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여행자 3
준혁이 뜨끔한 표정으로 가르나스를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네게 내가 바랄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아...”
물론 준혁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지갑 속의 십 여 만원의 돈이 전부라는 사실과 그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군가가 원할만한 그 어떠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가 빈 털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 자세히 말해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자, 그러면 선택을 하실까?”
“좋습니다. 받겠습니다.”
딱!
가르나스가 손가락을 탁 튕기며 외쳤다.
“탁월한 선택이야.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
검지 손가락을 꼿꼿이 세운 가르나스가 천천히 손을 뻗어왔다.
“자, 잠깐만요.”
“왜 그러느냐?”
준혁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겠죠?”
가르나스가 못 마땅하다는 듯 준혁을 바라보고는 귀찮은 투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절대 아프지 않다. 오히려 ‘포근하다’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
지잉-
작은 공명음과 함께 가르나스의 손 끝에 빛이 모여 들었다.
“잠깐요.”
“또 왜 잠깐이야?”
가르나스가 짜증섞인 음성으로 외쳤다.
“설마 그 빛이 씨앗입니까?”
“그렇다. 그것이 뭐가 어쨌다는 것이냐?”
“그게 제 몸 속에 들어가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이죠?”
“아...”
한숨을 토해낸 가르나스가 준혁을 죽일 듯 바라보았다.
“조금 전 말을 한 대로 이것은 씨앗이다. 이것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네게 달려있다. 그러니 입 닫고 씨앗을 받아 들이거라.”
가르나스의 손가락 끝에 걸린 빛이 준혁의 이마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준혁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그의 몸을 에워싸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 잠깐만요.”
“그만, 그만해. 이제 더 이상 네 말을 듣지 않겠다.”
가르나스는 기어코 손가락을 준혁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어, 어...”
준혁은 무엇인가 짜릿한 것이 이마를 통해 몸을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흡사 몸에 약한 전기가 통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어때? 아프냐? 아니면 몸이 이상해지는 것 같으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 준혁이 말했다.
“괜찮은데요.”
“그렇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제 몸에 씨앗인지 하는 그 무엇인가가 들어오기는 한 것인가요?”
“당연하지. 이 가르나스님이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않느냐?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어라.”
가르나스가 손바닥을 펴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던 그의 손바닥에 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금으로 만들어진 듯 보기 좋은 누런 빛에 붉은 보석이 밝힌 반지였다.
“이 반지는 차원의 여행자인 내가 네게 씨앗을 심었다는 것의 증거가 되는 맹약의 반지다. 아마도 널 한번 쯤 위험 속에서 구해 줄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데요.”
준혁이 피식 웃으며 대답을 하자 가르나스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졸립거나 하지 않느냐?”
“그러게요.”
가르나스가 졸리지 않냐고 묻는 순간 준혁은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잠에 빠져 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 보려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노력이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 자신을 바라보며 의미 모를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르나스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가르나스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는 것도 들을 수 있었지만 흐릿한 의식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렇게 준혁은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작가의말
챕터가 끝나는 부분이라 분량이 작습니다.
다음 챕터로 바로 연결이 되니 돌은 던지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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