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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용운 님의 서재입니다.

내 안에 회귀자 계속 흡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용운
작품등록일 :
2020.01.06 18:17
최근연재일 :
2020.01.15 21:37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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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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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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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DUMMY

"당신들이 그 필로소피아라는 곳 사람들인 거죠?"


드디어 제대로 된 옷을 입은 이강이 동승한 자들에게 물었다.


"예. 맞습니다."

"명함에는 사단법인이라고만 써 있던데 평범한 곳은 아닌가 보네요."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뒤에 앉은 이강을 돌아보았다.


"이랑 님 말씀대로 정말 기억을 잃은 겁니까?"

"누나를 알아요?"

"지금 가는 장소에서 저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나 데려가서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죠?"

"당신이 정말 기억을 잃었고 전생의 이강처럼 행동하지만 않는다면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글쎄, 전생의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닌 거 같긴 한데 그쪽이 뭐라고 나를 죽이고 말고 해요?"

"전 전생에 당신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죠. 우린 그런 관계였습니다."

"..."


비록 1회차의 이강과 지금의 이강은 다른 존재라지만, 전생에 자신한테 죽었다는 사람한테 '어쩌라고' 대꾸하기엔 민망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일행은 한국 필로소피아 소유의 빌딩에 도착했다.


"내리시죠."


자신이 죽였다는 그 남자가 직접 뒷문을 열어주었다.

이강은 괜시리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들어가자."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은 노리지가 이강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걱정 말아. 어제의 적이라고 해서 오늘의 은인을 해칠 만큼 염치 없진 않으니까."


미소를 지으며 이강을 안심시키려는 그녀의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이강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편에 서 준 그녀를 신뢰했으니까.

만난지 세 시간도 안 된 사이지만 사선을 같이 넘나들며 생긴 믿음은 깊었다.


그때 빌딩 정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아버지!"


노리지가 아버지라 부르는 남자와


'누나.'


이강이 누나라 부르는 여자였다.


"크흠!"


중년 남자가 이강의 앞에 서서 헛기침을 했다.


"한국 필로소피아 지부장 노영찬이네.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이강."


이강은 노영찬이 내민 오른손을 붙잡아 악수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신경전이 오갔다.


"필로소피아 소속 징벌자 이랑."

"동생한테 이러기야? 따뜻한 말 좀 하면 덧나나."

"지금은 공무 중이야."


친누나 이랑과도 악수를 나눴다.

말투는 딱딱하지만 딱히 적대적 감정은 섞여 있지 않았다.

워낙 공과 사 구분이 철저한 프로이다 보니 이해는 갔으나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할 얘기가 많으니 안으로 들어가지."


노영찬의 안내에 따라 지부장실로 향하는 도중, 마주친 사람들의 이강을 향한 눈초리가 뜨거웠다.


"감사인사부터 하지. 내 딸을 구해줘서 고맙네."


슬슬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찌푸릴 때 노영찬이 고개를 숙였다.


"회귀 전 생까지 합하면 5년 넘게 못 본 아이야. 하마터면 이번 생에도 영영 못 보게 될 뻔했지. 자네 덕분이야."

"뭘요. 이... 누나?"


이강은 잠시 노리지의 눈치를 봤다. 누나라고 불러도 괜찮은 듯 했다.


"누나도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서로 도운 거죠."


겸손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그녀가 그의 편에서 싸워주지 않았다면 그는 조태호의 혈마법에 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자네와 우리 사이에는 충격적인 일이지."


후룩

이강은 조심스레 커피를 마셨다.

정말 안전한 곳에 왔다는 실감이 들면서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네. 짜증나겠지만 너무 중요해서 그러니 부디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정말인가?"

"예예 정말입니다. 몇번을 묻는 건지, 그래도 짜증나는지는 알고 있네요."

"자네와 싸운 그 혈마법사도 자네가 뿌린 죄악이니 확인할 수밖에 없네. 수상한 건 사실이거든. 어쨌든 나는 자네 말을 믿어. 무례를 용서해주게."


노영찬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용서할 게요. 전생의 내가 어지간히 깽판을 치고 다닌 거 같으니까... 솔직히 나도 그 새끼 엄청 싫거든요."

"하하! 미안, 자네 입으로 그 말을 들으니까 웃음이 나오네."

"그 새끼가 내 인생에 뿌린 똥이 보통이 아니라서 나라도 욕할 거에요."


너털웃음을 치던 노영찬이 얼굴을 고쳤다.


"과거는 과거, 자네 회귀 전 일은 묻어두고 두번째 주어진 기회,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얘기하지. 이 일을 계기로 우리와 발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면 좋겠네."

"말 참 어렵게 하시네요. 난 무엇을 위해서 협력을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요. 필로소피아에 대해서도 이 누나가 있는 조직이란 거밖에 모르구요."

"나도 있어."


이랑이 손을 들었다.


"그럼 누나가 설득해봐. 왜 내가 이 조직과 협력을 해야 하는지."

"간단해. 너가 있었던 우로보로스는 국제 테러리스트라서 인류 공적으로 지정 당할 거야."

"... 지랄 맞네."


협박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누나는 진지하게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인 걸 이강은 잘 알았다.

우로보로스의 혈마법을 쓰는 조태호의 만행을 목격했는데 테러리스트란 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다행히 우로보로스의 꼬리는 유명해도 네 얼굴이나 이름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전생에는 나도 내 동생 없는 셈 치고 살았으니까. 이번 생은 달랐으면 좋겠어. 뉴스에 나와도 부모님한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지 않겠어?"

"여기는 남들 보기에 괜찮은 직장이고?"

"사람들한테 물어봐. 재앙 이후 무법지대가 된 한국에서 질서를 지키려고 제일 노력한 클랜이 어디인지. 십중팔구는 우리라고 대답할 거야."

"랑이 말이 맞아. 난 프랑스 지부에 있어서 한국 지부 사정은 전해 들었을 뿐이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 곳이야."


노리지는 친구의 말에 맞장구쳐줬다.


"필로소피아는 전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초과학연구단체였네. 자화자찬이다만 재앙 이후의 세상에서는 클랜으로 전환해 인류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했지. 필로소피아와 함께 일한다고 하면 전 세계 어디서도 푸대접 받지 않을 거야."

"생각해 볼게요."

"그러게. 하지만 서두르는 게 좋아. 곧 재앙이 닥칠 테니까."


'또?'


"마침 점심 시간인데 같이 식사나 하지. 아침도 못 먹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팠다.

아침부터 칼에 찔리고 뛰어다니고, 별 고통과 고생을 경험하느라 배고픔도 잊었다.

식사는 그대로 지부장실에서 했다. 전쟁 때문에 문을 연 식당이 따로 없다고.

이강이 구내식당에서 눈칫밥 먹지 말라고 배려해 음식을 배달해준 것이다.


"전쟁은 끝난 건가요?"

"끝났지! 군대를 끌고 직접 돌격할 게 아니라면야. 근데 병사들이 따라 줄 리가 없잖아."


그는 노영찬에게 물었는데 고기를 썰어먹으며 노리지가 대신 답했다.


"회귀 전에는 어땠는데?"

"대부분 나라가 억지로 군대를 유지해서 통제하기는 했는데 결국 무너져 버렸어. 도망칠 수 없는 재앙에서 생존을 도와줄 수 있는 건 국가가 아니라 클랜이라."


이강을 제외한 일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열변을 토해냈다.


"뭐 지금 당장은 나라 눈치를 봐야겠지만, 공무원들도 전생에 가입했던 클랜에 줄 댈 준비하고 있을 걸. 얘도 검사인데 검찰 출근 안 하고 필로소피아로 바로 왔잖아."

"내가 마지막 지부장이었으니까."


이랑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라 없이 산 지가 오래되어서 국민들도 소속감 사라진지 오래라는 거지. 그러니 이번엔 어떻게 해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 국민들이 전쟁 일으킨 나라를 의지하겠어?"

"누나는 어떻게 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치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강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재앙이라는 것이 나타났으니 그걸 깨부수고 이 게임에서 승리해 신이 된다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단순 무식한 머리로는, 세력이 아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옛날 봉건시대 영주처럼 각 지역 클랜의 권한을 인정해주고 전체적인 법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자처했으면 괜찮았을 거야."


노리지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민주정부가 붕괴해도 왕실은 살아남았어. 대형 클랜들도 왕실을 존중해서 분쟁이 있으면 왕실에 중재를 요청했고. 덕분에 한 왕실 아래에 있는 클랜들은 똘똘 뭉쳐서 협력할 수 있었고 지역 질서도 유지됐지."


쪼르륵-


"그래봤자 다 죽었지만."


탁!


그녀는 혼자 와인을 따라 원샷에 마셨다.


"그래도 이번에는 시작이 좋아! 인류 멸망을 앞당기던 악당 하나가 우리 편으로 전향했잖아? 일석이조!"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며 하는 그 말을 반박해야 할지 이강은 고민했다.


"너 취했다."

"뭐? 나? 아냐!"


친구의 지적에 그녀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냥 기분 좋아서 그래. 이렇게 보일러 틀어놓은 방에서 밥 먹고 술 마시고 한국말로 얘기하는 게... 얼마만인데."


급기야 그녀는 흑흑, 울먹이기 시작했다.

노영찬도, 이랑도 침울해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웃다가 울면 어디에 뿔 난다는데.'


이강은 회귀자들의 공감대에 끼어들지 못하고 고픈 배를 채우려 불편한 식사를 했다.


불편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필로소피아가 중요인물인 이강과 이랑의 부모님을 안전한 이곳으로 모셔왔다.

그래서 이강은 부모님을 대면하게 됐다.


"미안하다."


고개를 돌리고 먼저 내민 아버지의 오른손.

화가 나서 전화로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아버지를 보기도 싫은 건 아니었다.

오늘 악수를 여러 번 한다 생각하며 이강은 아버지와 일단 화해했다.


이강이 부모님에게 필로소피아의 제안에 대해 말하자


"잘 됐다!"

"난 대찬성이다!"


이구동성으로 두 분 모두 적극 찬성했다.

그분들의 딸이 몸담은 곳이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당연했다만, 아들 이강이 잘 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 제안 받아들일 게요."

"환영하네, 이강."


이강은 필로소피아의 클랜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노영찬은 재앙에서 도움을 주는 메시지들, 일명 시스템에도 클랜은 존재했으나 아직 창설이 안 되는 단계라고 했다.

시스템 상으로 같은 클랜에 속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고 서로 도울 수 있으니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불가살 클랜은 회귀 전 이강이 그의 대학 친구들을 모아 창설한 클랜이었다.

이강의 정체와 악행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들이었으나 조태호가 그를 죽인다고 모두 불렀고, 반대로 몰살당해버렸다.

덕분에 이강의 정체를 아는 자는 이랑이 있는 한국 필로소피아의 고위직과 우로보로스 교단을 제외하면 없었다.

남은 전생의 행적은 불가살 클랜 리더로서의 이강.

불가살 클랜은 공권력의 철퇴를 받아 마땅한 범죄를 수도 없이 저질렀지만 필로소피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2017년 12월 31일 첫 재앙의 날, 그리고 회귀의 날은 저물어갔다.

두번째 2018년 새해가 아시아의 동쪽으로부터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본격적으로 시작할 패자부활전 진행을 맡게 된 신입니다!]


첫번째 세계에서는 없었던 경박한 목소리와 함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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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혈마법사 조태호 20.01.09 101 1 12쪽
5 G급 스킬 20.01.08 123 2 11쪽
4 첫 재앙 20.01.07 130 1 12쪽
3 회귀하자마자 죽을 뻔 20.01.06 159 2 13쪽
2 회귀하자마자 죽을 뻔 20.01.06 193 1 12쪽
1 패배자들의 회귀 20.01.06 232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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