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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항해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뚱보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08 08:1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2,397
추천수 :
2,160
글자수 :
156,210

작성
22.11.15 23:59
조회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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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
11쪽

13화

DUMMY

여관까지 오는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곳곳에 배치된 병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뛰어다녔는데 심상치 않은 중국어가 쏟아져 나왔다.


“첩자가 나타났다! 아오먼을 모두 봉쇄한다!”

“허락이 없으면 아무도 못 나간다! 특히 여자들. 여자들은 절대 항구 밖으로 못 나가게 하라!”

“어린 여자 무리를 찾아라!”


명나라 수군 군관은 정신없이 떠들면서 병력을 움직였고, 나는 그들의 눈을 피해가며 여관까지 도달했다.


“도련님··· 어떻게 해야 하죠?”


석두는 불안한 표정으로 여자 둘을 가리켰다.

정작 당사자들은 푹신한 침대가 신기한지 앉았다가 누웠다가 그러면서 놀고 있었지만.


“석두야 너는 날이 밝는 대로 은을 주고 곡물과 장롱을 구매하도록 해라. 곡물 자루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관아에서 우리를 안내한 관원에게 가 배가 언제 뜨는지 알아보거라. 상해로 돌아갈 것이야.”

“알겠습니다요.”

“그리고 미코! 그만 뛰고 이리 와.”

“왜?”


삐딱하게 내게 다가온 미코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폈다.

‘참 오밀조밀하게 잘 생겼군.’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뒤, 미코의 머리카락을 확 손에 쥐었다.


“뭐, 뭐야? 왜 그래?”

“누가 가위 가져와라! 미코 너는 당분간 남자로 지내자.”

“남자?”

“나한테 최대한 협조한다고 했지?”

“그게 뭔데?”

“내가 하는 말을 따른다고 했잖아.”

“마, 맛있는 거 주면···.”

“진짜 맛있는 음식 줄 테니까. 머리카락 잘라도 괜찮지?”

“내··· 머리? 잘라?”

“머리 말고! 머리카락! 이거! 자른다.”

“···.”


싹뚝. 싹뚝.

길었던 장발이 단숨에 싹둑 잘려나가고 미코는 너저분한 숏컷으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거기에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혀 놓으니까 완전 중세 유럽풍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가슴은 이 코트 앞섬을 여며.”

“불편하다.”

“그러면 나중에 저 포대자루에 들어가서 숨어 있을래?”

“···이거 좋다.”


몸은 삐쩍 마른 놈이 가슴은 커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는데 상의를 휘두르는 망토를 넉넉하게 입혀 놓으니까 조금 괜찮아 보였다.


“도련님! 도련님!”


한창 미코에 정신 팔려있는 사이. 석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심부름은 벌써 다 했냐?”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요. 포르투칼 제독이 여까지 왔습니다요! 나와 보셔야 합니다.”

“···그 사람이 왜 여기로 와?”

“저도 모르죠. 지금 군사들을 이끌고 왔어요!”

“군사들? 몇 명이나?”

“한 열 댓명 됩니다요!”

“···.”


군사가 왔다는 이야기에 미코는 얼른 검을 손에 쥐었고 침대에 앉아 있던 조선 아이. 유화도 어디선가 짧은 단도 하나를 가져와 손에 들었다.

‘쟤네는 싸울 생각부터 하네.’

두 사람의 검을 압수한 다음 유화는 옷장에 숨겨놓고 미코는 조선에서 가져온 갓을 씌워줬다.


“이거 이상해···.”

“그러게 진짜 안 어울리네. 내가 데려오기 전까지는 이 방에서 절대 나오면 안 돼! 누군가 들어오려고 하면 창문 밖에서 매달려.”

“···싫은데.”

“마지막으로 내가 공격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먼저 사람을 치면 안 돼! 알았지?”

“···쳇.”

“약속해!”

“알았다고.”

“사람을 죽이면 너 절대로 못 데리고 다녀!”

“···알았어.”


미코 단속을 확실하게 한 뒤, 나는 화영이 방을 나왔다.

‘화영이 방을 따로 잡아서 다행이지.’

어젯밤 잠행으로 입었던 옷을 다시 조선 선비 복장으로 바꾸는 사이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나?”

“들어오십쇼.”


며칠 전과 다르게 붉은 망토를 두른 하이더 제독은 손에 검은 표지가 인상적인 두툼한 책을 건네주었다.


“아직 제대로 된 성서를 읽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 내 선물일세.”

“감사합니다, 제독님.”

“오호, 이게 그 완성된 그림인가?”


제독은 내 방을 둘러보더니 한쪽 벽면에 전시용으로 펼쳐둔 병풍을 발견했다.

‘시간이 없는데···.’

내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독은 미술관으로 감상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천천히 그림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림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단하군. 특히나 이 나무 벽은 만든건가?”

“그림을 붙여서 보관하는 용도입니다. 그림과 함께 나무발을 합쳐서 병풍이라고 말하죠. 조선국에서 왕이 앉는 자리 뒤에도 이런 큰 병풍이 있습니다. 그건 일곱 첩이 넘는 그림이 들어있죠.”

“호오. 그것도 보구 싶구나.”

“나중에 공식 외교 사절단으로 한번 조선에 방문해주시죠. 조선이 아직까지는 폐쇄적인 사회가 아니니까요.”


최대한 포르투갈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조선에 대해서 좋게 포장해서 이야기했다.

‘그··· 송시열 나오기 전까지 조선은 유교에 맹목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했으니까··· 맞겠지?’

유튜브로 배운 역사는 그리 깊지 못해서 이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고생하고 있었다.


“그림을 이것만 준비하진 않았을 테고, 시간이 없으니 본격적으로 거래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나눠도 되겠는가?”

“어딜 급하게 가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 하이더 제독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만 걸고 있었다. 마치 나를 탐색하는 것 같은 눈빛은 예전 군대에서 감찰단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애써 담담하게 상황을 넘기려고 했지만 제독의 행동이 더 빨랐다.


“지난밤. 투기장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군. 월 쪽에서는 아직까진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네.”

“월이라는 게 있습니까?”

“명나라 남쪽을 부르는 말이지. 자네는 그것도 모르는가? 하하하.”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명나라가 하도 넓지 않는가? 어떻게 황제가 모든 땅에 영향력을 뿌리겠어? 옛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도 그렇게는 못 했네. 명나라 같은 곳은 비교할 것도 아니지.”


조용히 제독의 말을 들어보니 무언가 명나라의 틈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럼 남쪽의 명나라는 황제의 손길을 벗어났다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맞네. 투우장만 보더라도 자네가 잘 알지 않는가? 나도 몹시 부끄럽지만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투기를 어느 나라가 허락하겠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걸 말일세.”

“···.”

“명나라는 몇 개로 쪼개어져 있네. 지금 광둥성 월에서는 원여라는 자가 총독을 맡고 있지. 한번 본적이 있는데 돈을 많이 밝히는 자더군.”


마치 본인은 돈을 밝히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있었는데 남을 원여를 깎아내리며 자기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조금 뒤 출항할 예정인데 나와 함께 고아로 가지 않겠나? 잠시 몸을 피해있을 기회도 좋고 말이야.”

“몸을 피하다뇨?”

“밖에서 바삐 움직이는 군인들이 상황을 파악하는데 하루면 충분할 걸세.”

“···.”

“원여가 아무리 통제령을 내려도 우리 함대의 출항을 막진 못하네. 우리 입출항은 황제에게 직접 허락받은 것이라서 우리를 막는 것은 황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지.”

“잠시 시간을 주십쇼.”

“같은 하느님을 모시는 형제에게 내미는 손길을 부디 거부하지 말아주게나. 성경을 받을 때, 느끼는 것이 있지 않았는가?”


그런 거 없었는데 이 제독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알 정도라면 금방 잡힐 텐데···.’

꼬리가 긴 만큼 불안했다.


“뱃삯이 비싸겠죠. 이곳으로 어떻게 돌아올지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못 하겠고요.”

“우리 함대는 일본까지 가네. 형제에게 선상 한 귀퉁이를 내주는 건 아깝지 않아.”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시간이 많지 않아. 내 제의가 마음에 들면 명국 시간으로 미시가 넘어설 때, 출항할 걸세. 그리고 이건 필요할 것 같으니 미리 내려놓고 가겠네.”


점심 때,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해놓고 부관이 들어와 포르투갈 군복 몇 벌을 내려놓았다.

짧은 시간 하이더 제독이 혼을 쏙 빼놓고 갈 때, 석두가 들어왔다.


“도련님. 오늘 출항하는 배가 있다고 합니다!”

“상해로 출발한다고 하느냐?”

“그런데 그것이···.”


뒷말을 삼킨 석두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말을 해야지.”

“그게··· 여자는 절대 탑승 불가라고 못 박았습니다요. 우리 화영이 이야기를 했는데도 안 된답니다요···.”

“···.”

“어떻게 할까요?”

“화영이를 두고 갈 수는 없다.”

“당연하죠.”

“너는 지금부터 잘 듣거라.”


석두에게 지시를 내린 뒤, 붓을 들었다.




미시. 정확히 정오가 갓 지난 오후 한 시쯤.

숙소에서 모든 짐을 빼자 하이더 제독의 부관 페르난데스가 군사들을 이끌고 찾아왔다.


“말씀하신 총과 대포입니다. 화약도 물론 따로 챙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건···.”

“쉽게 상하지 않는 커피와 시가 견과류 그리고 후추도 조금 넣었습니다.”


수중에 있던 은자를 꽤 많이 쓰면서 무기거래를 완료했다. 가격을 따로 알아볼 수 없어서 부르는 대로 줬고, 이 물건은 조선으로 돌아갈 물건이었다.

‘최신식 총과 대포를 던져 주면 알아서 하겠지.’

원래는 내가 직접 가지고 들어가 개량을 하던가 궁으로 진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내가 직접 조선으로 들어가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럼 이동할까요?”


중간중간 우리를 검문하는 군인들이 있었지만 페르난데스 부관이 나서자 명나라 군인들은 우리 일행을 쉽게 막지 못했다.

‘제발 잡지 마라···.’

속으로 계속 중얼거리면서 내 뒤를 바짝 따르는 미코에게 말했다.


“절대로 목소리 내지 마! 너 여자라는 걸 들키면 우리 모두 죽는다.”

“···응.”


미코에게 주의를 준 뒤, 부관의 병사들은 큼지막한 상자들을 배에 옮겨 싣기 시작했고 나는 마지막으로 쪽지 하나를 상자 안에 담고 하인들을 바라보았다.


“개똥아. 너는 상해에 도착하거든 남은 일꾼들 모두 모아서 북경으로 가거라. 연경에 도착하거든 바로 연화루라는 곳을 찾아가 소이를 찾거라. 이 서찰을 소이에게 전달하면 너희를 조선으로 보내줄 것이다.”

“도련님은 어찌하시렵니까?”

“나는 인도로 간다. 상황을 보면서 여러 나라를 다닐 것이니 아버님과 누이께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대신 말해주거라.”

“도련님!”

“사내놈이 질질 짜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하거라. 모두 듣고 이해 했느냐?”

“흑··· 네, 도련님.”

“건강히 먼저 조선으로 가거라. 난 늦지 않아도 삼 년 이내에 들어갈 테니.”

“도련님··· 아가씨께서 아시면 저희는 경을 칠 겁니다.”

“누이도 나를 잘 아시니까. 그리 혼나진 않을 것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누이에게 따로 서찰을 붙였으니까.”

“···.”

“개똥이 네가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자라서 믿고 보내는 것이다. 잘 할 수 있지?”

“···흑. 알겠습니다.”


하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하이더 제독이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건 어려운 선택이었을 테지만 절대 후회하진 않을 걸세.”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

“제독 각하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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