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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최근연재일 :
2024.08.23 16: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8,851
추천수 :
718
글자수 :
170,442

작성
24.07.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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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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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5)

DUMMY

“이거, 한 그릇 더요.”

“···.”

“빨리요, 흐름이 중요하다면서요? 흐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석두도 잘 인지를 못 했다.

청국장집에서 그것도 예쁜 여자와 면상을 맞대고 청국장을 먹고 있다니.



*



2시간 전.


밤새 야간 운동을 조졌더니 허기가 졌다.

벌써 해가 떴고 집에는 조만간 들어가겠다고 했으니.


밥부터 먹어야지.

근처 자주 가던 청국장집이 있다.

거기에 들러서 배 좀 채우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차석두 씨.”

“누구시죠?”


생전 그와는 연이 없을 거 같은 인물이 석두에게 말을 걸어왔다.

빨간 재킷과 빨간 정장 바지.

흰 블라우스를 매치한 신선한 조합.


웬만한 스타일이 아니고는 소화 자체가 안 되지만.

이 여자는 하고도 남았다.


“반가워요. 신선아라고 해요.”

“신선아?”


아무리 연예인에게 관심이 없던 석두라도 이름은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모델로도 유명하지만 신화 그룹 재벌 3세로 더 유명한 인물.

신선아.


선글라스로 얼굴이 가려지긴 했지만 그 미모만큼은 가려지지 않았다.

일반 거리에서 만날 수 없을 거 같은 인물의 등장이라 석두도 꽤 당황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저 기억 안 나요?”

“네.”

“버스에서.”

“버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비행기, 호텔, 파티에서 봤다면 그나마 고개라도 끄덕였을 테다.

하지만 버스에서?


“하이재킹했던 날이요.”

“아. 그 예쁜 여자?”

“어머.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네.”


버스 안에서 인질 동기.

한 명은 신명호였고.

다른 한 명은 20대의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신선아였다니.

이전 생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일단 제가 배고 고파서요. 달밤에 운동을 좀 했더니.”

“아. 제가 모셔도 될까요? 여기 근처에 오마카세 하나 있던데. 미슐랭 3스타라서 꽤 괜찮을 거예요.”

“아니요. 저는 청국장 먹고 싶어서요.”


허기지고 힘든 일을 한 다음에는 꼭 청국장을 챙겨 먹었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적절한 조화가 곧 근손실을 줄이는 길이니까.


“청··· 국장?”


신선아는 청국장집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꺼림칙하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죠. 들어가서 얘기 좀 합시다.”

“그러시죠.”


청국장집에 들어가자마자 주문을 했다.


“여기 청국장 3그릇이요.”

“전 괜찮아요.”

“예? 무슨 소린지?”

“전 청국장 안 먹거든요.”

“다 제껀데요?”


머쓱한지 헛기침을 몇 번 하는 신선아.


“그, 그러시군요?”

“네. 드실래요? 사드릴게요.”

“전 청국장은 안 먹어서요.”

“왜요?”

“솔직히. 냄새가 좀 역해서요.”

“재벌은 이태리 음식 같은 것만 먹나?”

“저도 된장찌개, 김치찌개 먹어요!”


발끈한 모습에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한 석두.

원래 장난 칠 때 반응이 좋으면 더 장난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랐으니 서민 음식은 안 먹겠죠.”

“아니라니까요? 오늘도 떡볶이에 순대 먹고 왔어요.”

“내장은 안 먹죠?”

“어, 어떻게 알았지?!”

“이봐. 온실 속의 화초라니까.”

“···.”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어깨가 요동쳤다.

분명 화를 삭이고 있는 듯했다.


“아주머니! 여기 청국장 하나!”


신선아의 외침.

호기롭게 도전하기로 한 도전자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석두.

그는 언제나 청국장 전도사였다.



*



“후~ 후~ 후릅.”


웨이브 탄 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질끈 묶은 신선아.

오로지 청국장을 먹고자 하는 열의로 스타일링은 잊은 지 오래였다.


“이거, 한 그릇 더요.”

“···.”

“빨리요, 흐름이 중요하다면서요? 흐름!”


석두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신선아를 보고 있었다.

여자가 청국장을 좋아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재벌에 연예인이 청국장에 환장하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이모, 여기 한 그릇 더.”


석두가 주문을 하자 남은 청국장을 깨끗이 비우는 신선아.

그리곤 그의 그릇까지 탐하기 시작했다.


“그거 다 먹었어요?”

“아뇨! 아껴먹는 거거든요?”

“칫. 제가 계산할 테니까 좀만 나눠줘요. 나올 때까지 흐름이 끊기잖아요.”


신선한 모습이었다.

신화 그룹의 재벌 3세에 모델 일로 연예계에서 일하는 화려한 스타가 청국장집에서 수더분하게 청국장을 때리는 모습.


“근데. 저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차! 맞다!”


그제야 본분을 잊고 청국장에 홀려버렸던 자신을 책망하는 신선아.

원래 그녀가 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


부랴부랴 입에 묻은 청국장을 조심스럽게 휴지로 닦아내고.

묶었던 머리도 풀어 좀 더 여유롭고, 전문적인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물론 늦어버린 지 오래지만.


“차석두 씨.”

“네.”

“그때의 실력은 잘 봤어요. 정말 대단하던데요?”

“무슨 실력이요?”

“빌런을 때려잡는 실력이요. 아주 강한 각성자예요. 당신.”


갑작스러운 칭찬에도 석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청국장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경청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희 레이드 팀에 들어오세요. 저희 서울 지부 3팀은 국내 여타 던전 공략팀 중에서도 탑에 드는 실력이에요. 업계 최고라 할 수 있죠.”


자랑스럽게 자기 팀을 어필하는 신선아.

그녀의 태도에서 자기 팀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느껴졌다.

저런 리더가 있으니 팀이 잘 될 수밖에.


“대우는 업계 최고로 해드릴게요. 무기도 없이 빌런을 때려잡던 그 모습에 저는 확신했어요. 장비만 갖춘다면 A급 헌터. 아니, S급 헌터까지 노려볼 수 있을 거예요!”

“거절하겠습니다.”

“네, 당연히 거절하셔··· 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업계 최고라는 신화 그룹에서 그것도 그룹 후계자라 불리는 신선아가 이끄는 3팀의 스카우트를 거절했으니.


“왜, 왜죠?”

“4대 보험 됩니까?”

“보, 보험이요?”

“네.”

“당연히 되죠! 저희 대기업이에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거든요?”

“연금은요? 휴가는? 업무 강도는 어떻습니까?”

“예? 지금 그게 무슨···.”


신선아는 신선한 충격을 받는 중이었다.

보통 남자는 호승심이 있고 정복욕과 명예욕이 기본적으로 있다.

그래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스카우트를 제안하면 열이면 열.

모두 넘어왔었다.


“연금도 없겠죠? 휴가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거고.”

“하,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실 거예요.”

“그만큼 위험하니까요.”

“그건!”

“업무 강도는 매일 야근에 외근에 던전에서 며칠씩 있는 일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명예욕이나 정복욕.

하물며 남자의 그 흔한 승부욕이나 호승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라면 당연히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시험해 보고 싶지 않은가?

정점에 오르고 말겠다는 그 야망 말이다.

그런데 마치 이 남자는 그 모든 것을 겪어본 사람처럼 무던하기만 했다.


“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입니다.”

“공무원이요?”

“각성자 공무원이 되면 혜택이 좋거든요. 월급 따박따박 나와. 휴가 정기적으로 내줘. 연금도 주고, 안정적이고. 일도 힘들지 않고.”

“차석두 씨는 딱 그 정도의 남자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요?”


일부로 자존심을 긁었다.

원래 남자는 이런 무시를 당하면 화내기 마련이다.


“예. 딱 그 정도. 제가 원하는 삶입니다.”

“···.”



*



“오셨습니까, 팀장님.”

“어. 미나야.”

“안색이···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오늘 있었던 일을 차마 비서에게 말할 순 없었다.

비서 미나는 평소와 다른 신선아의 모습에 집요하게 추궁했다.


“스카우트 건은 잘 해결하셨습니까? 괜찮은 인재를 찾았다고···.”

“어? 그거? 아. 그래. 음?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지?”


분명 말을 돌리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평소라면 또 자기의 미인계를 이용해서 홀렸다느니 남자는 다 똑같다느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내일 새벽에 메이크업 받고 소주 광고가 있습니다.”

“어후. 진짜 바쁘겠네. 나 오늘 염분 엄청 먹었어. 얼른 한강가서 뛰자. 미나 너도 갈 거지?”

“팀장님이 가시는 곳이면 저는 어디든 갑니다.”


미나는 더 묻지 않았다.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왔다.

난생 처음으로 퇴짜를 맞은 거다.

원래 신선아의 스카우트 성공률은 100%.


재벌 3세라는 폭력적인 타이틀을 제외하고서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을 꿈의 여인 신선아와 함께 팀을 이룬다?

거절할 남자는 없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거절한 남자가 생긴 거다.

신선아의 인생에서 첫 시련이자, 첫 남자인 셈이다.

자기를 거절한 남자가.


“저기, 팀장님.”

“응? 왜?”

“신정우 팀장님 요청으로···.”

“또 그 새끼가 뭐래?”

“경기도 일대에 생겨난 6급 던전을 클리어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구린 냄새가 났다.

6급 던전이면 충분히 1팀에서도 깰 수 있을 만한 난이도였다.

스케쥴을 모두 꿰고 있는 신선아로서는 이들이 클리어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왜?”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원 제한이 있는 던전입니다.”

“까다로운 건 나한테 짬처리 한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뭔가 구린 게 있을 거다?”

“네. 유능한 보디가드 하나 섭외해서···.”

“아니! 보디가드는 내가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어.”

“누구···?”

“차석두. 그 사람이 나 한 번 도와준다고 했거든.”


대차게 신선아를 까면서 석두도 양심이란 게 있었는지, 혹은 그저 불쌍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랑 단둘이 던전 데이트하면 생각이 좀 달라지겠지.’



*



신명호 팀장은 애꿎은 테이블 바닥만 두드리며 전화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국정원에서 명함을 건넸다.

그것도 팀장급의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 갓 각성한 남자가 이 타이틀을 포기한다고?

설사 겁이 난다고 해도 전화라도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애초에 버스에서의 그 정의감과 용기라면 겁이 났을 리가 없었다.


“왜 연락이 안 오지?”


먼저 연락하는 건 모양이 빠진다.

명색이 국정원인데.

특수요원으로 이루어진 엘리트 집단이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에 출동해 쥐도 새도 모르게 해결하는 해결사 집단이다.

그런 집단에서 먼저 스카우트 요청을 한다고?


“아니. 좀만 더 기다려보자. 곧 연락이 오겠지.”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신명호 팀장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 민철이 물었다.


“어, 민철아. 그냥.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무슨 전화를요?”

“내가 명함을 줬거든.”

“어? 그때 말씀하셨던 슈퍼루키?”

“그래. 그놈이 연락이 안 오네.”


신명호는 정동진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이미 슈퍼루키가 들어올 것이니 준비하라고 일렀다.

그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 누가 특수요원이 된다는 로망을 마다하겠는가.


특히 20대의 젊은 혈기로 가득한 남자가 말이다.

또 신명호는 그 누구보다 요원이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을 잘 보는 편이었다.


차석두는 그 누구보다 강한 요원이 될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열의로 가득 찬 눈.


“안 오면 어쩔 수 없죠.”

“뭐? 지금 우리 국정원에 인원이 부족해서 난린데!”

“아, 그렇게 절박한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절박하지. 안 그래도 국가재앙급 빌런 떴다고 지금 난리잖아.”

“그럼 먼저 연락하면 되지 않습니까?”

“먼저?”

“네.”


단순한 문제였다.

더 고픈 사람이 연락하는 거다.


‘그럴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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