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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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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최근연재일 :
2024.08.23 16:1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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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02
추천수 :
718
글자수 :
17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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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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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27)

DUMMY

“김 의원 장남인 김인후 재일건설 사장. 강모라는 빌런조직과 암거래를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모르는 일입니다.”

“김인후 사장이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마석과 자재를 헐값에 유통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 저는 들은 적 없습니다.”

“본인 자식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모릅니까?”

“그놈 나이가 벌써 마흔이요. 제 손을 떠난 지 오래됐습니다.”

“그럼 이번 세금 추징할 때 발견된 막대한 양의 현금.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출처가 어딥니까? 강모패거리입니까? 아님 강남파입니까?”

“···.”

“대답을 하세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르신도 언론이나 세간의 공격을 당하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회의원 행세를 계속한다.


“이거 김 의원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국회의원 활동이나 제대로 하겠습니까? 뭐가 자꾸 모르겠고 기억이 안 납니까? 평소엔 그렇게 잘 기억하는 양반이.”

“···.”


모르쇠로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심술쟁이처럼 보였다.

이런 식으로 아몰랑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명호는 정동진에게 쉽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확실한 증거를 잡았음에도 그 경중이 약하기에 쉽게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김 의원님. 과천 출신이시죠?”

“맞습니다.”

“이만회. 아십니까?”

“그게 누굽니까?”

“어허. 모르세요? 과천에서 천지회 교주로 활동했던 사람이요.”

“그거 사이비 아닙니까?”

“본인이 더 잘 아시겠지요.”

“아시다시피 요즘 일이 바빠서 고향에는 일절 내려가질 못했습니다.”

“알긴 누가 알아요. 저희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압니까? 근데 김의원님은 아셔야죠. 이만회가 운영하는 종교로 돈세탁하셨죠? 그러니까 집에 그리 돈이 쌓여있지 않았습니까?”


치밀하게 조여오는 수사망에도.

김 의원의 표정은 온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모든 걸 통달한 사람처럼.

너희 우매한 청중은 나의 큰 계획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그런 사실 없습니다.”

“확실합니까? 검찰에 지금 증거가 충분하다고 하는데도요?”


블러핑도 통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검찰 사정을 훤히 내다보고 있을 테니.

제대로 된 확실히 증거가 있지만 증거채택으로 애를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 증거를 가져오세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청문회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다.

그 어떤 것도 엮을 수 없었다.

김 의원 본인에게는 꽤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딴 청문회에 소환되었으니까.

안 그래도 내부출혈이 심한데 외부에서도 이렇게 닦달을 하니 속으로는 담즙을 삼키는 듯했을 것이다.

딱 거기까지였다.


“이상 청문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던 정동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신명호 팀장의 말이 모두 맞았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거의 목숨까지 걸었던 임무였다.

사활을 건 만큼 김 의원을 끌어내리기라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르신에 닿기에는.

이 사회는 구조 자체가 달랐다.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김 의원의 뒤를 쫓았다.

그의 옆에 찬 검을 매만지며.


청문회장을 나서는 김 의원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발도해서 지면을 박차고 뛰쳐나가면 그뿐이다.


각성자도 뭣도 아닌 일반 사람일 뿐이다.

기자들이 몰려있는 회장으로 가기 전에 처리하고 사라지면 된다.


들키면?

어르신 한 명을 골로 보냈다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것만 같았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발걸음을 재촉해 사정거리까지 좁힌다.

이 거리라면 실력 있는 각성자라도 반응하기 어렵다.

죽일 수 있다!


스르···


그 순간.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그의 손을 압박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무엇이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이 덜덜 떨린다.

뽑으려는 강한 힘과 그걸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힘의 충돌.

정동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그때, 신명호 팀장이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동진아. 어르신은 보이지 않는 힘에 보호받는다. 그래서 우리 위에 군림하시는 거야. 알겠냐? 네 알량한 호기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짜샤.”


그때는 그저 포괄적인 의미의 힘을 보이지 않는 힘이라 묘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정동진은 직접 그 ‘보이지 않는 힘’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문자 그대로였다.


보이지 않는 힘이 정동진을 억제하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기자들이 있는 야외로 나간다.

보는 눈이 많아지면 암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정동진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문 손잡이를 열고 당당히 밖으로 나갔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 정동진.

그는 노력했지만, 넘을 수 없었다.


비참했다.

호기롭게 어르신의 권력에 도전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냥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이 상황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명령에 죽고사는 목줄 묶인 사냥개가 된 기분이었다.

정동진은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어르신의 충성스러운 사냥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래··· 난 힘을 원했을 뿐이다. 그 힘의 정의가 어르신이라면. 어르신을 따르면 된다.’


정동진의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하려던 찰나.

지금 막 밖으로 나간 김 의원에게 무수히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쏟아졌다.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의혹은 전부 해소된 겁니까?”

“현재 아드님은 어디에 있죠?”

“비자금의 출처는 공개하시지 않습니까?”


김 의원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전부 지나갈 일이다.

그가 구속당하거나 끌어내려질 일은 없을 거다.


다른 어르신들이 그걸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

틈조차 없는 어르신들이 자랑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흠이라도 생기면 안 되는 일이니까.


“자자, 한 분씩 차근차근···.”

“어이, 김씨 늙은이.”


청문회에서조차도 평온했던 김 의원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


터업-

콰직-


마치 성난 들소처럼 다가온 석두의 행동에 주변에 몰려있던 기자들은 홍해처럼 갈라졌다.

그리곤 그의 무시무시한 손이 김 의원의 얼굴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다.


“면상도 뭐 같은 게 쪼개기는 뭘 쪼개. 뭘 잘했다고, 이 족팡매야.”


각성자와 비교하면 한없이 약하디약한 몸이 시멘트 바닥에 메다 꽂혔다.

보통 각성자라도 석두의 저 힘에는 웬만하면 저런 꼴을 면치 못했을 거다.


플래시 세례가 터지고.

기자들이 오히려 석두에게로 몰려왔다.


“지금 무슨 짓을 하신지 아십니까?”

“범죄를 일으킨 동기가 무엇입니까?”

“이 씨부럴 새끼들이. 범죄는 김씨 늙은이 새끼가 저지른 게 범죄고.”



*



국정원 취조실.


한숨만 푹푹- 내쉬는 신명호 팀장.

그리고 그의 앞에 당당하게 웃고 있는 석두가 있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냐?”

“모르고 했겠습니까?”

“하아··· 진짜 개또라이네.”

“너! 아무리 그게 정당했다고 하더라도! 감히 어르신에게 덤빈 거야. 알아?”

“압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지금은 고작 그 수갑을 차고 있겠지? 근데 그뿐인 줄 아냐?”

“이 수갑이요?”

“야야. 아서라. 그거 대각성자용으로 만든···.”


찌지직.

파삭.


“그, 그게 이런 식으로 소리가 나면서 끊기면 안 되는 건데··· 쩝.”

“이딴 구속이 통할 거라 생각했습니까?”

“하아···.”


신명호는 대략 난감했다.

이때까지 석두의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국정원에서는 어떤 인물, 특히 빌런을 특정할 때 위험등급을 정한다.

활동내역과 위력, 전투력, 영향력 등을 고려해 1급부터 7급까지.

그리고 7급 이상이면서 국가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 같은 빌런을 특별히 지정해 ‘국가재앙급’이라 불렀다.


아직 빌런이라 특정 짓진 않았지만.

그들이 평가한 차석두의 등급은···


국가재앙급.


그가 만약 빌런으로 돌아선다면.

국가에 재앙이 될 것임이 자명했다.


오늘 김 의원을 폭행하는 희대의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무작정 차석두를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각성국 국장 또한 석두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에 더 난감했다.

이러면 국회와 각성국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나라와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관의 대립은 안 된다.

서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야. 이번은 우리가 어떻게든 커버친다. 알겠지? 그러니까 넌 자중하면서···.”

“굳이.”

“뭐?”

“굳이 이제 숨길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건 무슨 소리야?”

“제 가족까지 건드렸습니다. 그 씨부럴 어르신 새끼들이요.”

“야야. 말 좀···.”

“제가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와 약탈해 갔는데.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있으라고요?”

“아니, 일단은 자중하면서 기회를 보면···.”


신명호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그는 단박에 깨달았다.

이 녀석의 눈빛.


절대로 꺾이지 않겠구나.

당장에 살육파티라도 일으킬 듯한 기세였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차석두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서울지역에서.

아니, 대한민국 전체에서.

차석두의 힘이 미래에 대한민국의 존속을 위협할 국가재앙급 빌런보다 강하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그 새끼들 발가벗겨서. 잘근잘근 씹어먹을 겁니다.”

“야야. 김 의원만으로 충분하잖아! 안 그래? 지금 혼수상태라잖냐?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대.”

“다른 어르신이 가만있을 거 같습니까?”

“내가! 아니, 우리 국정원이 어떻게든 중재를 설게. 넌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인재야. 유능한 인재가 이런 식으로 썩는 건 옳지 않다고.”

“어르신께 전하세요.”

“뭐?”


석두는 잘 알고 있었다.

국정원이 어느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지.

과거에는 석두 또한 그 어르신 밑에서 온갖 일을 했었으니까.

그게 정의라 믿었고, 그것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리석었던 시절에 말이다.


“이 의원님. 예의상 먼저 쳐들어가진 않겠습니다. 근데··· 한 번만 더 선 넘으시면. 그때는 못 참습니다.”



*



어두운 조명.

몇몇 실루엣만 보이는 방 안에 어르신들이 모였다.


“김 의원은 어떻게 됐답니까?”

“흐음··· 식물인간을 면치 못하겠다는군요.”

“허허. 김 의원 그거. 그럴 줄 알았습니다. 우리 꼭두각시로 세워놨더니 일을 너무 벌였어요.”

“크흠. 정 의원님. 그거 지금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까?”

“허허. 박 의원님.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냥 김 의원 얘기지요.”

“자자, 다들 지금 서로 싸울 때가 아닙니다. 어서···.”


끼익-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그리고 딸깍- 소리와 함께 조명이 켜졌다.


“다들 어둠의 자식들도 아니고. 불은 왜 안 켭니까?”

“어험험. 이 의원님. 오셨습니까?”

“최 의원이 또 에너지 낭비라고 안 켰지요?”

“허허. 굳이 서로 아는 사이에 이리 밝을 필요 있나요.”


유유히 방 중앙으로 걸어오는 이 의원.

그는 국정원이 은밀히 모시는 어르신이자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권력가다.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어디 더러운 일 합니까?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좋은 이미지를 쌓고 살아야죠. 안 그래요?”

“맞습니다.”

“예에.”

“이 의원님 말씀이 타당하십니다.”


다들 이 의원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였다.

결국 어르신 중에서도 높고 낮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원이 정점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김 의원 습격했던 공무원?”

“하여간 김 의원 때문에 저희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게 통하지 않았던 겁니까?”


이 의원의 질문에 모두 침음을 삼켰다.


“이례적인 일이군요. 아주 위협적인 일이구요.”

“크흠. 그 공무원이 무슨 술수라도 부린 거 아닙니까?”

“그 ‘힘’이 술수 따위에 파훼 되는 거였다면. 여기 서 있는 의원님들 전부 죽었습니다.”

“빨리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먼저 회유가 첫째입니다.”

“회유요?”

“그래요.”

“그놈 그거. 완전 맛이 갔잖습니까? 가족 건드렸다는 이유로 김 의원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저희라고 다르겠습니까?”

“우린 다르게 대하면 되지요.”

“다르게?”

“김 의원의 빈자리. 메꿔야지 않겠습니까?”

“예에?”


이 의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개천에서 용은 본보기로 항상 나와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 김 의원처럼요.”

“크흠.”

“예.”

“그럼··· 차기 국회의원으로···.”

“네. 저는··· ···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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