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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용운 님의 서재입니다.

내 안에 회귀자 계속 흡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용운
작품등록일 :
2020.01.06 18:17
최근연재일 :
2020.01.15 21:37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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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
추천수 :
10
글자수 :
48,057

작성
20.01.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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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귀하자마자 죽을 뻔

DUMMY

2017년 12월 31일, 이강은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늦게 자취방에 도착해 잠에 들었다.

숙취가 풀리지 않아 머리가 띵한 가운데 그의 스마트폰이 전화가 왔음을 알리며 진동했다.


"아우, 머리 아픈데 누가 계속 전화를 거는 거야... 헉."


눈을 비비며 화면을 확인해보니 '엄마'가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학기 내내 게임을 하느라 2학기 시험을 망친 이강은 침을 삼키며 전화를 받았다.


"크흠! 어, 엄마. 갑자기 웬 전화야?"

"... 강이냐?"

"어?"

"흐흑... 우리 강이..."


이강의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이강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찬물을 끼얹은듯 정신이 번쩍 깼다.


"왜 울어? 무섭게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흑, 강이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다행이다, 다행이야!"

"내 목소리 들어서 다행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처음에는 자신의 성적을 보고 울기까지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들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누가 나 죽었다고 사기라도 쳤어? 보이스피싱 전화라도 받은 거야?"

"응? 그건 무슨 말이니?"

"왜 죽은 사람 목소리라도 듣는 것처럼 우는데."

"설마... 강이 너, 기억 못하는 거니?"


어머니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 후 이강에게 믿을 수 없는 기현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 개꿈 꿨어?"


미안하지만 솔직히 이강은 어머니가 전화로 해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자상하시지만 보살이니 도령이니 하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부적을 사오는 등, 이강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얘가, 진짜래두! 어디 나만 그렇대? 니 아빠랑 누나도 다 그래!"

"아빠랑 누나까지?"


하지만 어머니가 가족 이름을 팔아서 거짓말을 할 분은 아니었다.

아버지, 나아가 누나까지 같은 말을 했다면 얘기가 달랐다.


"지금 Tv에서도 뉴스 진행하는 앵커들이 막 울고 불고 보통 난리가 아냐. 강이 너는 왜 기억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잘 됐다! 그거, 기억해서 좋을 게 못 되니까..."


어머니는 연신 다행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아 알았어. 일단 끊어."


이강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일단 통화를 끝냈다.


어머니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문구는,


[속보] 인류, 회귀했다


메인 포털 사이트에 걸린 기사의 제목이었다.


"... 뻥 아니고 진짜야?"


회귀,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다는 뜻이다.


이강의 어머니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멸망한다는 미래를 맞이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강의 부모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죽음으로 끝이라 생각했던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재앙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12월 31일로, 모든 인류가 미래의 기억을 가진 채 돌아온 것이다.


'근데 왜 난 아무 기억도 안 나지?'


하지만 이강에게는 이날도 그저 평소와 다름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원래는 미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자신이 정상이고, 회귀했다는 이들이 비정상이어야 하는데 정반대였다.


이강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켰다.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마다 새 메시지가 수백개 씩 쌓여 있었다.


이강은 전날 함께 술을 먹었던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 들어가 메시지를 보냈다.


[니들도 회귀했냐?]


곧바로 친구들의 욕설 섞인 격한 메시지가 이강을 반겨줄 줄 알았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누군가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로 숫자가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럼에도 답은 없었다.


이강이 재차 메시지를 보내려는 때,


삐빅-


현관 잠금장치가 풀렸다.


6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풀 수 있으니, 우연히 잠금장치를 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비밀번호를 아는 누군가가 그의 자취방에 찾아온 것이다.


이강은 의아해하면서 그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비밀번호를 눌러 잠금장치만 풀고 어디로 가버린듯, 조용했다.


어쩌면 환청일지도 몰랐다.

이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직접 잠금장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어났다.


'잠깐, 혹시 도둑 아냐? 이상한데.'


이강은 현관문이 가까워지자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저 문을 열면 숨 죽이며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둑이 칼을 들이댈 것만 같았다.


평소의 이강이라면 이런 걱정을 떠올린 자기 자신을 쫄았냐면서 비웃을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에 인류가 멸망했다는 소리를 들어서였을까?

그의 머릿속에 조심성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다.


이강은 침대 아래에 숨겨둔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꺼내들었다.

그의 누나가 자취 생활의 필수품이라며 준 선물이었다.

손바닥으로 감겨드는 그 차가운 묵직함이 든든했다.


"태호냐?"


이강은 시험삼아 자신이 비밀번호를 알려준 제일 친한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것이 녀석의 장난이든 도둑의 함정이든, 문 밖의 누군가 반응하길 기대한 것이었다.


쾅!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벽과 부딪쳤다. 만약 이강이 문 앞에 있었다면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크게 다쳤을 것이다.


12월의 찬 공기가 방 안에 밀어들어오며 보이는 누군가는 이강의 동기이자 절친, 자취방 근처에 살고 있는 조태호가 맞았다.

얼굴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가격표도 떼지 않은 식칼을 들고 있는 침입자를 여전히 친구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적어도 조태호는 이강을 친구라 생각하지 않으리라, 틀림 없었다.


"덮쳐!"


조태호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강의 친구와 선배가 좁은 현관으로 들어왔다.

그리 넓지도 않은 방 안이 장정 셋으로 가득 차버리고, 이강이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는 완전히 막혔다.


상황을 이해하려 구태여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모를까?


그들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처음 접해보는 살기에 당황한 나머지 이강은 손에 든 무기를 반사적으로 내던졌다.


깡!

"윽!"


야구방망이는 머리가 커 대두라 놀리던 선배의 머리통에 직격하며 맑은 금속음을 냈다.

어제 술자리에서 이강에게 놀림받으면서도 순박하게 웃음 짓던 착한 선배였는데...

그 순둥이의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압도적인 분노, 살의였다.

그토록 무서운 눈을 이강은 처음 보았다.


야구방망이를 던지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무기였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식칼보다는 리치가 길었는데 간격을 유지했다면 1:3도...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이런 헛생각이 드나.'


그깟 야구방망이 계속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리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발악은 방망이 한번 휘두르고 푹- 칼에 찔리는 것이었을 텐데.


이렇게,

푹-

"끄아아!"


'시발 개아파!'


비명을 지르는데도 그들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사람을 칼로 찌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냉정함.

이 사람들이 정녕 자신의 친구, 자신이 알던 그 사람들이 맞는 걸까?

죽는다면 이유라도 알고 싶은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죽기 싫었다.


하지만 한번 더, 선배가 손을 움직였다.


푹-

"꺼어..."


의식이 시골집 전등처럼 깜박깜박거렸다.


'죽는 건가... 왜?'


짝!


눈이 슬슬 감기려는 때 누군가가 볼따구를 쳤다.


"이강."


조태호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어조로, 친구가 말했다.


"불가살 클랜은 배신자를 용서치 않는다. 세상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한번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 불가살 클랜은 영원히 용서치 않는다. 눈을 똑바로 떠라, 배신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힘 없이 내려앉은 이강의 눈꺼풀이 억지로 들어올려졌다.

희미한 이강의 시야로 조태호, 그 옆에 피 묻은 식칼을 들고 서 있는 선배,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후배가 보였다.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두들, 다시 시작한 세상에서도 불가살 클랜을 두려워 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미친 놈!'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이강이 보기에 미친 놈이 맞기야 했지만, 영상을 찍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꺼냈을 것이다.

이건 어디 국제 뉴스에서나 보던, 테러 단체의 스너프 필름 속 주인공이 된 꼴이 아닌가.


'몰래카메라인가? 그지? 몰래카메라지? 그래 인류가 회귀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잖아?'


이강은 속으로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


'밖에 누구 없어요? 도와줘요! 사람 살려, 살려 줘!'

"쿨럭!"

'엄청 시끄러웠으니 분명 모두들 알아차렸을 거야. 벌써 경찰에 신고도 했을 거야. 5분이면 도착할 거니까 5분만, 5분만!'

"묶어."


조태호가 문을 닫는 사이 남자 둘이 수족처럼 움직였다.

이강의 몸은 힘 없이 들려 책상 의자에 앉혀졌다.

곧 팔과 다리가 피범벅이 된 빨간 노끈으로 꽁꽁 묶였다.


"배신자 이강의 처형식을 시작한다."

'5분, 딱 5분만 기다리면 경찰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살 수 있어.'


조태호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강은 마음으로 초시계를 세었다.


'1초, 2초, 3초...'


'123초, 124초... 내가 124초까지 세었나?'


'299초... 야이 개새끼야!'


조태호는 느긋하게 친구의 몸을 해부하듯 천천히 고문하고 있었다.


'태호야 제발... 그냥 죽여줘...'


이강은 처형식이라면서 그를 죽이지 않는 잔인한 친구에게 자비를 바랐다.


어느새 그의 생존의지는 꺾이고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상태, 그의 바람대로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의 시간이 멈추었다.


"억울하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강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치? 이 새끼는 왜 나를 죽이려드는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꼴을 당하는가?"


'내가 죽어서 환청이 들리는 건가?'


"아니. 넌 살아있어. 아직은 말야."


이강이 말했다.


"난 너야, 이강."


'누구야?'


"너라니까. 두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어디선가 빛덩어리가 날아왔다.


그는 볼 수 있었다.

빛덩어리 안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 이강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등에 달린 한 장의 날개를 펼치고서.


"안녕."


'... 시발. 뭐야 너.'


"신."


한때 '이강'이란 이름을 가졌던 신이 등 뒤의 날개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1회차에서 승리하여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을 2017년 12월 31일로 회귀시킨 신이지."


'너가 신이라고?'


"유일신은 아니고 신이라기엔 부족한 게 많지만 다들 신이라고 자칭하더라고. 뭐 신이 아니라 천사라고 불러도 좋고, 악마라고 해도 기분 나빠하진 않을 거야. 한낱 인간들 따위가 나를 부르는 이름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신이 날개를 접고 가볍게 착지했다.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신이 말했다.


"중요한 건 너가 지금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거잖아. 안 그래?"


'너! 너가 이 세상을 회귀시켰다고 했잖아!'


"그저 회귀하는 영혼들에게 망각의 축복을 내리지 않았을 뿐이야.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회귀자들이지. 난 개입하지 않았어.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신이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위로 얹었다.


"하지만 너에게만은 특별히 힘을 줄 수도 있어. 나는 너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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