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 붐 4
준혁이 얼마 전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고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가르나스가 준혁이 정신을 잃어 갈 즈음 설명을 해준 엡솔루트 가드의 마나연공법에는 이러한 말이 있었다.
- 마나는 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요소이다. 그렇기에 우리 주변 어디에도 마나가 존재한다. 그 마나를 체내에 쌓는 것이 바로 마나연공법이다. 마나를 체내에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나의 흐름에 대해 느껴야 한다.
계룡산에서 수련을 할 당시 준혁은 마나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 보았다. 좁쌀 크기의 마나를 느꼈기에 마나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하지만 체내의 마나는 느낄 수 있을 망정 몸 밖의 마나의 흐름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수개월의 수련을 마나연공법에 매달렸지만 결국 준혁은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주위의 모든 것이 마나라면 담배 연기 역시 마나 중에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한 점의 바람도 없는 곳에서 향을 피우면 향의 연기는 수직으로 상승을 할 것이다. 하지만 마나연공법을 해 주위 마나가 이동을 한다면 향의 연기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향을 피우고 마나연공법을 시행해 보는 것이었다.
준혁은 눈을 완전히 감지 않고 연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흐읍... 후...”
코로 길게 들이마신 공기를 숨아 참아 아래로 보낸 후 몸에 쌓는다는 느낌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후 천천히 입으로 호흡을 내 뱉는다.
한참이 지나도록 연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분명히 준혁의 몸 속에서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
준혁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마나연공법을 시행했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났을 때 준혁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움직였다.’
수직으로 올라가던 연기가 아주 조금이기는 하지만 준혁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준혁은 연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연기는 준혁이 호흡을 들이마실 때면 준혁쪽으로 움직이고 내뱉을 때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상으로 보았을 때 절대 준혁의 호흡에 의한 바람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의 흐름이다.’
준혁 주변의 마나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준혁은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마나연공법을 시행했다. 연기의 움직임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마나연공법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준혁은 마나의 흐름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그 희열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띵동- 띵동-!
갑자기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준혁의 집중력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준혁의 호흡에 맞춰 끌려오고 밀려가던 향의 연기도 똑바로 올라가고 있었다.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흔든 준혁이 문쪽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 어, 총각 있었네. 오늘 관리비 내는 날이잖아. 아침에 오니까 총각이 없다라고.
“아,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준혁이 살고 있는 건물의 관리인 아주머니였다. 준혁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관리비를 지불하고는 다시금 쇼파로 돌아왔다. 향은 여전히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한참이나 향을 보며 입맛을 다신 준혁이 중얼거렸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
지이잉- 지이잉-
그때 탁자위에 올려둔 핸다폰이 몸서리를 쳤다. 준혁은 핸드폰을 열고는 상대방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정예린.”
준혁은 핸드폰에 뜬 이름을 확인한 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핸드폰 번호를 서로 교환을 하기는 했지만 벌써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여보세요.”
- 오빠. 안녕하세요.
“어, 그래. 그런데 무슨 일이야?”
- 꼭 무슨 일 있어야지 전화 해야 해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예린이 앞에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준혁은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 오빠가 어제 밥 사준다고 하셨잖아요.
준혁은 어제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아, 그런 말을 하긴 했지. 하지만 그 말은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레 정도 였는데...’
정예린이 준혁에게 나중에 밥을 사달라고 했고, 준혁은 기회가 되면 그러마 하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정예린은 하루가 지난 오늘 밥을 사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 사 주실거죠?
“어, 그래. 먹자.”
- 저 그러면 어디로 갈까요?
“집이 멀다며? 내가 갈게. 어디로 가면 되겠어?”
- 저 성북동 살아요. 음, 그러면 어디서 만나지? 아, 그러면 되겠다. 오빠, 지하철 타고 오실거죠?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차가 없으니...”
- 그러면 한성대입구 역으로 오세요. 4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평일 오후의 전철역은 그다지 붐비거나 하지 않았다. 번잡함을 썩 좋아하지 않는 준혁이었기에 만원전철을 피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직장으로 가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만원전철 안에서 콩나물 시루의 콩나물 마냥 움직이지도 못하고 출퇴근을 하곤 했다.
정예린이 약속 장소로 잡은 4번 출구로 나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롱코트를 입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준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준혁 오빠. 여기에요, 여기.”
정예린이었다. 준혁이 어색하게 손을 들고는 정예린에게 다가갔다. 정예린은 밤에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어제는 머리를 끈으로 묶고 청바지에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하지는 않지만 얇게 화장을 하고 나왔다. 화장을 한 정예린은 어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준호가 ‘매일 변장을 한다’라고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특히 붉게 칠한 립스틱이 새하얀 정예린의 피부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입고 있는 옷도 롱코트 안에는 립스틱 색과 맞춘 듯 붉은 목티를 입고 있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요? 하긴... 제가 좀 이쁘긴 하죠?”
“하, 하하. 그래. 네가 너무 예뻐서 쳐다봤어.”
준혁은 사실을 말한 것이지만 정예린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 얼굴을 붉혔다.
“뭐 사주실 거예요?”
“내가 사주기로 한 것이니까 네가 먹고 싶은 것 골라.”
“그래도 되요?”
“물론이지.”
“오케이. 좋았어. 오늘 오빠 덕에 평소에 돈 없어서 못 먹었던 것들 다 먹어야지. 따라오세요.”
정예린이 걸음을 옮기자 준혁이 어깨를 으쓱한 후 그녀의 뒤를 쫓았다.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정예린이 이야기했던 비싼 음식과는 거리가 먼 허름한 건물 안에 있는 내장탕집이었다.
“내장탕도 먹을 줄 알아?”
- 작가의말
참 일하기도 싫고 어제의 달콤한 휴식이 그리워지는 월요일이네요.
날씨는 우중충... 하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파전에 막걸리, 삼겹살에 소주...
먹고 싶지만 뒷감당을 할 수가 없어 과감히 패스-!
매주 월요일이 되면 많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월요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니겠죠.
모두 힘드시겠지만 조금 힘 내시고 하시는 모든 일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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