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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디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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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
작품등록일 :
2024.01.17 20:49
최근연재일 :
2024.02.21 08:2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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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991

작성
24.01.18 08: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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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그깟 방송 뭐가 어렵다고

DUMMY

당연하게도, 세상은 참 불공평했다.


재능은 넘쳤지만, 기회는 부족했다.


빛을 품고 있었지만, 사회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그래서 무너진 것 같다.

PD가 되어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나의 꿈이.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이 꼴도 보기 싫은 새끼야!


악착같이 공부했었다. 악착같이 공부해서 그 악명 높다는 언론고시에 900:1의 경쟁률을 뚫고 방송사 PD가 됐었다.

유하진. 음악 방송사 PD.

보육원장의 성姓을 물려받고 보육원 형들의 옷을 물려받는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다.


방송사에 합격할 당시 얼마나 기뻤던지 모른다. 살면서 처음으로 정당함이란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집착했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무대를 만들고, 재능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빛내주겠다고. 이 꿈 같은 기회를 절대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런 기회를, PD란 자리를, 꿈을, 내 손으로 직접 망쳐버리고야 말았다.


━━유하진 이 배은망덕한 놈··· 금수 주제에 키워준 주인을 무니깐 이런 꼴 나는 거야.


막내 PD로서 참여하게 된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프로그램의 메인 PD가 벌인 순위 조작과 갑질을 폭로했다.

그 과정에서의 뇌물수수와 성 상납까지 더불어.

그런데 업계에서 쫓겨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똘똘한 놈이라 지 앞가림은 잘할 줄 알았더니,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던 거냐?


예상은 했다. 세상은 당연하게도 참 불공평한 것이니깐.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달빛과도 같은 밝은 조명이 비추는 무대, 그 위를 오르기 위해 잠도 못 자고 발악하는 연습생들이 100명이었다. 그 100명의 간절한 꿈이 단 한 명의 사리사욕 때문에 무너지는 꼴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기 싫었다. 그런 꼴을 더이상 보기 싫어서 PD가 됐으니깐.


프로그램이 편성되기도 전에 이미 소속사들과 협의하여 데뷔자들을 정해놓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무대 조명 아래에 서기 전까지의 달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법이다.


━━쯧. 수석으로 들어와 놓고 그 자리를 제 발로 걷어찬 꼴이 되었으니··· 네 이름답게 좀 유하게 살면 어떠냐. 괜히 후회할 짓이나 만들고.


후회? 솔직히 후회한다.

괜한 오지랖 때문에 직장도 잃고 꿈도 잃은 꼴 아닌가.

이미 업계에 박쥐 새끼, 배신자, 내부고발자로 소문이 허다하게 퍼져서 다른 방송사에 취업도 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내 세상은 불공평해졌다.

원래 이 꼴이었으니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


그 후로 많이 생각했다.


만일 내가 그때 메인 PD의 순위 조작을 고발하지 않았더라면. 이름답게 유하게 살았더라면. 내 꿈을 위해 눈 한 번 딱 감고 다른 이들의 꿈을 밟았다면······

아, 역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긴 하다.


여하튼.

이러한 연유로 업계에서 쫓겨나게 된 나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방송사가 없는 PD? 괜찮다. 내가 직접 방송을 만들면 된다. 그깟 방송 뭐가 어렵다고 그리 대수더냐. 나 홀로, 내 힘으로 직접 나의 채널을 키워서 나만의 방송을 할 것이다.


그 뭐야, 요즘은 인터넷 방송으로도 인정받는 시대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무작정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고.


26살의 난 보스가 되었다.


보육원 출신 스트리머, 줄여서 ‘보스’.


“안녕하세요, 보스입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나의 스트리머명이다.






평균 시청자 11명의 하꼬 스트리머.

월 수익, 플랫폼 수수료 떼고 27만 원.


업계에서 쫓겨난 PD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모니터 하단을 흘깃 보자 오늘의 시청자 수는 14명으로 고정되어있다.

14명도 평소보다는 많은 편이다. 대기업 스트리머들이 몰려서 방송을 켜는 날이나 합방하는 날이라도 있으면 안 그래도 없는 시청자들을 빼앗겨 시청자 수가 10명도 안 되는 날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리릿’의 인터페이스 특성상 시청자 수가 적으면 사람들에게 노출될 일도 없고.

기적에 가까운 우연이 없는 이상 신입 스트리머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 그래서 ‘치리릿’의 대형 스트리머들은 대부분 연예인, 인플루언서 출신이거나 이미 두터운 팬층과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진입장벽에도 가뭄에 콩나듯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괴물 신입 스트리머들 역시 몇 있었는데-

적어도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닌 듯했다. 인터넷 방송의 결은 내가 알던 방송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음···, 일단 오늘의 방송 순서를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먼저 새로운 연예 관련 시사를 함께 읽어볼 거고요. 그다음은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준비한 공포 게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나도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게임 방송이며, 소통 방송이며, 먹방, 고민 상담 등등. 어떻게든 ‘치리릿’의 주류를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인터넷 방송의 결에 적응하려고 했다.


“아! 그리고 공포 게임이 끝나면 새로 나온 치킨 메뉴도 직접 먹어보면서······”


- 그냥 지금 바로 게임 ㄱ


“아···, 지금 바로 게임 방송으로 넘어가자는 건가요?”


하지만 인터넷 방송의 세계는 냉철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에겐 지금 보는 방송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스트리머가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따윈 상관없는 것이었다. 오로지 재미. 시청자들은 오로지 재미를 원했고, 재미가 있는 방송엔 많은 시청자 수가 따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지. TV 프로그램도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볼 테니 말이다.

언론고시 수석 1등으로 당당히 입사한 내가 그 당연한 것을 못 하고 있으니, 누가 날 PD라 보겠냐.

캠을 통해 송출된 방송 속 내 모습이 형편없어 보인다.

시청자의 말을 무시하고 내 곤조대로 방송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1년 정도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깨달은 건데, 시청자의 의견을 무시하면 가차없이 방송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방송 후원 비중도 높은 편이어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시청자다. 이 사람 나가면 알바 한 개 더 구해야 한다.


[‘참개구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ㅇㅇ 오늘 그 게임 보러 온 거임


“참개구리님 5000원 감사합니다.”


이것 봐라. 시청자 말 잘 들으면 돈이 들어온다. 플랫폼 수수료 떼고 3,500원을 받은 나는 늘 그렇듯, 계획한 방송 일정을 엎었다.


- 저 사람 말대로 게임이나 하자

- 뉴스 기사 읽는 시간은 좀 없애라 재미없다

- 그냥 앞으로도 게임 방송만 하면 안 됨?


다행히. 다행히? 뭐, 어떻게 보면 다행히, 다른 시청자들의 의견도 비슷해서 바로 공포 게임으로 넘어가는데에 불만인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오늘도 대충 게임 방송으로 때우다가 다음 방송에 할 재밌는 컨텐츠나 새로 짜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정 시청자 수는 몇 정도 있었지만, 몇 달째 성장세가 보이지 않아 방송 의욕도 많이 꺾여있는 상태였다. 진짜 그냥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둬야 하나···

야심 차게 뛰어들었던 각오도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시들시들해지는 듯하다.


“그러면 여러분 의견대로 연예 관련 시사 코너는 넘어가고 바로 공포 게임을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분위기 때문에 전등도 다 끄는 게 좋겠죠?”


날이 아직 밝긴 했지만 불 끄고 커튼까지 치면 캠으로 비추고 있는 내 방은 충분히 어두컴컴해질 수 있었다. 공포 게임에 걸맞게.

밝은 데서 공겜하면 시청자들이 인정 안 해준다.


- 당연히 다 꺼야지

- 불 끄고 ㄱㄱ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전등을 끄기 위해.

그런데 곧장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띠링━


[‘999’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액수의 후원을 받고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 이, 이게 무슨···”


- ???

- 와 실화?

- 오류 아님?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재빨리 후원 정산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오류로 찍힌 금액도 아니었다. 정말 온전한 백만 원 후원이었다. 아, 수수료 빼고 70만 원.

그것보다 이 사람은 갑자기 왜 이런 큰 돈을···

닉네임도···, 999? 오늘 처음 보는 닉네임이다. 내 방송 고정 시청자가 아니다. 잘못 보낸 건가?


“어, 어···. 999님, 배, 백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방송에 도네이션 보낸 거 맞으시죠? 혹여나 0을 더 붙였다거나···”


- ㄹㅇ 잘못 보낸 거 아님?

- 후원 금액이 터무니없이 커서 주인장도 당황했네


갑작스러운 거액 후원금에 나와 얼마 없는 시청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작 백만 원의 거금을 보낸 시청자는 어떠한 채팅도 없었다. 심지어 후원금과 함께 보내는 음성 채팅 서비스에도 아무런 채팅을 달지 않아 후원 메시지만 날아온 상황이었다.

이거 받아도 되는 돈 맞아···?

순간 식은땀이 흐르며 마음속에서 찜찜함이 맴돌았다. 범죄와 연루된 돈은 아니겠지? 돈세탁이라거나 비자금이라거나······


- 잘못 보낸 거 아닙니다


그때, 다행히도 거액의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가 채팅을 보냈다.


“아, 아···. 잘못 보내신 게 아니구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큰돈을···”


난데없이 백만 원을 받게 된 난 감사함보단 어리둥절함이 더 컸다. 이 사람은 나와 친한 사이도 아닐뿐더러 내 방송을 오늘 처음 본 시청자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백만 원 후원이라니. 원래 인터넷 방송엔 이렇게 막 돈을 낭비하는 사람이 많은가 싶었다.


- 그냥 다들 돈을 보내길래 저도 궁금해서 한 번 보내봤습니다.


- 금수저임?

- 도라이네

- 소상공인 살리기 뭐 그런 걸 수도 있지


궁금해서 백만 원을 한 번 보내봤다고? 미친 사람인가. 아님, 어디 기업 회장님이라던가.

···아니지, 회장님이라도 평균 시청자 11명의 스트리머에게 단순 궁금하다는 이유로 백만 원을 툭 보낸 사람은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가 그런 비정상인이라도 나에겐 똑같은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였다. 인터넷 방송의 두 번째 법칙. 도네이션엔 응당한 리액션을 보여줘야 한다.


“어쨌든 보내주신 후원금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혹시 저에게 원하시는 건 없나요? 뭐, 어떤 방송을 원한다든지. 어떤 게임을 원한다든지. 아니면 제게 미션을 걸으셔도 됩니다.”


- 미션이요? 흠···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제가 하길 원하는 게임이나 리액션 같은 걸 편하게 말해보세요.”


- 그럼 노래나 한 곡 불러주세요


“···네?”


노래를 부르라고? 그거면 되는 건가? 그런데 난 노래를 불러본 적이 거의 없는데···

노래 한 곡 부르고 백만 원 받기라.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해하는 사이 소수의 시청자로 구성된 채팅창은 쓸데없이 기대감이 부풀었는지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 오 노래 ㄱㄱ

- 백만 원에 노래 한 곡? 나였으면 바로 부른다

- 목소리 좋던데 노래 기대됩니다


아, 이거 큰일 났다. 내가 노래 잘 부르는 편이 아니란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사실 못 부르는 편에 가깝지.

그래도 음역대가 높지 않은 잔잔한 발라드 정도는 괜찮게 부른다고 생각하기에 곧장 5년 전에 히트 쳤었던 남자 발라드의 MR을 재생했다.


“아아, 반주 들리시죠? 제가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후딱 부르고 끝내겠습니다.”


원래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식기 전에 빠르게 컨텐츠를 진행해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찌저찌 리액션은 받을 수 있으니깐.

그렇게 나는 짧은 심호흡을 한 번 내뱉고 긴장감에 건조해진 목소리와 함께 노래를 시작했다.


“네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


- ?

- 음정이 없는데?

- 백만 원이 장난이냐

- 노래시킨 사람 나와라

- 열심히 하시잖아


역시. 채팅을 흘깃 보니 사람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괜스레 민망해져 얼굴에도 열기가 확 올랐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반주, 끝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저 사람은 왜 하필 노래를 시켜가지고···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지-, 나를 보는 네 눈빛은-”


- 2절까지 하네

- 에반데;;


채팅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해져만 갔다. 아마 듣는 사람들에게도 고역일 테지.

그러다 문득, 채팅창엔 생경한 알림창들이 떠오른다.


띠링━


[‘노래 부르기’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미션 보상으로 1캐시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인연의 실이 맺어졌습니다.]


뭐야 이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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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깟 방송 뭐가 어렵다고 +5 24.01.18 2,407 53 13쪽
1 프롤로그 +7 24.01.18 2,588 5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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