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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야마가 돌아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차니필
작품등록일 :
2023.03.21 07:46
최근연재일 :
2023.04.20 23:5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669
추천수 :
131
글자수 :
15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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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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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추천
7
글자
12쪽

죽음과 삶, 삶과 죽음

.




DUMMY

<죽음과 삶, 삶과 죽음>



“시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날 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내, 루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주변은 온통 핏빛이었다.

인간의 육신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액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액체는 쏟아지는 비와 섞여 마치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돌겠네 진짜”


루이는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 이유는, 그의 눈앞에서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안합니다 대장....”

“....”


루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은 사람이, 다름 아닌 루이였기 때문이다.

루이는 일그러진 얼굴로 죽어가는 그의 동료를 바라보았다.


“왜...왜 그런 거냐”


주위에는 몇몇 사람들이 더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루이가 잘 아는 이들이었다.

모두가 그의 부하였고, 모두가 그의 동료였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함께하게 된 그들이다.

서로의 출신도, 배경도 몰랐지만 그들은 함께 싸웠고, 시간이 지나며 차츰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들은 분명, 하나의 팀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서로의 등에 칼을 꽂아야 했다.


“가문의 명령이었습니다”

“....”

“가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가문의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한다”

“...!”

“가문의 명령은, 그 어떠한 명령이라도, 의심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말들은 모두, 루이가 입이 닳도록 했던 말들이었다.

그리고 그 말들은 루이의 부대가 가문의 가장 큰 신뢰를 받는 부대로 성장하도록 만든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한 루이의 부대는, 이제 그의 목숨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임무는 부대원 전원을 갈아 넣고서도 완수하지 못했네 부대장”

“큭큭... 그런 셈이군요”

“...실망이 커”


루이는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가문은 왜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인지 의아했고, 자신의 동료들이 그 정도로 맹목적인 전투 기계가 되어있었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동료들은 이제, 하나 하나 숨이 끊어져가고 있었다.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루이....”

“....”


루이는 씁쓸한 얼굴로 그의 죽음을 지켜본 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가문은 어째서인지 나의 죽음을 원한다, 부상은... 적진 않지만 회복할만 해’


등과 복부에 꽂혀있던 단검들을 뽑아내고 지혈한 루이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깊게 베인 허벅지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멀어져서, 자신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숨어야 했다.


“이런 곳에서 죽을까보냐...!”


격렬한 전투가 있던 숲을 벗어나자, 하늘이 열린 것 마냥 쏟아지는 비가 루이의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쏟아지던지, 어떤 부분에서는 그냥 폭포가 떨어지는것 같기도 했다.


“날씨는 또 왜 이 지랄이야....”


얼마나 걸었을까,

루이는 육두문자를 연신 남발하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누군가가, 눈앞의 지면을 강타했다.


푸화아아악


“시발 또 뭐야!”


루이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리고 루이가 눈을 떴을 때,

루이는 자신이 지금 폭우 따위에 화를 내고 있을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다.


“루이,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 거지?”

“....”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루이는 말없이 경계태세를 취했다.

그의 앞에 선 노인은,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갈 생각인가?”

“...큭”


루이는 이를 악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눈앞의 노인이 지니고 있는 시리도록 푸른 눈과, 짙은 남색 머리카락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루이는 떨리는 손목을 붙잡으며 가까스로 검을 들어올렸다.


“호오, 나랑 싸우시겠다?”

“높으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는 어쩐 일이신지요”

“허허... 그저 날씨가 좋아 산책 중이었다”

“...비만 존나게 오는데요?”


노인의 외형은 선택받은 위대한 5가문 중 하나인 에메로드 가문의 상징이다.

그 가문에서 태어나는 이들은 뛰어난 신체능력 뿐만 아니라, 물과 함께라면 거의 권능에 가까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

온전한 상태의 루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루이는 절대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원하는게 뭡니까”

“뭐... 알다시피 그대의 죽음이다”

“하”


루이는 억울했다.

그는 에메로드 가문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평생 동안 가문에 온 몸을 바쳐 충성했다.

가문의 명이라면 그 어떤 궂은일,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가문의 명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한 마디로, 가문의 개였다.


“개처럼 가문에 헌신한 것에 대한 보답이 이것입니까?”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대의 헌신은 내가 기억하도록 하지”

“큭큭, 진짜 존나 허무하군요”

“...천민으로 태어난 그대의 운명을 탓할 수밖에”


당연하게도 루이의 헌신은 인정받지 못했다.

가문의 일원이 아닌 모든 이들을 천민이라 여기는 그들에게, 루이는 그저 쓸만한 검이자 충견일 뿐이었다.

위대한 가문들이 전례 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는 지금, 루이는 더이상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개새끼들 내가 해준 게 얼만데...제대로 토사구팽이구만”

“응? 뭐라고?”

“몰라도 돼요 이 골빈 양반아”

“허허, 천민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새롭구만... 그대는 일생의 소원 이룬 기분이려나?”

“몰라, 좆같아, 덤비기나 해”

“소원이라면”


노인은 시퍼런 검을 뽑고 루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주변의 빗방울들이 그의 의지에 따라 검에 휘감기고, 또 루이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끌어올린 루이는 물방울들을 피하고 쳐내면서 자세를 잡았다.


카앙-


승부가 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인의 검격은 하나 하나가 강력한 파도같았고, 사방팔방에서 쇄도하는 물방울들은 그 질량은 작지만 충분한 가속도가 주어지자 루이의 연약한 육신을 너무나도 손쉽게 꿰뚫었다.

반면 루이의 검은 더이상 그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모든 변수에 대항할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쿨럭”


루이는 부러진 검을 바닥에 꽂은 채 피를 쏟아내었다.

대부분의 힘줄이 파열된 것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미처 압박하지 못한 복부의 상처에서는 내장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루이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는 노인의 검이었다.

당연하지만, 일방적인 결과였다.


“솔직히 루이, 예상 못했는가?”

“...?”

“부하들과 달리 가족도, 친구도 없어서 잃을 것도 없는 데다, 만전일 때는 우리들만큼 강한 그대를 전쟁이 끝나고도 살려 둘 거라고 생각했나?”

“야 이 씹...!”

“더 빨리 도망쳤어야지”


가문이 동료들에게 어떤 협박을 했는지 알게 된 루이는 매섭게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는 여전히 시리도록 푸른 눈으로 루이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그리고 그 황금빛 눈, 여전히 꺼림칙한 느낌이군”

“...으”

“가주님도 그대의 눈을 싫어하신다”

“...빨리 죽여 미친놈아... 아파”

“허허, 내가 지금 사람 심장에 칼 꽂아놓고 무슨 짓인지”

“커헉”

“그럼...잘 가시게 루이여”


푸화학


노인이 검을 뽑아내자, 루이는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그는 그런 루이를 잠깐 응시하고는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다.



***



루이는 자신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번 죽었던 몸이지만, 죽음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기분 더럽네....’


몸이 기능을 정지하고 의식이 흩어지는 감각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루이는 그 감각들을 또 한번 느끼며 자신의 삶을 떠올렸다.


그는 원래 지구인이었다.

이름은 이지훈

조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어중간한 대학에 입학했다 군대를 가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딱히 행복한 기억은 없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님은 어릴 적에 이혼했고, 학교에서는 그냥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조용한 아이었다.

대학은 재미없었고, 군대는 힘들었으며, 얼떨결에 이과로 진학한 탓에 가게 된 대학원은 노예 수용소였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아 이세계로 가는 트럭 어디 없나’ 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다 죽었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누군가는 끔찍한 삶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도 행복해 본 적 없는 지훈은 별 생각이 없었다.

‘?’

그래도 그는 소원(?)대로 새로운 세상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도 그의 인생이 딱히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루이라는 이름의 천민으로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그의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졸지에 고아로 이세계를 살아가게 된 그였지만, 그는 여전히 별 생각이 없었다.

‘??’

불행중 다행으로 루이의 몸은 상당히 튼튼했다.

무사히 고아 유년기를 넘긴 그는 위대한 가문의 병사가 될 수 있었다.

그 뒤로 평생을 가문의 충견으로 살아간 그는 결국 가문에 의해 동료도 모두 잃고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누군가는 그냥 끔찍한게 아니라 완전 끔찍한 삶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루이는 여전히...

‘???’

?

‘아니야 시발’

그렇다,

사실 루이는 별 생각이 없지 않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도 행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는 두 번의 인생이 빈틈없이 불행으로 가득 차있었던 것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이건 억까지... 이 애미애비없는 신 새끼야”


오우

패드립은 나쁜 것이다.


“진짜 대가리에 총을 맞은건지 우동사리가 낀건지... 밸런스 패치가 이게 맞아?”


···


“이 좆박은 이세계는 왜쳐보낸거야?”


···


“빡쳐서 돌아가시겠네 진짜로”


어... 뭐 좀 과격하긴 했지만 어차피 루이는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몸 속에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며 세상을 향한 분노를 육두문자로 표출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솔직히 인정할 만 했다.


“하... 그래도 이제 끝인가”


생명체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이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특히 불행에 지친 누군가에겐 삶보다는 죽음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루이가 그랬다.

그는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루이는 자신의 의식이 흩어져가는 것을 느끼며,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루이의 두 번째 인생은 끝이 났다.



***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흩어져가던 루이의 의식을 깨운 것은 한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응애애애애애!”

‘아오 시끄러워’


편안함을 만끽하던 루이는 자신의 내면까지 파고드는 그 소음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

짜증스럽게 눈을 뜬 루이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응애애애애애!”

‘뭐, 뭐야 이거 시발!’


그 소음은 외부로부터 들리는 소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천장,

눈을 뜬 그의 눈앞에 보이는 천장은, 루이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었다.

루이는 자신의 불길한 추측이 틀렸기를 바라며 신(?)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루이!”


하지만 다음 순간,

검은 머리의 여인이 루이를 감쌌다.

루이와 닮은 황금빛 눈을 가진 그 여인은은, 당연하게도 루이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응-애!”

‘시-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고있는 루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서걱


눈을 감았음에도 루이의 눈을 자극하는 섬광이 눈앞을 지나갔고,


촤악


여인의 목이 갈라지며 뜨끈한 액체가 루이의 몸을 덮쳤다.

루이는 기억하던 그대로 여인의 힘 잃은 육체가 자신을 향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응애애애애액!”

‘끄아아아아악!’


쿠웅


그렇게,

이번 생은 회귀자로 살아가게 된 루이는,


‘시바아아아알! 이 미친 신 새끼야아아악!’


제대로 야마가 돌아버렸다.




추천, 댓글, 선호작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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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빛의 검술 +1 23.04.16 87 5 13쪽
23 영웅의 신화 +1 23.04.15 90 4 14쪽
22 어둠을 만날 자격 23.04.13 102 4 12쪽
21 가문의 유적 +1 23.04.12 110 4 13쪽
20 제우스 산맥 23.04.11 111 4 13쪽
19 루미너스 가문 +1 23.04.10 129 5 13쪽
18 이딴 게 내 이모? 23.04.09 131 5 12쪽
17 알 수 없는 미래 23.04.08 134 5 13쪽
16 천재는 다 또라이다(2) 23.04.06 140 4 13쪽
15 천재는 다 또라이다(1) 23.04.05 146 4 13쪽
14 가족 23.04.04 156 5 13쪽
13 마법사 상대법(2) +1 23.04.03 154 5 13쪽
12 마법사 상대법(1) 23.04.02 166 5 13쪽
11 재능 혹은 재앙 23.04.01 175 5 13쪽
10 리아스의 인간병기 23.03.31 186 5 13쪽
9 누군가의 밤 23.03.30 197 5 14쪽
8 고아 갱생 프로젝트 23.03.29 205 5 13쪽
7 위대한 5가문 23.03.28 221 5 13쪽
6 이 새끼는 왜 여기에 있냐? 23.03.27 244 5 13쪽
5 최연소 엑스퍼트 +2 23.03.26 268 5 13쪽
4 뒷골목의 주인 23.03.25 274 6 13쪽
3 들이쉬고 내쉬고 23.03.24 300 5 13쪽
2 살아가야 하는 이유 23.03.23 339 7 13쪽
» 죽음과 삶, 삶과 죽음 23.03.22 39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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