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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디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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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
작품등록일 :
2024.01.17 20:49
최근연재일 :
2024.02.21 08: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8,509
추천수 :
1,461
글자수 :
240,991

작성
24.01.22 08:20
조회
1,748
추천
44
글자
13쪽

니 부모 걱정이나 해

DUMMY

“내 사랑은 U, U- 너만 보면 자꾸 떨려와-”


얘 뭐지.


“내 전부는 U, U-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여-”


갑자기 왜 이렇게 열심인 걸까?

하얀색 니트를 입은 송유화가 캠 카메라를 향해 살며시 웃어 보인다.

방송 오프닝을 알리는 발랄한 노래, 건성처럼 보이면서도 디테일은 살아있는 몸짓.


“매일매일 U, U, U-”


송유화는 지금 순간순간마다 시청자들을 홀리는 중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꼬 방송에 나와서 뭘 하겠냐는 태도였는데, 오늘은 왜 또 오프닝부터 이렇게 열심인 건지···

나의 제안에 아직 확답도 받지 못했던 터라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녀의 말대로 팔로잉이 200밖에 안 되는 방송엔 나와 봤자니깐. 그런데 얘가 갑자기 그렇게 말할 줄은···


━━할게. 하면 되잖아. 그깟 스트리머 해보지 뭐. 대신 정산 비율은 오대오 꼭 지켜라.


확인 하니 어느새 팔로잉이 700을 넘겼다. 송유화가 노래하는 클립 영상도 핫클립에 올랐고, 조회 수도 십오······ 놀라서 말도 안 나온다. 어떻게 그런 조회 수가 나온 거지?

아마 당시에 송유화에 최적화되도록 조명과 앵글을 조율하고 오디오 믹서를 설정한 것이 도움 됐을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오롯이 노래하는 가수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했으니깐.

그런데 사실, 그런 것들보다 조회 수가 높게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뭐라 말을 해도-”


송유화의 빼어난 외모와 목소리 때문일 터.

옆에서 바라본 그녀의 옆모습도 예술이다. 얼굴이 어쩜 저렇게 작고 날렵한지. 커다란 눈망울에 얼핏 사나워 보이는 눈매가 조화롭게 작용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저런 매혹적인 눈으로 미소를 날리고, 활기찬 노래를 부르니 귀여움이 배가 되는 듯했다.


“내 눈엔 내 눈엔 내 눈엔 완벽한걸━”


- 와

- 송유화!송유화!송유화!송유화!

- 고음 개 깔끔하게 올라가네

- 니트 너무 잘 어울린다

- 아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네


지난 방송과 클립 영상의 여파 때문일까.

스트리밍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시청자 수는 100명에 육박했다. 팔로잉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시작부터 좋다. 이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일부러 오프닝 곡은 밝고 산뜻한 분위기로 선정했다. 오프닝 때 시청자들의 관심과 열기를 확 끌어올려야 하니깐. 그러고 나서 방송을 마무리할 때 즈음엔 엔딩곡으로 잔잔한 노래를 부르게 할 것이다. 아주 감성적이고 촉촉한. 그래야 시청자들은 여운이 남고 다음 방송에도 찾아오게 된다.


[‘서태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rlcks09’님이 1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참개구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박수무당’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프닝 선곡의 효과가 잘 먹힌 건지 시작부터 후원이 물밀듯이 터져 나온다.

입소문을 탔나 보다. 시청자도 계속 유입된다.


“감사합니다!”


송유화가 오프닝 곡을 끝내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다음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잠시 쉬어가야 할 때, 시청자들과의 질의응답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본디, 팬층이 형성되려면 시청자들과의 유대감이 필수다. 그 유대감은 소통으로 형성되고.

카메라 앵글을 다시 조정한 뒤, 나는 방송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유화 덕분에 활기찬 분위기로 방송을 시작하네요. 이제 게임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소통 방송을 진행할 건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주시면 됩니다. 유화가 아직 어리니깐 이상한 질문은 하지 말고요. 밴합니다.”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대부분 송유화를 향한 질문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 송유화 씨. 혹시 남자친구가 있으십니까?

-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남자친구요? 없어요. 이상형은, 음··· 생각 안 해봤는데. 그냥 어디서든 내 눈에 그 사람만 보이면 그게 이상형이 아닐까요?”


시청자들의 질문에 송유화는 무심하면서도 차갑게 답변한다.

노래할 때와는 딴판이다.

하지만 그런 대비되는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자극했는지 채팅창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 남자친구 없어? 그래 없겠지 없어야만 해...

- 오늘부터 ‘이상형’의 뜻은 어디서든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다

- 이 채팅창에서도 내 채팅만 보이면 이상형으로 쳐주나?


뭘 해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송유화는 태생적으로,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지금 채팅창만 봐도 송유화에게 입덕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 쓰리 사이즈 공개 가능합니까?


물론, 저급한 채팅도 있지만.

딸칵. 가차 없이 밴이다.


“이상한 질문은 하지 마세요. 바로 IP까지 차단할 겁니다.”


- 앞으로 계속 방송에 출연하시는 건가요?

- 노래 신청도 받아주나요?


방송에 관련된 질문은 내가 담당했다.


“아마 당분간은 유화가 같이 출연하면서 방송을 도와줄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도 유화를 많이 좋아해 주시고, 유화도 방송이 재밌다고 하니깐 오늘처럼 이렇게 2인 체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물론 전 노래 안 부를 거니 걱정 마세요.”


“노래 신청받고 커버하는 컨텐츠도 생각 중입니다. 아직은 유화도 방송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저 역시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가는 정착기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런데 모니터링용 모니터에 송출된 송유화의 표정이 뭔가 모르게 뚱했다.

혹여나 좀 전에 올라온 저급한 채팅으로 충격받은 것일까. 나는 고개를 돌려 송유화를 향해 ‘왜?’라는 눈짓을 보낸다.

그러자 송유화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한다.


“왜 이렇게 지루해? 말투가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잖아. 어디 뭐 공중파 예능이라도 찍어?”

“···어?”

“스트리머면서 너무 선비같이 말한다고. 그놈의 그 형식적인 말투부터 고쳐. 괜히 나까지 긴장하게 되잖아.”


형식적이라고? 내 말투가?

아니 원래 방송이라면 형식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나의 방송 가치관에 반하는 이념이 날라오자 바보같이 멍한 표정을 짓게 된다.

송유화의 의견에 동조하는 채팅창까지 보인다.


- 아 인정 ㅋㅋ 뭔가 모르게 공중파 방송 느낌이 있었음

- 할 말은 한다 송카콜라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웃김 ㅋㅋㅋ

- 그니깐 방송이 너무 딱딱했음

- ㅋㅋㅋㅋㅋㅋㅋ 캬 속이 뻥!


이건 좀 충격이었다.


“내 방송이 딱딱하다니···”


충격에 휩싸여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송유화도 한 마디 더 거든다.


“딱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재미가 없다니깐? 컨텐츠만 주구장창 준비하고 체계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면 뭐해. 스트리머가 인터넷 방송 감성을 모르는데.”


자존심도 좀 상했다.

그래도 내가 언론고시, 합숙 면접 수석으로 합격하고 900:1의 경쟁률을 뚫은 PD 출신인데 이런 소리를 듣다니.

재미가 없어? 내 방송이?


“네가 방송에 대해 뭘 알아? 네가 나만큼 방송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어?”

“뭐? 기껏 생각해서 조언해줬더니 왜 성질이야? 내가 시청자였으면 난 이 방송 절대 안 봤어. 흥!”

“너도 기껏 재워주고 밥 먹여줬더니 이런 식으로 내 방송을 모욕해?”


언제나 말하지만, 나는 내 욕은 참아도 내 방송 욕은 못 참는다.

누구보다 난 방송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응~ 맨날 짜파게티만 끓여줬으면서 생색은.”

“너 이제 짜파게티도 먹지 마.”

“이, 이잇···! 이런 잔인한···!”


그래서 그런지, 송유화의 유치한 말다툼이 한동안 이어졌다.

순간 방송이 켜져 있단 사실도 망각한 채.

아차- 싶어 이성을 되찾고 채팅창을 살폈다.

그런데 반응이 좀 이상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둘이 싸우는 거 ㅈㄴ 웃기네 ㅋㅋㅋ

- 친남매 같은 사이라더니 진짜였네요

- 그래 이거지 이거야 ㅋㅋㅋㅋ

- 나도 송유화랑 저렇게 말다툼하고 싶다


어라?

이거였나···?






소통 방송이 끝난 후, 우린 게임 방송으로 넘어갔다.

2인용 방탈출 게임이었는데, 탈출을 위한 열쇠를 찾는 것만 빼면 방향키 컨트롤이 중요한 피지컬 게임이었다.

난이도도 적당하고 플레이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던 터라 스낵 느낌으로 가볍게 즐기기 위해 준비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오늘의 게임 방송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꺄아악···! 왜 이렇게 어려워!”


송유화의 캐릭터가 또 죽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얘 게임 더럽게 못 한다.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어 보였다.

오늘 안에는 끝낼 수 있을는지···

채팅창도 답답함에 피를 토하고 어금니가 갈리는 중이었다.


- 아오!!! 점프를 하라고!

- 아니 여기서 몇 번째야?

- ......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청자 수는 꾸준히 늘어난다.

447명.

화병이 나 죽을지언정 송유화가 클리어하는 모습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 아니면 본인 손가락에 본인도 답답해하고 짜증 내는 송유화의 모습을 보기 위함?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으으이잉···! 진짜! 왜 점프가 안 되는 거야?”

“네가 점프를 늦게 누르니깐 안 되는 거지. 넌 눈이랑 손이랑 따로 노냐?”


- ㅋㅋㅋㅋㅋㅋㅋ

- 결국 보스 인내심 폭발

- 많이 참았다 ㅋㅋㅋ


우리 둘 사이의 친남매 같은 케미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송유화의 조언대로 정형화된 방송의 틀을 깨고, 스스로의 모습도 조금 내려놓으니 방송 진행이 더 원활해지는 듯했다.

심적으로도 훨씬 편안해져 멘트나 몸짓도 자연스러워진다.

그 덕에 송유화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와 그녀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졌고.


“야! 너도 똑같이 죽으면서 잘하는 척하지 마.”

“뭐? 야? 예의범절을 게임 실력이랑 같이 내다 버렸냐? 그리고 난 네가 먼저 죽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죽는 거야.”


- ㅋㅋㅋㅋ 게임 하다 본성 나오네

- 유화 삐지겠다 삐지겠어


사실 게임의 재미라든가 실력 따윈 애초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재밌는가가 중요하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연예인의 급에 따라 재미가 급격하게 달라지지 않던가.

그러니, 나의 방송은 지금 그 중요한 요소를 충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방송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시청자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을 때 즈음.

언제나 그렇듯, 예고도 없이 큰손의 미션이 떠오른다.


띠링━


[‘999’님이 ???원 미션을 신청하셨습니다.]

[난이도 : E]

- 팔로잉 5만 이상 스트리머와 합방하기


[‘999’님이 ???원 미션을 신청하셨습니다.]

[난이도 : F]

- 방송 컨셉 확정하기


뭐야 한 번에 두 개? 이번에도 후원 금액은 나타나 있지 않다. 후원금 대신 캐시나 다른 보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지···.

또한 저번 Special 난이도의 미션과 다르게 두 개의 미션은 각각 E와 F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방송 컨셉은 내 방송의 방향성을 정하라는 건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팔로잉 5만 이상 스트리머와의 합방은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 정도 규모의 스트리머와 함께 방송하려면 나의 방송도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포기하기엔 미션 보상들이 아깝긴 한데···. 미션을 깨고 받은 캐시와 능력이 방송 성장에 도움 된다는 사실은 이미 확실하다.

그러면 어떡하지?

게임 플레이 때문에 두 손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 머릿속은 복잡하게 굴러간다.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 난데없이 불청객이 한 명 등장한다.

방송 분위기를 흐리는 분탕이었다.


- 재미 조또 없네 이딴 방송을 왜 500명이나 보고 있냐?


채팅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분위기를 더 흐리기 전에 차단하고 싶었지만, 나의 두 손은 키보드에 있었기에 이 판만 끝나면 바로 차단할 생각이었다. 아이디도 외웠다.

그런데 그놈이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멋쩍어진 건지 더욱 공격적인 채팅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 이 년도 결국 얼굴 팔아서 돈 버네 ㅉㅉ


- 딱 보니깐 담배 피게 생겼는데 이런 년놈한테 후원하는 호구 없제?


그 수위가 도를 지나쳤다.

아무리 방송 분위기가 편해졌다 해도 적정선이 있어야지.

나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마우스에 손을 올렸다.


“하···, 잠시만요. 채팅창 좀 정리하고 갈게요.”


송유화도 일시 정지하는 데에 별말이 없었다. 채팅창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아까 게임 하면서도 채팅창을 곁눈질로 슬쩍슬쩍 보더니, 아마 얘도 다 본 듯하다.

살짝 걱정됐다. 이렇게 보여도 아직 고등학생 티도 못 벗어난 여자애인데 말이다.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지금 차단해야겠다.

놈이 끝까지 비아냥대는 채팅을 남긴다.


- 나라 꼴 잘 돌아간다 걱정이네 걱정이야


그리고 내가 놈의 아이디를 클릭한 순간.

잠잠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송유화가 돌연 입을 열었다.


“니 부모 걱정이나 해, 이 한심한 새끼야.”


- ?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도, 방 안의 흐르는 공기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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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 걱정이나 해 +4 24.01.22 1,749 44 13쪽
6 [120,449회] +3 24.01.21 1,806 46 14쪽
5 너 데뷔해볼래? +2 24.01.20 1,846 45 14쪽
4 잠깐만 존X 이쁜데? +5 24.01.19 1,988 44 14쪽
3 와. 근데 와... +10 24.01.18 2,228 43 12쪽
2 그깟 방송 뭐가 어렵다고 +5 24.01.18 2,407 53 13쪽
1 프롤로그 +7 24.01.18 2,589 5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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