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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김에 세계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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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작품등록일 :
2017.05.02 20:02
최근연재일 :
2017.06.11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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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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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20

작성
17.05.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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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글자
9쪽

3. 소년 영주 데미안 (6)

DUMMY

꿀꺽.

데미안이 마른 침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한동안 고심하더니 이수호를 바라보았다.

데미안의 눈동자는 지진이 일어난 듯 떨렸으나, 그는 자신을 쏘아보는 이수호의 날카로운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정 그것을 원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데미안은 잠시 말을 끊으며 이수호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당신께서 외부에 뜻이 있으시다면, 저는 훌륭한 협력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호오! 요것 봐라?’

“외부에 뜻이라?”

이수호의 되물음에 데미안은 화색을 띄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소프라고 했나요? 그 소녀가 보여준 괴력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게다가 네리아라는 마법사의 실력 또한, 상식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들을 말 한 마디로 부리는 당신의 힘은 훨씬 더 대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계속.”

“아마,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이 즐비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몬스터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에 이런 견고한 성채를 세울 수도 없었을 테지요. 또한, 이런 비밀스러운 곳에서 힘을 기른다면 무엇인가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몬스터의 천국이란 말이지······. 하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긴 했었지.’

하루에도 수 차례, 많을 때에는 열 차례 가까이 몬스터가 습격해 왔다. 그때마다 일일이 처리하는 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차라리 오우거처럼 포인트라도 많이 주는 놈이면 좋겠는데, 그보다 급이 낮은 트롤이나 오크 같은 것들이면 신경만 쓰일 뿐, 영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해하고 있긴 한데, 나에게는 오히려 좋은 방향이야.’

데미안은 이곳을 비밀스러운 단체의 근거지 정도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행보를 시작할 때, 자신을 교두보로 삼아 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수호 역시 사람을 발견한 이상, 이곳에만 틀어박혀 있을 생각이 없었다. 환상 속에만 그리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좀이 쑤시기도 했다.

무엇보다 병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지구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여행도 해 보고 싶었고, 이름을 날리고도 싶었다.

이미 조건은 충분하지 않은가?

또한, 앞으로 영지의 사람들을 모두 깨우고 나면 외부와의 교류가 필요하기도 했다.

‘영주란 말이지.’

비록 어리기는 하나, 데미안은 영주였다. 어쭙잖게 상인들을 찾아 교류를 트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지 대 영지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괜찮아 보였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곳이 그렇게 위험하다는 데, 영주라는 자가 변변한 호위조차 없이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제법 머리를 굴렸군.”

이수호의 목소리에 데미안이 반색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졌다.

“하지만 의문이 있단 말이지.”

“그게, 어떤 의문이십니까?”

“명색이 영주란 자가, 이런 위험천만한 곳에 호위도 없이 홀로 들어온 점.”

“아! 그건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십여 분에 달하는 긴 설명이었으나, 내용을 간추려 보자면 이러했다.

몇 달 전, 갑자기 전대 영주인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고,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던 데미안이 급히 영지로 내려가 작위를 계승했다.

그런데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자리에 오르자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주변 영지에서 일제히 들이 민 차용증이었다.

데미안은 말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전대 영주인 아버지는 사치를 즐기지 않았고, 오로지 영지민을 위한 정책에 힘쓰는 검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크기도 작고, 세수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자금을 쓰는 탓에 빚을 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수작이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주변 영지들이 모두 연합해 압박하는 데에는 데미안도 딱히 방도가 없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항변해봤자,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고, 행여나 영지전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신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홀로 이곳에 들어온 것입니다. 오우거는 무리더라도, 트롤 몇 마리만 사냥해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데미안은 잠시 말끝을 흐리며 이수호의 눈치를 살폈다.

“게다가?”

“후우······. 어차피 제 목숨줄은 당신에게 달려 있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게는 타이탄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죠. 또한, 돌이켜보니 주변 영지에서 제 영지를 압박하는 이유 역시, 이것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이탄? 그건 또 뭐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곧바로 물을 수는 없었다. 만약 타이탄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상식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상대가 의심을 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감상, 병기나 마법 아티팩트 같은데. 그것도 목숨이 노려질까 외부에 함부로 밝히지도 못하고, 다른 영주들이 노릴 정도로 매우 값진 병기.’

대충 단어의 뜻을 유추한 이수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

“역시, 그렇겠죠?”

눈을 반짝이며 되묻는 데미안의 모습에 이수호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어쩐지 순진한 소년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안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야. 그만큼 절실하다는 이야기니까. 이럴 때 도와주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앞으로의 관계에서 우위를 주장하기도 편할 테고.’

데미안에게는 안 된 일이었으나, 이수호에게는 조건이 꽤 좋았다.

‘그리고 괜히 전면에 나서서 귀찮은 일을 맡는 것보다는, 그럴싸한 대리인을 내세워 귀찮은 일을 떠맡기고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었지만, 아직은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았다. 또한, 아무런 지지기반 없이 갑자기 세력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그보다는 데미안과 그의 영지를 교두보 삼아 천천히 세상을 알아가면서, 차츰 세력을 넓히는 방향이 좋을 듯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판타지 세상이라면 이종족도 있는 것 아닌가? 엘프라던가, 엘프라던가, 엘프 같은 것 말이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이수호는 꾹 내리 눌렀다. 그것 역시 상식이라면 상대에게 괜한 의문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꼭 찾아봐야겠군. 반드시!’

마음 속으로 깊이 다짐한 이수호가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잠시 기다리도록.”

“예?”

이수호는 데미안의 물음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열려 있는 성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드르르르르륵.

데미안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닫혀가는 성문을 바라볼 뿐, 감히 뒤를 쫓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 * *


‘흐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성문을 들어선 이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으로 들여보내기 전, 울음을 터뜨렸던 소프의 모습이 적잖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어 신전에 다다르자, 제단 옆에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앗!”

이수호를 발견한 소프가 벌떡 일어나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이수호의 팔을 붙잡고 헤실거렸다.

“히힛! 영주 오빠! 나 잘한 거지? 그치?”

“응? 아, 그렇지. 잘했어.”

얼떨떨한 얼굴로 소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네리아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네리아가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었다.

“그럼 오늘은 고기 먹는 거야? 응?”

‘아······. 그런 건가?’

소프는 유달리 식탐이 강했다. 그 작은 몸에 어떻게 그 많은 음식이 들어가는지 신기할 정도로 먹어댔다. 더욱 신기한 점은 과장 좀 보태 자신의 몸통 만한 양을 먹었음에도 배는 전혀 볼록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칭찬을 하면서 고기로 꼬셨나 보네.’

소프는 빵이나 스프도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고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포인트를 아끼느라 그동안에는 3포인트짜리 영양식만 먹었으니 고기가 고플 만도 했다.

‘귀엽네. 예쁘기도 하고.’

소프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한층 더 부드럽고 정성스러워졌다.

소프 덕분에 좋은 정보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도 했다.

물론 소프는 전혀 그런 생각을 못 했겠지만, 그것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상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니까.

“네리아.”

“예. 마스터.”

이름을 부르자 네리아가 날 듯이 달려와 이수호의 남은 한쪽 팔에 달라붙었다.

‘이것도 복이지. 복이야.’

입꼬리에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이수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잠시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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