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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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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76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3.14 23:43
조회
337
추천
10
글자
8쪽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DUMMY

발치에도 뭐낙 많은 잡동사니가 널려있는터라 까치발로 엉거주춤하며 들어갔다.

그런데 방 한가운데로 들어가도 융푸 마법사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융푸 마법사님?"

"여깁니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안 보이는데요."

"제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지금 투명화 마법을 쓰고 있는겁니다."

"......아, 그렇군요."



내가 마법은 잘 모르지만 한번 쓰는 것만해도 꽤 까다로울텐데 그걸 낯가린다는 이유로 쓰냐!

재능 낭비도 정도가 있어야지!



"만들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왔는데요."

"네 말씀해보세요."

"아, 저......도대체 어딜 보고 말씀드려야되죠?"

"여기에요, 여기."

"......"



미친놈이다. 미친놈이야.

마법사 중에 미친놈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건 또 신선한 미친놈이다.

이런 미친 놈을 보자고 내가 여기까지 온건가.

마음같아서는 당장 나가고 싶었지만, 일단 얘기는 해보자 싶어 나는 손짓 발짓을 동원해가며 카드에 대해 설명했다.

도대체 어디서 보고 있는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설명하는 내내 아무 말도 없으니까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자 떠드는 기분이었다.

설명을 다 하고서도 한동안 아무말도 없었다.

사실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얘기하고 자기는 화장실 간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무렵 융푸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능할거 같은데요."

"예? 만들 수 있어요?"

"몇번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가능해요, 그런데 이건 무슨 용도인가요?"

"게임용입니다."

"예?"

"게임용이라고요."

"아......예, 그렇군요."


융푸 마법사님은 내일까지 몇가지 시제품을 만들어 볼테니 내일 다시 찾아와달라고 했다.

얼굴도 못본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신용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직접 한 말이니 지킬거라 믿고 난 그 미로같이 난잡한 방을 빠져나왔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날 데려다줬던 안내데스크 누나가 아는체를 했다.



"볼일은 벌써 다 보신건가요?"

"그렇긴 한데 정작 얼굴도 못봤네요."

"후후, 또 투명화 마법을 쓰셨나 보네요."

"자주 그러나봐요?"

"예, 마법사님들이 대체로 내성적이고 내향적이긴 하지만 이 탑의 마법사들 중에 낯을 가장 많이 가리시기로 유명하세요 저도 먼 발치에서 한번 뵌게 전부니까요."

"별난 사람이네요."



같은 공감대에 서로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대신하곤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서 집사장님께 보고를 하러 찾아갔더니 집사장님은 약간 의외라는 듯이 놀란 눈빛이었다.

워낙 평소에도 말붙이기가 부담스러운 분이다 보니 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평소에는 방에서 나는 소리가 복도까지 새어나와서 제법 시끌시끌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남자와 여자 기숙사는 엄격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이곳이 유일하게 기숙사 내에서 남녀공용이기 때문에, 일과 후엔 남자랑 여자 고용인들의 사랑방같은 역활을 하는 곳인 로비가 오늘따라 유난히 한산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커플들 중 유난히 깨가 쏟아지는 커플 옆에 털썩 앉았다.



"뭐, 뭐야?"

"꺄악."

"뭘 그렇게 놀라세요? 뭐 나쁜짓이라도 하고 있었어요?"

"나, 나쁜짓은 무슨......"

"너 쬐그만게 무슨 소리니?"



나 분명히 봤는데? 손이 치맛속에서 이렇게 스윽 움직이는거.

이렇게 된 이상 이 세계에도 솔로부대를 창설하던지 해야지, 눈꼴시어서 참을수가 없다.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뭔데? 빨리 묻고 꺼져."

"어째 기숙사 전체가 조용하다 싶어서요."

"아, 그거. 영지전이 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다들 외출한다는 핑계로 도망가서 그래."

"예? 집사장님도 알고 계세요?"

"알고 계시지. 게다가 백작부인이 그렇게라도 나가고 싶은 사람들은 잡지말고 조용히 보내주라고 하셨다던데."

"헐, 진짜요?"



다른 영지 같았으면 무단이탈이다 뭐다해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감옥에 처넣거나, 심하면 즉결처형까지도 서슴치 않는데 이 백작가는 다들 얼마나 사람이 좋은건지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도망갈 사람은 다 도망가서 기숙사가 이렇게 조용하구나.

의문은 해결됐지만 왠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일어나면 이 년놈들이 무슨짓을 할지 뻔히 아는데 남 좋은일만 시킬수는 없지.

이렇게 된거 아주 여기서 죽치고 눌러앉을 기세로 소파에 등을 길게 기대고 다리를 쭉 뻗었다.



"이제 그만 슬슬 일어나야지? 다른 볼일도 있는거 아냐?"

"무슨 말씀이세요? 저같이 한가한 사람이 또 어디있다고."



커플이 눈치도 줘보고 회유도 해봤지만 난 절대 비켜줄 생각이 없었다.

나에겐 작은 한걸음 이지만 앞으로 창설될 솔로부대에 있어서는 큰 한걸음이기 때문에 양보해 줄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었다.

결국 두손두발 다 든건 커플 쪽이었다.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다른 소파로 옮기는데 마음같아서는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훼방을 놓고 싶었지만 명분이 없단 말이지 명분이.

그나저나 이 소파가 이렇게 편했나?

일어나고는 싶은데 좀처럼 엉덩이가 떨어지지않는다.

결국 내가 일어난 건 졸음이 쏟아져 꾸벅꾸벅 졸다가 깼을 때였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내 방까지 가는 길에도 기숙사는 비어버린 방의 갯수만큼 조용했다.

한시라도 빨리 내일이 올 수 있도록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시제품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다.

평소엔 외출을 자주 하지 않았는데 어제 오늘 이틀이나 연속으로 외출을 신청하자 집사장님도 허락을 해주시기는 했지만 의문스런 눈빛이었다.

어제는 분명, 백작가를 떠나 도망간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것도 모자라서 오늘도 외출하는게 이상하긴하지. 더더군다나 평소에 잘 나다니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난 한달에 한번도 나갈까 말까였으니 더욱 그럴테고.

마탑의 안내데스크에 들르자 어제 그 누나가 오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약속이 미리 잡혀있어서 저번처럼 번거로운 과정은 거치지않고 바로 방으로 찾아갔다.

내가 준 의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보다 방안이 좀 더 복잡해져 있었다.

또다시 팔자에도 없는 도둑처럼 까치발을 들고 들어가자 이번에도 사람은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제품은 이미 완성되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그나마 비교적 깨끗한 테이블 위에 3개의 카드 뭉치가 있었다.

첫번째 뭉치를 들어 카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낱장을 들어 휘어보기도 하고 물에 담가 보고 색깔도 꼼꼼히 확인했다.

그렇게 세 뭉치를 전부 확인했지만 전부 하나씩이 모자랐다.

탄성이 괜찮으면 물에 쉽게 젖는다던가, 탄성도 코팅도 괜찮은데 숫자랑 문양이 흐릿하다거나등등



"이거 세개 다 안되겠는데요."

"그, 그렇습니까?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이미 기본적인 배합비랑 제조방법은 매뉴얼을 잡아놨으니 세부사항만 조정하면 될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많이 걸리시나요?"

"그렇게 많이 걸리진 않겠지만......혹시 괜찮으시다면 기다리시는 동안 제가 만든 발명품을 보시는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시간은 때워야되고 듣고보니 재미있어 보였다.

곧 아무도 없는 작업대에서 물건들이 움직이며 뚝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있다고 작업도 투명화 마법을 건 채로 하고 있었다.

일일히 지적해봐야 나만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신경끄고 예의 발명품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너저분한 방과는 달리 발명품이 있는 곳은 전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깔끔했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쉬운건 박물관처럼 물건 하나하나마다 이름이나 그 기능이 써져있지 않아 눈으로만 봐서는 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것들만 있었지만 그래도 정교하게 만들어져 보는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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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1 19.03.09 416 12 12쪽
7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19.03.05 370 11 14쪽
6 1. 나는 견습집사다. 19.03.04 381 12 9쪽
5 1. 나는 견습집사다. +1 19.03.03 383 11 14쪽
4 1. 나는 견습집사다. +2 19.02.28 404 11 7쪽
3 1. 나는 견습집사다. 19.02.27 406 13 13쪽
2 1. 나는 견습집사다. 19.02.26 565 13 14쪽
1 프롤로그 19.02.25 595 1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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