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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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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70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3.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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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추천
10
글자
13쪽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DUMMY

혼자 침을 뱉고 실컷 욕을 하다보니 화는 좀 사그라들었지만 당장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그 큰 금액을 어떻게 지불하지?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처럼 큰소리 땅땅 치고 나왔는데 사실 나도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그도 그럴게 설마 정보료가 그렇게 비쌀지 나도 알았겠는가?

아 진짜 어떻하지.

혼자 쭈구리고 앉아 머릴 벅벅 긁어보아도 비듬만 나오지 머리는 백지상태였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이미 내 머리 용량도 한계 초과고.

일단은 시간도 너무 많이 늦었기 때문에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백작가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허탈하리만치 아무 일도 없었다. 

비밀 통로로 다시 들어올때와 나올때 좀 긴장을 하긴 했지만 백작가는 밤은 당장 영지전이 발발할거라는 흉흉한 소문과는 달리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난 기숙사 문을 통하지 않고 미리 열어둔 내 방의 창문으로 들어왔다.

조심히 다시 창문을 닫은 후에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도 아침부터 일을 해야했기에 그냥 오늘은 오늘의 소득에 만족하며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다.



빰빰빰빠



아악 짜증나 아아아아아악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요새 안 그래도 검술이다 뭐다 해서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이젠 정신적 피로까지 겹치다 보니 짜증이 부쩍늘고 매사에 예민했다.

한참을 베갯잇에 머릴 파묻고 있다 겨우 일어났다.

일단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하자.

오늘따라 넥타이도 삐뚤해 보이고 소매단의 주름도 신경쓰인다.

신경질적으로 소매단의 주름을 잡아당기며 오늘 하루 일과를 체크했다.

근무표에 이상하리만치 잡일이나 청소등에 인원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상함에 처음부터 찬찬히 근무표를 훑어보니 백작님 일가의 시중은 식사를 포함해서 전부 집사장님을 비롯해 집사장님의 최측근이라 할 수있는 집사와 하녀들만 배치되어있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건 근무표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확실히 일은 편했다.

그도 그럴게 복도 청소에만 무려 7명의 인원이 배치되었으니 말이다.

무려 평소의 3배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몇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청소가 끝나버렸다.

이미 할 일은 다 끝났기 때문에 어디 으슥한 곳에서 잡답이나 하며 시간이을 보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뭔가가 요란한 소릴 내며 땅에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거기엔 티나 누나가 몸을 움츠리고 있었고 옆에는 장식용으로 세워놓은 갑옷에 매달려 있던 라운드 실드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이참 티나! 또 너니?"

"아우우 미안해."

"정말이지 너란 애는."

"에헤헤 미안."



다들 큰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자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너는 생긴건 야무진 애가 왜 이렇게 덜렁대니."

"에헤헤 미안."



잽싸게 다시 방패를 갑옷에 달아두고 땡땡이를 치고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삼삼오오 친한 사람끼리 걷고 있는데 갑자기 티나 누나가 내 옆으로 슥 다가왔다.



"레이지 안녕?"

"아, 네...... 안녕하세요."

"요새 누나가 싫어졌니? 통 얼굴보기 힘드네 이 누나는 섭섭하단다."

"아니요.......그건 아닌데."

"오래간만에 누나가 꼭 안아줄까?"


벌린 두팔 사이로 압도적인 중량감을 자랑하는 뭔가가 출렁였다.

차마 부끄러워서 '뭔가' 라고 밖에는 표현 못하겠다.



"왜?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거 좋아했잖아."



네, 전생의 기억을 찾기 전까지는요.

근데 지금은 좋아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요.

내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잠깐 상처받은 표정을 짓더니 곧 엄마같은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 변화무쌍한 표정에 내가 의문을 담은 미묘한 표정으로 답해주자......



"레이지 요새 좀 변한거 같아."

"제가요?"

"응, 좀 어른스러워 졌다고 할까 믿음직스러워 졌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분위기가 생겼어."



네, 안에 20살이 넘는 대학생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몸매로 그렇게 웃지 말아주실래요? 심장에 안 좋으니까.

차마 시선을 둘데가 없어 티나 누나의 인중에 시선을 고정하고 얘기했다.



"후후 그냥 그렇다고,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누나가 너무 실없는 소리만 했네."



건물 뒤쪽 장작을 모아놓는 곳에 옹기종기 앉았다.

장작을 관리하고 옮기는 건 대부분이 수습집사의 일이다보니 다른 사람 눈치 볼일 없이 다들 편하게 앉아 쉬었다.

진한 풀냄새가 선선한 바람에 실려왔다.

다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채 말없이 이 순간을 즐겼다.

그때 일행 중 한명이 행복한 풍경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근데 진짜 영지전 하는거야?"



그 말에 일순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으며 다들 입매가 굳었다. 

오래간만에 아무 생각없이 기분좋게 한번 쉬어보나 했더니 산통 다 깨졌다.

그때 다른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3명이나 야반도주했데."



다른 누군가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케시가 아침에 안 보여서 내가 깨우러 갔더니 글쎄 방이 싹 비어있지 뭐야."



불안감은 전염병과 같이 전염성이 매우 강했다.

그렇게 불이 번지듯 불안감도 번졌다.

그때 시종일관 조마조마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티나 누나가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게임이나 할까?"



나이스 타이밍 티나누나.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나도 급하게 덧붙였다.



"카드 게임 할까요? 카드게임."

"카드게임?"

"그게 뭐야?"



난 아무 생각없이 뭘 당연한 걸 묻는냐는 듯이 말했다.



"트럼프요. 트럼프 몰라......요?"



말을 하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이 세계엔 트럼프가 없다!

트럼프가 없으니 당연히 블랙잭, 포카, 훌라같은 게임도 없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머릴 번뜩였다.

이거다! 잘만하면 이거랑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을것 같았다.

막혔던 활로가 보이자 갑자기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런 내 심정을 전혀 모르는 티나 누나는 갑자기 내 팔을 잡아 이끌고는 마실거라도 좀 가져오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

누나, 누나 닿아요! 닿는다고요!

팔을 빼고 싶었지만 차마 저 수심으로 가득 찬 표정을 보니 나도 입을 꾹 다물고 그저 이끄는대로 말없이 함께해줬다.

점점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져서, 이제는 아무도 안 보이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야 티나 누나는 내 팔을 놔줬다.



"에헤헤 미안 아팠니?"



평소 티없는 미소가 매력인 이 사람이 왜 이런 표정을 짓는걸까?



"그냥, 요새 어딜가나 저 얘기만 해서 좀 싫지뭐니. 저런 소리 들을때마다 좀 불안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죠, 불안한데 아무도 제대로 얘기 해주지 않으니까요. 누나만 그런거 아니에요."

"후후 살다보니 네 위로도 다 받아보네."

"무슨 소리에요? 누나 주방에서 접시 깼을때도 제가 위로해 드렸잖아요."

"아이참, 이미 다 지난 얘긴데 왜 다시 꺼내니?"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토라진 얼굴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티나 누나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덕분에 실마리도 잡히고 기분도 좋아졌다.

오늘은 일과 끝나고 정식으로 집사장님께 외출 허가를 받고 기숙사를 나섰다.

오늘 오가다가 우연히 켄 기사님을 마주쳤는데 당분간은 작은 연무장에 얼굴을 비추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셔서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겠다, 따라서 오늘의 검술을 자체 휴강 하기로 했다.

우선 내 계획은 이랬다. 

트럼프를 만든다. 그리고 그걸로 정보길드장에게 트럼프와 함께 블랙잭이나 포커 훌라 같은 카드로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을 가르쳐 주는 대가로 정보를 얻으려는거다.

정보길드가 투명한 조직은 아닐테고 자금세탁이나 아님 부가적 수입을 위해서라도 거절은 하지 않을거다. 다만 이게 어느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솔직히 나로선 판가름이 안됐다.

일단은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트럼프 카드 만들기가 우선이다.

전생이었으면 슈퍼나 마트, 하다못해 문방구에서도 50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여기선 맨땅에 헤딩하듯 내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주문해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색깔이 들어가야되고 그다음 빳빳하지만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도록 탄성과 코팅이 되어야했다.

보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만 여기에 과연 플라스틱과 비슷한 물질이 있을지는 의문이라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런 물건은 어디에 맡겨야하지?

그냥 일단은 닥치는 대로 들어가서 묻기 시작했다.

잡화점에 가서 손짓발짓을 동원해가며 설명해 봤지만 알아듣기는 커녕 미친놈 취급만 당해서 실패.

다음은 공방에 가봤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쫓아내던 잡화점 직원보다는 나았지만 결국은 공방에서도 이런 물건은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시작부터 낭패다.

정보길드장을 만족 시키려면 일단 카드부터 흥미를 끌어야한다. 

카드가 싸구려같아 보이면 그 성격으로 봐서는 그 뒤의 얘기는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젠장, 어떡하지? 

내가 머릴 싸매고 고민하자 옆에서 내 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던 공방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나 일수도 있지만 마탑에 한번 가보시겠어요? 거기에 특이한 물건을 만드는 마법사가 있거든요. 그 사람이라면 손님이 말한 물건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어떤 사람인데요?"

"남자고 나이는 20살 전후였던가? 그랬던것 같은데 주로 마탑의 연구실에서 기괴하고 특이한 물건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가끔 본인이 만들지 못하는 부분은 공방에 의뢰를 하기도 하거든요."

"이름은요?"

"이름은...... 융푸라고 하던데요."

"융푸요? 특이한 이름이네요."

"예. 대륙 밖에서 온 이방인 이라고 하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꾸벅 하곤 마탑으로 향했다.

마탑은 마을 정중앙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마을의 어디서나 위치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마탑 1층에 들어서니 안내데스크에 반듯하게 정복을 차려입은 누나가 바른자세로 날 반겨줬다.

보통 내가 물건을 사러 들어오면 웬 어린애야 하는 시선부터 먼저 보내곤 하는데 이 누나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1성마탑 탈리스만 지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무슨일로 오셨나요?"

"저......융푸 마법사님을 만나뵈러 왔는데요."



내 입에서 이름이 나오자 처음으로 안내데스크 누나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졌다.



"방금 유, 융푸 마법사님 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혹시 미리 만날 약속을 하셨나요?"

"그건 아닌데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융푸 마법사님께 직접 여쭤보고 답해드리겠습니다."

"아, 예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1층 로비에서 기다리는 동안 안내데스크 누나는 다른 사람에게 잠시 자리를 맡겨놓고 융푸 마법사님께 직접 물어보러 가셨다.

설마 갑자기 왔다고 안 만나 주는 건 아니겠지?

마법사 중엔 미친 놈도 많다는데.

실제로 내게 글을 가르쳐준 옆집의 돌팔이 마법사 형도 사실은 1서클도 달성하지 못한 '가짜'였지만 언제나 스스로를 자칭 '예비 대마법사'라고 소개하며 뻔뻔하게도 살았다.

다행인건 마탑에 연구실이 있다는 사실부터가 가짜는 아니라는 반증이지만 미친놈 중에 마법사가 많은건지 아님 너무 공부를 많이 하면 미치는 건지 그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안내데스크 누나가 다가왔다.



"융푸 마법사님이 만나 주신답니다."



후우 다행히다.

 안 만나주면 어떻게하나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이쪽입니다. 절 따라오세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이 또각또각 일정하게 구둣발 소릴 내며 앞장서는 안내데스크 누나를 따라가자, 탑의 꼭대기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있는 투명한 원통형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자 안내데스크 누나가 손을 뻗더니 곧 바닥의 마법진이 옅은 빛을 내며 나와 안내데스크 누나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서서히 몸이 위로 떠올랐다.



"마탑에 방문이 처음이 아니신가봐요?"



뜬금없는 질문에 내가 처음이라고 대답하자 안내데스크 누나가 감탄했다.



"처음 이걸 이용해 보신 분들은 다들 하나같이 놀라시거든요. 그런 손님들의 놀란 모습을 보는게 제 작은 즐거움이거든요."



몸이 직접 떠오르는게 신기하긴 하지만 그래봐야 엘리베이터니까.

정확하게 몇층인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이 층에 융푸 마법사님이 있는지 더이상 떠오르지 않고 멈췄다.

내리려는데 마음같이 몸이 안 움직여 허우적거리는 걸 안내데스크 누나가 손을 잡아줬다.



똑똑똑



"융푸 마법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는데 억양이 살짝 어눌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느낌과 흡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보이는 건 방안 가득 난잡하게 널려있는 정체불명의 도구들과 슬쩍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기계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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