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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353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6 08:10
조회
61
추천
8
글자
12쪽

두두리 마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0화. 두두리 마을


신들이 다시 인간으로 변하자 마을 사람들은 신기한 광경에 놀라서 머뭇대고 있었다.


“정말 신들을 묶어도 되는 걸까?”


“괜히 신들을 화나게 했다가 벌 받는 거 아니야?”


마을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천군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고, 불안에 떠는 모습이 영 못마땅했다.


“뭣들 하느냐! 어서 포박하지 않고!”


그때 한 남자 아이가 천군 할아버지 앞에 나서며 석재와 아요를 변호했다.


“저들이 아직 우리한테 잘못을 저지른 게 없는데, 할아버지는 왜 가두려 하시는 거예요?”


석재는 그 남자 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비록 열 살 남짓한 작은 아이였지만 석재에게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이 아이의 말을 듣고 제발 무탈하게 풀어주길 내심 간곡히 바라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이의 말을 듣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잘못한 건 없지.”


“우리가 너무 심하게 구는 거 아닐까?”


천군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더욱 동요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는 말투를 정중하게 고치고 사람들에게 연설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 잠시 여기 집중 좀 해주시겠습니까.”


천군 할아버지가 집중을 요하자, 마을사람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단언컨대 십이지신은 세 가지 죄가 있소. 서방제국의 일방적인 침입으로 동방제국이 멸망하기 직전임에도, 그들은 그저 상황을 관망하기만 했소이다. 이것이 그들의 첫 번째 죄요.”


할아버지는 연설 중 들고 있던 지팡이로 마을 한 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전쟁으로 죽은 시체가 몇 구 놓여있었다.


“전쟁으로 수많은 동방세계 사람이 죽어나갔으나, 이 또한 십이지신들은 본체만체하였소. 그들은 수호해야 할 사람들을 지키지 않았으니, 임무를 태만한 것이라 볼 수 있소. 이것이 바로 그들의 두 번째 죄요.”


천군 할아버지는 지팡이의 방향을 바꿨다.


그 지팡이의 끝은 석재와 아요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전에 따르면 십이지신은 도가사상의 무위(無爲)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소. 그러므로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소이다. 신이면서도 그 존재가 무의미하니 이것이 그들의 세 번째 죄요.”


그리고 천군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다시 땅을 짚으셨다.


“하지만 두두리 신은 우리에게 적들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았소이까. 그러니 이에 보답하기 위해 이들을 일단 가둬야 마땅하오.”


“옳소! 옳소!”


그의 연설을 듣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 되어 외쳤다.


‘두두리 신...? 그리고 무슨 힘을 줬다는 거지?’


석재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에 휘말린 것 같았다.


그때 아요가 석재에게 윙크를 보냈다.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이 포승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순순히 잡혀가자는 뜻일 것이다.


신력을 쓸 수 없으니 어떻게 탈출해야할지 내심 불안했지만, 분명 이 포승줄을 연구해볼 가치는 있었다.


또한 아요가 원하는 일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


석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들은 그렇게 나무 살로 막힌 옥에 갇혔다.


그들의 몸과 손은 나무줄기로 얼기설기 엮인 포승줄에 꽉 조여진 채 감겨있었다.


아요는 계속하여 변신을 시도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그녀는 토끼로 변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빠진 아요가 알 수 없다는 듯이 혼잣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신력이 발휘되지 않아...”


석재는 묶인 상태로 피리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쥐로 변할 수 없었다.


석재도 아요가 말한 것처럼 분명히 포승줄에 뭔가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포승줄에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나무줄기를 엮어 놓은 걸로 밖에 안 보였다.


다만 포승줄에 뭔가 있다고 판단한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포승줄에 감길 때 이상하게 그들의 기운 중 일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밤이 꽤 늦은 시각 어두컴컴한 옥에 정체모를 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작은 횃불을 들고 옥에 들어와 그들에게 불빛을 확 비췄다.


어두웠는데 갑작스레 불빛을 보니 눈이 너무 부셔 제대로 떠지지가 않았다.


석재가 눈을 희미하게 뜨고 바라보니 누군가 서있었다.


아까 그들을 변호해줬던 그 아이였다.


“많이 배고프시죠? 이거라도 좀 드세요.”


아이는 그들에게 감자 몇 개를 건넸다.


석재는 감자를 보자 허기가 져서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체면상 그럴 수는 없었다.


“이거 네가 먹으려고 했던 거 아니니?”


그러자 아이는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저는 이미 먹었어요. 남은 거 가져온 거니까 얼른 드세요.”


석재와 아요는 감자를 받으며 감사를 표했다.


“헤헤 넌 참 착한 아이구나.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입구에 지키는 사람 없어?”


아요는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물어봤다.


“어른들은 그 포승줄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어요. 포승줄이라기보다는 그 나무의 힘을 믿고 있다고 해야 하나.”


“으응?”


“하여튼 어른들은 어차피 지키지 않아도 그 나무줄기로 만든 포승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딱히 지키는 사람이 없죠.”


아이가 여기 들어오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이의 말을 듣자, 역시 예상대로 포승줄이 예사롭지 않은 게 분명해졌다.


석재는 그 나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 나무란 게 뭔지 혹시 알려줄 수 있어?”


그러자 아이는 머뭇대며 이야기했다.


“음 그건 두두리 나무에요. 너무 잔인해요 어른들은...! 형과 누나도 아마 그 두두리나무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몰라요.”


“죽는...다고?”


“네. 어른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신이니까 더 좋은 양분이 될 것 같다고...”


*

한편 늦은 밤 촌장과 천군은 마을 안쪽에 있는 큰 나무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그 나무 주변은 영역을 표시해 둔 것처럼 큰 돌들로 둘레를 넓게 쳐 놨다.


그리고 뼈로 된 장식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시체 몇 구가 놓여있었다.


천군은 그들을 칼로 찔러 날에 피를 잔뜩 묻혔다.


“두두리 신이시여 부디 장대하게 자라나 앞으로도 우리 마을을 지켜주소서.”


천군은 주술과 함께 그 피를 나무에 바르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시체들의 피로 흥건했으나, 이는 순식간에 나무로 흡수되어 버렸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촌장이 옥에 들어와 석재와 아요를 깨웠다.


“안타까운 말을 전하게 되었소.”


“......?”


석재와 아요는 비몽사몽간에 촌장을 바라봤다.


촌장은 그들을 안쓰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우리 마을은 천군님의 말씀이 절대적이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소. 오늘 저녁 그대들을 처형할 예정이오. 미안하게 됐소이다.”


아침부터 이 무슨 청천 벽력같은 소리인가.


어제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게 오늘 당장이라니 말도 안됐다.


석재는 촌장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했다.


“도대체 왜 저희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요?”


촌장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우리 마을에는 두두리 신을 모시는 나무가 있소. 이 나무는 양질의 피를 양분으로 삼고 있지요.”


“양질의 피요?”


“그렇소. 그래서 좋은 피가 필요로 한데, 천군께서는 그대들의 피가 일반 사람들 피보다 몇 배 이상 양질이 좋을 거라 추측하셨소.”


아요는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촌장을 바라봤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 이제 열여덟이에요... 저희 피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요!”


그러자 촌장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제 당신들이 신의 모습을 보인 것이 실수였던 것이오. 그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면, 목숨은 잃지 않았을지도...”


그 말을 끝으로 촌장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녁에 처형당한다는 말은 그들의 고요한 마음속을 일렁이게 했다.


석재는 도무지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단지 신이니까 피도 더 양질일 거라고 추측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젠장. 이게 말이 돼?”


아요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러 일들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석재야 미안해... 순순히 잡혀가자고 한 내 잘못이야.”


그 말에 석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요야. 신의 모습을 보여준 내 잘못이지...”


이내 그들은 머리를 싸매고 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궁리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포승줄이 존재하는 한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어느 덧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고 말았다.


석재와 아요는 두두리 나무 앞에 무릎이 꿇린 채로 앉아있었다.


주변에는 열 명이 넘어 보이는 칼을 든 장정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아요는 곧 일어날지 모를 두려운 분위기에 휩싸여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석재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석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요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요야 잘 들어.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넌 기회를 봐서 도망쳐.”


말이 끝나자마자 석재는 일어나 있는 힘껏 발차기를 하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손은 묶여서 사용할 수 없었지만 발은 묶여있지 않아 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발악은 오래가지 못했다.


촌장이 다리를 걸자 석재는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그가 바닥에 고꾸라지는 순간 시야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던 아이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걱정이 되어서 와주었구나...’


아요가 넘어진 석재의 모습을 보고 속상한 듯 말했다.


“됐어 그만해 석재야! 나 혼자 도망칠 생각은 없어!”


“자, 그럼 이제 시작하세.”


천군 할아버지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도부수 두 명이 칼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석재는 아요를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부수의 칼날이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


‘아요야...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다시 만나자.’


그는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에 눈을 감았다.


*

그때였다.


“허억...”


처형을 집행하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넋이 빠진 채로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모래 바닥 위에 그들의 칼도 툭 떨어졌다.


석재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살펴봤다.


저 멀리서 한 여자가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단번에 그 여자가 한 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정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자, 촌장이 칼을 든 장정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 두두리나무 성분이 들어간 검을 든 이상 우리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두두리 신이 우리를 보호할 것이다. 모두 돌격하라!”


“이야앗-!”


촌장과 주변에 서있던 건장한 사내들이 칼을 들고 그 여자에게 돌격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태연하게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흡기(吸氣)!”


단 한 마디만을 외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그 많던 사내들이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해지며 한꺼번에 쓰러졌다.


마치 벼가 베어 넘어가는 것 같았다.


천군 할아버지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지팡이를 열심히 짚으며 달아나버렸다.


또각- 또각-


그 여자가 석재를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왔다.


‘이 여자는 적인가 아군인가.’


그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머릿속에 십이지신이 된 후 죽을 뻔한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원신의 아버지가 자고 있던 나를 죽이려 했던 일.


용이 나타나 모든 신들을 죽여야 평화가 온다고 하며 전멸당할 뻔 했던 일.


천군 할아버지가 십이지신은 방관자에 불과하다며 이단을 처치해야 한다고 했던 일.


생각해보면 본인이 잘못한 일들은 없었는데, 십이지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없이 살해 위협을 받았다.


돌아보니 참으로 억울한 인생이었다.


또각- 또각-


그녀의 나막신 소리가 점점 석재에게 가까이 들려왔다.


마침내 그의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든 날카로운 검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어둠 속의 그녀는 석재를 향해 뾰족하고 긴 검을 들어올렸다.


‘아 역시 날 죽이러 오는 거구나....’


혹시나 아군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다.


석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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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험의 시작 +2 20.05.12 130 12 14쪽
4 신의 모습 20.05.12 150 15 13쪽
3 드러나는 과거 +2 20.05.12 169 19 12쪽
2 전쟁 영웅 20.05.11 240 26 11쪽
1 피리 부는 거지 +6 20.05.11 451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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