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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조상님이 보우하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3.11.03 16:02
최근연재일 :
2024.01.01 18: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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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2
추천수 :
682
글자수 :
302,569

작성
23.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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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장. 아주 좋은 소식이군요.

DUMMY

안개는 곧 거대한 부지 전체를 틈 하나 없이 완벽히 뒤덮었다.


-환영 진법 설치가 끝났습니다.

-진법이 소리도 가려 줘?

-옵션으로 추가했습니다.


일단 여기까진 마음에 쏙 든다.

하지만 여긴 선계가 아니라, 지구다.

나름의 룰을 지켜야 한단 소리지.


-근데 말이야.

-말씀하십쇼.

-평범한 인간이 진법에 갇히면 어떻게 되는데?

-환영 속에서 잠시 헤매다가 나오게 될 겁니다.


난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렸다.

스위스 인터라켄을 버뮤다 삼각 지대로 만들어선 안 되니까.

그래도 아롱이라면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확인하자.


-크게 다치거나, 죽지는 않는단 거지?

-침입자를 죽이고 싶으신 겁니까? 그러면 진법에 있는 생문을 다 없애고 사문으로 도배하면 선인도 살아남지 못할······.


난 신이 나서 떠드는 아롱을 얼른 말렸다.


-아니, 아니. 잘했다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산대법을 펼치겠습니다.


아롱은 다시 진법 깃발을 나눠 주었다.

이젠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군.


-이번엔 깃발이 100개가 넘네?

-환영 진법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전처럼 네가 알려 주는 곳에 설치하면 되지?

-이번엔 진짜 실수하시면 안 됩니다!

-알았어.


잠시 후.

난 한동안 아롱의 잔소리를 겸한 복수에 시달렸다.


-······98번 깃발 방향이 틀렸습니다. 아니, 그건 99번 깃발이죠. 예, 못생긴 지네가 그려진 그 깃발이요. 그걸 정북을 기준으로 깃발 정면이 333도 방향을 바라보도록 꽂으십쇼.


어째 군대에 재입대한 기분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아무튼 난 들고 있던 지네 깃발의 방향을 미세하게 틀었다.


-이러면 되는 거야?

-바로 그거죠. 이젠 진법이 뭔지 감이 좀 오시나요?

-조금.

-좋습니다. 그럼, 이제 이산대법을 발동하죠.


잠시 후.

진법 깃발이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냈다.

난 그저 입에서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대법이군!”


저택과 거기에 속한 거대한 부지가 지면에서 굉음을 울리며 천천히 떨어져나와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었다.

조상님을 만난 뒤로 현실적인 게 별로 없긴 하지만.

아롱은 다시 진법 깃발 쪽으로 다양한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난 밤하늘을 수놓는 빛의 향연을 감상하다가 뇌음으로 물었다.


-뭐 하는 거지?

-보시면 압니다.


잠시 후.

빛줄기에 맞아 진동하던 부지와 저택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맙, 맙소사.”


내가 얼이 빠져 멍하니 지켜볼 때.

아롱은 줄인 부지와 저택을 별부로 옮겨 작업을 마쳤다.


-끝났습니다.

-이산대법이란 게······, 정말 인상적이더군.

-공간 법칙을 배우면 주인님도 하실 수 있어요.


이, 말도 안 되는 대법을 나도 할 수 있다고?

정말?


-언제쯤 배울 수 있지? 그 공간 법칙이란 걸?

-오행 법칙부터 마스터하고 나서요.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란 건가?


아롱이 혀를 끌끌 찼다.


-국을 끓이려면 배추가 있어야 하는데 주인님은 지금 배추를 키우기 위해 밭을 열심히 갈고 있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배추, 밭?

인마, 내가 농사꾼이야?


-지금 경지론 턱도 없단 소리를 아주 희한하게 하네.


아롱은 부지가 뜯겨 나간 자리를 힐끗 보며 물었다.


-근데 별부로 옮긴 집을 지금 사는 데다 다시 지으실 건가요?

-맞아. 물론, 그 전에 땅부터 사야겠지만.


아롱이 사람처럼 일어나 발가락, 아니 손가락 하나를 흔들었다.


-쯧쯧, 선인은 선부에서 살아야 하는 법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주인님만의 선부를 새로 지으시라는 말이죠.


선부라······.

솔직히 말하면 난 아름답긴 해도 진법이 도처에 깔린 별부보다 현대적인 편리함을 갖춘 이 저택 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거기다 별부는 나밖에 없으니까 좀 외롭고.


-그럼, 난 별부에서만 살아야 한단 거야?

-선부가 별건가요? 선인이 살면 그곳이 선부죠.


아, 아롱 말은 이 저택을 개조해 선부로 만들라는 거군.


-난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네가 좀 도와줘.

-그쯤이야 금방 하죠.


난 환영 진법만 남은 저택 부지에서 아롱과 밤을 새워 가며 오송에 새로 지을 선부에 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아침엔 대략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아롱은 이 일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알아서 추진했다.


-대선인님이 별부에 남겨 두신 고명한 진법과 제가 습득한 범인의 과학 기술을 적당히 융합하면 주인님이 원하는 선부를 꾸밀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가 각 잡고 추진해 볼까요?

-그렇게 해.


우린 작업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바로 귀국하진 않았다.

얼마 전, 드뇌브 회장이 에르메스 지분 7퍼센트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론 아직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난 하루 쉰 뒤에 파리 교외를 찾았다.

곧 차창 밖으로 고급 저택이 늘어선 부촌이 보였다.


“우리가 방문하려는 노인 이름이 피에르 에르메스라고 했죠?”


이번이 AL그룹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처음 맡은 프로젝트여서 그런지 송재섭이 자료를 확인하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예, 맞습니다. 그가 에르메스 현 경영진 가문을 제외하면 에르메스가 남긴 후손 중에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반 경영진 인사고요?”

“에르메스를 다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계속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현 경영진과는 앙숙 사이입니다.”


우리 집하고는 정반대인가?

우린 없어서 문젠데 여긴 너무 많아 문제인가 보네.


“친척끼리 사이가 벌어진 이유가 뭐죠?”

“드뇌브 회장 공이 큽니다.”


혹시 드뇌브 회장이 에르메스를 집어삼키려다가 에르메스 후손들이 집단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된 사건의 여파 때문에?

내 추측이 맞았다.

송재섭이 자세한 사정을 얘기해 주었다.


“그때, 에르메스 후손들이 드뇌브 회장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전문 경영인을 내보내고 후손 한 명에게 CEO를 맡겼습니다. CEO인 후손을 중심으로 뭉친 셈이죠.”

“드뇌브 회장과의 법정 공방이 모두 끝난 후에도 CEO를 맡은 후손이 쥐고 있는 에르메스 경영권을 내놓지 않은 거군요.”

“거기다 자식을 후계자로 지목하기까지 했습니다.”


자식을 후계자로 지정했단 말은······, 경영권을 자기 후손에게만 세습하겠단 소리니 다른 후손들은 곱게 보기 힘들겠군.


“그래서 다른 후손들이 현 경영진에 불만이 쌓여 있는 거군요. 이대로 가면 결국, 한 가문이 에르메스를 독점할 테니까.”


송재섭이 어깨를 으쓱했다.


“에르메스도 상장해서 이젠 거대한 패션 그룹이 되었으니까요.”


잠시 후.

농장형 저택에서 만난 피에르 에르메스는 산 송장과 같았다.

간암 말기라고 했던가?

에르메스 가문에는 간이 선천적으로 약한 유전병이 있었다.

난 눈만 간신히 뜬 그에게 나를 소개했다.


“전 한국에서 제약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피에르 에르메스의 눈에 의혹의 빛이 일었다.

난 얼른 덧붙였다.


“그렇다고 사기꾼은 아닙니다. 동석한 변호사에게 AL바이오에 관해 물어보십시오. 그러면 사기가 아니란 걸 아실 겁니다.”


그의 눈동자에 떠오른 의혹이 지워지긴커녕, 오히려 짙어졌다.

난 개의치 않고 송재섭이 건넨 서류를 침대에 놓았다.


“제가 드리는 제안서입니다. 읽어 보고 결정하세요.”

“······.”

“아, 돌아가기 전에 우리 제약 회사가 곧 출시할 제품의 샘플을 드리고 가죠. 용량이 적어서 완치는 어렵지만······, 아마 혼자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금세 좋아질 겁니다.”


피에르 에르메스의 시선이 내가 꺼낸 샘플 통으로 옮겨 갔다.

난 허리를 숙이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어차피 손해 볼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드린 제안을 수락하면······, 샘플이 아니라 완제품을 드리죠. 그럼 전 돌아가서 좋은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난 동석한 변호사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근처에 사는 두 번째 에르메스 후손을 찾아갔다.

그는 간 경화를 앓는 중환자였다.

물론, 부호답게 간 이식은 일찌감치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작용이 생겨 위독한 상태였다.


그에게도 피에르 에르메스와 똑같은 제안을 하였다.

이번 일은 성공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그들이 샘플을 복용하면 100퍼센트라고 봐도 좋겠지.

무려 선약 재료를 넣어 리뉴얼한 리바이딘이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송재섭이 물었다.


“에르메스 후손에게 준 샘플도 AL바이오가 개발한 신약입니까?”

“그건 JH제약이 임상 시험 중인 리바이딘이란 신약입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간 질환 치료제죠.”


그때였다.

아롱이 뇌음으로 말을 걸었다.


-그거 혹시 제가 전에 조언한 대로 다시 만든 약 아닌가요?

-맞아. 네가 알려 준 방법을 써서 약효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다른 신약이지. 이를테면 리뉴얼한 리바이딘이라고 할까?

-주인님.

-왜?


아롱이 답답해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범인 전용으로 본령단을 연단해 팔면 안 되는 겁니까?

-모든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을 연단해서 팔자고?

-안 됩니까?

-할 수야 있지. 하지만 그 여파가 엄청날 거야.

-여파요?


난 머릿속으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팔아 보는 상상을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만병통치약은 사기꾼이 파는 가짜가 아니었다.

진짜 모든 병을 순식간에 낫게 해 주는 엘릭서 같은 걸 말한다.

난 바로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전 세계가 합심해서 우릴 공격할지도 몰라. 인류의 번영을 위해 선약 레시피를 대중에게 공개하라고 말이야.

-하찮은 범인의 공격 따위야 최상급 괴뢰만 몇 마리 풀어도······.

-아무튼 그 얘긴 나중에 해.

-주인님은 성품이 너무 물러 터······, 아니 착하신 거 같습니다.

-조금 신경 쓰이는 소리가 있긴 했지만 뭐 넘어가지.


한국에 도착해 세관 신고 같은 절차를 마치고 나왔을 때였다.

마중 나온 홍현도가 정중히 인사하고 물었다.


“여행은 편안하셨습니까?”

“예, 괜찮았어요. 근데 일부러 마중 나오신 거예요?”

“돌아가는 길에 보고드릴 사안이 있어서요.”

“차에서요?”

“AL솔루션이 보유한 모든 차량에는 최첨단 도청 방지 장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외부나, 사무실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우린 AL솔루션이 준비한 차량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같은 차에 탄 홍현도는 먼저 송재섭과 인사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이 군 복무할 때 상관이셨다면서요?”


정중한 인사에 송재섭이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말씀 낮추십쇼. 연배, 경력 둘 다 제가 까마득한 후배입니다.”

“차차 그럴 기회가 있겠죠.”


그러면서 홍현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재섭을 쓱 훑었다.

배짱 두둑한 송재섭도 움찔할 수밖에 없는 눈빛이었다.

난 송재섭을 구해 주려고 화제를 돌렸다.


“근데 보고할 사안이란 게 뭐죠?”

“대규모 소송에 맞닥뜨린 스위스 연방 정부가 마지막으로 항복하면서 유럽 전 국가가 AL 알파 유통을 승인했습니다.”


휴, 이제야 한시름 놨군.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어떨지 모르겠군.


“미국은 어때요?”

“백악관, 의회, FDA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수입을 요구하는 유권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조만간에 결론이 날 겁니다.”

“어떤 식으로 결론 날 거 같으세요?”

“미국에서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습니까?”

“아주 좋은 소식이군요. 다만, 우리가 원하는 그 기업에서 먼저 손을 뻗어 와야 앞으로의 일이 좀 더 수월해질 텐데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듯했다.

홍현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쪽에 언질을 미리 살짝 주겠습니다.”


이어 에르메스와 LVMH 지분 거래 등이 화제로 올랐다.

홍현도의 반응은 내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AL바이오 지분이 넘어간 건 아쉽지만 잘하셨습니다. 신 사장도 회장님이 AL바이오에 좋은 거래를 했다고 말하더군요.”


두 분이 좋은 거래라고 하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

출혈이 좀 큰 게 문제지만 어쩔 수 없지.

명륜제약에 빼앗긴 지분을 위해서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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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장. 그건 좀 그렇군. 23.12.30 224 8 13쪽
47 47장. 게임 시작이군. 23.12.29 238 8 12쪽
» 46장. 아주 좋은 소식이군요. 23.12.28 250 10 12쪽
45 45장. 내 안목이 이번에도 통했군. 23.12.27 28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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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장. 전 협상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1 23.12.25 280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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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장. 정말 속이 시원하던데요. 23.12.19 351 8 12쪽
36 36장. 후회하게 해 주지. 23.12.18 36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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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장.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23.12.14 39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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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장. 회장님도 짓궂으시네요. 23.12.11 454 12 13쪽
28 28장. 말로만 들어도 기분 나쁜 자군. +1 23.12.08 443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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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장. 소소하네요. +1 23.12.06 44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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