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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미친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카레빔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3.05.21 20:44
최근연재일 :
2023.06.12 15:3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18
추천수 :
79
글자수 :
65,853

작성
23.05.29 01:40
조회
102
추천
5
글자
11쪽

등가 교환과 자기 파괴.

DUMMY

1.



“팀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안됩니다! 누가 누굴 도와 준다는 겁니까!”


5분전.

남자가 오크에 의해 묵사발이 되고 있던 그 때.

성소희는 차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이것 놔요! 철민 씨.”

“제발 가만히 계십시오! 팀장님이 나가서 뭘 어쩔 수 있는데요! 눈이 있으면 저 오크 떼 좀 보십시오!”


성소희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강철민이 [근육 증강 스킬]까지 발동해가며 성소희의 팔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규! 이정팔! 니들은 뭣하고 있어! 팀장님 꽉 잡고 있어!”

“이것 놔요!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저 사람 혼자 죽게 둘 수 없어요!”


성소희는 몸부림 쳤지만, 세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전사 계열인 탓도 있지만, 부상으로 몸도 온전치 않았다.


“팀장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겁니다. 우린 더 늦기 전에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강철민이 보조석에서 운전석으로 넘어갔다.

시동은 걸려 있는 상태.

강철민은 멈추라고 소리치는 성소희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들을 움켜잡았다.


꿀꺽.


철민은 악셀을 밟기 전, 도망갈 구멍을 찾았다.

수백의 오크가 주위를 에워싼 상태. 그러나 다행히 이쪽을 주목하는 오크는 없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오크들은 그들의 지휘관과 남자의 싸움에 열광하고 있었다.


카악 카카칵 카악 카가각-


소름끼치는 함성.


철민이 식은땀을 닦으며 사방을 훑었다.


“철민 씨. 부탁할게요. 다 같이 죽자는 게 아니잖아요. 나만 내려놓고 가요.”

“젠장! 팀장님!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럽니까! 이런 말 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주... 죽는 건 그 후입니다! 빌어먹을! 저도 이런 제가 싫습니다!”


그렇게 소리치며 있는 힘껏 악셀을 밟는 강철민.

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어? 어?

철민이 연거푸 악셀을 밟다가, 차안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래!? 왜 안 움직이는 건데!”


어떻게 해봐도 꿈쩍 않는 차.

철민은 머지않아 자동차 전체에 여러 가지 마법이 걸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천장 가득히 그려진 수십 개의 마법진.

철민은 그 모든 걸 알아보진 못했지만 충격 완화 마법과 화염 내성, 물질 강화 정도의 마법진은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물쇠 마법.


제길!


절망으로 사색이 된 철민이 핸들을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제길! 제길! 움직여! 움직이라고! 들썩이는 차안에 울려 퍼지는 강철민의 절규.

또 다른 각성자들 역시 몸을 덜덜 떨어댔다.


그런데 그때, 성소희가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은 창문 너머.

오크에게 목을 잡힌 채 축 늘어져 있던 남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사람. 대체... 뭐냐고.”



2.



[제한 시간: 8분 20초]


[제한 시간: 8분 19초.]


[제한 시간: 8분 18초.]

.

.

.


“놓으라고, 시발아.”


지원이 카르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크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지만, 어차피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다.


카각! 카가각!


피차간에 말이 안 통하는 건 마찬가지.

어쨌든 놓으라는데도 놓지 않기에, 놈의 턱을 걷어찼다.


간단한 공격이었지만 아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지원은 몸속에 에너지가 들끓는 걸 느꼈다. 지원의 캐릭터 특성 중 하나인 [분노 조절 불가자]는 일정 시간 동안 레벨을 펌핑 한다.


[육체 능력치가 2.1배 상승합니다.]

[마법 능력치가 2.1배 상승합니다.]

[마력 및 스테미너가 2.1배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으니 각종 스탯도 두 배로 격상.

지원은 좀처럼 목을 놔주지 않는 카르델의 턱을 한 번 더 후려 찬 뒤, 비틀대는 놈의 가슴을 밟고 뛰어 올랐다.


힘이 넘쳐서 허우적거리긴 했으나, 기분은 최고.

지원은 공중에서 생성한 파이어 볼 하나를 놈의 면상에 먹인 뒤, 지면에 발이 닿기 무섭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변형 스킬 ‘파이어 펀치(SEVEN)’를 발동합니다.]


[7발의 파이어 볼이 왼손에 압축 됩니다]


[캐릭터 특성 효과로, 스킬의 파괴력이 2.1배 증가합니다.]


기분 좋은 알람.

지원이 카르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첫 발은 스킬을 감은 주먹이었으나, 그 뒤로 이어지는 여덟 발은 쌩주먹이었다.


퍼벅, 퍼버버벅-


근육질의 몸이라 그런지 타격감도 예술.

카르델이 피를 토하며 복부를 움켜잡았고, 지원은 뒤로 점프하며 허리를 젖혔다.


‘뭐니 뭐니 해도 근접 공격의 꽃은 박치기지.’


빠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비틀거리는 카르델.

카르델은 180도로 돌변한 지원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렸다. 이미 다 끝난 싸움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정신 차려. 이제 시작인데.”


지원은 한 번 더 박치기를 갈겼다.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 아니, 네 번. 아니, 다섯 번. 카르델이 몸을 뒤틀며 저항 했지만, 지원은 계속했다.

놈의 턱 위로 솟은 어금니를 손잡이처럼 꽉 잡고, 미친놈처럼 박치기만 해댔다.


빡!

빡!

빡!

빡!

빡!


“아직이야.”


빡!

빡!

빡!

빡!


“아직 안 끝났다니까.”


[두개골 손상도 33.4%]


[두개골 손상도 33.8%]


[두개골 손상도 34.1%]


[주의: 무모하고 위험한 공격 방식입니다.]


지원은 시스템 창이 뭐라든 말든 박치기만 했다.

레벨이 2.1배나 상승했으니 신체 강직도도 2.1배로 펌핑 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개골의 손상도가 치솟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기 싫었다.


이것도 머리싸움이라면 머리싸움인데, 저능한 오크를 상대로 인간이 질 수 없지.


카각! 카가각!


지원은 좀 더 박치기를 즐기고 싶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지, 처 맞기만 하던 카르델이 스킬을 발현했다.


[지휘관 카르델이 ‘마력 분출’을 발동합니다.]

[주의: 강력한 에너지 파를 사방으로 분출하는 광역기입니다. 반경 50m 내에 있는 대상에게 무차별 데미지를 선사합니다]


카아악!


기합과 함께 카르델의 몸 밖으로 터져 나오는 청록빛.

에너지 파에 휘말린 지원이 살짝 균형을 잃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파를 분출하는 스킬은 다구리를 당하는 상황에서나 사용하기 마련인데, 급하긴 급했던 모양.


띠링-

그때 시스템 창 정중앙에 붉은색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지휘관 카르델이 스킬을 연계합니다.]

[지휘관 카르델이 공용 스킬 ‘폭풍 연타’를 발동합니다.]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주먹을 쏟아내는 카르델.


그러나 지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입과 뺨이 무차별로 터지고 눈두덩이가 부어올랐지만 모든 공격을 얼굴로 받아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카르델의 송곳니를 움켜잡은 지원.

지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직 안 끝났다고 했잖아.”


또 다시 시작된 박치기 지옥.

지원은 머리를 박는 순간순간 희열을 느꼈다.


[캐릭터 특성1: 싸가지 없는 돌아이가, 바로 이걸 원했다고 외칩니다.]


[캐릭터 특성2: 막말의 달인‘이, 당신의 부모를 칭송하며 씹■■ 개■■■ 같은 녹색 돼지를 더 조지라고 떠들어 됩니다.]


내리찍는 박치기 속에 스파크처럼 튀는 피.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의 합주로 통증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미칠 것 같이 돌겠네.”


지원이 느끼고 있는 기분은 해방감.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 늘 긴장 상태에 있는 지원에게 이 싸움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쌓이고 쌓인 분노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때의 쾌감은 가히 환상적.

순간순간 필름이 끊기듯 2, 3초씩 의식이 사라졌다가 돌아왔지만, 어쩌라고.


불 보다 뜨거운 피를 뒤집어쓴 지원이, 짐승의 소리를 내며 헐떡거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원은 카르델이 쉽게 쓰러지질 않길 바랐다.

제한 된 5분 25초 동안, 이 미칠 것 같은 쾌락을,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제한 시간 5분 25초]


[제한 시간 5분 20초. 두개골 손상도 63.4%]


[제한 시간 5분 12초]


[제한 시간 4분 55초. 두개골 손상도 71.8%]


그러나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쾌락은 책임을 요구할 터이다.

지원은 5분 후에 자신이 얼마나 크게 후회할지 알고 있었다. 순간의 쾌락을 선택한 대가로 잃게 될 2개의 인성 스탯.


인내 1.

예의 1.


인성 스탯의 하락은 지원의 삶을 한층 더 힘들게 만들 것이다.

안 그래도 비뚤어지고 뒤틀린 성격이라 사는 게 빡센데, 여기서 더 예의가 없어지고 인내력이 하락하면 얼마나 더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는 걸까?


빌어먹을.


아직까지는 온갖 노력으로 기본적인 윤리 의식 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스탯을 깎아 먹고 또 깎아먹으면, 나중에 어떤 인간이 될지는 지원도 몰랐다.


눈치 없는 병신.


사회성 제로.


기분 나쁜 사람.


미친놈.


가정교육 못 받은 새끼.


정신병자.


니가 그러니까 따돌림 받는 거야.


사이코.


야, 저기 니 남친 지나간다.


레벨이 0이었던 시절부터 들어온 가지각색의 욕.

힘이 생기고, 본성을 억누를 수 있게 되면서 욕을 먹는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지원의 삶은 여전히 고달팠다.


무엇보다 버거운 건, 본래의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상실감.

어떻게든 ‘나’를 되찾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고 있지만, 문득문득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지원은 무서워졌다.


[캐릭터 특성1: 싸가지 없는 돌아이가, 그딴 거 신경 쓰지 말고 개구리 새끼나 조지라고 소리칩니다.]


[캐릭터 특성5 :인내 하는 자‘가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으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다독입니다.]


지원은 한숨을 삼켰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 세상엔 인성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N.S.C의 세계관에는 육체, 지능, 스킬 등의 스탯을 올릴 수 있는 ‘정수’라는 아이템이 존재하는데, ‘인성의 정수’ 역시 존재했다.


손에 넣기가 극악으로 어렵기는 했으나, 어쨌든 존재하는 희망.

지난 3년간 지원은 어렵게 어렵게 3개의 정수를 구했다.


인내의 정수 2개와, 지혜의 정수 1개.


1개는 죽을 고생을 해가며 찾아냈지만, 2개는 개당 31억을 주고 샀다.

그때까지 모은 전 재산에, 대출까지 받았다.


.

.

[제한 시간 2분 20초]


[제한 시간 2분 19초]


[주의: 스킬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띠링띠링.


점점 더 크게 울리는 알람.

그러나 지원은 제한 시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카르델은 이미 전투불능 상태니까.


얼굴을 알아 볼 수도 없게 망가진 카르델이 지원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머리가 깨졌고, 코와 입에선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카각! 카가가!


다 죽어가고 있음에도 송곳니를 딱딱 부딪치며 지원을 노려보는 카르델.

지원은 한동안 말없이 카르델의 얼굴을 쳐다봤다.


“...미안.”


흩날리는 흙먼지 속.

검지 손가락에 화염탄을 장전한 지원이, 한숨을 뱉으며 눈을 감았다.


총성과 함께, 게임이 끝났다.


[오크 지휘관 카르델을 처치했습니다.]


작가의말

오늘 쉬려고 했는데, 

내일 쉬겠습니다.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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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미친 마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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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프리퀄 +1 23.06.12 60 4 10쪽
12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2 +2 23.06.04 69 4 11쪽
11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1 23.06.02 80 4 11쪽
10 집에 가고 싶다. +1 23.06.01 90 5 11쪽
9 본능을 억누르는 인내 스탯. +2 23.05.31 94 3 11쪽
» 등가 교환과 자기 파괴. +1 23.05.29 103 5 11쪽
7 귓속말, 누구나 잡생각에 시달린다. 23.05.28 104 6 14쪽
6 3년 간의 성과. 23.05.27 113 4 11쪽
5 분노 수치와 이상한 스킬. 23.05.26 118 8 12쪽
4 식민지 던전(D.colony) 23.05.25 133 7 14쪽
3 이제는 저것들이 NPC라는 생각도 안드네. 23.05.23 150 9 10쪽
2 3년 후, 어느 던전 내부의 숲속. +1 23.05.22 206 9 9쪽
1 ※ 본 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2 23.05.22 299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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