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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미친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카레빔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3.05.21 20:44
최근연재일 :
2023.06.12 15:3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20
추천수 :
79
글자수 :
65,853

작성
23.05.22 01:58
조회
299
추천
11
글자
10쪽

※ 본 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DUMMY

[캐릭터 밸런스가 붕괴됩니다.]


[무지성 스탯 배분으로 캐릭터의 성격이 엉망진창으로 뒤틀리고 있습니다.]


[경고합니다. 타고난 ‘인성’ 및 ‘성향’에 관련된 스탯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겠지만,

그때 그 경고 메시지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1.



사건의 발단은 3년 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지원은, 컴퓨터부터 켰다.

귀가 도중 즐겨하는 게임의 후속작이 출시 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게임에 목숨을 거는 타입은 아니지만, 누구든 살다보면 이상하게 확 꽂히는 영화나 소설, 게임 같은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2055 NEW SEOUL CITY]

지원에겐 이 게임이 그랬다.


대충 씻고 구매한 게임을 로딩하자 새카만 화면 속에 [PART.2를 설치합니다.]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렸다.

3% 4% 5% 느릿느릿 올라가는 로딩 바.

지원은 간단히 먹을 컵라면과 캔 음료를 챙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가 이리 느려. 빨리빨리. 빨리빨리 좀 돼라.”


5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막바지에 이른 로딩 바.


...97% ...98% ...99% 지원은 오프닝 화면이 떠오르는 순간 라면을 뿜었다.


뭐야 이거.


PART.1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미친 퀄리티.

지원은 입을 닦는 것도 잊은 채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봤다.


“대박. 제작사 놈들이 약을 빨았나? 이게 가능한 그래픽이야?”


■[2055 New Seoul City.] PART.2 ■


번쩍이는 타이틀 아래로 펼쳐지는 근 미래의 서울.

스모그에 휩싸인 한강 위로 도심의 야경이 일렁이고, 복잡하고 붐비는 거리마다 네온사인이 요란했다.

첨단의 교통수단과 낯선 차림의 사람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빌딩 숲 사이로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둥 둥 둥 둥 BGM으로 쓰이는 일렉트로닉 비트가 고조됐다.


그리고 그때, 도심 속의 전광판이 일제히 켜지며 붉은 입술의 아나운서가 나타났다.

백지장 같은 얼굴에 색기 가득한 눈빛.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아나운서가 이쪽을 향해 생긋 웃더니, 2055년의 뉴스를 전달했다.


“분위기 미쳤네...”


뉴스의 형식을 빌린 게임 설명.

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상사태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정체모를 게이트가 발생하고, 마수가 쏟아져 나오고, 선택받은 몇몇 인간이 이능력을 각성한 세계.


수년 전 게임이 첫 출시되었을 때만해도 단물 빠진 헌터물에 ‘어설픈 사이버펑크’를 섞은 개쓰레기라는 악평이 대부분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유저들에게 재평가 됐다.


■띠다트s : 이 게임 쓰레기인거 맞음? 10분 해봤는데 몰입도 미쳤는데?


■웃대인 : 응 개명작. 평론가 새끼들 븅신인 듯.


■평론가를 평론한다 : 사골 헌터물 + 어설픈 사이버펑크임. 근데 지금까지 나온 오픈월드 싱글 RPG 중 최고임. 그래픽 오지고, 디스토피아 분위기 나름 괜찮음. 10점 만점에 8.8점.


■독고노총각 : 야, 나 오늘 헤어졌는데 게임 시작하면 잊을 수 있냐?


■alfodptjdhs여중생 : 이 게임. 너희들 미래에요.


■독고노총각 : 야, 나 오늘 헤어졌는데 게임 시작하면 잊을 수 있냐?


■평론가를 평론한다 : 마도공학자나, 제작 관련 클래스로 시작할 수 있으면 개꿀임. 트럭 개조해서 파이어볼 쏘고, 시내버스에 바람의 정령 귀속시키면 날아다닐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 이거 일반적인 싸이버 펑크물 아님. 세계관 개 독특함.


■독고노총각 : 야, 나 오늘 헤어졌는데, 게임 시작하면 잊을 수 있냐?


■평론가를평론한다 : 독고노총각 꺼져. 미친 새끼가 2시간째 저지랄하고 있네.


■alfodptjdhs여중생 : 곧 후속작 출시해요. 좀 많이 바뀔 거구요. 부디 엔딩보는 플레이어가 있길 바래요.


◇나 : 어? 후속작?


◇나 : 저기 여중생님. 진짜인가요? 후속작 나오나요? 어디서 소식 들으셨나요?


■aalfodptjdhs여중생 : 진짜에요.


■평론가를 평론한다 : 저 말을 믿음?ㅋㅋ 제작사 홈페이지 폐쇄된 지가 언젠데. 불후의 명작 남기고 산화했음. 후속작도 업데이트도 없다.


■alfodptjdhs여중생 : 진짜라니까요.


■독고노총각 : 야, 나 오늘 헤어졌는데 게임 시작하면 잊을 수 있냐?


■평론가를 평론한다 : 미친 노총각 새끼야 딴 데 가서 놀라고.


몇 년 전 어느 게임 커뮤니티에서 나눴던 이야기.

그때 제작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슨무슨 여중생’라는 닉네임이 했던 말이 맞았다.


지원은 아나운서의 설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 보니 캐릭터 생성 방법은 PART.1이랑 똑 같으려나. 그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지원의 바람과 달리 캐릭터 생성 방식은 PART.1과 똑같았다.


출시 당시 개쓰레기 게임이라고 욕먹은 이유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


이 게임은 황당하게도 유저가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N.S.C의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계정 기록 제공’ 란에 동의하시고 10분간 기다려주세요.]


[당신의 계정으로 활동한 모든 인터넷 기록을 수집, 분석하여 당신과 흡사한 맞춤형 캐릭터를 만들어 드립니다. (당신이 본 영화, 도서, 공연 및 문자내역, SNS, 각종 댓글과 커뮤니티 활동 등 참고 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분석에 사용됩니다.) *비동의로 인한 환불 신청은 제작사 홈페이지 Q&A를 참고하세요.]


그깟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무슨 개인정보까지 털어 가냐고 게시판이 쌍욕으로 도배되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 또한 일부 유저를 중심으로 재평가 됐다.

게임 캐릭터가 ‘현실의 나’와 흡사하니 몰입도 자체가 여타의 게임과는 비교도 안됐기 때문.


문제는 늘 비스무레한 캐릭터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지원 같은 경우에는 PART.1을 50번도 넘게 플레이 했는데, 주구장창 염화술사만 생성됐다.


물론 인터넷상에 다른 캐릭터를 생성하는 팁이 돌기도 하고, 지원 역시 몇 번은 다른 클래스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편법을 사용해봤지만, 결론은 늘 염화술사였다.

변화가 있다면 염화술사 앞에 붙는 수식어가 고작.


5번째 플레이 할 때는 -그저 그런 염화술사-였고,

13번째 플레이할 때는 -예의 바른 염화술사였으며,

33번째인가 34번째 플레이 할 땐 -호구 같은 염화술사-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분석결과, 당신의 맞춤형 캐릭터는 -어중간한 염화술사-입니다.]


“아, 또냐.”


모니터 속에 나타난 캐릭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면접이라도 보러 가는듯한 어색한 정장 차림으로, 그저 그런 크기의 불덩어리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캐릭터는 누가 봐도 지원 그 자체였다.


오른쪽 상단에 분석 결과가 간략하게 서술됐다.


[유년시절에는 남자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당신.

그러나 이제는 사회에 길들여져 적당히 도덕적이고, 적당히 예의바른 남자로 성장했군요. 가정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그럭저럭 해내고 있지만,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엔 야성이 숨어 있습니다.

촛불만한 야성.

다시는 유년시절에 꿈꾸던 수컷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정의롭고, 아주 가끔 분노하며, 아주 가끔 멋을 부릴 줄 아는 당신에겐 이 호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중간한 화염술사-

실망하지 마세요. 어중간한 게 흠은 아닙니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N.S.C]를 플레이 하세요.

당신이 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또 모르잖아요? 당신의 강점은 성실한 자세니까.

성실하게 도전해보세요.

응원할게요.]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도발하는 것 같기도 한 메시지.

PART.1에서 이 비슷한 내용을 50번도 넘게 봤으니 내성이 생길만도 한데, 볼 때마다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데 어쩌겠어...”


착잡한 마음으로 커스터 마이징을 마친 지원이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췄다.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능력치를 배분하는 창을 클릭했다.


캐릭터에게 부여된 능력치는 유저에게 최적화 된 상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망캐가 되는 걸로 모자라, 플레이 도중 정신병에 걸린다거나,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급사해버리지만, 지원은 무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어중간한 염화술사로는 전과 똑같이 죽도 밥도 안 될 테니까...“


까짓것 사망하면 다시 플레이하면 되지, 뭐.


지원은 될 테면 되라는 식으로 능력치를 재분배했다.

힘, 체력, 민첩 등 기본적인 신체능력은 건드리지 않았지만, 캐릭터의 ‘인성’을 결정하는 창에서는 과감하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지혜, 준법, 협동, 예절, 효도, 정의, 인내 등등 20개도 넘는 인성 항목.

[N.S.C]의 세계관에서 ‘인성’은 마법 스킬만큼이나 주요한 생존 수단이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목표는 천재 염화술사.


인성에 관련된 스탯을 마구잡이로 뽑아낸 지원이, 화염 재능과 관련된 항목에 때려 부었다.

스탯을 배분하는 중에, 성격에 결함이 생기고 있다는 메시지가 수도 없이 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캐릭터 특성 란에 ‘돌+아이’가 추가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신이 강하게 깃듭니다.]


[막말의 달인. 나쁜 남자의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분노와 충동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그때 지원은 그래서는 안됐다.

캐릭터 생성 완료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정전이라도 된 듯 주변이 캄캄해졌고, 귓가로 컴퓨터 쿨러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위이잉-


영혼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

정신을 차렸을 때, 지원은 게임 속 서울 어딘가에 내던져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3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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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미친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프리퀄 +1 23.06.12 60 4 10쪽
12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2 +2 23.06.04 69 4 11쪽
11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1 23.06.02 80 4 11쪽
10 집에 가고 싶다. +1 23.06.01 90 5 11쪽
9 본능을 억누르는 인내 스탯. +2 23.05.31 95 3 11쪽
8 등가 교환과 자기 파괴. +1 23.05.29 103 5 11쪽
7 귓속말, 누구나 잡생각에 시달린다. 23.05.28 104 6 14쪽
6 3년 간의 성과. 23.05.27 113 4 11쪽
5 분노 수치와 이상한 스킬. 23.05.26 118 8 12쪽
4 식민지 던전(D.colony) 23.05.25 133 7 14쪽
3 이제는 저것들이 NPC라는 생각도 안드네. 23.05.23 150 9 10쪽
2 3년 후, 어느 던전 내부의 숲속. +1 23.05.22 206 9 9쪽
» ※ 본 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2 23.05.22 300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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