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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항해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뚱보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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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210

작성
22.11.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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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화

DUMMY

“도련님 무슨 요술이라도 부리신 겁니까?”

“왜?”

“이틀 동안 꼼짝 못 하게 하더니 갑자기 이런 성대한 환영이라뇨? 인도 왕국은 원래 이렇습니까?”

“어딜가나 서로 원하는 게 맞으면 대우는 급격하게 달라지는 법이다. 조선이라고 다르더냐?”

“···역시 도련님은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석두의 칭찬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날이 밝는 대로 꼬박 하루를 이동해 구자라트의 가장 큰 도시 아메다바드에 입성했다.


“우와··· 엄청 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석두와 미코의 평가는 단순했고, 화영이는 붓을 들고 스케치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이티마드 칸은 이슬람식 인사를 건넸고 나도 그에게 손을 마주잡으며 답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병사들은 경비대 막사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귀공은 오늘 저녁 술탄께서 초대하셨는데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페르시아어를 통역해주는 뜨루까이는 초대를 불편하게 받아들였지만 나를 생각해서 그 초대에 응했다.

힌두교 사제도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 일행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입구에서부터였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


이슬람 전통 복장의 경비가 우리 앞길을 가로막았을 때, 눈치가 비상하게 빠른 미코가 물었다.


“뭐래?”

“여자는 들어갈 수 없대.”

“···들어가지 마?”

“아니, 반드시 들어가야지.”


미코에게 그렇게 말한 뒤, 뜨루까이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우리 일행은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들은 동료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상의하는 용병단 동료입니다.”

“이슬람은 원칙적으로 여자들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기가 모스크는 아니잖습니까?”

“말은 전해보겠습니다.”


입구에서 실랑이가 이어지자 결국엔 아이티마드 칸이 직접 입구까지 내려왔다.


“무슨 일 이십니까?”

“모스크도 아닌데 일행의 출입을 막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곳은 술탄이 계신 곳입니다. 술탄의 여자가 아닌 이들은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여자가 아닌 제 동료입니다. 우리 용병단에서 가장 큰 전력이고요.”

“전력···?”

“동료가 출입 불가능하다면 초대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통역을 거쳐 말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한 번도 서로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자, 어떻게 나올래?’

일부러 먼저 기싸움을 걸었고 아이티마드 칸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우리 못 들어가면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돼.”

“아니, 무조건 들어가야지.”

“왜?”

“이슬람 놈들은 먼저 자존심을 조금 눌러줘야 대화가 돼.”

“복잡해. 머리 아파.”


미코가 투덜거렸지만 별다른 말은 더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중요하다는 말에 그녀는 최대한 나를 배려해주었다.


“술탄께 허락을 받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죠.”

“···알겠습니다.”


술탄을 핑계로 잠시 시간을 끄는 것이 아이티마드의 한계였고, 결국 우리 일행은 한 명도 빠짐 없이 궁으로 모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신기해!”

“도련님 건물이 어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죠?”


석두와 미코는 건물을 둘러보는데 정신 없었고 화영이도 눈빛이 반짝반짝해서 구경하는데 유독 유화만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유화는 관심 없어?”

“지켜보는 눈 너무 많다요. 그리고 무기 없어서 불안하다요.”

“괜찮아. 왕이 사는 곳이니까. 그런 거야.”

“우리 죽이려고 한다요.”

“절대 못 죽여. 그리고 우리가 쉽게 죽어줄 것도 아니잖아.”

“맞다요. 도련님은 내가 목숨 걸고 지킨다!요.”


미코의 말투를 따라하는 유화에게 존댓말을 가르쳤는데, 애 말투가 끝마다 요를 붙이는 바람에 조금 이상해졌다.


“술탄께서 기다리십니다.”


어리버리한 술탄.

술탄이란 왕이 아이티마드 칸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단박에 깨달았다.

‘개판이네.’

대충 예상했었지만 지금 시대의 소문은 정확도가 아주 높았다.

이슬람식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피곤해하는 술탄을 돌려보내고 아이티마드 칸과 단독 협상이 시작되었다.


“술탄께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지 못하십니다.”

“이해합니다. 원래 일은 신하가 하고 술탄께선 결정을 하시는 분이죠.”

“이해가 빠르시군요. 이서.”


이미 서로의 패를 전부 까발린 상황에서 아이티마드는 내숭을 떨지 않았다.

의외로 커피를 좋아하는 그가 내게도 커피를 권유했고, 우리는 티타임을 가지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무굴의 악바르가 십만의 병사를 동원했습니다. 이건 아십니까?”

“인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델리와 아그라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거리의 남자들을 끌어 모으면 백만도 쉽게 모을 수 있죠.”

“무례한 언어군요.”

“인도에서 병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지 않습니까? 얼마든지 새로 뽑을 수 있다는 믿음이 기본 바탕이지 않습니까? 전쟁의 텀도 아주 짧고요.”

“···.”


직설적인 화법을 최대한 순화해서 통역하느라 중간에서 뜨루까이가 고생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최대한 그대로 직역하라고 전했다.


“그대로 전하세요.”

“이서··· 상대를 일부러 자극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는 이들의 도움이 없으면 힘듭니다.”

“이대로 좋은 이야기만 하면 절대 우리 뜻대로 군사를 못 모읍니다. 이슬람 병단을 원하세요? 아니면 힌두 병단을 원하세요?”

“···일단 이서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뜨루까이부터 설득한 다음, 아이티마드는 통역 내용을 들으면서 허연 얼굴이 시시각각 점점 붉어졌다.


“무례하십니다.”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십만 쉽게 모았다고 하지만 정예 병사들은 이만에서 삼만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

“무례한 언어는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서로 숨기는 것 없이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제 의도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고 있었지만 아이티마드 그는 노련한 정치인답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


“제게 궁금하신 게 많으실 것 같은데, 먼저 질문하시죠.”

“병사들에게 화포를 가르치셨습니까?”

“총과 대포 모두요.”

“···그들에게 총을 주신 겁니까?”

“빌려준 거죠. 저도 포르투갈 하이더 총독에게 빌린 겁니다. 전쟁이 끝나면 고아로 가져가서 고스란히 반납해야 되죠.”

“···.”


순간 탐욕이 감돌던 그의 눈빛에서 위험을 감지했지만 태연하게 커피잔을 들며 눈빛을 피했다.

‘죽이고 다 먹으려고? 어림도 없지.’

커피 향을 즐기면서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그런데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다 보면 머스킷이 고장 나기도 하고 파손되기도 하는 법이죠. 무기로 태어난 이상 전쟁터에서 죽거나 도난당하는 일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죠.”

“···그렇군요.”


작은 구멍을 뚫어줬더니 살기가 사라지고 짙은 탐욕이 다시 드러났다.

‘잠시 환기가 필요하겠군.’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끊고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구자라트 지역은 서부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곳답게 도시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장도 크고 새로운 향신료도 있고요.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교역하고 싶은 지역으로 손꼽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오오··· 포르투갈이 있는 유럽의 정세를 잘 아십니까?”

“얼마 전에 잉글랜드 메리 여왕이 폐위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어린 국왕이 즉위한 것도 알고 있죠.”

“그런 일이 있습니까?”

“칸께서도 조금 귀를 기울이시면 쉽게 아실 내용입니다.”


이 시대에서 정보는 곧 권력을 상징했다.

‘분위기가 또 달라졌군.’

포르투갈의 어린 국왕에 대한 소식은 여기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조선은 어떤 곳인가요? 그곳이 궁금합니다.”

“포르투갈과 비슷합니다. 국왕이 통치하고 관리들이 정사를 논하죠.”

“대단한 곳이군요.”


순식간에 조선과 포르투갈이 동급으로 되었다.

우리는 한 시간동안 커피가 차게 식을 때까지 주변 정세와 인도의 역사에 대해 떠들다가 자리가 파할 때쯤 되어서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악바르의 대군을 도대체 어떻게 막을 겁니까?”

“제게 총병 오백이 있습니다. 피해는 조금 입겠지만 못 막을 건 없죠.”

“악바르도 총과 대포가 있어요.”

“갑옷도 뚫지 못하는 총일 뿐이고, 대포는 크기만 무식하게 큰 포탄만 날릴 뿐이죠. 그것도 수량 자체도 얼마 없어서 많이 못 쏘고요.”

“···진짜 악바르와 맞서 싸우실 생각이군요.”

“이기는 싸움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죠. 그래서 조건이 갖춰지는 순간, 악바르는 군대를 물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 조건이 궁금하군요.”

“정예병 일만의 지원과 보급지원을 원합니다.”

“···흠.”


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악바르의 군대를 맞서 승리한다면 구자라트는 안전해집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더욱 친밀하게 연결할 수도 있고요.”

“포르투갈과 친밀해진다고요?”

“제가 포르투갈 총독의 사자라고 생각하시죠. 실제로 총독과 아주 친밀한 사이이고요. 친밀하지 않다면 우리가 타고 온 함선과 병사들에게 지급된 총이 쉽게 나왔겠습니까?”

“···쉽지 않았겠죠.”

“과거는 다 잊고 포르투갈과 교역을 통해 부강해지는 길을 찾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이런 경우는 먼 잉글랜드에서 쓰는 단어로 윈윈이라고 부르죠.”

“윈윈··· 어감이 나쁘지 않군요.”

“서로에게 좋다라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손을 잡을까요? 아니면 그냥 혼자 전쟁터에 나가서 열심히 싸워 모든 공로를 제가 독점할까요?”

“혼자 이길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구자라트에 온 이유는 그저 승리를 향한 일정을 빠르게 앞당기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너희 도움이 딱히 필요 없다고 못 박은 뒤, 나는 차갑게 식은 커피를 위장으로 털어 넣고 일어났다.


“그럼, 고민해보고 연락주십쇼. 그리고 오늘 숙소는 감사히 쓰고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놓고 비워드리겠습니다.”

“···.”


고민에 빠진 그를 남겨두고 나오는 길.

뜨루까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저들 없이 전쟁을 치르실 겁니까?”

“미쳤습니까? 쪽수 앞에 장사 없는 법입니다. 오늘 밤 던진 미끼는 반쯤 물었으니까. 낚아 올릴 일만 남았어요. 이제 물고기가 도망가지 않게 살살 구슬리면서 낚아 봐야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알게될 겁니다.”




딱 하루.

아이티마드는 하루만 시간을 더 달라면서 우리 출발을 만류했고, 하루동안 시내 구경을 하며 여행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병영으로 직접 나온 그는 군복 차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같이 가겠습니다.”

“네?”

“구자라트의 칸으로서 대군을 직접 지휘하겠습니다. 이미 각지로 전령을 보냈으니 곧 합류할 겁니다.”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아이티마드. 그는 환하게 웃으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총을 쏘는 방법도 배울 겸. 군사 훈련을 같이 참여해도 괜찮겠습니까?”

“훈련이 공짜 아닌 건 아시죠?”

“이서 공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자, 우리 계약서부터 씁시다.”

“···.”


손을 뻗자 화영이 품에서 잘 정돈된 계약서가 튀어 나왔다.


“신뢰는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증명에서 나오는 법이죠.”

“그, 그렇습니까?”

“세 가지 언어로 미리 준비해뒀으니까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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