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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역사덕후, SSS급 최강영주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19.11.13 01:25
최근연재일 :
2020.01.03 22:45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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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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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6
글자수 :
301,315

작성
19.12.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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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2쪽

사냥과 퇴비만들기의 상관관계.

DUMMY

돌멩이는 타원형에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일부러 세공이라도 한 것처럼 매끄럽기까지 했다.


형이상학적 문양이라거나 그림 같은 거라도 그려져 있었으면 볼 것도 없이 마법적인 뭔가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약간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도 길가에 굴러다닐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지만.


왜냐고? 마력은 아니지만 다른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으니까.


“이걸 언제 어디서 났소?”


“영주님께서 최근에 영지를 벗어나셨잖습니까? 그 기간에 이 건물 주변에서 얻은 겁니다. 아니, 얻었다기보다는 주웠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요? 전 하루를 시작할 때 꼭 관저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통행세 징수관 에란드가 하루는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깬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어난 이상 늘 그랬듯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관저를 나왔다.


그렇게 기존에 돌던 코스를 다 돌았음에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나온 탓에 여유가 있던 상황. 에란드는 반경을 넓혀서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딱 족제비랑 마주친 겁니다.”


“족제비?”


“예.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새끼 두 마리를 포함한 네 마리나 되더군요. 일가족인 듯했습니다.”


“영지 내에 족제비가 있다는 소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물론 산림지대의 바위나 돌이 많은 계곡 같은 곳에서 사는 녀석들이니 내 영지에서 발견이 안됐던 거지 쉐르슐크 산이나 이런 곳에는 그득할 순 있었다.


그러면 거기서 최초로 내려온 녀석들이 되려나?


“저도 지금까지 이 영지에 살면서 족제비의 족자도 들어본 적이 없습죠. 그런데 심지어 사람 말까지 하더라고요!”


“사람 말을 한다고?”


그거 족제비가 맞긴 한 거요? 혹시 다른걸 잘못 본건 아니고?


“그때 족제비들끼리 이렇게 떠들었습니다.”


‘큰일 났다. 우리 보물을 들켰어.’

‘오또케. 오또케!’

‘아빠. 우리 이거 없으면 귀찮게 사냥해야 하잖아.’

‘저 두발달린 짐승이 들고 있는 불에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목숨보다 중하진 않아요!’


“그러더니 그냥 뭔가를 내팽개치고 사라지더군요. 족제비들이 사라진 다음에 그 자리에 가서 보니 이 돌이 있었습니다.”


“······.”


그러니까 해도 안 뜬 시간에 관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족제비일가를 만났는데, 그 녀석들이 사람 말을 하더라. 사람 말을 하는 족제비가 이 돌을 보물이라고 들고 있었는데 불에 죽는 것보단 낫다며 버리고 사라졌다 이 말인가?


“징수관. 혹시 그때 당시에 전날 술이라도 마셨었소?”


“전 술은 안 좋아합니다. 와인만 마시죠.”


뭐지? 이 ‘물건은 가져갔지만, 도둑질은 하지 않았습니다’ 와 같은 소리는?


이 작자는 전날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다가 술이 덜 깬 채로 다음날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한들 무조건 술 취한 놈이 하는 헛소리로 치부할 수도 없었는데, 명확한 물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 족제비들이 쉐르슐크 산에서 내려왔다고 하면 징수관이 술에 취해있었든 아니든 간에 납득이 갈 것 같기도 한데.’


뿔 달리고 보호색도 밥 말아 먹은 유사 하늘다람쥐도 있는 판국에 말하는 족제비가 뭐 대수겠어.


“이 돌은 일단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혹시나 뭔가의 매개체 같은 것이면 일반인이 가지고 있기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아이고, 그렇게 하십시오.”


***



『누구처럼 저 클래스에서 스승을 찾고 그러진 않았었지. 스승은 5 클래스 넘어가면서부터 필요한 거야.』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날 맞이한 것은 양피지에 쓰여 있는 답변이었다.


우와. 진짜 재수 없다. 누군진 모르지만 상판대기 좀 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데?


그나저나 말하는 것을 보니 필담 상대도 마법사인 모양이다. 그것도 나처럼 3 클래스 보급형(?) 마법사가 아닌 최소 5 클래스 이상의 마법사 말이다.


입으로는 너도, 나도 7 클래스 아크메이지나 위저드지.


물증 하나 없는데 그걸 믿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뭐, 나이는 나보다 한창 많을 수도 있겠네.


『증거를 보여줘 봐. 그럼 믿어주지.』


난 그렇게 양피지에 휘갈겨 써놓고 통행세 징수관에게서 가져온 붉은색의 돌을 꺼냈다.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마력은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뭘까?


저번에 팔레나를 통해 느껴봤던 신성력으로 추정되는 그것과도 다르고.


그때부터 난 가지고 있는 마법 서적들을 뒤져가며 관련 내용이 있는지 찾아봤다. 세상에는 수많은 방식으로 형성된 암석들이 있는데 개중에는 마력을 띠고 있는 종류도 있다.


자연에서 형성된 것들을 마력석이라고 하고 몬스터의 체내에 형성된 것을 마정석이라고 한다. 물론 이 녀석들은 죄다 희귀한 거라 나도 실물을 본 적은 없다. 정령석이라는 것도 있다는데 그쪽은 더 귀해서 워낙 알려진 게 없다 보니 나도 문외한이고.


탁.


난 마법서를 덮었다. 이게 10권째 마법서로 내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책이었다.


쓰벌. 없어. 없다고.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지식 한도 안에서는 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 당장은 위험하다거나 한 것 같진 않지만,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데.


5 클래스 이상 마법사들은 이 돌이 뭔지 알 수 있을까?


그 정도 되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마탑에 짱박혀 있거나 대영주들의 옆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물으러 간다고 해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거다.


잠깐만? 5 클래스 이상 마법사?


난 시선을 내렸다. 그곳엔 필담이 진행되고 있는 양피지 두루마리가 있었다.


씨익.


여기다가 추가 질문을 던지면 되겠네. 이 돌도 옆에다가 같이 놔두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떻게 보고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잘됐네. 진짜 입으로 떠든 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난 깃펜을 집어 들었다.


『증거를 따로 보여줄 것도 없이 이걸 물어보면 되겠네요. 설마 5 클래스 마법사님이신데 이 돌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마치 3 클래스인 나도 아는데 설마 5 클래스 이상으로 추정되는 네가 모르겠어? 라는 식의 도발성 멘트였다.


한마디로 뻥카를 친 거다. 어차피 본인이 여기에 있지도 않은데 내가 돌에 대해 몰라서 책까지 뒤졌다는걸 알 게 뭐야?


크크. 답변이 기대되네.


***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지하 감옥에서 눈을 번쩍 뜬 난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간밤에 양피지 두루마리에 뭔가 답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알지만 네 말투가 너무 괘씸해서 안 가르쳐줄래.』


······아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


어차피 용도를 모르면 나한테도 쓸모없는 돌멩이일 뿐이다. 그냥 병사를 시켜서 쉐르슐크 산 안쪽에 던져버리라고 하든가 해야겠다.


나도 오기 정도는 있다고.


딸랑. 딸랑. 딸랑.


난 종을 흔들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집사인 뒤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주님, 무슨일이신지요?”


“병사 한 명을 아무나 시켜서 이 상자를 쉐르슐크 산 안에 던져놓고 오게 하시오.”


“알겠습니다요.”


뒤엘은 내용물을 딱히 묻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뒤엘을 내보내고 난 후, 난 약간의 서류업무를 마치고서 잠시 티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저수지 2개 완공. 밭을 갈 소(?) 확보. 관개수로공사는 상단에서 사람과 자재가 보내지면 시작하면 되고, 그럼 이제 지력을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것과 농법 개량 정도인가?


지력을 회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퇴비. 즉, 비료를 통한 방법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작지에 농작물을 심지 않고 쉬게 하는 것. 즉, 휴경하는 것이다.


난 흙에 영양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비료 쪽부터 해결해보기로 했다.


퇴비를 만드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사람이나 동물의 분뇨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난 그 방법은 우선 배제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위생 관념이 개판인 데다가 하수도 시설도 없어서 세균이 득실대는 상황이다.


여기서 또 퇴비 만든답시고 분뇨를 이용하다가는 전염병이라도 돌까 무서워.


설령 영지 내에서 분뇨로 만드는 날이 오더라도 아마 하수도 시설까지 생기고 난 이후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동물 뼈나 생선 뼈, 계란 껍질 등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거나 나뭇잎이나 열매 같은 것들을 모아서 부패시켜 비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업을 하기에 최적인 곳이 영지 안에 있다.


바로 영지 남쪽에 있는 작은 삼림.


어차피 삼림지기로부터 올라온 공문에 있던 문제도 해결해야 했는데 잘됐다. 사냥과 퇴비 만들기를 동시에 하는 일타이피. 아니, 그 이상을 노릴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어.


생각난 김에 바로 시작해야겠다.


난 새 양피지를 꺼내 포고문을 쓴 후, 뒤엘을 다시 불러 영지 전체에 알리라고 명했다. 시간 넉넉하게 줬으니까 알아서 잘들 오겠지.


***


“모두 열심히 풀숲을 휘저어라! 동물이 많이 나온 쪽 마을에는 영주님께서 따로 포상을 하실 것이다!”


캉캉캉!


“와와와!”


“얌마! 소리 더 크게 질러! 이러다가 란스마을한테 포상 뺏기겠어!”


“넌 철판 두드리는 거나 잘하고 말해라! 그래 가지고선 숨어있던 토끼가 한 마리라도 나오겠어?!”


“아앗! 저쪽에 노루가!”


“뭐? 어디 어디!”


“구라지. 병신아.”


“······.”


영지민들은 지시에 따라 열심히 각자가 들고 있는 나무작대기나 농기구 따위로 풀숲을 휘저으며 전진하고 있었다. 사냥이라고 해봐야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50명의 영지민들을 가로 일렬로 쭉 늘어서게 한 다음 전진하며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사냥감을 몰게끔 한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함께 이동하다가 가끔 마다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잡기만 하면 됐다.


영지민들 곳곳에 병사나 기사들을 배치한 이유는 이 삼림에서 튀어나오는 동물이 꼭 토끼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맹수류도 있어서였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배치를 안 해놨다가 갑자기 맹수라도 튀어나오면 영지민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사냥한답시고 노동력 하나를 잃어버리면 그만큼 수지 안 맞는 장사가 어딨겠는가?


실제로 늑대 두 마리가 나오기도 했고.


“그런데 우린 몰이꾼하고 있는데 쟤들은 저기서 뭐 하는 거냐?”


“못 들었냐? 저쪽 50명한테는 떨어져 있는 나뭇잎이나 잡초, 열매 같은 것을 주워서 모아놓으라고 했대. 썩은 거면 더 좋으니 무조건 다 긁어오라고 했다나.”


“뭐하시려고 그러시지?”


“난들 아냐. 영주님께서 하시는 일이시니 어련히 이유가 있으시겠지.”


내 옆에는 그동안 사냥당한 동물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토끼, 꿩, 늑대, 너구리, 노루···어휴, 많기도 하네.


다만, 동물의 종류만 많지 먹을 수 있는 녀석은 숫자가 적었다. 비축할 수 있는 식량이라도 좀 나올까 기대했건만 비축은 고사하고 뒤풀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주님. 말씀하신 작업을 모두 끝내놨습니다.”


베르아마을의 바일리프 옌센이 내게 뛰어와 말했다.


“그래? 얼마나 모았나?”


“높이로는 제 목 높이 정도까지 쌓았습니다.”


“가보지.”


옌센의 뒤를 쫓아가 보니 말한 대로 낙엽과 열매 같은 것이 그의 목 높이만큼 쌓여있었다.


“옌센, 만약 이정도 양의 퇴비가 있다면 어느 정도 넓이의 밭에 뿌릴 수 있겠나? 정확하지 않아도 좋으니 얘기해보도록.”


“으음, 베르아 마을에 있는 경작지의 1/4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 물론 내년에 경작 차례가 온 밭들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베르아 마을에 이정도 양의 4배 정도를 퍼주고 경작지가 더 넓은 란스마을에는 5~6배는 퍼줘야겠군.


난 스태프를 꺼내 들었다. 재료만 있으면 퇴비 만드는 건 간단하지. 부패마법 한방이면 되니까.


“로팅(Rotin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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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등나무 군락지. +3 19.12.31 1,141 42 12쪽
50 다시 산속에 들어가다. +4 19.12.30 1,243 42 12쪽
49 드디어 대면하다. +2 19.12.29 1,419 48 12쪽
48 선택의 기로에 서다. +2 19.12.28 1,300 46 12쪽
» 사냥과 퇴비만들기의 상관관계. +1 19.12.27 1,329 43 12쪽
46 밭가는 미노타우로스, 이상한 돌멩이. +4 19.12.26 1,363 42 12쪽
45 아티팩트를 구하다. +1 19.12.25 1,354 42 13쪽
44 확실한 소잡이를 위해 백작령으로 떠나다. +1 19.12.24 1,438 48 12쪽
43 소가 나타나다. +4 19.12.23 1,443 44 13쪽
42 차기계획을 세워보자. +3 19.12.22 1,489 43 12쪽
41 저수지 공사 재개. +1 19.12.21 1,542 46 13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feat:하늘을 향해 쏴라.) +5 19.12.20 1,544 52 12쪽
39 더듬이 잘린 개미가 되다. +4 19.12.19 1,513 43 13쪽
38 쉐르슐크 산 등정. +2 19.12.18 1,614 45 13쪽
37 식량을 찾아서. +2 19.12.17 1,604 43 12쪽
36 거래를 끝내고 영지로 돌아오다. +2 19.12.16 1,634 44 13쪽
35 골드플라워상단과의 거래. +2 19.12.15 1,719 46 12쪽
34 백작령에 도착하다. +1 19.12.14 1,731 50 13쪽
33 용병대장 파이로와의 만남. +2 19.12.13 1,809 44 12쪽
32 사연의 미궁(2) +1 19.12.12 1,807 42 12쪽
31 사연의 미궁(1) +3 19.12.11 1,928 50 13쪽
30 인챈트를 하자. +2 19.12.10 1,956 50 11쪽
29 갑옷털이 +3 19.12.09 2,065 52 13쪽
28 작업지시와 금화25개 확보를 위한 고심. +7 19.12.08 2,185 47 12쪽
27 저수지 축조작업 시작. +2 19.12.07 2,305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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