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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야마가 돌아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차니필
작품등록일 :
2023.03.21 07:46
최근연재일 :
2023.04.20 23:5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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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31
글자수 :
157,859

작성
23.04.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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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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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어둠을 만날 자격

.




DUMMY

<어둠을 만날 자격>



복도는 길게 이어져 있었다.

6천 년이나 지난 시설의 조명이 제대로 작동할 리는 없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루이는 집에서 가져온 마력 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존하여 조심조심 나아가고 있었다.


“...씹”


하지만 희미한 불빛은 오히려 공포심을 부추기는 법,

루이는 당장 귀신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은 시설을 바라보며, 작게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이제는 뒤쪽 입구의 불빛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치직


“이런 쓰레기같은....”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수명이 다한 것인지, 랜턴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완전히 어둠 속에 갇히게 된 루이는 신경질적으로 랜턴을 던져버렸다.

랜턴에 벽에 부딪히며 울리는 소리는,

어째서인지 소름끼치게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아오”


루이는 그래도 계속 나아갔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꼭 확인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째서인지 손발이 떨리는 것 같기는 했지만, 루이는 애써 무시했다.


“후우우...?”


그리고 잠시 뒤,

루이는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넓은 공간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벽면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루이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집가고싶다”


사실 지금도 캄캄하기는 했다.

루이는 그렇게 울려퍼지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으며 계속 걸었다.

시야도, 벽도 없었기에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방도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어디론가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워메 시발!”


그 거대한 공동 가운데에 작은 불이 들어왔고,

그곳에는 루이와 닮은 한 사내의 조각상이 눈을 감고 있었다.


“심장 떨어질뻔했네 진짜”


오랜만에 빛을 본 루이는 본능적으로 조각상을 향해 다가갔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각상은 스스로가 광원이 된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어두운 공간에서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조각상에서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누구지?”


조각상의 얼굴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았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루이는 눈앞의 사내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삐딱하게 조각상을 올려다보던 루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경이롭지 않나?”


그곳에 누군가가 있었다.

루이와 같은 황금빛 눈과, 검은 뾰족머리를 가진 그 청년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루이에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조각상의 모습에서마저 느껴지는 저 엄청난 기운 말이다”

“...귀신?”


청년의 말대로, 조각상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가히 절대자의 기운이라고 할 만 했다.

하지만 루이는 그것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루이의 모든 신경은,

온통 눈앞의 청년을 향해 있었다.


“너... 뭐냐?”

“나 말인가...?”


루이는 청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다가오는데 그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눈앞의 상대는, 진짜 귀신이거나 엄청난 고수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자신도 모르게 검 손잡이를 꽉 움켜잡았다.


“...글쎄, 이젠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내가 누구였는지”

“...”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이겠지....”

“뭐라는 거야....”

“그냥, 이 무덤을 지키는 망령 정도로 해 둘까...?”

“...무덤?”


그렇게 말한 청년은 옅게 미소지었다.

어째서인지 그 미소는 조금 슬퍼 보이기도 했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3천 년 만이로군...?”

“진짜 귀신이라는거네 시발”

“...그 말은 조금 기분이 나쁜데”

“아, 미안”

“큭큭 상관없다, 너는 나를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돼”

“뭐?”


그리고 다음 순간,


화악


벽면에서 수십개의 횃불이 타올랐고,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던 공동의 진짜 모습이 루이의 눈에 들어왔다.


“어....”

“준비는 되었는가 후인이여”


푸른 불길이 비춘 공동의 모습은 고대 유적답게 신비로운 모습이었지만,

루이에게 그 신비로움을 감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는 지금, 벽면에 산처럼 쌓여있는 사람의 유골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저건 자격도 없이, 감히 절대자의 무덤에 발을 들인 자들의 최후다”

“무슨 가문이 이래?”

“강한 힘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이제 눈앞의 청년은 어디선가 나타난 검을 들고 루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다음에 일어날 일을 짐작한 루이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이 무덤의 수호자, 셰인 루미너스”

“이모는 나를 죽이려는 거였나?”

“지금부터 그대의 자격을 시험하겠다”

“...진짜 인생”


다음 순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셰인은 소리도 없이 루이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루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검을 뽑는 것 뿐이었다.


*


카앙


낱붙이와 낱붙이가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공간이 원형의 넓은 공간인 탓에, 그 소리는 웅장하게 매아리쳤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는,

서로 닮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채앵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인다.

다행이 물리력은 통하는 모습이었다.

귀신이 혹시나 일방적인 공격을 할 것을 우려한 루이는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었다.


“뭘 망설이는 거지?”

“칫....”

“모든 것을 쏟아내도 모자를 텐데?”


자신을 셰인이라 소개한 눈앞의 청년,

그 청년의 무위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평소에는 몇 번 검을 맞대 보면 어떻게 체력과 마나를 배분해야 할 지에 대한 감이 잡히고는 했는데, 눈앞에 이 괴물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오질 않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겠군”

“...!”


셰인의 기세가 달라진 것을 느낀 루이는 황급히 바람의 검술을 전개했다.

전신에서 패도적인 기운을 끌어올린 셰인이 그대로 루이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지만,

침착하게 호흡을 이어나간 루이는 바람처럼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아리에스 꼬마들의 잡기인가...?”

“스으읍”


다음으로는 물빛의 검술이었다.

흐름을 가져온 루이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검술로 셰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런 루이의 모습을 본 셰인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에메로드까지?”

“후우우우”

“괴상한 녀석이 들어왔군”


이제는 루이도 셰인에게 밀리지 않았다.

루이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가벼웠고, 루이의 검술은 물처럼 끊기지 않으며 점점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몸이 남아나지 않을 예정이기는 했지만, 두 가문의 절기가 한번에 시전되는 만큼 그 위력 하나만큼은 어마어마했다.


“어둠의 영역”

“시각 각성”

“...허”


심지어는 루미너스 가문의 기술까지,


셰인은 어둠의 영역을 펼쳐 루이의 감각들을 봉인하려고 했지만, 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에 마나를 불어넣어 이를 상쇄시켰다.

과거에 당했던 기술에는 당하지 않는 노련한 모습,

그러면서도 침착하게 호흡과 검술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본 셰인은, 이제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재밌구나 아이야”

“하아!”

“그 나이인데도, 수십 년은 전장에서 구른 전사를 보는 것 같군”


셰인을 수세에 몰아붙인 루이는 자연스럽게 최고의 일격을 준비했다.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에드안 가문의 검술,

저번에 에메로드 가문 사내의 목을 날려버렸던 그 일격,


천뢰검법

제 1형

천공일섬


눈앞의 청년이 어떠한 무위를 지니고 있더라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가문들의 검술이 융합된 일격을 얻어맞고도 무사할 리는 없었다.


...라고 루이는 생각했었다.


번쩍

콰콰콰쾅


그리고 다음 순간,

공동을 울리는 천둥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런데, 그거 아니 아이야?”


한 사내의 신형이,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그 검술들 모두가, 우리 가문의 검술을 그저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야”


쓰러진 것은 루이였다.

셰인의 검에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백색의 검기가 맺혀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루이를 미소지으며 바라보던 셰인은, 그대로 검을 집어넣었다.


“넌 합격이다 꼬맹아”



***



“헉!”


루이가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 뒤의 일이었다.

기함하며 깨어난 루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한 여인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그 눈동자 역시 황금색이었다.


“...누구세요?”

“나...? 루나”

“루나?”

“헤헤, 재밌는 아이가 들어왔다 해서 구경왔지”

“그럼 또 귀, 귀신?”


당황한 루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은 여전히 그 공동에 누워있었고, 그 공동에 있는 것은 여전히 고고한 기운을 뿜어내는 조각상과 눈앞에서 흥미롭다는 눈빛을 한 여인 뿐이었다.

여인은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마치 귀신처럼 말이다.


“상처는 다 내가 치료했어, 별로 큰 상처는 없더라”

“아?”

“그리고 몸에 안 맞는 기술 자꾸 쓰는것 같던데, 너 그러다 빨리 죽는다?”


루이는 그러고 보니 몸 상태가 멀쩡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옷이 조금 찢어져 있기는 했지만,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몸에는 어떠한 상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무리한 탓에 발생했어야 할 내상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좋은 귀신이었다.


“감사...합니다?”

“헤헤, 천만에”

“...후”


한숨을 내쉰 루이는 그제서야 공동 내부를 살펴보았다.

조각상, 내벽, 유골...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공간은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여인은 여전히 싱긋 웃으며 그런 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어떻게 된 건가요?”

“음...글쎄?”

“혹시 또 죽은 건가요?”

“또...? 일단 그건 아니긴 해”


사실 의심할 만 하긴 했다.

눈 떠보니 상처는 사라져있고, 눈앞에는 웬 여인이 서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넌 셰인 오라버니의 시험을 통과했으니까, 이제 무덤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어”

“통과한건가요? 저 분명 졌는데”

“후훗, 통과 못했으면 저기 해골들 옆에 누워있었을걸?”

“아....”

“오라버니는 엄청 강해, 오라버니의 시험은 그냥 무덤 안에서 치러지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자격도 없는 녀석들이 들어가 봤자 개죽음이니까”

“어...시험이 또 있어요?”

“응응, 그리고 나는 안내역이자 수호자인 루나 루미너스, 앞으로 잘 부탁해?”

“아...예”


루이는 살벌하면서도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대는 루나를 바라보며 떫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곱게 집에 가기는 글른 것 같았다.


“뭐 하는 사람이 묻혀있길래 무덤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놨냐....”

“바로 갈래? 아니면 좀 더 쉬어도 괜찮아”

“아뇨, 몸 상태도 멀쩡한 것 같은데, 그냥 바로 가겠습니다”

“그럴래?”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 안에 뭐가 있던 싹 다 털어가겠다는 마인드였다.

그런 각오를 한 루이의 눈앞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


그 아치형의 문은 홀연히 나타났는데, 문 너머에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루이가 ‘여길 들어가라고?’ 라는 표정으로 루나를 돌아보자, 그녀는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이거 맞아요?”

“그럼, 행운을 빌어”

“우와아아악!”


그리고 다음 순간,

문 속의 어둠이 마치 블랙홀처럼 루이를 빨아들였고,


정신을 차린 루이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끝없는 어둠과,

그 어둠 속에서 별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마물들의 수많은 눈동자들 뿐이었다.


“이런 시발”


이번에도 루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검을 들어올린 손아귀에 힘을 주는 것 뿐이었다.


“크르르르르”

“드루와 이 시험문제 새끼들아”

“크아아앙”


루이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마물들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루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물들의 신체가 썰려나갔다.


그리고 누군가는, 초조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루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야지”


그리고 그들은, 루이가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추천, 댓글, 선호작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제 무덤은 그냥 평범하게 만들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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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스승 +1 23.04.20 64 4 12쪽
26 노인공경, 노인공격 +1 23.04.19 62 4 12쪽
25 막을 수 없는 재앙 +3 23.04.18 71 4 13쪽
24 별빛의 검술 +1 23.04.16 87 5 13쪽
23 영웅의 신화 +1 23.04.15 90 4 14쪽
» 어둠을 만날 자격 23.04.13 102 4 12쪽
21 가문의 유적 +1 23.04.12 110 4 13쪽
20 제우스 산맥 23.04.11 111 4 13쪽
19 루미너스 가문 +1 23.04.10 129 5 13쪽
18 이딴 게 내 이모? 23.04.09 131 5 12쪽
17 알 수 없는 미래 23.04.08 134 5 13쪽
16 천재는 다 또라이다(2) 23.04.06 140 4 13쪽
15 천재는 다 또라이다(1) 23.04.05 146 4 13쪽
14 가족 23.04.04 156 5 13쪽
13 마법사 상대법(2) +1 23.04.03 154 5 13쪽
12 마법사 상대법(1) 23.04.02 166 5 13쪽
11 재능 혹은 재앙 23.04.01 175 5 13쪽
10 리아스의 인간병기 23.03.31 186 5 13쪽
9 누군가의 밤 23.03.30 197 5 14쪽
8 고아 갱생 프로젝트 23.03.29 205 5 13쪽
7 위대한 5가문 23.03.28 221 5 13쪽
6 이 새끼는 왜 여기에 있냐? 23.03.27 244 5 13쪽
5 최연소 엑스퍼트 +2 23.03.26 268 5 13쪽
4 뒷골목의 주인 23.03.25 274 6 13쪽
3 들이쉬고 내쉬고 23.03.24 300 5 13쪽
2 살아가야 하는 이유 23.03.23 339 7 13쪽
1 죽음과 삶, 삶과 죽음 23.03.22 3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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