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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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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56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2.25 21:18
조회
592
추천
12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이봐, 레이지 여기도 부탁해.”

“알았어요. 형.”



내 이름은 레이지 14살 조금 이른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훌륭하게 탈리스만 백작가의 수습집사가 되는데 성공한 이른바 성공적인 취업케이스를 가진 평범한 소년이다.

지금은 청소 시간으로 분주하게 자기가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중이다. 

나 역시도 선배 집사가 시키는 대로 복도에 장식된 풀플레이트 메일을 광이 번쩍번쩍 나도록 닦고 있었다. 



“휴, 오늘도 날씨 좋네.”



얼굴에 열이 쏠릴 정도로 열심히 갑옷을 닦던 걸 잠시 멈추고 복도 창으로 보이는 지나치게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풍가기 딱 좋은 날이라며 감탄하길 잠시, 마치 멜로디만 어렴풋이 기억하던 노래의 제목을 알아 낸 것처럼 머릿속이 번뜩였다.



“아, 맞다 난 전생에 지구인 이었지.”



다른 사람이 들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나며 핀잔을 줬겠지만 사실이 그랬다. 

뜬금없게도 풀 플레이트를 닦다 날씨 참 좋다 하며 창밖을 쳐다봤는데 그만 전생이 불현 듯 떠오른 것이다. 

그것도 이름과 성별 내가 살던 곳과 세세한 기억까지 떠오를 정도로 뚜렷하게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 격변할 놀랄만한 일에도 난 태연했다. 

과거 지구에선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하고 알몸으로 뒤쳐 나갔을만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런 경이로움도 감흥도 없었다. 그저 ‘아 그렇구나’ 하며 닦던 풀 플레이트 메일을 마저 닦는 일을 계속할 뿐이다.


길고 긴 하루의 일과가 다 끝나고 고용인들에게도 여가 시간이란 게 주어지는 저녁, 난 침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내가 전생에 대한민국의 한상진이란 대학생이었단 말이지.’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내 전생의 모습은 괴짜의 부류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한상진이란 인간은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었다. 

하다못해 부모님들이 잘생기거나 아님 학창시절 반 1등조차도 해 본적이 없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그는 어릴적부터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이를테면 동화책을 읽을 때에도 공주님과 왕자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이야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는데요?' 라는 질문으로 부모님을 당황하게 하거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부분에 태클을 걸거나 하는 부분이었다.  

좋게 말하면 괴짜지 남들이 보기엔 매사에 꼬투리만 잡는 불만쟁이로 비쳤다.

개나 소나 만점을 받는다던 초등학교 시절에도 한상진은 반에서 꼴지를 도맡아 했다.

처음엔 그저 실수였겠거니 하던 부모님도 그게 되풀이 되자 실망감에 상진을 꾸짖어 보기도 하고 타일러도 봤지만 상진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상진에게도 남모를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독서였다. 같은 지식을 추구하는 일이지만 공부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상진이 독서에 흥미를 보이는 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상진은 미친 듯이 독서에 몰두했다. 작긴해도 그래도 장서량이 만만치 않은 학교 도서관의 책을 모두 독파한 그는 버스로 5정거장이나 가야하는 시립도서관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편식(偏食)을 할지라도 편서(偏書)는 하지 않는 그는 장르와 작가, 두께와 전문성을 따지지 않았다. 그저 닥치는 대로 지식욕을 채워갔다.

이 모습을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부모님은 상진을 시나 국가에서 주최하는 독후감 대회에 내 보내기도 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유인 즉 백설공주 독후감을 쓰는 데 백설공주는 현실을 도피해 난쟁이들의 가택에 무단 침입하는 무뢰한에 백마탄 왕자님을 성추행범으로 몰고가는 상진의 독기어린 글을 보고 심사위원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필력이야 그 나이대에 비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만 동화에서 꿈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지극히 현실적인 잣대를 대고 비판을 해댔으니 그 취지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상진의 독후감이 당선이 될 리가 없었다.

본의 아니게 부모님의 꿈을 저버린 상진은 그 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쭉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교육체계는 국, 영, 수를 기본으로 탐구하기 위한 지식이 아닌 문제를 풀기위한 기술에 포커스가 잡혀 있다. 

얼마나 폭넓은 지식을 아느냐가 아니라 누가 보기에 있는 답을 정확하게 찾아내느냐 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랜 기간 동안의 독서 덕분에 언어영역은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 밖의 과목이 죽을 쑤다보니 좋은 대학은 언감생신, 성적에 맞춰 겨우 대학에 진학해 국회도서관을 가는 도중 교통사고로 상진이 타고 있던 버스가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을 하다 연쇄충돌 사고로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버스에 화재가 나 불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인생 참 파란만장하구만.”


비록 전생이긴 했지만 한때 내 인생이었거늘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나저나 이 정도의 지식이면 어디가서 크게 한탕 할 수 있을텐데 하필이면 집사라니 내가 집사라니!”



고자가 된 한 슬픈 남자의 말투를 빌어 외쳐봤지만 그래로 달라 질 건 없었다.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과거를 반추하느라 피곤해졌기에 벌렁 누워 그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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