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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조상님이 보우하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3.11.03 16:02
최근연재일 :
2024.01.01 18: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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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3
추천수 :
682
글자수 :
302,569

작성
23.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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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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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32장.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DUMMY

김혁권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대세가 넘어갔다는 거 말입니다. 정말입니까?”

“이미 이쪽은 반격 준비까지 다 끝냈습니다.”

“그럼, 날 부른 이유는 뭡니까?”


이제 기가 확실히 꺾인 거 같군.

하여튼 자기에게 권력이 있다고 철석같이 신봉하는 자들은 꼭 이런 쓸데없는 힘겨루기 과정이 필요해서 귀찮다니까.


“두 가집니다. 우선 내가 신호를 보내면 AL 알파는 전혀 문제없다는 기자 회견을 여는 겁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진행하세요. 발모제를 통해 AL바이오의 기술력을 잘 아실 테니까.”

“두 번째는요?”

“김호규를 통해서 세영바이오 관련 청탁이 들어왔을 겁니다.”


김혁권이 찔끔했다.


“들어오긴 했는데······.”

“왜 우리 쪽에 보고 안 했습니까?”

“AL바이오랑은 별 연관이 없는 일인 거 같아서······.”

“지금부터 관련이 없고 말고는 내가 판단합니다.”

“앞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부턴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혁권이 청탁 내용을 털어놓았다.


“······세영바이오가 판매하는 숙취 해소제에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소스를 살짝 흘리라고 하더군요.”


그 소스로 세영바이오 주가를 떨어트려 공매도를 친단 거군.


“김호규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청탁을 들어주시죠.”

“청탁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라고요?”

“맞습니다. 그러면 회장님과 한 거래는 문제없이 진행될 겁니다.”


황당해하는 김혁권을 두고 홍현도는 먼저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작전국장을 불러 지시했다.


“메디팜에 공매도를 친다. 적당한 외국계 수배해서 세팅해 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작전국장을 돌려보낸 홍현도가 창밖을 보았다.

세영바이오를 요리할 계획을 짜고 있을 땐 재밌었겠지.

근데 자신이 반대로 당할 때도 과연 재밌을까?

아무튼 이제는 신 사장님 차례군.


***


청주 시내에 있는 조용한 한식집에서 신미진은 앞에 앉은 세영바이오 정현식 회장의 빈 술잔에 공손히 술을 따라 주었다.


“바쁜데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정현식은 잔에 술이 가득 찼지만, 마실 생각을 안 했다.

당연하겠지만 이 자리가 그렇게 편하지 않으신 모양이구나.

술잔을 물끄러미 보던 정현식이 한참 만에야 고개를 들었다.


“신 이사, 아니 이젠 신 사장이지. 아무튼 작고한 김민재 사장 얘기를 꺼내서 나오긴 나왔는데······, 자네는 김민재 사장 아들을 등지고 회사를 나와 AL 바이오를 차린 게 아닌가?”


역시 그 얘긴가?

하긴 오송에서는 이제 그 얘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지.


“등지고 나왔단 표현은 정 회장님이 절 배려해 많이 순화한 거겠죠. 배신했다느니, 뒤통수를 쳤다느니 하는 말이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 얘기처럼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던 특수한 사정이 있었을 뿐이죠.”

“그 특수한 사정이 뭔가?”

“조만간 아시게 될 거예요.”

“흠, 나 같은 적에게는 알려 줄 수 없다는 거군.”


자신이 김호규의 계획에 동조했단 걸 먼저 밝힌 셈인가?

어쨌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게 만들지 않아서 고맙네.


“적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정 회장님이 김호규 회장의 계획에 찬성했고 심지어 AL 바이오를 공격하는 데 자금을 지원했단 사실을 우리도 이미 파악하고 있어요.”


정현식이 그녀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네.”

“AL 알파가 그렇게 위협적이었나요?”

“우리 목줄을 단단히 쥐고 있으니까.”


말하다 보니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정현식이 술잔을 단숨에 비워 냈다.


“이대로 AL 알파가 시장 지배력을 계속 높여 가면 규모가 작은 제약 회사부터 무너져 내릴 걸세. 우리 같은 중견 기업들도 위험하겠지. 나 같은 경영자야 은퇴하면 그만이라지만······, 직원들 생계는 그렇게 처리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


정 회장의 본심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거야.

진심으로 직원 생계를 걱정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욕심을 포장하기 위한 핑계인 거겠지.

하지만 직원 생계는 확실히 문제긴 문제네.

그나마 다행은 해법이 이미 나와 있다는 거 아닐까?

신미진은 정현식의 빈 술잔에 다시 술을 채워 넣었다.


“회장님이 직원들을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그리고 우리도 제약 업계가 고사하도록 방관할 생각은 없습니다.”


술잔으로 손을 뻗던 정현식이 멈칫했다.


“방관하지 않겠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AL 알파 생산량을 조절해서 다른 회사들의 숨통을 트여 주겠다는 말인가?”

“그럴 수는 없죠. 어쨌든 회사는 이익 극대화가 목표니까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정현식이 술잔을 집었다.

아직 실망하긴 일러요, 정 회장님.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무슨 방법 말인가?”

“우리가 AL 알파의 주원료를 세영바이오에 공급할게요. 그러면 세영바이오는 그 주원료를 이용해서 AL 알파를 생산한 뒤에 완제품을 다시 우리에게 파는 거죠. 물론, 우리와 세영바이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마진을 붙이는 조건으로요.”


정현식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AL바이오의 하청을 하란 건가?”

“하청보단 상생이 더 맞는 말 아닐까요?”


정현식이 손에 쥔 술잔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그런 자세로 한참을 있다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당장은 연명할 수 있을 테지만······, 결국 우리 세영바이오는 AL바이오에 잡아먹혀 생산 기지 중 하나로 전락할 테지.”


그의 예측은 사실이었다.

이미 홍현도도 전에 같은 말을 했었다.


AL바이오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는 순간, 주문량이 전에 비해 몇 배, 아니 몇십 배로 폭증할 겁니다. 향후에는 수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요. 근데 현재 AL바이오가 확보한 케파는 너무 적은데다, 늘어나는 속도마저 너무 더딥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 세영바이오와 같은 기업을 우리 하청으로 만든 뒤에 종내에는 완전히 흡수해 그룹에 편입해야 합니다.

세영바이오처럼 수십 년 동안, 업계를 꿋꿋이 지킨 기업을 흡수할 수 있다면 벤처 티를 아직 벗지 못한 AL바이오도 내적으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홍현도의 조언을 떠올리며 신미진은 그가 결심하길 기다렸다.

좀 전에 직원 생계를 걱정한단 말이 진심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는 이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을 거야.

경영권은 잃겠지만 직원들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정현식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받아들이지. 아니, 받아들이겠소. 이젠 신 사장이 업계 후배가 아니라, 원청 대표니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지.”

“고맙습니다.”

“임원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직원들을 좋아하겠어. 전도가 유망한 AL바이오에 입사할 기회를 공짜로 얻는 거니까.”

“미래를 장담하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제가 대표로서 이 자리에서 드릴 수 있는 말은 향후, AL바이오와 세영바이오가 원만히 합의해 회사를 합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그쪽 직원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최대한 받아들일 거란 점입니다.”

“허허, 다른 이들이 그런 말을 했다면 코웃음 쳤을 거요. 하지만 신미진 사장이 한 말은 믿을 수 있지. 그건 그렇고 신 사장을 발굴한 걸 보면 작고한 김민재 사장이 사람 볼 줄 아는구만. 그에 비해 그 아들놈은 영 싹수가 노란 거 같고.”


물을 마시던 신미진은 그 말을 듣고 사레에 걸렸다.

정 회장님이 나중에 진실을 알면 꽤 놀라겠네.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당황한 쪽은 정현식이었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한 거요?”

“아, 아니에요.”

“아무튼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나에게 제시한 데는 원하는 조건이 있어서일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말해 줄 수 있겠소?”


신미진은 물수건으로 입을 닦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오송 생명 과학 단지에 입주한 회원사들은 대게 김호규 회장이 아니라, 정 회장님을 믿고 따르죠. 정 회장님이 그런 그들을 설득해 김호규 회장을 협회에서 축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협회 안에서 김호규에게 반기를 들라는 거요?”

“그렇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나도 김호규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지. 근데 오송 쪽 회원사들이 아무리 날 믿는다고 해도 AL 알파가 건재한 이상, 내 의견을 따를 거 같진 않은데······.”

“그들에게 세영바이오에 한 제안과 똑같은 제안을 한다면요?”

“헉.”


정현식은 엄청나게 놀란 모양이었다.

숨을 멈췄다가 천천히 뱉으며 물었다.


“설마 AL바이오는 오송 생명 과학 단지 전체를 삼키려는 거요?”

“삼킨다기보단, 상생하기 위한 결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회사야 결과를 책임질 수 있다지만 다른 회원사들은······.”


정현식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듯 장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강력한 두 번째 무기가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첫 번째 무기보다 더 강력할지도.


“메디팜 사장 윤필준 씨 아시죠?”


정현식의 점잖은 얼굴이 바로 찌푸려졌다.


“김호규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아니오?”

“윤필준이 세영바이오 주식을 공매도하려 한단 것도 아시나요?”


처음 듣는 소식인 듯했다.

정현식이 손으로 상까지 내려치며 대노했다.


“그자가 감히!”

“정 회장님이 회원사들을 설득해 주신다면······. 윤필준 씨는 우리가 해결할게요. 이미 그러기 위한 준비도 거의 다 끝나 정 회장님 허락만 남았는데, 어떠세요? 그렇게 하시겠어요?”


이번에는 정현식도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좋소. 내 윤필준과 김호규, 그 더러운 놈들이 쫄딱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라도 AL바이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소.”


신미진은 상 밑에 가려져 있는 두 손을 꽉 맞잡았다.

됐다!


***


요즘은 JH제약에서 정시까지 업무를 보고 AL바이오로 향했다.

이를테면 야근인 셈이었다.


전에는 동생 통학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호팀이 나보다 더 동생을 잘 챙긴다.

식사도 내가 준비한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고······.


AL바이오 집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부터 켜고 주가를 확인했다.

물론, 내 회사 주가는 아니었다.

난 아버지의 비상장 경영 원칙을 깨트릴 생각이 없다.

내가 보는 주가는 다름 아닌, 세영바이오 거였다.

세영바이오는 시가 총액이 4,000억으로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를 제외한 순수 제약 회사 중에서는 중견 그룹에 해당한다.

근데 AL 알파 출시 여파로 횡보와 낙폭을 거듭하던 주가가 얼마 전부터 낙폭 규모를 갑자기 키우며 내려가고 있었다.


다른 제약 회사 주가도 내려가는 건 같았다.

하지만 세영바이오는 그 폭이 유달리 컸다.

누군가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필시 윤필준일 테고.


곧 홍현도와 신미진이 보고를 위해 같이 들어왔다.

난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고 나서 홍현도에게 물었다.


“윤필준이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다 팔았을까요?”

“정보국이 판단하기론 그런 거 같습니다.”


이젠 정말 때가 무르익은 거 같군.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내일 주식 시장이 개장함과 동시에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세영바이오 쪽은 어떤가요, 신 사장님?”


신미진도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다.


“세영바이오 정 회장님이 며칠 전, 오송 생명 과학 단지에 입주한 제약사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전화로 직접 알려 주셨어요.”

“그렇다면 윤필준을 마무리 지은 뒤에 제약 협회도 바로 처리하죠. 서로 엮인 문제라 길게 끌어 좋을 게 없을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두 사장이 나가고 나서.

난 기지개를 쭉 켜며 창밖을 보았다.

내일은 날이 아주 화창하겠네.

누군가에는 뼈까지 시린 날씨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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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장.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23.12.14 39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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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장. 말로만 들어도 기분 나쁜 자군. +1 23.12.08 443 10 14쪽
27 27장. 그의 미래를 샀죠. 23.12.07 448 12 13쪽
26 26장. 소소하네요. +1 23.12.06 44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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