳐보였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곧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물었다.


“하지만... 전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


“저희들의 목적은 모든 것들을 구원하는 것.

그것에 도달하는 길은 다양하고, 길을 택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정말로.... 그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주시는 건가요?!”


“물론이지요. 벌써 바라는 것이라도 있나요? 혹시... 저라든가?”


“.......”


대답은 하지 않는다. 그저 숨을 삼킬 뿐. 그 모습에 여신은 싱긋 웃더니, 그의 옷깃을 잡고는 자신에게 당겼다.


“!!!!!!”


잠시 후. 떨어져가는 여신의 입술에 그 남자는 겨우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이성이 날아갈 정도의 황홀함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저희와의 상호동의 계약은 성립됐어요. 이제 당신에게도 상태창이 보이겠지요. 확인해보세요.”


“.....아!”


그제야 눈치 챘다는 듯이 그는 자신의 앞에 생긴 창들을 여기저기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신은 작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필멸자씨.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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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를 향해, 플레이어가 된 필멸자가 전송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웃고 있었던 표정을 너무나 쉽게 지워버렸다.


“‘겸손의 청’. 네가 이곳에 온 것은 별 일인 걸? 네 일은 첩보 및 정보수집일 텐데?”


여신의 등 뒤로 나타난 것은 그녀처럼 8개의 날개를 가진 남성.

하지만 그의 날개는 푸른색으로 통일되어있었다.

그녀의 부름에 나타난 그는 조각상 같은 표정으로 플레이어가 사라진 곳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


“다음 ‘이데아’를 향해, 보내는 플레이어인가?”


“그쪽 창조주를 수색할 겸 말이지. 근데 무슨 일이야?”


“‘4세계’의 지역에 있던 플레이어가 죽었다.”


그 말에 ‘순결의 등’은 눈썹을 찌푸렸다. 플레이어란 어차피 쓰다버리는 말에 불과한 것들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겨우 자신을 찾아올 일인가?


“그래서 뭐? 어차피 플레이어들은 부활하잖아?”


“영구히 소멸했다.”


“.......뭐?”


이해가 안 되었다. 플레이어란 끊임없이 부활하는 존재들. 이번처럼 영구히 소멸된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창조주?”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널 찾아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흐음? 그래도 시시해.”


하지만 ‘순결의 등’은 등을 돌렸다. 창조주가 아니라면,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창조주가 아니라면, 관리자인 주신이겠지.

보나마나 그들 중 하나가. 용케도 전력을 짜냈나보지. 지금 그들이 침공하고 있는 이데아도 관리자(주신)들이 게릴라전처럼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플레이어들을 죽여 나가고 있었고, 그 결과. 일부의 플레이어는 영구히 소멸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창조주의 행방이었고, 그 존재들이 자신들의 손에 잡히면 그걸로 끝.

이것은 그저 술래잡기에 불과했다. 그것도 무조건 이기는 술래잡기... 하지만 ‘겸손의 청’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4세계란 곳의 연락이 일제히 끊겼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한 순간에 살해당한 것이다. 게다가 그들 중에는 ‘사냥개’들도 있었다.”


“........”


마침내 1000이란 레벨에 도달하는 플레이어의 끝. 그것들이 ‘사냥개’들로서 개인의 힘은 준 주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몰살?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게다가 영구히 소멸이라니... 무언가 이상했다. 하지만 ‘순결의 등’은 그런 ‘겸손의 청’을 비웃어줬을 뿐이었다.


“너는 항상 걱정이 많구나. ‘겸손의 청’. 어차피. 우리 7명들 중 한명이 그곳에 넘어가는 순간.

그 무엇이라도 막을 수가 없어. 그것이 설사 그 이데아의 창조주라도 말이야.”


과감한 발언. 하지만 청은 그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바로...

창조주가 지배하는 이데아에 영원한 안식을 주는 종말자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창조주들을 사냥해왔고, 1명이라도 넘어가는 데에 성공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창조주를 보호하기 위해, 관리자들은 발악하지만. 얼마 못가 사라진다.

이데아를 만드는 창조주를 우습게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단지 그것 뿐. 왜냐하면...


“우리에겐....”


이곳을 둘러싼 어둠이 걷힌다. 그러자 지평선 너머로 빽빽하게 서있는 다양한 형상들이 보였다.

마치 거대한 대양과도 같은 광경. 그걸 보며 ‘순백의 등’은 웃었다.


“플레이어들과 사냥개들이 있어. 놈들이 아무리 발악한다고 하들. 그것은 헛수고.

그들은 모두 사라질 거야. 우리 ‘종말자’들이 만드는 구원을 위해서 말이지.”


수를 센다는 것이 의미 없다. 저들 모두가 불멸자인 주신의 육체에 필적하며,

지금도 각 세계에 종양처럼 퍼져나가, 그 힘을 기르고 있었다.

무한의 군세 앞엔 그 어떤 주신도 근원이 뜯겨져 그대로 죽을 뿐.

그것은 한 번도 뒤집힌 적이 없는 전개였다. 하지만... ‘겸손의 청’은 마음에 안 드는 듯이 주먹을 쥐었다.

그 모습에 ‘순결의 등’은 ‘겸손의 청’이 이전에 작은 사건을 겪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씨익! 미소 지었다.


“아! 혹시 네가 저곳으로 넘어가려다가, 실패한 일 때문이야? 속도 좁아라.”


“....닥쳐.”


“후후! 하찮은 필멸자들에게 당한, 머저리 종말자는 너뿐이니까 말이지. 안 그래?”


그 조롱에 청은 8개의 날개를 펼쳤고, 그것은 등도 마찬가지. 그들은 서로 날개를 펼친 상태로 언제라도 붙을 준비를 하였다.


“분명히... 널 엿 먹인 필멸자가 ‘기만의 조커’였지? 이를 어쩐담!

필멸자라 복수하고 싶어도. 이미 늙어서 사라졌을 텐데~. 우리 ‘겸손의 청’은 불쌍하네~.”


“........”


‘겸손의 청’이 다음 이데아로 넘어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어처구니없게도 필멸자 몇 명에게 막히고 말았다. 현재도 잊지 못하는 굴욕이라고 ‘겸손의 청’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특히 눈앞의 얄미운 여신보다 역겨운 존재가 자신을 조롱했던 일을 생각하면...


“넌 내가 본 ‘놈’을 못 봤으니까. 그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순결의 등’!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일반적인 필멸자와 달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전혀 다른 존재였단 말이다!!”


보라색 체크무늬의 광대복장의 무언가. 그것과 처음 접촉했을 때. 청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필멸자와는... 전혀 다른 기척. 그렇다고 해서 불멸자라고 말하기에도 달랐다.

그것에게 흘러나오는 불쾌감은 마치 새로운 영역에 걸쳐있는 존재랄까? 종말자로 살아온 ‘겸손의 청’으로선 이해가 안 되는 존재였다. 말하자면... ‘미지’겠지.


“네네~. 필멸자에게 엿 먹은 종말자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등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겠지. 자신이라도 그 사건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한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아마도 살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놈을 내가 반드시 제거하겠어.”


“필멸자라서 이미 죽었다니까~. 하여간 자존심 때문에, 인정을 더럽게 싫어해. 우리 ‘겸손의 청’은~.”


“둘 다 그만 하거라. 농담 따먹기를 할 시간이 아닐 텐데?”


한 순간. 서로에게 살기를 보내고 있던 ‘순결의 등’과 ‘겸손의 청’이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급히 돌렸다.

그러자 그들의 앞으로 붉은색 금속으로 이루어진 검이 보였고, 그걸 본 그들은 동시에 몸을 숙였다.


“우리들의 왕...”


“....‘절제의 백’.”


몸을 숙인 상태였기에 보이는 것은 붉은색 검 뿐. 하지만 그것으로 경외를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절재의 백이 걸음을 멈추자. 비로소 그들은 상체를 일으켜, 그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래... 다른 종말자들과는 다른... 10개의 날개를 말이다...


“이쪽의 이데아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의 창조주가 숨을 곳도 이제 남아있지 않지.

‘사냥개’들이 이곳의 창조주를 물어뜯으러간 이상. 우리는 다음 이데아를 노릴 뿐.

준비는?”


“언제나처럼. 저희는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요. 나의 왕.”


“그래... 그렇다면 나눠주자.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안식을...”


그 말과 함께 ‘절제의 백’은 자신의 손을 쥐어보였다.


“선사해주는 것이다. 더는 창조주들의 장난감이 아니도록 말이지...

삶은 고통일 뿐. 그것을 끝내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까.”


“네. 말씀을 따르지요. 우리들의 왕이시여. 쿠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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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리석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저렇게 순진하게 넘어가다니.”


야누스는 자신의 능력들을 총 동원해서, 세계 곳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관찰하고는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종말자들의 종양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이들은 포자처럼 그곳에 안착하여,

자기 스스로는 그 세상을 구원하고 있다고 착각하겠지.

하지만... 그 실상은 반대.

플레이어들은 경험치란 이름으로 세계를 잠식해 들어가고, 이는....

‘7대선’이라 이름 붙여진 그들이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 사냥개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사냥터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용당하는 플레이어들은 결코 자신들이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하여간 그 놈의 이세계물들이 서브컬쳐에 판을 쳐서, 플레이어인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가?

종말자들의 수완을 칭찬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군. 왜 이렇게 공짜를 좋아하는 머저리들이 많은지 참....

공짜로 준다면 의심 정도는 당연히 해봐야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적에 대해서, 야누스는 순수한 감탄을 내보였다.

죽은 영혼들이 윤회의 궤로 가기 전에 가로채서, 간단한 설득을 한 것만으로도 필멸자가 자진해서 플레이어가 되니 말이다.

야누스 정도라면 수십 만 명 정도는 영구히 소멸시킬 자신이 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이런 식으로 포자처럼 퍼져나가면 곤란했다.


“저들은 알까. 자신의 목적지가 꼭두각시라는 것을...?”


죽고 부활 할 때마다. 그들의 일련번호인 ‘영혼’이 깎여나가고, 종말자들의 법칙이 그 자리를 채워나간다.

즉. 종말자들이 머리 빈 놈들에게 힘을 준 것은 그 이유.

저런 존재들일수록 자기 주제도 모르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행동하다가 죽고, 다시 부활한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잃은 플레이어들은 앞의 과정을 악순환처럼 반복해나간다.

그래... 점점 자아를 잃는 꼭두각시가 되어가는 것이다.

설사 1000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자아를 유지하더라도, 그 이후에 종말자를 만나면 그걸로 끝.

자아는 처음 만들어진 시스템대로 사라지고, 그들을 위한 ‘사냥개’가 되어버린다.

그래... 잠시 동안은 무적의 힘을 얻은 것처럼 행복하겠지만... 결국 진정한 본인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들의 힘은 균형을 흔들고, 세계의 에너지를 멋대로 가져가버린다.

말 그대로 악성 종양. 그 자체.

4세계 괴물들이 영혼만 섭취할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보다 악질적이었다.

비교하자면 숙주가 살아있길 원하는 기생충과 숙주마저 죽이는 암의 차이랄까? 세계들의 입장에선 모두 싫겠지만...

괴물들은 타협의 여지가 있었고 네메시스가 왕인 이상. 그들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종말자들은 모조리 집어삼킨다.

과거인 불멸자도.

현재의 괴물도.

미래의 필멸자도.

모조리...

그렇기에 야누스는 플레이어들을 좋게 볼 수가 없었다. 홧김에 4세계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처리한 것은 그 이유.

이걸로 종말자들의 침공은 늦추어졌겠지만.. 그들은 이제 4세계를 주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래봤자.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냠냠!”


그런 그의 곁에는 등 뒤로 나무뿌리나 가지처럼 생긴 것들이 뻗어나와있는 여인이 있었다.

서열 10위의 괴물. 카르마였다. 그녀는 야누스의 앞에 있는 구슬 같은 것들을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집어 들더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그것의 맛을 음미했다. 그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이었지만... 야누스는 눈을 좁혔을 뿐이었다.


“3개는 남겨둬. 네메시스님이 연구용으로 써야할 테니까 말이지.”


“......”


그러자. 카르마는 손을 멈추고는 남은 코어들을 살폈다. 그녀에겐 플레이어에게만 있는 코어란 별미 중의 별미.

이곳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침이 고이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4세계로 돌아온 직후. 야누스를 바로 찾아온 그녀였고, 예상대로 즐거운 만찬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3개를 남겨두라니?

이 맛있는 것을?! 그녀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야누스에게 항의했다. 그리고...


“...나도 먹어볼까?”


그런 책상 앞으로는 칼리가 쇼거스의 머리를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야! 임마! 내 머리를 씹지 마!”


씹히는 쇼거스로는 죽을 맛이었지만. 쇼거스가 무슨 발악을 하든. 칼리에겐 상처하나 나지 않는다. 그 모습에 쇼거스는 더욱 발악했지만. 야누스는 그 둘의 모습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 네가 원하던 서류야.”


그저 하은에게 보내는 지원금 서류를 작성해주고는 칼리에게 줬을 뿐. 이에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하은에게 쳐들어가야지! 본 모습으로 변...”


“하지 마!!”


야누스는 진심으로 그런 칼리를 말렸다. 행성크기인 칼리가 하은의 집에 본 모습으로 도달한다?

그거 복구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긋지긋하게 아플 지경이었다.

아니. 애초에 네메시스가 설마 이 골치 덩어리 두 명을 4세계에 덜컹 보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사회적응 훈련이라고? 최상위 악성 놈들을? 웃기는 소리이다. 이건 분명히...


“네메시스님이 날 과로사로 죽일 속셈인가?”


7대악을 멋대로 보내버린 것에 대한 답례라고 야누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7대악을 관리하는 것보다도 질이 나쁘다.

칼리는 마음만 먹으면, 야누스와도 호각으로 싸울 정도의 괴물이었다.

지금까진 최악의 악성인 네메시스가 곁에 있었기에 조용했던 거지.

네메시스가 없으면, 반드시 사고를 칠 것이다. 그 상황이 두려운 야누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금 네메시스의 업무까지 자신이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것까지 맡으라고?


“너의 사정은 알겠지만... 사고는 치지 말아줘. 제발!

난 그냥 인간출신 괴물이라고!!”


오메가처럼 걸어 다니는 슈퍼컴퓨터라면 모른다. 하지만 야누스의 베이스는 언제까지나 인간.

일을 할 수 있는 한계치가 분명히 있다. 다만 네메시스는 가끔씩 그 사실을 까먹는 것 같았다.


“응!”


다행히도 칼리가 밝은 모습으로 대답해주긴 하는데....


“크아아아앗! 다 죽일 거야! 다 죽일 거라고!!!!”


그녀의 손아귀에 머리가 붙잡혀 있는 불쌍한 비스트 2위가 소리치는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신뢰가 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칼리는 조용히 발을 들어, 그대로 짓눌려버렸을 뿐이었다.


“조용. 주인님이 사고 치면 안 된다고 했지?”


“........”


다행히 칼리가 알아서 억눌려준다. 정말 괜찮은 건가? 야누스는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스믈스믈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곧 그것을 지워버렸다.

자신은 네메시스처럼 정체불명의 괴물 따위가 아닌 평범한 인간 출신이기에...

칼리의 뒤처리까지 맡아버리면, 야누스는 정말로 과로사할지도 몰랐다.


“휴우! 그럼 믿어볼게. 칼리.”


“근데....”


“?”


“종말자란 것. 강해?”


순수한 질문. 그 모습에 야누스는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강하지. 하지만 우리는 지지 않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4세계가 멸망하는 순간이어야말로, 빛을 내는 괴물인 칼리.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종말자들과의 전쟁에서 666의 괴물들이 패배한다면, 자신이 나서야함을...

그것이 설사 최후의 발악일지어도, 해야만 하는 일임을 말이다.

하지만 야누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난 나와 네메시스님이 모은 패들을 믿어. 내가 혼자라면 졌겠지만...

난 혼자가 아니거든.”


태초의 4세계에서 적이었던 존재였기에... 적으로 너무나 많이 맞부딪혀봤기에 야누스는 네메시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네메시스는 야누스 자신보다도 교활한 뱀이었다. 그가 흉폭한 독니를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승리가 확신했을 순간이었고, 패를 모으는 것에 있어선, 야누스가 따라갈 수 없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야누스가 보기에는 네메시스는 개인의 무력이 무서운 괴물이 아니었다.

그를 떠올린 야누스는 입 꼬리를 들어 올리며, 턱을 괸다.


“목숨을 걸 정도의 신뢰라는 것은 구축하기 참 힘들지만... 네메시스님처럼 두껍게 만들어두면, 그 어떤 무기보다도 위험하거든.”


모든 666의 괴물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괴물은 오직 네메시스 뿐. 그가 원한다면,

그것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이 아닌 이상. 666의 괴물들. 모두가 집합하여 그 말을 따라주겠지.

네메시스는 너무나 더럽혀졌기에 그는 악성이면서도 순성에 가까웠고, 그렇기에 성향에 상관없이 다른 존재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인다.

그가 나선다면. 비록 그 앞이 종말일지어도, 야누스를 비롯한 최고 전력들은 그 끝까지 함께해줄 것이다.

게다가 666의 괴물 모두가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지금까지 기어온 존재들로서 그들은 잃는 것에 대한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힘으로 빼앗는다? 엿이나 먹으라지.

세상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그 누가 꺾으려고 해도, 그들은 쓰러지지 않고 몇 번이라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666의 괴물이란 집단이고, 아무리 불합리한 상대라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이빨을 거두지 않는다.

더 이상... 소중한 이들을 잃고 싶지 않기에...

그것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주라도, 그들은 이빨을 드러낼 것이고, 종말이라고 하들. 정면에서 쳐부숴줄 것이다.


“하지만 현 666의 괴물들은 평화에 찌들어있어. 그러면 곤란하지... 후후후...”


야누스의 불길한 웃음이 퍼져나가고, 그 모습을 본 칼리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녀의 입장으로선 야누스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저...


“하은의 집으로 놀러가야지~.”


쇼거스를 (억지로)데리고, 그녀 혼자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재미를 향해 달려 나갈 뿐이었으니 말이다.


“날 놓아줘! 으아아아아앗!!!”


-------------------------------------------------------------

종말자와 괴물. 서로에게 이질적인 존재들이 점점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만나는 순간. 그들은 깨달을 것이다. 상대가 지금까지 만났던 존재들과 다르다는 사실과

어느 한 쪽은 반드시 멸망해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종말자들의 날개들에서 나온 그림자가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래... 언제나 그랬듯이...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종말자들은 모를 것이다.

괴물들이란 존재들이 한때 필멸자였다가 바닥까지 추락한 후. 자신의 손으로 그곳에서 기어 올라온 최강의 존재들임을...

그렇기에 결코 절망에 무릎 꿇지 않음을 말이다.

설사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도...

그들은 싸우겠지...

그래... 각자가 과거에 살아온 과거의 삶처럼. 단 한 점의 후회 없이...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전설의 영웅일수도 있으며, 어떤 이는 용사에게 퇴치당한 마왕일지어리.

정신이 악성에 빠져 삐뚤어졌을지 모른다, 미칠 대로 미쳤다고도 할 수 있다.

빈말로도 온화라고 말할 수 없는 이도 있으며, 남의 고통을 즐기는 광인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전혀 다른 그들이 단 하나의 목적으로 싸울 수 있고, 각자의 성향마저 뛰어넘을 수 있기에. 그들은 ‘666의 괴물’이라 하는 것이다...


작가의말

종말자들은 7대선이란 조직으로 되어있습니다!

(7대선+색)이라는 이름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괴물들의 7대악과 사뭇 대조되면서도 비슷한 모습이지요.

특히 네메시스와 절제의 백은 서로가 반대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검에서부터 적색과 청색이라는 대비를 이루지요.

게다가 10개의 날개라... 상당히 익숙한 모습이군요. 이 이상은 2부의 이야기가 되니.

다시 1세계. 네메시스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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