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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미친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카레빔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3.05.21 20:44
최근연재일 :
2023.06.12 15:3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617
추천수 :
79
글자수 :
65,853

작성
23.05.26 02:16
조회
117
추천
8
글자
12쪽

분노 수치와 이상한 스킬.

DUMMY

1.



언뜻 봐도 칠십 마리가 넘는 비둘기.

온 세상이 구구구구 거리는 소리로 뒤덮인 듯 했다.


“저... 저거 오크들이 부리는 ‘비명 비둘기’가 맞는 거죠?”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강철민.

성소희를 비롯한 나머지 두 각성자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맙소사. 저렇게 많은 비명 비둘기는 처음 봐.”


강철민은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헌터 생활 7년차. 오크 종족이 ‘수렵용 새’로 사냥감을 추적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비명 비둘기를 본 건 처음이었다.


꿀꺽.


철민은 마른 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비둘기의 숫자가 많다는 건, 비둘기를 부리는 오크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는 뜻이 아닌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오크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지?

백 마리? 이백 마리?


그때, 각성자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지원이 말했다.


“야 니들. 오크 놈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까 쫓기고 있었던 이유가 뭐냐고. 내가 보기엔 저 비둘기 떼. 오크 놈들이 니들 잡으려고 띄운 거 같은데.”

“그, 그게...”


“어버버 거리지 말고. 빨리 말해.”

“그, 그게... 그게 말입니다. 그... 그...”


“...”

“그... 그...”


“...”

“그... 그 있지 않습니까....”


“...”

“그, 그게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멘탈이 나갔는지 어버버 거리는 강철민.

지원이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패드립으로 철민의 정신을 바로 잡아줬다.

어지간하면 좋게좋게 대화하고 싶은데, 이 근육 아저씨는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나도 지저분한 욕하는 거 싫으니까, 정신 차리고 말해.”


“네. 아, 네. 네. 그, 그러니까... 뭐더라? 열 시간 전인가? 호숫가를 지나가던 중에 목욕하는 오크가 한 마리 보여서 헌팅을 했습니다. 헌팅에 성공하고 전리품을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오크들이 튀어나오더니 저희를 쫓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목욕?”

“네.”


“암컷이었어?”

“네? 그건 왜...”


“대답이나 해.”

“네... 생각해보니까 몸의 생김새가... 여자 오크였던 것 같습니다.”


철민의 대답을 들은, 지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니들 진짜 이 던전에 들어온 이유가 뭐야. 무슨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영등포 던전에서 암컷 오크를 건드리는 건 자살행위.

던전에 서식하는 이계 종족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헌팅 한 오크 종족의 경우 여성성을 숭배했다.


지원이 대충 설명해주자, 철민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래서 죽기 살기로 쫓아왔었던 거군요.”

“...”


“근데... 이제 어쩌죠?”


지원은 또 한 번 패드립을 날릴 뻔 했지만, 참았다.

패드립 또한 지원의 ‘캐릭터 특성’에 영향을 받는 행동이라, 이성(理性)으로 억누르는데 한계가 있지만... 패드립 만큼은 참으려고 노력한다.

자괴감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띠링-


[캐릭터 특성 ‘막말의 달인’이 무력화 됩니다.]


[울컥 짜증이 치밀어 올라 ‘분노 수치’가 상승했지만, 미리 복용한 신경 안정제와 인내력으로 무마합니다.]


[치솟았던 분노 수치가 13->9로 안정화됩니다.]


[주의 : 당신에게 있어 ‘분노 수치’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관리에 신경 쓰세요.]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신 지원이 각그랜저로 걸어갔다.

뭐가 어쨌든 오크들이 추격해 오는 이유를 알았으니, 대처를 해야 할 때.

차 트렁크를 열고, 그 속에 가방을 뒤적거리던 지원이 원통형 물건을 꺼내들었다.


나무 재질에, 겉면이 낙서로 뒤덮인 그것은 고블린 망원경.

‘고블린 망원경’은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망원경으로, 시중에서 5만 원정도 하는 저가 아이템이다.


지원이 철민에게 망원경을 던졌다.


“아저씨. 이거 가지고 저기 나무 위에 올라가.”

“네? 갑자기 어째서...”


“답답하네. 높은데 올라가서 오크 놈들 오는 방향이랑 숫자 파악하라고.”

“...”


“시키는 대로 해. 살고 싶으면.”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철민은 그 즉시 고릴라처럼 나무를 타고 올랐다.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망원경을 눈에 대고 살피자, 북서쪽 저 멀리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오크 떼가 몰려오는 게 보였다.


“어느 쪽이야?”

“11시 방향입니다!”


“숫자는?”

“그... 그...”


“대충 말해.”

“이, 일 백. 아니, 이 백쯤 되는 것 같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많은 숫자.

지원이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괜한 바보들이랑 엮여서 귀찮은 일에 휘말렸지만, 어찌 보면 다행스러운 일.


‘얘들. 그냥 보냈으면 죽었겠네.’


좋게좋게 생각하자.

지원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철민에게 내려오라고 말한 뒤, 각그랜저에 올라탔다.


“뭐해? 타.”

“네?”


“빨리 타라고. 살려줄테니까.”



2.



지원은 모두가 타는 즉시 액셀을 밟았다.

회전하는 타이어 밖으로 터져 나오는 흙먼지.


지원은 울룩불룩한 산길을 시속 50km의 속력으로 달렸다.

온 사방이 나무로 뒤덮여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됐으나, 숲속에서 2백이 넘는 오크와 맞붙고 싶진 않았다.


일단은 숲을 빠져나가 개활지로 이동하는 게 우선.

도주 할 것인지 싸울 것인지는 나중에 판단하기로 했다.


“어! 어! 아, 앞에 바위요! 바위가 있습니다!”

“알아.”


“저기 그 쪽으로는 길이 없는 것 같은데! 왼쪽으로 가시는 게 어... 어... 뭐하시는 겁니까! 왜 굳이 비탈길로! 으악!”

“...”


“그... 제가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운전을 너무 위험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상자도 있는데 조금만 속도를...”

“아저씨. 입 좀 닥쳐.”


각그랜저가 숲을 벗어난 건 25분 후.

다행히 차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뒷좌석에 앉아 있던 각성자가 토사물을 쏟아냈다.

순간 지원은 ‘메인 퀘스트’에 관련된 인연이고 뭐고, 이 새끼들을 전부 패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치솟았으나, 이를 악물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시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띠링-


[분노 수치가 11-> 19까지 급상승합니다.]


[최근 3개월 사이에 가장 큰 변동 폭 입니다.]


[주의하세요. 분노 수치가 40를 넘으면, 캐릭터 특성인, -분노 조절 불가자-가 자동 발휘됩니다.]


분노 수치가 21을 넘자, 시스템 창 옆에 나타난 분노 게이지.


자동차 계기판 같이 생긴 그것은 총 10개의 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사십. 그러니까 4단계가 넘어가면 지원의 의지로 분노를 컨트롤 하는 게 힘들어진다.


세 번째 캐릭터 특성인, [분노 조절 불가자]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지원은 신경 안정제를 한 알 더 씹은 뒤, 카 오디오를 틀었다.

스피커로부터 튀어나오는 바다르체프카의 소녀의 기도. 강철민이 왜 갑자기 음악을 트는 거냐고 물었지만, 지원은 대답 없이 멜로디를 따라했다.

특정 음악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음악 치료기법이다.


“...저기 어쩌실 생각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


“자꾸 말 시켜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너무 불안해서 그러는데...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신지 한마디만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이대로 포탈까지 갈 거니까. 걱정 마.”


“그러니까 도망가겠다는 말씀이시죠?”

“어.”


강철민은 그 말을 듣고서야 안도했다.

2백 마리도 넘는 오크 떼와 싸우는 건 미친 짓.

철민은 혹여나 이 남자가 스스로의 힘을 과신하여 엉뚱한 짓을 벌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포탈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다 보면 오크들은 자연히 떨어져 나간다.

‘식민지 던전’의 포탈 주변엔 각성자들이 아주 많으니까.

그곳엔 길드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도시도 존재하고, 정부 소속의 헌터들도 주둔하고 있었다.


‘살았다.’


강철민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돌렸다.

사이드 미러 저 멀리로, 코뿔소를 타고 쫓아오는 오크 떼가 보이긴 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코뿔소 따위가 자동차를 따라잡을 리 없을테니.


그런데 그때였다.

운전을 하던 지원이 카 오디오의 볼륨을 줄이더니,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네?”


“아까 나무 위에 기어 올라가서 제대로 본 거 맞아?”

“네? 네, 맞습니다!”


“그럼, 저 앞에 저것들은 뭔데.”

“네? 어? 어? 저게 뭐지.”


전방 저 멀리로 보이는 거대한 모래먼지.

그곳에는 또 다른 오크 무리가 각그랜저를 향해 돌격해오고 있었다.


“이,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히 북서쪽에서 접근해 왔는데...”


사색이 된 철민.

아무래도 처음 발견한 오크 무리에 정신이 팔려, 다른 방향에서 오는 무리를 못 본 모양이었다.


“아저씨.”

“...네.”


“아니다.”

“...”


“집에 가면. 어머니한테 잘해. 고생 많으셨을 텐데.”


지원은 패드립을 삼키며, 악셀을 밟았다.

될 수 있으면 충돌 없이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각이 안 나온다.

동쪽으로 가면 호수로부터 이어지는 큰 강이 나올 테고, 서쪽은 주구장창 숲이니까.

결국엔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어? 어? 뭐 하시는 겁니까?”

“....”


“저기 말입니다. 그... 그... 왜 오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시는 겁니까? 오, 오, 오른쪽으로 꺾으시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이보십쇼! 제, 제가 실수 한 건 맞는데... 그래도 저 앞으로 곧장 달려가시면 충돌하지 않습니까? 아니, 왜 그러시는 겁니까. 이보십쇼. 이보...”

“아저씨 나 진짜 이렇게까지 하긴 싫은데. 미리 사과할게.”


지원이 주먹을 뻗어 철민의 턱을 돌려 버렸다.

그 즉시 축 늘어져버린 철민.

지원이 신경 안정제 한 알을 또 씹어 먹으며, 뒤에 탄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이 아저씨 안전벨트 매줘.”


지원은 속력을 더 높였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오크 떼의 실루엣.

전방에서 다가오는 오크의 숫자는 대략 2백쯤으로, 코뿔소에 탄 놈도 있었고, 늑대를 탄 놈도 있었고, 말을 탄 놈도 있었다.


‘암컷 하나 잡았다고 이 정도 규모가 몰려 올리는 없고... 헌팅 한 게 족장의 딸이라도 되는 건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광분하는 오크들.

선두에 선 오크들이 창과 도끼를 휘둘러대며 괴성을 질러댔다. 700미터, 600미터, 500미터. 그때, 이제껏 조용히 있던 성소희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


“제가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스킬 몇 개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됐어.”


오크들과의 충돌까지 100미터.

말없이 달리던 지원이 대시 보드에 손을 올린 뒤 중얼거렸다.


“변형 스킬, 파이어 카(fire car).”


지원의 손으로부터 시작 된 불길이 차 전체로 퍼져나가며, 자동차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파이어 카’는 이 세상에서 오직 지원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스킬.

시스템 창 위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띠링-


[공용스킬 ‘파이어 볼’를 재창조 한, 변형스킬 ‘파이어 카’가 발동 됩니다.]


[총 17개의 파이어 볼이 2038년식 각그렌저와 마학반응(magical reaction)을 일으킵니다.]


[3초]


[2초]


[1초]


[매지컬 리액션 결과 양호.]


[차체 내부에 각인된, 7개의 보호 마법이 순차 발동합니다.]


[외부 온도가 상승합니다.]


[외부 온도가 상승합니다.]


[차 안은 안전합니다. 승차감이 상향됩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활활 타오르는 자주색 각그렌저.

난생 처음 보는 해괴한 스킬에 성소희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놀란 각성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깬 철민까지 꽥꽥 거렸다.


“다들 입 닥치고...”

“...”


“뚫고 갈 거니까 꽉 잡아.”


콰과과광--


흡사, 거대한 파이어 볼처럼 오크들의 무리 속으로 쏘아지는 각그랜저.

쾅! 쾅! 쾅! 쾅! 오크 놈들의 대갈통이 터지는 비트 사이로, 소녀의 기도가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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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미친 마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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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프리퀄 +1 23.06.12 60 4 10쪽
12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2 +2 23.06.04 69 4 11쪽
11 Part.1의 네임드 NPC 김용두 1 23.06.02 80 4 11쪽
10 집에 가고 싶다. +1 23.06.01 90 5 11쪽
9 본능을 억누르는 인내 스탯. +2 23.05.31 94 3 11쪽
8 등가 교환과 자기 파괴. +1 23.05.29 102 5 11쪽
7 귓속말, 누구나 잡생각에 시달린다. 23.05.28 104 6 14쪽
6 3년 간의 성과. 23.05.27 113 4 11쪽
» 분노 수치와 이상한 스킬. 23.05.26 118 8 12쪽
4 식민지 던전(D.colony) 23.05.25 133 7 14쪽
3 이제는 저것들이 NPC라는 생각도 안드네. 23.05.23 150 9 10쪽
2 3년 후, 어느 던전 내부의 숲속. +1 23.05.22 206 9 9쪽
1 ※ 본 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2 23.05.22 299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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