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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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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66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3.10 00:11
조회
340
추천
12
글자
9쪽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DUMMY

"정보가 필요하니까 찾아온거지."


그러면서 몸을 휙 돌렸다.

설마 등 뒤에 칼을 대고 있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지는 상대방도 몰랐는지 '어어' 하며 놀랐다.



"아주 손님 받는 법이 글렀구만. 이봐, 언제까지 손님한테 칼을 겨눌 셈이야?"



서로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나도 사실은 등에 칼이 닿을 때부터 심장이 미친듯이 벌렁벌렁 거렸지만 이 경우 주도권을 잡으려면 무조건 세게 나가야됐기 때문에 난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대했다.

왁자지껄한 술집 내부와는 달리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그 침묵을 먼저 깬건 상대방이었다.



"......따라와."

'아싸.'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쫄래쫄래 소년을 따라갔다.

이층으로 올라갔고 거기엔 문이 하나밖에 없었다.

만약 저 문 안쪽에 패거리가 우글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거리를 두고 따라 들어갔다.

문 안엔 방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 안에 또 다른 통로가 있었다.

그것도 미로같이 꼬불꼬불한 통로가말이다.

이 건물 안인건 분명한데 어떻게 되먹은 건물인지 대략 10분 가까이 걸었다.

그간 우리는 아무말도 없었고 난 어떻게 건물에 미로를 만들었는지 왜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는지 온갖 잡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돌고 돌고 돌아 드디어 또다시 문이 나왔다.

설마 저걸 열면 또 통로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문을 열자 3평 정도 되는 방에 테이블 하나와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문, 그리고 간단하게 차를 낼 수 있는 도구가 갖춰져 있었다.

나는 권하지 않았음에도 맞은편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았고 그 모습에 상대방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었다.

물을 끓여 능숙하게 차를 내린 다음 내게 한잔을 건넸다.

내가 차에 대해서 빠삭하진 않지만 그래도 귀족 가문에서 일한 짬이 있다보니 이게 싸구려는 아니란 걸 알 수있었다.

코끝에 맴도는 향기를 음미하며 한모금을 마시는데......



"어린 놈이 겁이 없다고 해야하나? 아님 겁을 상실한건가? 레이지 군."



내 이름이 나와서 순간 뿜을뻔했다.



"어떻게 그걸?"

"이 동네에서 장사하면서 탈리스만 가에 대해 모르고 장사가 가능할거라 생각하나? 그리고 내가 말하는 '안다'는 탈리스만 가의 식구 뿐만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기사는 물론 너같은 수습집사까지 해당하지."



처음에 내 이름이 나왔을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신뢰감이 생겼다.



"그럼 일 얘기를 하고 싶은데."

"아아 잠깐만 그전에, 어린놈의 반말을 계속 듣고 있으니 기분이 나쁜데?"

"웃기지도 않네 딱봐도 나랑 비슷해 보이거나 어려보이는데? 아님 나보다 한두 살 많다고 존댓말 듣고 싶은거야?"

"한두 살이 아니다."

"어?"

"난 성인이란 말이다!!!!"



뭐? 성인? 거짓말.

키가 작은건 둘째치고 겉보기에도 어려보이는데?



"어릴적 범죄를 저지르고 현상수배를 받은 마법사한테 저주를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키에 이 외모 그대로 살아왔지."

"그럼 좋은거 아니야.....요?'

"차라리 불로라면 모를까 겉은 늙지 않고 있지만 속은 제 나이 그대로 늙고 있으니까 문제지. 덕분에 불편한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결혼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봤단 말이다."



그런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진 궁금하진 않았지만 저렇게 눈이 벌개져서 얘기하는데 중간에 말 끊었다간 내 모가지를 끊을 기세였다.



"그래서 이 빌어먹을 놈에 저주를 푸는 방법을 찾기 위해 대륙에 있는 정보란 정보는 다 모으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보길드까지 세우게 됐지."

"예? 뭐라고요? 정보길드를 뭐 어쨌다고요?"

"내가 세웠다고, 내가."



그럼 눈앞에 이 사람이 그 정보길드장? 

기껏해봐야 정보길드원 정도 되는줄 알았지 설마 길드장일 줄이야.

그나마 좀 번듯하게 꾸미기라도 하면 좀 나아 보일테지만 보기에는 돈 때문에 직업전선에 뛰어든 가난한 농가의 아이처럼 허름한 옷차림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더더욱 못했다.

대충 내 눈빛에서 여러가지를 읽은 모양인지 인상을 팍 쓰며 대답했다.



"위장이다 위장. 이 짓으로 먹고 살다보면 온갖 소리를 듣게 되다보니 의도치 않게 적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모가지 간수 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하거든."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네놈한테 값싼 위로 듣자고 한말 아니야. 그보다 넌 누구 명령으로 왔냐? 집사장? 아님 탈리스만가의 아가씨인가? 설마 백작 본인은 아니겠지?"



내가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럼 뭐야?"

"누구 명령이나 심부름 받고 온게 아니거든요."

"흠...... 그래? 그럼 무슨 정보가 알고 싶어서 왔냐?"

"마슈 후작과 탈리스만 백작 사이의 정치적 관계나 주변세력, 그리고 영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에 대해서 궁금해서요."



내 말에 정보길드장은 마시던 차를 내 얼굴에 내뿜었다.

남에 입에 들어갔다 나온 차를 얼굴 가득 뒤집어 쓰게 된 난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정보길드 장도 사레가 들리긴 했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려 손수건을 찾아 내밀었다.

한 귀퉁이에 앙증맞은 곰돌이가 방긋 웃으며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예쁜 손수건이었다.

심지어 좋은 향기까지 났다.

겉보기엔 십대 소년에 속은 아저씨고 취향은 소녀 취향의 손수건이라 정말이지 옘병이다.



"네가 콜록 그건 콜록 왜 궁금해?"

"뭐, 제가 못 물어 볼걸 물었습니까?"

"네 개인적인 볼일이라며?"

"네, 개인적인 볼일 맞아요."

"아니 그게...... 하, 아니다 됐다. 내가 잠시 까먹었다. 내가 그걸 물어볼 입장은 아니지."

"그래서 얼만데요?"

"금화 100개." 

"예?"

"금화 100개라고, 귀가 어둡냐?"



참고로 내 봉급이 한달에 은화 50개다. 

그리고 평범한 농부가 한달에 은화 40개를 벌며 이게 이 세계에서 4인 가족이 한달을 살 수 있는 돈의 기준이다.

은화가 100개 모여야 금화 1개의 가치를 가지니, 대략 9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되는 돈이다. 

내가 어떨게 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거액이었다.



"자, 잠깐 왜 이렇게 비싸요?"

"기본적으로 귀족에 관한 정보는 비싸, 게다가 넌 정치적 관계나 주변 세력, 그리고 영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지? 하나같이 값비싼 정보들만 요구하니 금액이 그렇게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이걸론 어느정도 알려줄 수 있어요?"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돈들이 담긴 주머니를 내밀었다.



짤그랑



너무 큰 액수를 듣고나니 가벼운 돈주머니 소리가 너무도 민망했다.

나에겐 나름 큰 금액이었고 이거면 되겠다 싶었던 금액이었다.

하지만 정보길드 장은 내 돈주머니를 힐끗 보더니 열어 보지도 않은 채 내 쪽으로 밀어냈다.



"겨우 이걸론 네가 원하는 정보를 10분의 1도 사지 못해, 괜히 아까운데다 돈쓰지 말고 과자나 사먹어."



이 말과 행동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진심으로 이 싸가지 없는 자식을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겨우 마음을 억눌렀다.



"그 정보란거 굳이 돈이 아니라도 살 수 있죠?"

"무조건은 아니지만 경우에따라선 현물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로도 교환 가능하다. 참고로 이 빌어먹을 저주를 푸는 방법이라면 무조건이지."



확답을 듣고서야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길드 장이 엄지로 등 뒤를 가리키며 출구는 저쪽이라고 가르쳐줬다.

막 출구로 나서려는데 정보길드 장이 물었다.



"그런데 네가 그 정보를 알아서 뭐하게? 설령 안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뀌진 않아."

"눈 뜨고 코 베여 봤어요?"

"아니."

"당해보면 그거 기분 되게 좆같거든요."

"거 어린놈이 입이 참......"

"그럼 저도 하나만 물읍시다."

"공짜로?"

"대단한게 아니거든요."

"그게 뭔데?"

"이름이 뭔데요?"

"하핫, 꼬맹이가 배짱이 두둑한건 좋은데,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수가 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가뜩이나 기분 잡쳤는데 가르쳐 주기 싫으면 싫은거지 어디서 야려!

이름갖고 정말 대단한 유세다 싶어 그냥 나가려는데 뒤에서 녀석이 한마디 했다.



"지클."

"다음에 또 봅시다 지클 정.보.길.장.님."



콰앙



문짝을 아주 부술 요량으로 닫았는데 문짝이 얼마나 튼튼한지 끄떡도 안했다.

하여간 건물부터 사람까지 아주 기분 잡치는데는 도가텄다.


작가의말

다들 미세먼지에 건강 해치시는 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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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나는 견습집사다. +2 19.02.28 403 11 7쪽
3 1. 나는 견습집사다. 19.02.27 406 13 13쪽
2 1. 나는 견습집사다. 19.02.26 564 13 14쪽
1 프롤로그 19.02.25 595 1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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