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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항해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뚱보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08 08:1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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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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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210

작성
22.11.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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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4화

DUMMY

두두두두.

모래 먼지 속에서 시커먼 복면이 아니라 익숙한 두건을 보았을 때는 들었던 총구를 내렸다.


“모두 총 내려!”

“총구 내려!”

“아군이다!”


오백여 기에서 수천으로 불어난 아군 기병 선두에는 아이티마드 칸을 상징하는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웅장하네.’

말부터 사람까지 온몸에 피칠갑을 한 칸은 군마에서 내리며 밝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추격 중에 아군의 도움으로 적들을 크게 무찔렀습니다.”

“얼마나 잡았습니까?”


1만의 기병 중에서 많으면 4할. 적어도 3할의 병력이 살아 돌아갔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병력을 많이 갉았어야 하는데···.’

표정을 보니까 피를 뒤집어쓰긴 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아주 맑은 칸은 가슴을 탕탕 치면서 전황을 보고 했다.


“대장은 아쉽게 놓쳤지만 살아 돌아간 기병은 수백이 전부였습니다. 이서 공, 엄청난 대승입니다!”

“와아아아아!”


칸의 얼굴을 보며 살짝 긴장을 풀었던 병사들은 페르시아어를 알아듣는 순서부터 환호성을 질렀고 승리의 환호성은 금세 부대 전체로 번져나갔다.

‘됐다!’

적의 선발대를 말 그대로 박살 내는 동안 우리 병사들 피해는 적었다. 말 그대로 대승을 거두자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아직 전투는 끝난 것이 아니니 칸은 정찰병을 사방으로 뿌려서 경계에 만전을 기해주십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병사들은 비교적 멀쩡한 말부터 정리해 주십쇼. 멀쩡한 말을 살려 전력화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구덩이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적어도 큰 구덩이로 백 개는 넘게 파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록 적으로 만났지만 오늘 밤엔 모두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줍시다.”

“명예를 아는 공의 말씀에 감복했습니다.”


이슬람 율법대로 매장 장례를 서두르자 아이티마드 칸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시신 처리는 됐고. 다음은···.’

긴장이 풀린 병사들은 사방에 널린 시체를 바라보면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부상병들은 상처 부위를 붙잡고 신음을 토했다.


“부상병부터 옮겨라! 치료 마차 앞으로 부상자들을 옮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토할 시간에 아군을 생각해라!”


주변을 둘러보자 심각한 부상병보다 몸 곳곳에 화살이 박힌 병사들이 더 많이 보였다. 몇 번이나 화살 공격을 받아 피해가 꽤 누적되어 있었다.

‘맞다. 석두!’

뒤늦게 석두도 화살을 맞았단 점을 상기하곤 그 녀석부터 찾았다.


“석두야! 괜찮느냐?”

“도, 도련님··· 제, 제가··· 사람을···.”


뒤늦게 전투 휴유증이 찾아온 석두는 바들바들 떨면서 손에 묻은 피를 필사적으로 닦아냈다.


“괜찮다. 괜찮아.”

“도련님··· 저는 죽일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죽기 싫어서···.”

“괜찮아.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었어.”

“크윽. 컥. 우웨에엑.”


걸쭉한 토사물을 바닥에 쏟은 석두는 눈물 콧물 범벅으로 내 품에 매달렸다.


“야···.”

“도련님···.”

“아휴.”


옷이 더러워졌지만 석두의 등을 두들겨주자 조금씩 진정되는 게 보였고, 나는 주변 군사들을 둘러보면서 간부들을 찾았다.


“알리! 총병 열만 경계 세우고 나머지는 전부다 부상병 수습과 치료부터 시작해!”

“알겠습니다, 대장님!”

“무크! 무크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방패병들 데리고 부상병 옮기는 것부터 하고 부상병 옮겼으면 아군 시신과 적들 시신을 구분해 숫자 세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라그람! 라그람은 왜 안 보여?”


석두 장딴지에 박혔던 화살 흔적을 치료하면서 라그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어깨에 화살이 박힌 라그람.

그는 병상에 누워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라그람! 라그람!”

“···대, 대장.”

“어깨는?”

“아프다··· 그래도 손가락은 움직인다. 괜찮다.”

“···쉬어라.”


화살 깊이가 상당히 깊숙해 보였지만 천만다행으로 신경이 손상되지 않았고 치료사는 수월하게 화살을 뽑고 내가 주문한 소독약을 들이 부었다.

‘아휴··· 무식하게.’

깨끗한 천으로 지혈대 삼아 묶어 놓는 것까지 확인한 다음에 부상병들을 돌아 보았다.

신음하는 병사들 중에서는 고아에서 데려온 병사들도 종종 보였는데 사지가 잘린 병사들은 울먹이면서 자기 부모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일손이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부상자들이 치료 막사 앞으로 오면 중증과 경증으로 분류하고 있을 때, 핵심전투 인력과 비전투 인력이 다가왔다.


“이서 어디 다친 거 아냐?”

“안 다쳤어.”

“피가 이렇게 많은데!”

“다쳤으면 걸어다닐 수 있겠냐.”

“다행이다.”

“넌?”

“나? 걱정해주는 거야?”


미코가 다가오더니 내 팔을 들어 올리면서 마저 확인하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전쟁터에서 웃을 수도 있구나.’

그녀 옆에는 화영이와 유화 그리고 뜨루까이까지 다가왔다.


“치료를 돕겠습니다. 저도 치료를 배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힌두교 사제답게 그는 병자들에게 붙어 치료를 시작했고, 화영이도 붓과 그림을 놓고 병자들에게 달라붙었다.

‘쟤도 참 특이하네.’

사방에 시체가 즐비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화영이도 다친 이들에게 다가가 지혈을 도왔다.


“우리는 뭘 하면 되나?”

“치료를 도와줘.”

“치료?”

“지금 치료하면 살 수 있는 병사들도 있을 거야. 조금이라도 도와.”

“알았다.”

“나도 하겠다요.”


그렇게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바쁜 상황에서 심장이 멈춘 병사들이 하나 둘 나타났고 나도 더욱 바빠졌다.


“여기 가슴 중앙을 압박해! 하나둘 하나둘! 계속 압박하고! 너 와서 숨 불어 넣어! 거기도 이렇게 따라하라고! 다시 살릴 수 있으니까 빨리!”


부상병이 하나둘 도착할 때마다 CPR 환자가 쏟아졌고, 전쟁보다 더 전쟁 같은 부상병 수습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아.”

“식사 좀 드시죠.”


죽인 자보다 살린 자가 더 많아진 시간. 하늘엔 달이 뜬 시간에 맑은 고깃국과 주먹밥을 가져온 뜨루까이는 내 옆에 앉았다.

힌두교와 이슬람 교도 때문에 고기는 무조건 닭으로 통일했고, 내가 조언한 닭개장은 병사들 입맛에 맞는지 다들 그릇을 입가로 가져가 사발째 들이켰다.


“이서 공은 오늘 많은 병사들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제겐 비슈바루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요.”

“가슴을 두들겨 죽은 자를 일으켰을 때는 알라신을 부르짖는 자들도 보이더군요.”

“숨을 쉬지 않고 심장박동이 멈췄을 때는 오늘 배웠던 것을 따라하고 전하세요. 시피알 아니··· 심폐소생술이라고 부릅니다.”

“소생술··· 잘 알겠습니다. 조선에서 배우신 겁니까?”

“예, 그렇다고 하시죠.”


먼 훗날 심폐소생술의 창조자는 조선인이 되지 않을까. 그런 헛된 상상도 했지만 빠르게 털어내고 뜨루까이에게 물었다.


“우리 병사들은 얼마나 죽었습니까?”

“우리 진영 내에서 죽은 이는 팔십 구까지 확인했습니다. 칸이 데리고 나갔던 병사들은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많이 죽었군요.”

“그리고 사지가 잘린 중상자들은 백 스물하나.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자들은 서른여덟. 나머지는 경상자로 구분했는데 사백이 넘는 숫자지만 다들 움직이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2천500으로 시작해 이백에 가까운 희생으로 이겨낸 전투. 얻은 것도 많지만 희생자가 적지 않은 수였다.


“뜨루까이는 괜찮습니까?”

“장갑차를 만들어주셔서 위험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차로 들어가세요.”

“저만 사는 건···.”

“뜨루까이를 지키려다 희생당하는 것보다 그렇게 숨어 계시면 경호에 쓸 병사를 줄일 수 있죠.”

“···알겠습니다.”

“뜨루까이는 살아남은 힌두교 병사들을 찾아다니면서 함께 기도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하루종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시신까지 본 병사들의 마음은 만신창이일 겁니다.”

“그건 맡겨만 주시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투를 치르고 났을 때, 살아남은 자들은 누구보다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친했던 동료 혹은 가족을 잃은 병사라면 그 고통은 절대로 작지 않다.

‘저들에겐 종교가 힘이 되어 주겠지.’

종교가 없던 나는 고통을 시간으로 지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내 병사들은 종교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딱히 믿지 않지만.’

만약에 신이 있었다면 나 같이 시간을 역행하는 이탈자들을 바로 잡아 주었겠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을 보면 무신론은 점점 확신으로 변했다.


“이서 공. 시신 수습을 끝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보냈던 정찰이 가져온 정보는 어떻습니까?”


주먹밥을 입으로 우겨 넣고 일어나니 피칠갑을 한 아이티마드 칸이 지휘 막사로 나를 안내했다.

그가 가장 먼저한 일은 혹시라도 잊어버릴 새라 서둘러 종이에 내가 알려준 아라비아 숫자를 적고 페르시아어로 글씨를 썼다.


“일단··· 우리가 이번에 상대한 자는 악바르가 보낸 선봉 하킴이었습니다.”

“그게 누구죠?”

“같은 왕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굴 왕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귀족이 사병을 기르고 전쟁터에 데리고 나옵니다.”

“그러면 하킴은···.”

“끝났다고 봐야죠.”


사병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는 자기 병사들이 많이 다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적 병사에게 물어보니 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장수는 악바르 황제 본인이랍니다.”

“···.”

“첫 번째 친정으로 선택한 것이지요. 치토르가르 요새 앞에는 십오만 군대가 집결했고 악바르는 기병 삼만을 데리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럼 기병 이만이 남았겠군요.”

“아뇨, 악바르가 삼만을 데려왔습니다. 우리를 습격했던 선발대는 하킴의 친위대였습니다.”

“···.”

“악바르의 친위군 삼만은 선봉과 하루 거리를 두고 온다고 하였으니 전진 기지가 위험합니다.”


어쩐지 좋은 일만 있더라니.

해맑게 말하는 페르시아 출신의 이 남자를 쳐다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중요한 정보는 미리 말해야지. 아이고 골이야.’

상대 정보를 습득했으니 우리 병사들 정보도 신뢰할 수 없었다.


“전진 기지에 먼저 가 있는 병사들은 몇이나 됩니까?”

“원래라면 오천 정도 모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확신을 못 하겠습니다.”

“왜요?”

“창기스 칸이 북부 귀족이라 그자가 마음먹고 방해하면 오천까지 모이긴 힘들 겁니다.”

“저한테 상비군이라고 했잖아요?”

“귀족들이 가진 상비군이라 술탄의 명령을 거부하는 귀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병사를 대충 숫자만 맞춰서 올 수도 있고요.”

“그걸 왜 이제 말합니까!?”

“죄송합니다···.”

“···칸의 친위대가 전멸당하는 걸 보기 싫다면 다시 전령 띄우세요. 당장!”


나는 막사에 걸린 휘장을 걷어차면서 나왔고. 이미 밖에는 우리 부대가 멀뚱멀뚱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짐싸!”

“짐? 도망치는 건가?”


순간 고민이 되었지만 뒤로 돌아갈 길은 작은 오솔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간다. 낙오자 없게 준비해! 부상병은 내려놓고 남은 병사들은 전부 다 마차에 탄다.”

“알겠습니다!”

“알았다, 대장.”

“움직일 수 있으면 전부 다 태워! 마차는 전부 수리 끝났지?”

“수리 다 끝났습니다. 측면에 방패도 보강했고요.”


알리가 든든하게 대답했고, 나는 이들을 보면서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하니까 전진 기지까지 빨리 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저런 미X놈! 확 죽여버릴까?”

“그렇다고 죽이지 말고. 아크바르를 먼저 죽일 생각부터 해야지.”


미코를 진정시킨 뒤, 행군 준비를 하는데 칸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수라트에서 모은 병사들이 곧 올 겁니다.”

“언제요?”

“열흘은 더···.”

“수라트 병사들은 정예 맞는 거죠?”

“···다들 저를 따르는 귀족들이니 정예를 보냈을 겁니다.”

“···.”


예전 실버나이트 근무시절 파키스탄에서 같이 작업했던 인도 장군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미쳤지. 사람은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었는데 특히나 인도 대륙에선 더더욱!’

승리의 도취 되어 잠시 잊고 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가장 빠르게 진군합니다. 전리품은 다 이곳에 두고 따라와요. 악바르보다 먼저 도착해야 합니다! 반드시!”


작가의말

1권 분량이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조회수가 저조해서 조금 기운은 나지 않는데...

머리를 쥐어 짜내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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