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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천년지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글문도사
작품등록일 :
2019.01.15 15:26
최근연재일 :
2019.01.15 18:58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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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5
추천수 :
11
글자수 :
134,570

작성
19.01.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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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2- 화천녹림패

DUMMY

〈화천녹림패〉


"우리가 누군지 알려줄까?? 우린 이 황포산에서 가장 흉흉하고도 무섭기로 소문난 화천녹림패의 산적들이다!! 무섭지?? 그러니까 다치고 싶지 않거든, 얌전히 먹을 걸. 아니. 있는 걸 다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정말 무서울 것이다. 거지꼴인 그가 읊조려 내뱉은 말마따나..


그들은, 이 황포산 일대에서 대적 불가, 비교 불가 최강의 화적패나 다름없으니까. 문제가 하나 있다면..

황포산 일대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무뢰배들은 그들뿐이 없었기에, 고로..


"화천녹림패에 풍기라고 들어본 적이 있느냐?? 이 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시무시한 산적패 두령님이시지. 그리고 이 내가 바로! 그 풍기 님의 의형제 맹위 님이시다!! 알았으면! 당장 먹을 걸. 아니 가진 걸 모두 털어놔!!!"

속은 빈털터리 씨알도 없는 무늬만 최강인, 배 쫄쫄 굶은 배곯은 거지들이라는 것이었다.

당연지사, 그런 거지촌 거지에 씨알도 안 먹일 이야기가, 백림교 귀에 닿을 리가 만무했고..


"말이 참으로 많구나! 네 놈들이 풍위 건 맹기 건 그런 건 궁금치 않다!! 백림교의 길을 가로막겠다면. 이 백림교 진소청이 가만있지 않겠다!!"

되려, 그녀들의 화만을 돋구는 악수로 작용하고 말았으니..


-휙~ 휙~ 휙~-

소매 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비수가, 그녀의 손끝에서 벗어나 원을 그리며 대기를 가로질러 간다. 그러다가 이내..


-핏.-

거지의 씻지 않아 까매진 얼굴 볼때기를 스쳐지나, 등 뒤 나무에까지 박혀버렸으니..

한 숨을 지나, 의식이 반응을 하였을 땐..


"히읽;잌!"

목청 안에 감겨있던 비명까지 터져 나오며, 사지 육신을, 오한이란 경련이 휩쓸고 지나가고야 만다.


-슬금 슬금-

뺨에서부터 은근슬쩍 흘러내리는 선혈 한 방울에, 두 발은 스리슬쩍 뒷걸음질을 시작하고.


"흐이;읽! 칼을 던지잖아! 봐주지 말고! 우리 화천녹림패의 자랑인 도끼 맛을 보여줘 버려!!"

부하들에게, 여자라 봐줄 것 없이 살벌한 무기까지 꺼내 들고 달려들라 명령해 보지만..


"몽둥이밖에 없는데요;" "아까; 두목이 도끼 전부 가져가고. 나무막대만 손에 쥐여줬잖아요;;"

그렇다. 그들 손엔 썩은 몽둥이만이 들려있었으며, 있는 거라곤 냄새나는 또 다른 몽둥이뿐..


"허;업;;"

그렇다 해서, 이제 와 돌이키기엔 한참이나 늦었을 것이다.


"저놈들이 만에 하나 가주님께 다가서지 못하도록! 호되게 혼쭐을 내줘라!!!"

이미, 말을 타고 있던 그녀의 쩌렁한 호령 앞에, 열 개의 검이 산적들을 향했기 때문이다.


"예!!" "알겠습니다!" "가만두지 않겠어!" "흐햡!!"

-타다닷- -파밧!- -파앗!-

발을 굴러 앞으로 바람같이 달려가니, 곧 백색 천 조각이 바람결을 따라 휘날리기 시작한다.

여리여리한 여인들의 몸짓이라. 맘을 놓아선,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녀들은 누가 뭐라건, 요괴 퇴치를 본업으로 삼는 백림교에, 내놓으라 하는 살수들이기 때문이다.


-파바밧. 파악!-

고작, 약한 여인들만 골라 노략질을 일삼는 산적 패거리가, 맞설 수 있는 집단이 아니란 것이다!


-파팟! 핏!- "으힠; 괴물이야!"

솔개처럼 몸을 날아 벌처럼 검을 찔러 들어가니, 거지의 몸을 둘러매고 있던 가죽옷이 땅에 떨어져 내리고.


-타닫닫! 파아각!!- "꺼얿! 얽."

들짐승처럼 달려나가 앞발을 들어 내려찍으니, 거지의 몸이 하늘을 날아 땅에 곤두박질을 치며.


-휘릿 이잇! 댕강~- "흡; 히읽!~"

검을 번쩍 들어 올려 번개처럼 내려치니, 거지의 하나뿐인 몽둥이가 두 쪽이 되어 반으로 갈라지고야 만다.


압도적인 전력 차다!

백림교에선 무자비한 살생을 금하였기에, 손정을 베풀며 상대해주고 있건만. 그럼에도..


-휘이잉~ 쿠우웅!!- "끄;앍! 내 허리;"

이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나가떨어져 가는 남정네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그러고도.

정녕, 화천녹림패란 명패 앞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두령〉


한 편. 같은 시각, 또 다른 곳에서는..

-사삭. 사사삭-

저기 저 멀리, 삐쭉 튀어나온 수풀 한 가닥이, 살아있는 듯 요리조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필시, 자연의 움직임은 아니렷다!

자연과는 거리가 먼, 부자연의 모습에 눈을 확대하여 보니..


'(맹위! 이 자식! 뭐! 가녀린 여인네들? 니가 나를 죽이려고 작정을 해도 아주 단단히 했구나!!)'

머리 위에 풀포기 얹어, 자연과 융합되어 있는 사내가 보이는 게 아닌가? 거기에다..


'(저번에는, 왠!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여인으로 위장한 채, 남정네의 간을 빼먹는 여우 요괴가 떡! 하고 날 반기고 있더니! 이번엔 그런 요괴들을 때려잡는 살수들을 나에게 떠넘겨??)'

궁시렁궁시렁 한도 끝도 없는 한탄을 끝없이 내뱉으며 말이다.

그래. 충분히 그러할 것이다.

이번뿐이 아니라.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지지지난번에도!!

맹위라는 수하가 벌여놓은 아둔한 행실들을 다 늘여놓자면, 오늘 밤을 다 새어서도, 다 풀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스슥. 스스슥.-

'(이미, 죽은 목숨··· 나까지 괜히 엮여, 아까운 목숨 하나 더 잃을 순 없지···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음에 연이 되면 또 보도록 하자··· 그럼, 이만···)'

무성히 자란 풀 위로, 곧게 뻗은 풀포기 하나가, 슬그머니 수풀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닌가?

하기야, 무공다운 무공 하나 제대로 익혀본 적 없는 그가, 대체 무슨 수로..

저 많은 살수들을 홀로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그렇게,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려고 하던 그 순간!


"(히읽; 저희는 죄가 없습니다요! 저희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두목이란 작자가 강제로 시켜 억지로 나온 것 뿐입니다요! 얼마나 포악한 인간인지! 젓가락으로 제 목숨까지 위협하며 떠밀지 뭡니까! 그러니 불쌍한 저희들은 제발 용서해주십시요!)"

귓가에 슬며시 스며들어와 고막을 간지럽히는, 이 돼먹지도 못한 흉은 대체 뭐란 말인가?


-쫑긋 쫑긋-

하물며, 자신을 향한 빈말은, 천 리 밖에서 흘린다 해도 다 듣고야 마는 그에게 말이지..



〈험담〉


-꽈지직.- "아앍!! 여협님! 죄송합니다요!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백림교에선 아직 이렇다 할 비술이나, 이름있는 여걸들은 검집에서 검조차 뽑아 들지 않았건만..


"아이고; 아파 죽겄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살려 주세요!" "저희는 그저 두목이 시켜서 한 일이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이내 벌써, 두 발로 서서 백림교를 내려보는 괘씸한 잡배는 한 명도 존재할 수 없었다.


"두목이 시켰다 하였느냐?? 네 놈들의 두목은 지금 어딨느냐? 그 낯짝을 꼭 봐야만 겠다!!"

하나, 이렇게 흠씬 두들겨 팼다 한들, 자신들의 하나뿐인 가주님에게 칼을. 아니..

몽둥이를 겨눈 이 만행을, 어찌 눈 감고 지나칠 수 있겠는가?

이 괘씸하고 발칙한 짓을 벌인 자의 볼기짝을 빨개질 때까지 쳐야만 성이 풀릴 테지..


그렇게, 여협의 날 선 칼날이, 맹위라 하는 시컴둥이 사내의 목에 내려오고..


-싹. 싹. 싹.-

"아이고. 여협님! 제발 살려만 주시와요! 저희 두목이란 작자는 간이 콩알만 한 자라. 검이 튀기는 이런 자리엔 무서워 발도 못 붙이는 자입니다요!"

손발이 닳고 닳도록 싹싹 빌며, 하찮은 목숨줄을 연명하려 들지만. 그전에..

그 두목에 의형제라는 놈이, 자기 형제를 이리 까도 되는 거냐!!


"너희들 두목이란 작자는. 앞에 나서지도 못하다니! 참으로 배포가 작은 놈이로구나!"

"그것뿐만이 아닙니다요! 속은 어찌나 좁쌀만 한 지! 허구한 날. 잡아놓고 잔소리 쓴소리를 해대는데 아주 귀에서 피고름이 줄줄 샐 지경입니다요! 거기다! 나잇값도 못 하는지라, 얼마 전엔 잠자리에 노란 오줌을 흥건히·"

그래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맺힌 것이 얼마나 많은지, 풀어도 풀어도 씹을 거리가 줄줄이 흘러나오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휙~ 휙~ 휙~ 휙~-

저 멀리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갈색빛의 나무토막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드는 게 아닌가? 그리고..


-휙~ 빡!!- "꿰엙!"

날아든 나무토막에 꿱!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자지러지는 맹위와. 갑작스러운 상황에..


"누구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드러내지 않겠다면! 쫓아가 경을 치르게 해줄 것이다!!"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치는 여협의 모습이 지나간다. 그리고..


-펄럭. 펄럭. 퍼러럭~-

서늘서늘 불어오는 바람결에 맞추어, 하늘하늘 흩날리는 눈부신 푸른빛의 도포와..

기다란 머릿결을 쪽진 채, 등을 보이며 서 있는 의문의 도령.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풍기〉


"네 놈은 누구냐! 백림교 가주님께 얼굴을 보이고 예를 갖춰라!!"

등을 보이고 있기에, 얼굴은 알 수 없다.

말을 하지 않기에, 목소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스륵. 찰랑~ 찰랑~-

쪽진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손으로 살짝 넘기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에 맞추어, 찰랑찰랑 비단 같은 머릿결이 흩날려 가리라.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려, 그 고운 맵시를 자랑하니. 이윽고..

하얀 피부에 조각 같은 얼굴을 지닌 도령 한 분이, 반짝반짝 귀티를 흩날려 가리라. 그리고..


"이 엄한 산중에 가녀린 낭자들끼리 길을 헤매이시다, 습격을 당한 모양 이시로군요. 이렇게 딱할 수가··· 혹, 가시는 길이 저와 같을지라면, 소인이 그곳까지 안내해드릴 테니. 알려 주시지 않겠소."

분명, 같은 사내의 눈으로 들여다볼지라도, 탐을 낼 만한 용모로다. 그럴진데..


"공. 공께선 대체 누구시길래. 이 산중에 홀로 길을 걷고 계신 거지요."

하물며, 사내의 품을 그리워하는 여인이라면, 넋을 잃기에 충분할 것이다.


"병약한 부모님을 고칠 수 있는 약제가, 이곳 황포산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홀로이 산속을 걷고 있던 찰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엾은 낭자들의 구슬픈 외침에 이렇게 급히 달려오게 되었나이다."

그에겐, 그만큼, 여인네의 맘을 홀리게 하는 마성의 기운이 있었으니까..


"어쩜···"

또한, 그만큼의, 여인네의 맘을 울리게 하는 마성의 말기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협!! 저 자입니다!! 저 자가 저희 두목입니다!! 저 자가 저흴 이곳에 보낸 장본인입니다!!!"

그것을 다 합친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부족한 수하가 있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렇게, 부족한 수하에 의해, 이미 물은 엎질러져 버렸고..


"뭬야!! 분명, 저 자가 네 놈들의 머리렸다! 농간을 부리는 거라면 네 놈의 목부터 벨 것이이다!!"

산중호걸 범보다도 두려운 여중여걸 여협의 검날이, 그를 향하고야 만다.

필시,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객사에 생존 불능이렷다! 그렇다면!


"허허;; 전 서책과 글밖에 모르는 서생일 뿐이거늘. 제가 어찌 저런 화적패들과 연이 닿을 수 있단 말이요;"

그 만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을 수하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겠지만..

혀를 늘려, 이곳에서 탈출하는 수밖에..

뭐니 뭐니 해도, 제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테니까..


"네이~ 놈! 백림교에 수치를 준 것도 모자라! 선량한 사람을 볼모로 잡아 죄를 덮어씌우려고 들다니! 네 놈의 수급을 베어 그 죗값을 달게 받게 해줄 것이다!!"

"히읽; 아닙니다요!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한다 말입니까요."

그래. 인정 없는 두목이라 욕한다 한들, 어쩌겠는가..

지금에 먹는 욕 몇 사발을, 나중에 이어갈 명줄의 가치와, 값을 매기자면..

당연히, 제 목숨줄이 훨씬 귀한 것을..

그렇게, 제 수하들의 목숨줄과 바꿔, 제 목숨줄을 늘리려고 하던 그 순간!


"저희 두목 오른쪽 엉덩이엔 손톱만 한 반점이 하나 있습니다요! 저 자의 엉덩이에 반점이 있다면! 필시! 저희 두목이 분명할 것입니다요!"

도로 목숨을 거둬 들어가는 모자란 수하의 입방정에..


"뜨;힓!"

도로 귀가 번쩍 뜨이고야 만다.


"참말이렷다! 이번에도 거짓을 말한 것이라면! 네 놈의 혀를 뽑아 제단에 올리는 제물로 사용해 버릴 테다!!"

"참말이옵니다요! 저 자의 엉덩이에 반점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요!"

그나저나. 화천녹림패는 두목이나 수하나 인정머리가 없긴 매한가지로구나!


"공께 무례를 끼쳐드린다는 걸 아오나. 사정이 그러하니, 바지를 살짝 내려 보여 주실 수 없겠습니까."

-꿀꺽.-

마른 입이건만, 마른 침이 연신 꿀꺽하고 목을 적시고. 애간장에 땀방울이 이마를 적시기 시작한다.


"저; 저;; 아니 어찌! 다 큰 여인들께서! 외간 남정네의 아랫도리를 내려 치부를 볼 수 있단 말이요! 저리 썩! 물러나지 못하겠소!!"

흘러내리지도 않은 바짓단은 어째선지, 두 손 꽉 부여잡은 채 움켜만 쥐고 싶고. 초조함에 목소리는 자꾸만 기어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윽고..


"저 분의 바지를 내려! 이 자의 말이 참말인지 확인토록 하여라!"

"옛! 진 사저!"

이리 떼와 같이 달려드는 여인네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바짓단이 흘러내리니..

흘러내리는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아;앍! 그만 벗기시오!!! 아갹걁!# 내 엉. 엉덩이!!#!"

이내, 흘러내리는 아랫도리를 어찌할 방편은 없으리라.

결국..


"찾았습니다! 이 자의 우측 엉덩이에서 손톱만 한 반점을 발견했습니다!"

감추고만 싶던 치부는, 여인네들 손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졌으며..


"네 놈! 그 간사한 혓바닥으로 우리 백림교를 희롱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당장 그 놈을 잡아드려라!!!"

숨기려 했던 실체는, 자신이 키우던 부하에 의해 다 까발려졌으니. 이를 어쩌겠는가..


"옛! 진 사저!"

곤욕을 치를 수밖에..


-다다타타타탇탇탇탙탙탙!!-

"네 놈이 이 왈패들의 수장이로구나!" "백림교의 칼을 받아랏!" "이 음침한 녀석!!"

못된 자를 응징하기 위한, 폭우와 같은 발길질이 퍼부어 지리라.


-쿠다탕!- -타당!- -콰직!- -팍!- -팟! 팟!-

"아앇! 살; 살려주세요! 앍앜!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 까앍앜!!"

눈을 한 번 깜빡일수록, 사지 육신에 걸쳐 수십회의 발길질이 떨어져 내리고.

숨을 한 번 죽일수록, 그 푸르게 빛나던 도포엔 수십회의 발자국이 찍혀만 간다.


결국, 화천녹림패는 꽃 한 번 제대로 피우지 못한 채, 백림교의 손에 일망타진되었다고 한다.



〈포박〉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따각 귀를 울리는 소리. 따각 따각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

길을 향해 나아가는 행선 자들의 경로를 따라 말발굽과, 마차의 바퀴 자국이 뒤를 잇기 시작한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하얀 마차와, 하얀 말. 그리고 백색의 천 옷을 휘날리는 젊은 여인들까지..

하나, 수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웬만한 남정 무사들보다 더 큰 기운이 느껴지는..

한 색의 문양을 통일한 복장은, 그녀들이, 결코 평범한 행인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리고..


-빡! 빡! 빠악!- "까앏; 두목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까악!"

관군에게 끌려가는 죄인을 방불케 하듯, 밧줄에 포박된 채 질질 끌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처량도, 이보다 더한 처량은 없을 만큼 청승맞다.


"이 멍청한 자식! 여기서 풀려나면! 가장 먼저! 네 놈을 거꾸로 매달아다! 물고기 낚싯밥으로 사용해 물가에다 집어 던질 테야!!!!"

양 손은 묶여 쓸 수 없기에, 발만을 겨우 삐죽 들어 올려, 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빌어먹을 놈에게 가차 없이 발길질을 퍼부어본다.


"두. 두목. 잠깐만요!"

"이번엔 또 뭐야!! 또 헛소리를 지껄이면! 혀를 잡아 늘여다가!! 뒷간에서 뒷구녕 닦는 짚으로 사용해 주겠어!!"

하지만, 아무리 욕을 한 사발 퍼붓는다 한들, 텅텅 빈 머리가 채워지는 것도 아닐 테고..


"이 근처엔 순 풀숲뿐이라. 물가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요?"

이렇게 또, 텅텅 빈 소리를, 친히 지껄여 주시니..


-타다닷! 휘유웅~ 파악!!- "끄아앍!"

"이 똥보다 못한 자식!! 당장 죽여버리겠어!!! 여자를 물어오랬더니! 갔다 줘도 쓰지도 못할! 요괴보다 흉측한 백림교 따위를 내게 물어와!!#!!"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그 모자란 머리를 발로 신명나게 내리찍고만 싶어질 것이다. 하나 그전에..


"네 놈! 백림교가 요괴보다 흉측하다고 그랬느냐!! 아직도 매운맛을 덜 봤구나! 저놈을 매우 쳐라!!"

머리가 부족한 건 부하 건 두령이 건 매한가지니, 이를 어쩌겠는가..


"옛! 진 사저!"

곤욕을 치를 수밖에..


-다다타타타탇탇탇탙탙탙!!-

"네 놈의 혀가 더 흉측하다!" "백림교의 칼을 받아랏!" "이 고약한 녀석!!"

못된 자를 응징하기 위한, 폭우와 같은 발길질이 퍼부어 지리라.


-쿠다탕!- -타당!- -콰직!- -팍!- -팟! 팟!-

"아아악!#! 잠; 잠깐만요! 앍앜악! 잘못했어요! 요. 요괴보다 예쁜!. 아니!! 아 ㄺ앜가!!!"

눈을 한 번 깜빡일수록, 사지 육신에 걸쳐 수십회의 발길질이, 또다시 떨어져 내리고.

숨을 한 번 죽일수록, 그 푸르게 빛나던 도포엔 수십회의 발자국이, 또다시 찍혀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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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오.. 기분 좋아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네.. 아주.. 19.01.15 85 0 21쪽
23 -2권- 예고 19.01.15 50 0 2쪽
22 -(印)- 19.01.15 59 0 4쪽
21 -20- 오행육도 초대만상 전술 (五行六度 超大萬象 轉術) 19.01.15 57 0 17쪽
20 -19- 시환천존(時還天尊) 19.01.15 63 0 12쪽
19 -18- 먹이 사슬 19.01.15 60 0 13쪽
18 -17- 초월자(超越者) 19.01.15 60 0 14쪽
17 -16- 심살경(心殺境) 19.01.15 61 0 11쪽
16 -15- 개안(開眼) 19.01.15 77 0 14쪽
15 -14- 천태탈경 삼존(天太脫境 三尊) 19.01.15 57 0 10쪽
14 -13- 백지림(白志林) 19.01.15 66 0 12쪽
13 -12- 괴력신녀(怪力神女) 19.01.15 49 0 11쪽
12 -11- 천외인(天外人) 19.01.15 56 0 16쪽
11 -10- 천명(天命) 19.01.15 56 1 10쪽
10 -9- 대종결선(大宗結仙) 19.01.15 57 1 13쪽
9 -8- 사계지문(四界地門) 19.01.15 72 1 13쪽
8 -7- 도굴꾼 19.01.15 85 1 13쪽
7 -6- 요옥(妖獄) 19.01.15 87 1 15쪽
6 -5- 인연 19.01.15 73 1 14쪽
5 -4- 탈출 19.01.15 75 1 12쪽
4 -3- 백림교(白林敎) 19.01.15 133 1 11쪽
» -2- 화천녹림패 19.01.15 150 1 18쪽
2 -1- 풍기(風氣) 19.01.15 260 1 13쪽
1 -천년지회(千年之廻)- 19.01.15 4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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