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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TS화 된 친구들이 나를 좋아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3.02.26 21:39
최근연재일 :
2023.04.29 07:5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605
추천수 :
0
글자수 :
275,668

작성
23.04.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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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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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4. 어머니의 기일 (3)

DUMMY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옆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이모는 나 대신에 아버지를 욕하면서 대신 화를 냈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렇지 않다. 평온하다고 해야할까. 그저 그냥 그렇다.



“으이구. 저 늙은이. 머리카락 다 뽑아버려서 대머리로 만들어야 하는데. 안 그래?”



“...”



“우리 언니는 왜 저런 애와 결혼해서.”



“...”



“아. 아니다. 우리 귀여운 태현이가 나왔으니까. 그렇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네.”



“...”



“...”



“...”



“태현아.”



“...”



“태현아!”



“응? 왜요. 이모.”



“아버지가 싫니?”



방금 행동만 봐도 좋을 리가 없다. 갑자기 돈 몇 푼 쥐어 주고 떠나지 않나. 무슨 이유도 제대로 말하지 않나. 나와 대화하는 데도 아는 척도 안 하지 않나. 빌어먹을 새끼다.



“그 새끼가 좋겠어요?”



“그치. 나도 싫어. 싫은 이유야. 너무너무 많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버지한테 너무 대놓고 뭐라하지 말아줘.”



“...”



“헤어질 때 그 고통은 평생 간다.”



“...”



외가쪽 할아버지는 평범한 다른 가족과 다르게 문제가 많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려 먹고 다른 여자와 바람나 자기 아내를 버리고 도망쳤다가 돈이 떨어져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당연하듯이 자식들은 할아버지를 싫어했고 심한 말도 몇 번 했다고 한다.



어린 나한테 푸념하듯이 들은 엄마도 이모랑 같은 생각이었다. 암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아버지한테 했던 심한 말이 쇠사슬이 되어 자기 심장을 옥죄고 있다고 한다.



“...”



“알았지.”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니 따르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니 그때 참는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다면 이 이모가 깽판이라도 쳐줄까. 히히.”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양하겠다.



“아뇨. 됐어요. 이모.”



“언제든지 준비되어있으니까. 말만 해.”



정말로 가서 할 것 같은 게 더 무섭다.



우리는 조용히 차를 몰고 가면서 집으로 향했다. 이젠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고 고요 했는데. 그 순간. 차에서 한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백미러로 확인하자. 내가 아는 하윤이었다.



전에 말했던 빡센 학원에 다닌다고 한 것을 보아서는 이제야 집에 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뭐야. 아는 애야.”



“아. 네. 전에 말했던 친구예요.”



-끼익!



또 다시 브레이크를 밟더니 멈추었다. 전보다는 속력을 내지 않아서 크게 쏠리지는 않았다.



“이모? 또 왜 그래?”



“헤에... 저렇게 이쁜 애가 네 여자친구구나.”



“윽. 여, 여자 친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친구야.”



“얼굴은 그렇지 않은데. 방금까지 형부 때문에 얼굴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뭐. 아주 해맑아.”



“...”



“히히.”



이모는 급하게 창문을 내리면서 얼굴을 내보여다.



“이, 이모. 뭐 하려는 거야!”



“어이. 거기 이쁜이.”



“그만해! 이모! 빨리 돌아가자고.”



“여기 있는 남자를 네가 기분 좋게 해주지 않을래.”



“제발...”



“이 애가 널 많이 좋아한다고 하거든. 그러니까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이름이...”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하윤이한테 뛰어갔다.



“태, 태현이? 갑자기 그 차에 왜 나와?”



“하윤아. 여길 빨리 도망치자.”



이모는 계속해서 나를 놀려대자. 그녀를 피해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멀리 가지 말고 집에 꼭 와. 할 때는 꼭 피임 도구 쓰고!”






****






최대한 이모한테 떨어졌다고 생각할쯤에야 자리에서 멈추었다.



“태, 태현아!”



“하아... 하아...”



이모는 이런 선 넘는 장난을 즐기다보니 만날 때마다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다. 하필이면... 그 많은 친구 중에서 하윤이를 만나 그런 장난을 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미안. 많이 당황했지. 급하게 뛰어가다 보니까. 그만.”



“아, 알았어. 그러니까... 손을 좀.”



“응?”



“...”



“...”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윤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잡았으면 덜 쪽팔렸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그녀와 손깍지를 낀 상태였다.



“미, 미안해!”



바로 손을 떼어내자. 하윤은 손을 뒤로 숨기면서 얼굴을 붉혔다.



“누구야? 방금 그 분?”



“아... 이모. 이모.”



“이모...? 어쩐지 태현이 어머님이랑 많이 닮았더라. 살아 돌아오신 줄 알고 깜짝 놀랬다니까.”



“그렇긴 하지...”



그렇게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자식이어서 그런가. 솔직히 같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엄마가 더 이쁜 것 같고.



“설마.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신가.”



“...”



“아. 그렇네. 오늘이구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오늘도 납골당에 갔다 온 거야?”



“아... 뭐. 그렇지.”



“...”



“왜... 그래...? 하윤아.”



하윤이는 손을 뻗으면서 내 볼에 만졌다.



“윽!”



부드러운 손은 따뜻하기도 하고 차갑기도 했다.



“...”



그리고 천천히 내 뺨을 문지르면서 눈가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래서 슬퍼 보였구나.”



“...”



“많이 힘들었지.”



“아... 응... 벼, 별로 안 힘들었어. 하하. 힘들게 뭐가 있어. 그냥 납골당에 갖다오는 것일 뿐인데 말이야. 몇 년이나 지났으니까.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하. 하.”



“...”



“...”



“힘들면 말해도 돼. 태현아. 네 잘못된 습관은 우리한테 피해 입힐까 봐 거짓말하는 거잖아. 근데 웃기게도 숨기는 것을 못해서 매일 들키지만.”



“으응...”



“그러니까. 내 앞이라도 좋으니까. 솔직하게 행동해도 돼. 난 그래줬으면 좋겠어.”



“...”



그 말을 들으니 점점 감추었던 마음이 들추어지더니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방금까지 있었던 아버지의 일도, 뒤에 두고 온 이모도, 내 앞에 있는 하윤이도. 그 어떤 일도 나를 슬퍼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저, 오늘이 기일이다 보니 더욱 엄마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윤이는 내 손을 잡으면서 두 손 다 깍지를 꼈다.



“우리. 잠시 이야기하다가 갈래?”






****






우린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내가 잘 아는 곳이다. 그리고 하윤이도 잘 아는 곳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린 시절의 예준이랑, 지호랑, 서진 누나랑 처음 만나면서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 올린 장소다.



“많이 바뀌었네.”



“응. 한 번 리모델링한다면서 싹 다 갈아엎었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는 놀이터에 갈 생각도 없어졌고 친구들끼리 만나도 비밀기지로 향하니까. 이 근방을 돌아다닐 일은 없었다.



예전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시소밖에 없었다. 낡을대로 낡아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부식된 소리가 났고 다른 기구보다 배척받는다는 듯이 지나가는 어떤 아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물론 아이라고 할 수 있는 애들도 별로 없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적어도 10명은 있었는데. 지금은 남녀 2명밖에 없어 서로 소꿉놀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근처 자리에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엽네.”



“어렸을 때 우리 같네.”



“...”



그랬나? 내가 하윤이와 함께 소꿉놀이하면서 서로한테 밥 먹여주는 듯한 행위를 했다고...? 전혀 기억 못하는 나 자신이 얄밉다.



“무, 물론 아주 어렸을 때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말이야. 그때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니까. 서로 부부 놀이했던 의사와 환자 놀이했던 프로레슬링 놀이했던. 그때는 어렸을 때니까. 하. 하.”



“아... 응... 그렇지.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지. 어렸을 때니까. 아무것도 몰랐을 때니까.”



“...”



“...”



하윤이는 얼굴을 두 손을 짚으면서 빨개진 얼굴을 감추었다.



“나 방금 엄청 이상한 말 했지.”



“어... 음...”



“사실대로 말해줘.”



“조금.”



“꾸으으!!!”



이제는 두 발까지 동동거리면서 땅바닥을 내려쳤다.



“크흠! 후우.... 후우...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납골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았던 거고.”



“뭐... 그것 때문에 슬픈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일이 있었긴 했지.”



“그... 옛날처럼 상담가 소꿉놀이처럼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을까...?”



“소, 소꿉놀이?”



“미안. 방금 말 엄청 창피했으니까.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지 말아줘.”



“...”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추었다.



“...”



“...”



“그냥 아버지가 이상한 거 한 거야.”



“그 남자를 본 거야?”



“...”



“장례식 마지막 날에 얼굴만 비췄으면서. 그 망할 녀석은 무슨 낯으로 온 거야.”



“...”



갑자기 차오르는 눈물에 하늘을 바라보면서 눈을 껌뻑거리며 참아냈다.



“...”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어. 정확히는 대화도 아닌 일방적인 말에 불과했지만.”



“...”



“솔직히 나도 그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 없어. 근데 한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한 거 있지. 그 인간은 아직까지 엄마를 잊고 있지 않았더라고. 납골당이 어디인지도 알고 몇 번 왔는지 직원분과도 안식이 있었어. 그게 기쁘면서도 역겨웠어.”



“...”



“그래서 그렇게 엄마를 사랑했으면서 왜 나한테는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건지 궁금했어. 물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저 관심받고 싶어지더라고. 그게 가장 슬펐어. 그 인간과 다신 말조차 섞고 싶지도 않는데. 지금은 사랑받고 싶다는 사실이 말이야.”



“태현아...”



“왜 인간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왜 나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게... 그런 사실이 너무... 화나.”



“괜찮아...”



“흐윽...”



“...”



나는 눈물을 흘러내렸고 그런 내 모습을 하윤이가 바라보면서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쪽!



“...”



“...”



“하윤아.”



“기, 기운 차리라고 한 거야...”



하윤이는 그 핑크색 입술로 내 볼에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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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하윤이의 유학 (1) 23.04.29 16 0 12쪽
» 54. 어머니의 기일 (3) 23.04.29 20 0 11쪽
53 53. 어머니의 기일 (2) 23.04.29 12 0 10쪽
52 52. 어머니 기일 (1) 23.04.29 22 0 11쪽
51 51. 예준이의 결심 (4) 23.04.29 17 0 12쪽
50 50. 예준이의 결심 (3) 23.04.29 14 0 11쪽
49 49. 예준이의 결심 (2) 23.04.29 18 0 11쪽
48 48. 예준이의 결심 (1) 23.04.29 15 0 11쪽
47 47. 예준이의 속삭임 (9) 23.04.29 19 0 11쪽
46 46. 예준이의 속삭임 (8) 23.04.29 14 0 11쪽
45 45. 예준이의 속사정 (7) 23.04.29 15 0 10쪽
44 44. 예준이의 속사정 (6) 23.04.29 16 0 11쪽
43 43. 예준이의 속삭인 (5) 23.04.29 20 0 10쪽
42 42. 예준이의 속삭임 (4) 23.04.29 19 0 10쪽
41 41. 예준이의 속사정 (3) 23.04.29 18 0 10쪽
40 40. 예준이의 속사정 (2) 23.04.29 21 0 11쪽
39 39. 예준이의 속사정 (1) 23.04.29 51 0 10쪽
38 38. 축제 (2) 23.04.29 42 0 11쪽
37 37. 축제 (1) 23.04.29 29 0 14쪽
36 36. 지호의 거짓말 (5) 23.04.29 18 0 11쪽
35 지호의 거짓말 (4) 23.03.26 19 0 10쪽
34 지호의 거짓말 (3) 23.03.26 23 0 10쪽
33 지호의 거짓말 (2) 23.03.26 18 0 10쪽
32 지호의 거짓말 (1) 23.03.26 32 0 11쪽
31 지호의 속사정 (18) 23.03.26 73 0 10쪽
30 지호의 속사정 (17) 23.03.26 25 0 12쪽
29 지호의 속사정 (16) 23.03.26 23 0 10쪽
28 지호의 속사정 (15) 23.03.26 21 0 11쪽
27 지호의 속사정 (14) 23.03.26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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