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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김에 세계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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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작품등록일 :
2017.05.02 20:02
최근연재일 :
2017.06.11 09: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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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20

작성
17.05.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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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 일단은 간단한 것부터 (3)

DUMMY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한 이수호가 네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네리아. 내가 일주일이나 잠들어 있었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잠들었어?”

이수호의 물음에 네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두 잠들었어요. 일단 영주성 지하로 옮겨두기는 했는데, 아무도 깨어나지 않아서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고생··· 많았겠네.”

물기마저 느껴지는 네리아의 목소리에 이수호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크흠! 그나저나 네리아, 미드가 제법······.’

조금 전까지는 머릿속이 복잡해 제대로 느끼지 못했건만, 그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가슴에 와 닿는 말캉한 감촉이 확연히 전해졌다.

또한, 그것을 느끼자마자 신체의 일부가 반응을 보이려 했다. 신체 건강한 남자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 게다가 네리아가 모니터를 뚫고 나온 듯한 미녀였으니 반응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일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추한 꼴을 보일 수는 없지.’

이수호는 지금까지 네리아가 자신에게 보인 행동들을 돌이켜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 호감임을 깨달았다.

‘잘 가꾸고 쌓아가도 모자랄 판에, 그것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수는 없지.’

생각과 동시에 이수호가 네리아를 품에서 떼어냈다.

“크흠! 그럼, 지금 영지 안에 깨어 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인가?”

“소프까지 셋이에요.”

“소프? 라노의 언니라는 꼬맹이인가?”

영지 안의 꼬마들은 대략 서른 명. 일일이 기억하기에는 많은 숫자였으나, 소프와 라노라는 자매는 이름이 워낙 특이했기에 기억할 수 있었다.

“꼬맹이 아니야!”

문밖에서 어린아이 특유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수호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큼직한 눈망울에 천진한 표정을 짓는 어린 소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인형처럼 예쁜 아이의 얼굴은 확실히 낯익었다.

“소프? 그런데 그 돌멩이는 뭐야?”

“아! 이건······.”

소프는 황급히 돌멩이 든 손을 등 뒤로 감췄고, 네리아가 대신 대답했다.

“소프랑 저랑 번갈아가며 영지를 지키는 중이에요.”

“몬스터가 있는 건가?”

“네. 그런데 전에 저희가 상대하던 것들과는 조금 달라요.”

“약해! 한 방이야!”

네리아의 대답에 이어 소프가 폴짝 뛰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보여 이수호가 슬쩍 머리를 쓰다듬자 소프가 헤실헤실 웃으며 몸을 꼬았다.

‘일단 움직여 볼까? 계속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니.’

생각과 함께 이수호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네리아와 소프가 얼굴에 ‘왜’라는 물음을 얼굴에 띄운 채 그를 바라보았다.

“집무실이 바로 맞은편이었던가?”

“깨어나신 지 얼마 안 되어 몸도 아직 불편하실 텐데, 조금 더 쉬시지 않고요. 게다가 아까는 두통도······.”

“일단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말이야.”

이수호는 걱정이 담긴 네리아의 말에도 천천히 걸어 방을 벗어났다.

문을 열고 방을 나서자 휑한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장식이라고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문이 보였다.

‘확실히, 그대로네.’

이곳이 원래부터 휑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이수호가 영지 함락 미션을 시작했을 때에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장식품과 가구가 영주성에 그득 들어차 있었다.

어차피 클리어가 불가능한 미션이었고, 몬스터에게 함락당하면 다 부서질 것들이었으니, 제작사에서 성공한 영주의 삶이 이렇다는 것을 느껴나 보라는 의도로 꾸며 놓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수호는 그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팔아 치웠다. 그리고 그 자금을 토대로 병력이 착용할 무기를 비롯한 각종 소모품, 식량 등을 사들였다.

그 결과가 지금처럼 휑한 풍경으로 나타났다.

둔탁한 문을 열자 마찬가지로 휑한 집무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책상과 의자를 빼면 빈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없군.’

방 안을 둘러본 이수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불멸의 제국에서 영지의 모든 기능은, 영주성 지하 깊숙이 자리한 곳에 있는 코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각 영주의 집무실에는 그 코어를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의 머리만 한 수정구 형태였는데, 그곳에 손을 올리면 홀로그램이 펼쳐지며 영지의 각 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고, 각종 명령의 하달과 병력의 통제까지도 가능했다.

‘하긴. 상태창 같은 명령어도 안 먹혔는데, 그런 게 남아있다는 것도 이상하겠지.’

이수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밖으로 나가 볼까?’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쏘이고 싶었다.

문 앞에서 몸을 돌리자, 네리아가 소프가 다시금 ‘왜’라는 질문을 얼굴에 품은 채 이수호를 바라보았다.

“밖에 나갈 생각인데.”

“나도! 나도 영주 오빠랑 나갈래!”

외침을 내뱉은 소프가 재빨리 이수호의 손을 붙들었다.

‘영주 오빠? 애는 또 어떤 스토리가 있기에······.’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으나, 굳이 지금 물을 필요는 없을 듯싶었다. 고작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고, 이처럼 친근하게 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뭐, 이왕이면 같이 보는 것도 좋겠지.”

이수호가 허락하자 네리아가 옆으로 다가와 남은 한 손을 수줍게 잡았다.

‘이건 뭐, 양손에 꽃이네?’

모니터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녀와 장래가 촉망되는 미소녀가 경쟁하듯 달라붙으니 이수호는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현실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겠지.’

어렸을 적부터 그의 별명은 ‘뼈가죽’이었다. 말 그대로 뼈와 가죽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서 붙은 별명이었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시한부 진단을 받고 나서야 이수호는 그것이 선천적인 질병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외모 덕분에 이수호에게 접근하려는 이성은 없었고, 그 역시 굳이 접근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아! 설마, 호감도 때문인가?’

현실에서의 부족함 덕분인지 이수호는 게임 내의 여성 캐릭터들을 살짝 편애했고, 그 결과 영지 함락 미션의 마지막 즈음에는 영지 내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호감도를 한계에 가깝도록 끌어올릴 수 있었다.

‘레벨과 같은 수치는 보이지 않지만, 힘은 그대로라고 했으니. 호감도 역시 확인할 수 없을 뿐, 그대로 작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무엇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지만, 뭐 어떤가? 남자라면 누구나 흐뭇해할 상황임에는 틀림 없었다. 슬쩍 양옆을 바라본 이수호가 피식 웃으며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뭐,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 * *


스아아아.

숲 내음을 양껏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사방은 온통 숲이었다. 그리고 성벽 근처의 땅은 일정 넓이가 검게 물들어 있었는데, 네리아의 소행으로 보였다.

‘몬스터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겠군.’

영지 함락을 클리어하면서 여유가 될 때마다 성벽을 업그레이드했기에 성벽은 30미터가량으로 높았다. 하지만 주변 숲의 나무들은 그보다 더 높았다.

만약 그냥 두었다면 나무를 타고 온 몬스터들이 영지 안으로 들어와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네리아.”

“네?”

눈을 둥그렇게 뜨며 바라보는 네리아에게 이수호가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성벽 주변, 네가 한 거지?”

“아, 네······.”

어쩐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 네리아의 얼굴에는 혹시라도 이수호가 자신을 탓할까 걱정하는 빛이 떠올랐다.

“잘했어! 좋은 방법이야. 역시 영지의 유일한 마법사다운 현명한 판단이었어.”

“아! 네에에에······.”

네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푹 고개를 숙였다.

“나도! 나도 이걸로 몬스터 때려잡았단 말이야!”

“그래그래. 소프도 잘했어. 착해. 아주 착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소프는 초승달 눈매를 만들며 좋아라했다.

“그런데 몬스터 시체는?”

문득 생각난 것을 묻자 네리아가 영지 중앙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주변의 오두막과 다를 바 없는 크기의 신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중에 영지가 발전하면 신전의 규모도 커지고, 신관 NPC도 생기겠지만 아직은 그냥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초라한 건물일 따름이었다.

“신전에?”

“제단이야! 제단에 올리면 사라져!”

이수호의 되물음에 소프가 폴짝폴짝 뛰며 대답했다. 그리고 신전을 바라보느라 잠시 머리에서 떨어진 이수호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렸다.

푸스스. 푸스스스스.

검게 물든 땅과 숲의 경계에서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일어났다. 그리고 게임 속 오우거를 닮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흉악한 몬스터가 수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에잇!”

이수호가 수풀 쪽을 바라보는 동시에 소프가 짧은 기합과 함께 손에 든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쐐애애액!

쿠워어······. 케엑!

우렁찬 포효를 터뜨리려던 몬스터가 돌멩이에 얻어맞고는 픽 쓰러졌다. 쓰러지는 놈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마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헐······.’

이수호는 살짝 놀란 얼굴로 쓰러진 몬스터와 천진하게 웃는 소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이거··· 조심해야 하나? 응? 잠깐! 그러고 보면 영지에서 가장 강한 건 나였잖아?’

생각이 동하자 문득 몸을 움직여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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