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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티움(Ghostiu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11.16 17:13
최근연재일 :
2023.11.19 06: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63
추천수 :
12
글자수 :
144,628

작성
23.11.17 06:00
조회
22
추천
3
글자
26쪽

1화 <불행>

DUMMY

1화 <불행>



고요하다. 잔잔한 호수의 물살처럼 사방이 고요하다. 사람들이 작별을 짓는 장소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간간이 곡(哭)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늦은 여름의 매미 소리와 어우러진 울음소리. 여름을 아쉬워하는 그리고 이 작별을 그리워하는 그들 나름의 슬픔의 표현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들 나름의 외침일 것이다.


보내줄 결심이 선 것일까. 슬픔의 소리도 이윽고 잠잠해졌다. 다시금 이 배웅의 장소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입을 열어 이 고요함을 깨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누구에게 해야 할까. 지금 제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잠에 취해 정신이 없다. 마지막인데, 이제 정말 마지막인데 말이다.


고요하다. 참기 힘들 정도로 고요하다. 이 고요함을 찢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목소리를 듣고 싶다. 머릿속엔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


“종철아,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화장터 입구에 서서 멍하니 영구차를 바라보던 종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야, 너처럼 덩치 큰 놈이 입구에 떡하니 서 있으면 누가 안으로 들어가겠냐.”

“그런가.”


종철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납고 매서운 그의 눈망울은 슬픈 심연을 담고 있는 듯 검었고. 가뜩이나 깐깐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굳게 닫힌 그의 입술 때문에 더욱 고집스럽고 깐깐하게, 심지어 이기적인 인간으로 보이게끔 만들고 있었다.

잠깐 뒤를 돌아봤던 종철은, 이내 그 차갑고 날카로운 그 얼굴을 다시금 영구차를 향해 돌려놓았다.


“제수씨도 안에 있으니까, 들어가자. 들어가서 차례를 기다리자.”

“그럴까. 그래야겠지.”


대답은 했지만, 종철의 발걸음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괴로움을 머금은 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는 그저 기계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종철아...”

“민식아.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자.”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찌해야 할까. 지금 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이라도 이름을 부르고 달려가면, 당장이라도 싱긋 웃어줄 것만 같다.


“하아......”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답답함과 절망감이 함께 쏟아져 나왔다. 아직 해줄 게 너무 많은데. 아직 보여줄 게 너무 많은데. 막막함이 눈 앞을 가린다. 간절함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슬픔을 들킨 것일까, 민식은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살그머니 손수건을 그에게 내밀었다.


“...괜찮아.”


종철은 애써 슬픔을 목 뒤로 넘기며, 민식의 손을 살며시 밀어냈다. 둘 사이에 더는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다.

한참이 지났을까. 민식은 종철의 등을 살짝이 두드리며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제 들어갈까?”

“그래. 이제 들어가야지.”


대답은 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다.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못난 아빠였어, 난.”


종철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아버지 노릇을 못 한 죄책감.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내팽개친 죄책감이.


“경찰 일이 다 그런 거지. 범죄자 놈들이 경찰 편의 봐주면서 죄짓겠냐.”


착잡함이 밀려왔다. 민식의 말이 맞아서 더욱 그랬다.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응어리진 죄책감은 경찰이라는 직업 하나로 인해 정당화되어갔다. 예전에도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가 잠든 지금도. 경찰이란 직업은 그의 양심이 지키려 했던 미안함의 비상구였다. 죄책감의 출구였다. 비겁했다. 너무나 비겁했다.


“너무 너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

“하아...”


뭐가 그토록 중요했을까. 일? 정의? 범죄자를 잡는 것이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했단 말인가. 미안하고 또 죄스러웠기에 그는 죽음이 간절했다. 죽음만이 간절했다. 가능하면 지금 누워있는 내 아이와 자리를 바꾸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종철은 그리움이 가지고 온 죄책감과 미안함에 가슴이 뭉개지는 것만 같았다.

더는 아이를 볼 면목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곁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미안함이 너무 커져 버린 지금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영구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은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미칠 노릇이었다. 아니 미쳤으면 좋겠다. 그냥 확 전부 다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들어가자. 너 여기 있다간 큰일 나겠다.”


종철이 이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 것일까. 민식은 그의 팔을 서둘러 잡아끌었다. 그 순간,


-띠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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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천세은입니다. +3 23.11.16 192 0 -
10 9화 <진실> 23.11.19 15 0 22쪽
9 8화 <결착> 23.11.18 4 0 18쪽
8 7화 <습격> 23.11.18 4 0 20쪽
7 6화 <절망, 그리고> 23.11.18 5 0 46쪽
6 5화 <잿빛 세상> 23.11.18 4 0 33쪽
5 4화 <고스티움> 23.11.17 5 1 45쪽
4 3화 <오직 하나뿐인> 23.11.17 6 1 38쪽
3 2화 <착각> +1 23.11.17 18 2 49쪽
» 1화 <불행> +1 23.11.17 23 3 26쪽
1 0화 <프롤로그> 23.11.16 7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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