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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천년지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글문도사
작품등록일 :
2019.01.15 15:26
최근연재일 :
2019.01.15 18:58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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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7
추천수 :
11
글자수 :
134,570

작성
19.01.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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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 백지림(白志林)

DUMMY

〈쾌면(快眠)〉


-뒤척. 뒤척.-

"음냐.음냐··· 음냐.음냐···"

오랜만에 청한 잠이라, 풍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진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도 값진 잠. 그 청한 잠도 이제 끝이 날 때가 도래하였고.

끝이 다 된 시점.


"으음~ 하아~~ 아~~"

뱀이 하품을 하듯, 턱관절 벌려 숨 크게 내쉬고.

고양이 기지개 켜듯, 두 팔 벌려 늘어진 몸 추슬러 본다. 그렇게.

추스른 몸, 이제는 다 됐다 싶기에, 감긴 눈 열어 앞을 그려본 순간!


-껌벅. 껌벅.-

"일어나셨군요. 소걸.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이 외간 처자는 또 누구란 말인고?


"헤헤헤···"

눈 안에 그려진 순박한 처녀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냥 기분이 좋아, 헤벌레 웃음까지 나오고.


"시시라고 했었소? 시시. 이렇게 또 뵙게 되어 영광이구려. 아침에도 그 꺼지지 않는 미모가 실로 대단하오."

옛 버릇 남 못 준다. 하였던가?

코안에 스며든 여인의 향기에, 저도 모르게 마냥 여인의 치마 품을 끌어안고, 사탕발림하는 그였지만.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하였던가?


"소걸? 좋은 말로 할 때, 제 다리에서 손 떼시지 않겠어요? 팔 없이 발로다 수저 뜨고 싶지 않다면요."

"으응?"

비몽사몽 자다 깬 몽롱한 정신에, 그녀가 누구인지를 벌써 잊은 겐가?


"으응?? 소걸? 지금 으응?? 이라고 하신 건가요? 다음번 꿈에서 깰 때는, 제 뱃속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싶으신가 보죠?"

그렇게, 어젯밤 악몽에서 피에 물든 그녀.

피칠갑 된 수라귀에게서 살려 달라 목놓아 울며 도망 다녔으면서??


"커허;ㄼ;;"

그래. 그제야 놓고 있던 정줄 바로 잡혔는지.

어제 봤던 악귀 형상 눈에 훤하듯 비치고.


"대요괴닷!#!!!! 아알앍앜!!!"

뚫린 입에, 속마음이 그대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오고야 만다.

간이 배 밖으로 터져 나온 것도 아닐 텐데 말이지..


"뭐라구요???"

"흐읽!# 예.예.예쁜 낭자님!!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잡아먹지만 말아 주세요! 저 같은 놈은 먹어봐야 영양가도 없을·"

그런데, 혹시 그걸 아는가?

시시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괴물 취급하며 놀려대는 말이라는 걸..


"그 입 닥치지 못해요!!#!!"

-따아악!!- "꽤에엙엨!~"

그녀 또한 마음만은 청순가련 꽃다운 처녀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꾀꾸닥.-

"어.어!어!! 소걸!! 또 기절하는 건가요!!!"

"이 사람.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구만. 그새를 못 참고 또 잠을 청하는구만. 그래."

그 가벼운 손짓 한 번에, 또다시 기절해버리면 어쩌자는 겐가..


-············-


어이! 뭐 하는 거야!! 이대로 또 자면 어쩌라고!!!



〈천계인(天界人)〉



또다시 얼마나 값진 시간, 그래 흘러갔을까?

참아왔던 졸음, 이 한 번에 모조리 흘려보내고.


-스르르.-

이 정도면 되었겠지. 스르르 감긴 눈 떠, 감긴 의식 바로잡아 본다.

그래 감긴 눈 떠 앞을 내다보니..


"어! 선.선인님! 그제야 눈을 뜨셨군요!"

제 나이. 반 정도 찼을 어린아이가 화색이 된 얼굴로, 자신을 환하게 맞는 게 아니겠는가?

그것도, 선인이란 극 대우 존칭까지 붙여가며 말이지..

한데..


"선인? 히힛.. 들어서 좋긴 하다만. 살면서 그리 착한 일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이! 그 선인(仙人)이 그 선인(善人)이 아니잖아!!


"지림 누나가 일러줘서 알고 있어요! 선인님들은 천계에서 내려오신 천계인이시라면서요!"

"아."

아이의 해맑은 미소 섞인 웃음 속에, 흩어나온 천계(天界)라는 말 한마디에.

비로소, 앞서 아이가 말한 말귀의 뜻이 이해가 되리라.

아마..


"그런 시답잖지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려고 그러느냐? 천계라고?? 그딴 게 어딨다고?? 키키킷~

보아하니. 지림인가 뭔가 하는 누이가 널 골려주려고 혀를 놀린 모양인 듯한데?? 한심하게 그딴 거에나 속다니. 맹하기 짝이 없구나~ 키킼킼~"

";;;;;;"

어이! 그 이해가 그 이해였던 거냐!! 그건 방향부터 완전 다르잖아!!!


"우리 지림 누나 욕하지 마세요!~ 지림 누나 그런 사람 아니란 말이에요!~ 으아!!~~"

그렇게, 제 몸의 가슴팍 정도 찼을 아이는. 한순간.

고작, 설화로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우매한 아이로 전락되어 버린 채.

눈물을 훔치며 그가 쫓던 누이를 찾아 쪼르륵 달려나갔다고 한다..


"쯔쯧쯧~ 저렇게 순진할 수가 있나~ 어디 가서 밥이라도 빌어먹고 다니려면~ 지가 먼저 속여도 될까 말까 할 판국에~ 쯔쯧쯧~"

그렇게, 제 몸의 가슴팍에나 겨우 찼을 아이를 이겨 먹었다는 생각에. 환희로 물든 그는.

아이가 떠나간 빈자리 홀로 남아, 떠나간 아이의 흉을 곱씹으며 희열에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희열에 젖어 들어가 있기를 잠시..


-스슥. 스슥.-

"소걸!~~"

저만치 들려오는. 낯설지 않은 이 부름. 그 귀에 익은 목소리에.

희열로 젖어있던 그의 심장은, 한순간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소걸!~ 이 아이를 울린 것이 소걸인 가요!~"

그제야, 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임을 직감한 그는..


-넙적-

"zzZ. zzZ. zzZ-

일어난 자리, 도로 누워 잠든 척 코를 그르렁 할 수밖에..

하지만, 그의 그런 혼을 담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소걸? 평생 눈 감은 채 지내고 싶으세요??"

-벌떡!!-

"하암~ 잘 잤다~ 상쾌한 하루~ 오늘도 열일 다해 땀 흘려 일해볼·"

그녀의 부름 한 번에, 몸이 절로 반응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그의 본능이었고..


"소걸?"

-넙죽!-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 또 조심 하겠습니다요!"

뇌리에 박혀있는 그녀에 대한 잔상 절대 잊을 수 없기에.

이렇게, 또 한 번 넙죽 엎드려 석고대죄하였다고 한다..



〈백지림(白志林)〉



-화르르르르···-

장작불 일렁이는 그곳. 일렁이는 불빛에 시선 빼앗겨 눈 마주하고.

주황빛 물든 눈동자. 그 속에 묻혀있는 응어리에 마음 적셔 눈물 훔치고.

훔친 눈물 혹여나 누군가 볼까. 고개 어여 돌려 소매 품에 흘린 눈물 닦아내리다.


"낭자. 왜 우시오?"

하나, 이 눈에 떨어진 눈물방울, 이미 들켜버렸으니, 이를 어이하리오.


"이 답답한 사람아~ 장작불을 이렇게 가까이서 들여보니까. 눈물이 나는 게지. 그걸 꼭 말해야 알겠나??"

"아하~"

";;;;;;"

어이! 거기 두 놈! 분위기 좀 깨지 말고 나가 있지!


"아.아.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말 좀 털어놔 보시오."

흘린 눈물. 무엇이 그리 맘을 아프게 하는지. 알 순 없으나.

그대 처한 상황. 고개 돌려 눈에 이곳 넣는다면, 그 또한 금세 알 수 있으리..


습기 찬 동굴 안.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썩어 곰팡이 낀 상한 음식이 몇 점.

것조차 이제는, 구하기조차 힘든 것이기에. 입에 담기조차 힘겨운..

식량을 찾아 길을 떠난 이들은, 굶주린 요괴들의 또 다른 먹잇감으로 전락되어 버리고.

좋은 거처 찾아 여행길 나선 이들은, 이튿날 싸늘한 주검이 되어 까마귀 떼에 뜯겨가네..

아직도 귀에선, 배곯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병마와 씨름하는 병인들의 앓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직도 이 눈엔, 먼저 떠나간 식솔들의 마지막 그 순간과.

남은 이들을 자신 손에 맡긴 채. 눈을 감은 이들의 유언이 떠나가질 않네..

남은 이들을 지켜낼 힘이 자신에겐 없거늘..


"혹. 잠자리가 불편하여 그러시는 게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침울한 얼굴을 짓는 것이란 말이오?"

주황빛에 물든 그곳. 장작불에 둘러앉아.

흙빛으로 물든 그녀 얼굴. 의중 찾아 여쭈오리.

잿빛으로 물든 그녀 과거. 그 감춰있던 사연 꺼내드리오리다.


"소녀 말씀드리도록 하겠으니··· 괘념치 마시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십시오···"



수라도(修羅道).

그곳은. 인간계의 인간이 명을 이어나가기에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리라.

비옥과는 아주 거리가 먼 척박한 토지에. 식물 하나 편히 자라지 못하고.

사시사철 잿빛 먼지 낀 안개와 구름에, 그나마 자라 있던 식물조차 시들어 누워 버리리..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굶어가는 이들은, 어제까지 희망을 함께 소망했던 동족을 입에 넣고.

기아가 가져다준 악령의 속삭임에. 자신을 길러준 부모조차 살생하여 입을 줄여나가네..


살인귀(殺人鬼)

그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식탐이란 사슬에 엮여 끊임없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악귀들.

잿빛의 하늘조차 어둠으로 완전히 뒤덮인 달밤. 그것이 내려오리다.

인간이란 고깃덩어리를 찾아 잔치를 벌이기 위해..

달밤 아래 짐승들의 포효 소리가 울리고. 짐승들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술래잡기가 시작되면.

어둠 아래 인간들은 술래에게 머리카락 보일라. 그날도 꼭꼭 숨어 하루를 빌어보리다.

그래 빌고 빌어 하늘에 정성껏 기원해 보건만, 수라도엔 그런 정성 들어주는 신조차 없는 것인지.

오늘 역시 피에 젖어 사지 육신 뜯겨 나간 식솔 모습. 눈물 적셔 보내오리다.


백림가(白林家)

그들은, 인간 세계의 구원자이자, 천계에서 내린 여섯 가문. 즉[백림(白林) 유화(劉火) 한빙(韓氷) 서풍(徐風) 손전(孫電) 흑사(黑沙)]중의 하나로다.

천계의 신들과 맺은 서약에 따라, 신이 가진 힘을 내려쓰고, 그 힘을 인간 세상 널리 알려 이롭게 하는 혈통이며.

그런 혈통 대대로 이어져 온 가르침에 따라, 인간들을 굽어살피고, 요괴와 대항할 힘을 길러준 술법가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하나, 인간의 탐욕이란 끝이 없으며, 그 끝은 천계에까지 다다랐으니.

인간을 살펴 요괴에게 향해야 할 술법을, 사사로운 욕망에 따라 인간을 겨눠, 그들 머리 위에 군림했으며.

신의 제자라는 허울이란 명분 아래. 끊임없이 피를 흘려 우열을 가리고야 말았으니.

그곳에서 흘러넘친 핏물이 한데 모였다면 강이 됐으리라..

결국, 천지에 울려 퍼진 중생들의 곡소리에 눈을 뜬 백림가가, 천계에 그것을 알려 그들에게 벌을 내렸으니.

그것을 시기 질투한 다섯 가문이, 힘을 합세하여 백림가에게 칼을 겨눴노라.


그 칼끝에 백림가의 식솔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그 칼끝에 백림가의 자손들이 목이 떨어져 명을 다했고!

그 칼끝에 백림가의 핏줄들이 맥이 끊기며 사라져 갔고!

그 칼끝에 백림가의 가주이자 본인의 모친이신 백아린 그녀 또한!

그 칼끝에 사지가 분해된 채 처참하게 돌아가셨어!!

그조차도 모자라, 그들은. 그 후환이 두려워.

그마저도 얼마 없던 후손들을, 인간도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해!

다섯 가주 모두 합심하여, 술법 지고 경지인 육도 경계의 문을 열어, 우리를 이곳!

수라도에 가뒀어!!


염원(念願)

그게 벌써 1해 전 얘기야.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 왔었어.

나만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런 약속 무색할 만큼, 무사들이 하나둘 내 눈앞에서 요괴에게 뜯겨나갔어.

난, 아직 그들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 왔었어.

나만은 반드시 돌려보내 백림가를 되살릴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런 다짐 말했던 가솔들이 하나둘 오랜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 나갔어.

난, 아직 그들의 다짐에 보답해준 것이 무엇 하나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어.

날 지켜왔던 모든 사람들이 죽어갔어.

날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어.

날 지탱해왔던 모든 희망들이 꿈처럼 사그라졌어.

지금 나에게 남은 거라곤, 희망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이 전부야..


복수는 꿈도 꾸지 않아.

그저 여기 남은 아이들이 빛을 올려다봤으면 좋겠어.

그저 여기 수라도에서 벗어나. 마지막 딱 한 번 태양을 바라다보면 좋겠어.

혹, 그것이 죽음이란 대가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아이들이 빛이 내리쬐는 그곳에 갈 수 있다면..

난 마다하지 않겠어..


'설령.. 그것이 내 삶의 마지막이 될지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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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오.. 기분 좋아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네.. 아주.. 19.01.15 85 0 21쪽
23 -2권- 예고 19.01.15 50 0 2쪽
22 -(印)- 19.01.15 59 0 4쪽
21 -20- 오행육도 초대만상 전술 (五行六度 超大萬象 轉術) 19.01.15 57 0 17쪽
20 -19- 시환천존(時還天尊) 19.01.15 63 0 12쪽
19 -18- 먹이 사슬 19.01.15 60 0 13쪽
18 -17- 초월자(超越者) 19.01.15 60 0 14쪽
17 -16- 심살경(心殺境) 19.01.15 61 0 11쪽
16 -15- 개안(開眼) 19.01.15 77 0 14쪽
15 -14- 천태탈경 삼존(天太脫境 三尊) 19.01.15 57 0 10쪽
» -13- 백지림(白志林) 19.01.15 67 0 12쪽
13 -12- 괴력신녀(怪力神女) 19.01.15 49 0 11쪽
12 -11- 천외인(天外人) 19.01.15 56 0 16쪽
11 -10- 천명(天命) 19.01.15 56 1 10쪽
10 -9- 대종결선(大宗結仙) 19.01.15 58 1 13쪽
9 -8- 사계지문(四界地門) 19.01.15 72 1 13쪽
8 -7- 도굴꾼 19.01.15 85 1 13쪽
7 -6- 요옥(妖獄) 19.01.15 87 1 15쪽
6 -5- 인연 19.01.15 73 1 14쪽
5 -4- 탈출 19.01.15 75 1 12쪽
4 -3- 백림교(白林敎) 19.01.15 133 1 11쪽
3 -2- 화천녹림패 19.01.15 150 1 18쪽
2 -1- 풍기(風氣) 19.01.15 260 1 13쪽
1 -천년지회(千年之廻)- 19.01.15 4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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