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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용운 님의 서재입니다.

내 안에 회귀자 계속 흡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용운
작품등록일 :
2020.01.06 18:17
최근연재일 :
2020.01.15 21:3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258
추천수 :
10
글자수 :
48,057

작성
20.01.07 22:05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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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첫 재앙

DUMMY

이강은 겁도 없이 죽은 자의 영혼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망령에 몸을 빼앗기는 거일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상태창이란 건 영혼이 있어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강은 해골 병사에게 영혼을 빌려오기 전까지는, 그 영혼이 없었다는 것.

왜 신이 자신을 보고 그토록 껍데기 타령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게 내 상태창이고 흐릿한 게 저 해골의 상태창인 건가."


신체 능력치는 5가 일반 성인 남성이고 7은 평소에 몸관리를 해온 남성, 10은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남성 수준이라고 했다.

신체 능력치가 좀 더 높은 정보가 병사의 상태창인 듯 했는데 자신보다 근력은 4, 민첩은 1, 체력은 5나 높았다.

첫 재앙이 시작할 때 보너스로 올릴 수 있는 잔여 능력치가 5 밖에 안 되니 엄청난 차이였다.


문제는 이 해골의 상태창이 왜 있는지였다.

어쩌면 이강의 능력치가 된 걸지도.


'움직여보면 알겟지.'


휙-

"오!"


칼을 휘둘러 보니 불과 몇분 전과는 손맛이 달랐다.


철컥

짐덩이였던 갑옷을 입어보고 투구를 썼다. 팔보호대와 다리보호대 가죽부츠 등 남은 장비를 모조리 착용했다.


"끄응! 이건, 힘든데?"


근력에 잔여 능력치 5를 모조리 투자하라고 했던 여자의 팁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영혼을 취한 병사는 살아있을 때 이 모든 장비를 갖춰 입고 전투에 임했을 것이다.

병사의 상태창이 이강에게 적용되고 있다면 이렇게 무거울 리가 없었다.


"근력에 능력치 1 투자."


[근력 4 -> 5 (+1) 상승]


잔여 능력치를 투자하자 병사가 아닌 이강 본인의 상태창이 변화했다.

동시에 갑옷의 체감 무게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실제 능력치 상승을 체험해보니 병사의 상태창은 이강에게 전혀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방금 전 느낀 손맛은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스킬창."


[스킬]

(알렝 제식행군 - D급)

성취도 5 / 10

(알렝 제식검술 - D급)

성취도 2 / 10

(알렝 제식방패술 - D급)

성취도 3 / 10


D급이니 성취도니 하는 것은 설명을 보는 법을 모르니 신경 껐다.

첫 재앙을 통과하고 나서야 하나 습득할 수 있다는 스킬이 벌써 셋이나 있는 게 중요했다.

영혼을 흡수하고 생긴 병사의 상태창처럼 스킬창도 흐릿했다.

다만 상태창의 능력치와는 달리, 이 스킬 목록은 이강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잔여 능력치 근력에 전부 투자."


[근력 5 -> 9 {+4) 상승]


이강은 고민하다가 결국 기본적으로 주어진 보너스를 다 사용해버렸다.

방어 장비들을 다 착용하려면 팁을 준 여자 말대로 근력이 필요했다.

방어구가 필요하다는 말이 거짓일 수도 있지만, 진실이라면 뒤늦게 방어구를 가지러 적 앞에서 등을 돌려 도망쳐야 할 것이다.


'이 무게에 익숙해져야 해.'


이강은 갑옷을 입은 채 허리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가상의 적을 상상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검과 방패를 사용해도 봤다.


"핫!"


지식은 없는데 몸이, 아니 영혼이 기억하고 있었다.

평생 커터칼 말고는 잡아본 적 없는 이강은 꽤나 능숙하게 검을 휘둘렀다.


'분명 [병사의 영혼(12시간)]이라고 메시지가 나왔었어. 12시간이 지나면 이 스킬창도 사라진다.'


그러면 이강은 자신의 상태창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곧 싸우게 될 괴물들도 각자 영혼을 가지고 있을 테니, 급한 대로 흡수해서 다시 상태창을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첫 재앙에 나오는 괴물인 임펫은 약하다고 했다.


[회귀 전에 상대했던 그 임프만 조심하면 돼요. 임펫들은 사람보다 약한 대신 한꺼번에 협공하는 게 귀찮은 거니 방어가 튼튼하면 문제 없어요.]


인간보다 약한 임펫의 영혼을 흡수하는 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

12시간 내에 임프를 못 죽인다면 본인의 힘으로, 스킬 없이 싸워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포기하거나.


[중도 포기 가능한 거 모르셨어요? 이상하네, 보스방 들어가기 전에도 말해주는데. 긴장해서 그랬을지도.]


중도 포기가 가능하다니 '재앙'이라기엔 너무 친절하지 않냐고 여자에게 반문했더니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2018년 초만 해도 착각한 사람들이 많았죠. 재앙 때문에 갑자기 현대무기가 고철더미가 돼서 전쟁도 못하고, 사람이 많이 죽지도 않았으니까... 좀 더 오래 살아봤다면 절대로 재앙이 친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 거에요.]


첫번째 재앙의 우두머리 임프를 처치하면 보상으로 참가자에게 적합한 스킬을 하나 생성해준다고 한다.

기성 스킬을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렵고, 웬만한 기술 숙련도로는 스킬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죽을 때까지 한 개의 스킬만 가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한 개의 스킬마저 없으면 재앙 이후의 세계에서는 신용불량자나 다름 없고 말이다.

그래서 회귀자들은 튜토리얼 격인 첫 재앙이 포기 가능한 것을 알고도 반드시 통과해 스킬을 얻을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철걱철걱


이강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적당히 빠른 속도로 걸었다.

일정 거리마다 벽에 횃불이 걸려 있어 어둠 속 사각지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끼에엑!"


이강을 발견한 뾰족귀 난쟁이 괴물이 요란하게 괴성을 지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임펫]


괴물의 머리 위로 떠 있는 메시지 창이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처음 나타나는 한 마리 빼고는 계속 두 마리 이상이 몰려 다녀요. 그냥 죽이고 가셨죠? 그래서 고생한 거에요. 첫 한 마리를 상대하면서 임펫이 어떻게 공격하는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배워야 해요. 나중에 협공 당할 때는 정신 없어서 못해요.]


이강은 방패를 들고 자세를 낮추었다.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잡고 임펫이 먼저 공격해오기를 기다렸다.


"끼긱!"


허리에 겨우 닿을 조그만 몸만큼이나 참을성도 없는지 임펫은 곧바로 이강에게 달려들었다.


네 발로 뛰어서, 땅을 박차 점프!


퍽!


1m가 넘게 높이 뛰는 모습에 놀랐지만 이강은 큼지막한 방패로 쉽게 쳐냈다.


튕겨나간 임펫도 별 충격을 받지 않았는지 금방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퍽! 퍽!


'확실히 약해. 하지만 빨라. 이런 놈이 둘만 되어도 잠깐 한눈 팔았다가는 큰일 나겠어.'


마치 주인을 어떻게든 물어보려 애쓰는 사나운 개와 놀아주는 느낌이었다.

요리조리 방향을 전환하면서 갑자기 우측으로 돌아 오기도 하고, 점프하는 대신 방패 아래로 파고 드는 걸 시도하기도 했다.

만약 녀석의 종적을 순간 놓쳐서 흙먼지 묻은 날카로운 발톱에 할퀴어졌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헤엑, 헤엑..."


임펫이 제풀에 지치고 나니 충분히 녀석의 패턴을 관찰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푹-

"꾸익!"


부르르, 임펫의 가슴을 찌른 검면을 타고 생명이 끊어지는 감각이 전해져 왔다.

전기파리채로 모기를 잡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이강을 덮쳤다.


"... 후."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떨쳐버렸다.

상대는 자신을 죽이려 한 괴물이었고 앞으로 수십 마리의 괴물을 더 죽여야 했다.

이 자리에서 잡념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죽은 자의 영혼이 남아있습니다.]

[임펫의 영혼(30분)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죽은 임펫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니 예의 그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번에 하나의 영혼만 흡수할 수 있는 걸까?'


만약 한꺼번에 다수의 영혼을 흡수하는 게 가능하다면 다다익선이었다.

임펫이 약한 괴물이라 해도 녀석에게 유용한 스킬 하나 정도는 있을 터.

허나 실험을 하기에는 병사의 영혼을 잃었을 때 받을 불이익이 너무나도 컸다.

이강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임펫의 목을 잘라, 피가 줄줄 흐르는 머리를 들었다.


잠시 후 마주친 두 마리의 임펫은 동족의 머리를 보자마자 광분했다.


"덤벼!"


이강은 벽에 등을 맞대고 임펫의 머리를 땅에 던지며 적을 도발했다.


퍽!


똑같은 패턴이되 더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임펫들.

이강의 우려대로 딱 한 마리가 늘어났을 뿐인데 몸으로 느껴지는 위협이 장난 아니었다.


[두 마리 이상이 공격할 때는 임펫이 공격할 경로를 줄이고 반격을 연습해야 해요. 한 마리라도 빨리 죽여야 몸이 편해지니까요.]


휙!


이강이 휘두른 검이 허공을 지나갔다.

첫번째 공격을 방패로 튕겨내는 것은 쉬웠는데, 재빨리 방패로 다른 녀석의 공격도 막으며 검으로 베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서걱


그래도 네번째 시도만에 성공했다. 검에 머리가 반쯤 잘린 임펫은 단말마도 못 지르고 절명했다.


[남은 한 마리는 한번 일대일로 붙어보세요. 해보고 본인이 싸울 줄 안다 싶으면 적당히 공격적으로 임펫과 싸워도 괜찮은 거에요. 하지만 어렵다 싶으면 어쩔 수 없죠. 안전하게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수밖에요.]


"이얏!"


아뿔싸,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커 자세가 무너지자 임펫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강에게 접근해 다리를 할퀴려 했다.


뻥!


그때 이강이 임펫을 차버렸다.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축구를 많이 뛰었더니 반사적으로 발이 나간 것이다.


"끽..."


발차기 한 방에 임펫은 다리가 반대 방향으로 꺾여 버려서 움직이지 못했다.

저항하지 못하는 임펫을 검으로 찔러 목숨을 거두었다.


'이거, 공 차는 맛이 있는데?


다음 임펫 무리를 만났을 때 이강은 상체로 향하는 공격은 방패로 막고 하체를 향하는 공격은 발차기로 반격하며 전투에 임해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발로 임펫을 차버리는 데에 실수하면 그대로 다리에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지만, 가죽부츠와 다리보호대가 웬만한 할큄은 막아주었다.


[죽은 자의 영혼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략 15분 정도인가? 시계가 없으니 원."


처음 죽인 임펫의 머리는 더 이상 영혼이 남았다는 메시지를 띄우지 않았다.

죽은지 15분 가량 지난 시점에서 임펫의 영혼은 이 세계를 떠난 것이다.

시체가 해골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을 병사에게는 영혼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혹시 비상용 영혼을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해골이 예외인 듯 싶었다.

이강은 방금 갓 죽인 임펫의 머리를 잘라서 바꿔 들었다.


임펫과의 전투가 익숙해지자 세 마리, 네 마리의 협공도 견딜만 했다.

20마리가 넘게 죽이고 나니 동굴의 끝이 보였다.

통로를 가득 채운 거대한 강철문이 이강을 가로막았다.


"후우."


부족한 체력 때문에 자주 휴식을 취하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D급 알렝 제식행군 스킬이 보완을 해주어 지친 와중에도 움직일 수 있었다.


[주의. 강력한 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을 모두 처치하기 전에는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 포기하시겠습니까?]


만약 포기가 불가능했다면, 이강은 회귀 전 인류의 절반이 첫 재앙을 통과 못하고 죽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강처럼 평균 4 이상의 신체 능력치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니까.

잔여 능력치 5가 기본으로 주어진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난이도였다.


"포기 안 해."


[참가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1회차의 나는 통과했을 거야.'


우승해서 신이 됐다고 한 1회차의 이강은 첫 재앙을 거뜬히 통과했을 것이다.

비록 영혼 없는 껍데기라고는 하지만 그도 이강이었다.


'1회차의 내가 우승했었는데 또 우승 못할 것 같아?'


자신이 임프한테 죽어도 상관 없다고 한 신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2회차를 우승해서, 신이 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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