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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조상님이 보우하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3.11.03 16:02
최근연재일 :
2024.01.01 1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4,374
추천수 :
682
글자수 :
302,569

작성
23.12.19 18:00
조회
351
추천
8
글자
12쪽

37장. 정말 속이 시원하던데요.

DUMMY

정현식이 녹음기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 올렸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이 녹음기에 협회장이라는 작자가 우리 제약 협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담겨 있소. 들어 보시오!”


그러면서 바로 단상 마이크에 대고 녹음기를 틀었다.

곧 치익 하는 소리에 이어 두 명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에게 얼마나 떨어질 거 같아?

-기름칠하는 데 쓰고 나면 못해도 100억은 남지 않겠습니까?

-이건 뭐 땅 짚고 헤엄치시는구먼, 하하.


그 즉시, 총회장이 떠나갈 거처럼 시끄러워졌다.

마이크를 톡톡 쳐서 조용히 시킨 정현식이 설명했다.


“이건 우리가 양평 회합을 마치고 나서 협회장 김호규와 그의 심복인 박 이사가 별장에서 나눈 얘기를 녹음한 내용이오. 근데 다들 들으셨다시피 그는 우리가 힘들게 각출한 자금 중에서 무려 100억을 횡령해 자기 주머니에 채워 넣었소.”


이어 몸을 돌린 정현식이 김호규에게 물었다.


“이래도 할 말 있소?”

“으아악, 이 미친 늙은이가!”


급기야 폭발한 김호규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정현식에게 달려들어 그를 뒤로 밀치고 녹음기를 강제로 빼앗았다.

이어 빼앗은 녹음기를 발로 지끈지끈 밟아 박살 냈다.


그다음은 쉽게 보기 힘든 개판으로 변했다.

단상으로 올라가 정현식을 부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김호규 얼굴 앞에서 삿대질하며 상욕을 퍼붓는 이도 있었다.

깜짝 놀라 달려 나온 명륜제약 직원들이 김호규를 보호하며 연단 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난 총회장을 빠져나왔다.

지금쯤 신 사장님도 경호원들에 의해 빠져나오셨겠지.


아무튼 정 회장님이 제대로 한 건 해 주셨구나.

그날 사건은 제약 협회가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현식 회장의 주도로 오송 바이오 협회가 새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AL바이오도 바이오 협회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존 제약 협회 또한 두 군데로 쪼개졌다.

뭐 사실 쪼개졌단 표현도 안 맞긴 하네.

기존 제약 협회 회원사는 이제 열 개도 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명륜제약과 관계가 깊은 회원사였다.

그리고 나머지 제약 기업들은 동시에 협회를 탈퇴한 뒤에 ‘한국 의약 바이오 산업 협회’라는 긴 이름의 새 조직을 창설했다.


총회에서 돌아온 날 저녁.

AL바이오 본사에서 신미진, 홍현도와 만났다.

신미진은 총회장에서 나와 만난 일을 화제로 삼았다.


“아깐 연기인 줄 아는데도 조금 섭섭하던데요.”

“하하, 이해해 주세요. 덕분에 김호규는 우리가 진짜 사이가 나쁜 줄 알고 있으니까요. 아마 실상은 꿈에도 모를 테지만.”

“맞아요. 그가 제 앞에서 회장님을 욕할 땐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역시 내 욕을 했군.

좀스러운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총회장에서 다른 이들도 만난 거 같은데 그 얘기 좀 해 주세요.”


신미진은 오송 생명 과학 단지에 입주한 제약 기업 대부분이 AL바이오의 하청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덧붙였다.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보유한 케파를 우리가 빌려 쓰면 AL 알파 주문량을 이틀 안으로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아주 반가운 소식이군요.”

“더 좋은 소식은 따로 있죠.”

“뭔데요?”

“금영 헬스케어 공장도 인수하기로 했어요.”


난 신미진의 설명을 들으며 쾌재를 불렀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수출도 가능해지겠군요?”

“그래서 회장님이 전에 말씀하신 북미와 유럽 수출 타진을 시도해 보려고요. 아마 한, 두 달 내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좋습니다.”


화제는 총회장에서 정현식 회장이 홍현도가 건넨 녹음기를 이용해 김호규를 멋지게 한 방 먹이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신미진이 드물게 활짝 웃었다.


“정말 속이 시원하던데요, 호호.”

“예,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해 줬습니다. 근데 홍 사장님, 김호규 별장은 어떻게 도청하신 거예요? 도청기를 심은 건가요?”


내 질문에 홍현도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도청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굳이 도청기를 심지 않더라도 지향성 고성능 안테나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원거리 도청이 가능하죠. 심지어 유리창에 부딪히는 음파를 분석해 추출해 도청하는 기술까지 나왔으니까요.”


난 흠칫 놀라 사무실 유리창을 힐끗 보았다.

그럼, 여기도 도청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거잖아?

내 표정에서 불안감을 읽은 모양이다.

홍현도가 바로 안심시켜 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솔루션 방첩국이 얼마 전에 AL바이오 본사와 공장 유리창에 도청 방지 필름을 붙였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화제는 도청에서 이제 김호규로 다시 옮겨 갔다.

개굴욕을 당한 김호규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 지랄 맞은 성격을 보면 분명 또 다른 수작을 부릴 듯한데.


“김호규가 어떻게 나올까요?”


홍현도는 나와 달리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이미 대처할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불안감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홍 사장님을 믿자.


***


김호규 소유의 양평 별장 서재를 조사하는 보안 업체 직원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박 이사는 초조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저들이 만약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회장의 분노가 날 향하겠지.

팔짱을 끼고 차분하게 서 있는 김호규의 태도만 봐도 알았다.

그를 오래 모셔서 오히려 진짜 화를 주체 못 할 때는 평소처럼 불같이 화를 내기보단 저렇게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보안 업체 관계자가 회장에게 다가갔다.


“서재는 아무 이상 없습니다.”

“도청기가 없다는 건가?”

“깨끗합니다.”

“알겠네.”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보안 업체 직원들이 물러가고 나서.

팔짱을 낀 자세로 한참을 생각하던 김호규가 서재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소매를 휙휙 접더니 박 이사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때 이 서재에 있던 사람은 너와 나, 둘 뿐이었지. 근데 너도 들었다시피 도청기가 없다네. 그렇다면 누가 그 대화를 녹음했을까? 난 당연히 아니니······, 박 이사 너밖에 없겠지.”


박 이사는 입이 바짝 마른 탓에 발음까지 뭉개졌다.


“전, 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 그 대화에 제 목소리도 나오는데 제가 미쳤다고 그걸 정현식에게 팔겠습니까?”

“그걸 핑계 삼아 빠져나가려고 했는지도 모르지.”

“회, 회장님······.”

“이 꽉 다물어. 임플란트 비용은 못 대 주니까.”


박 이사가 얼른 팔로 얼굴을 가리려고 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김호규의 커다란 손이 풀스윙으로 날아와 그의 얼굴에 박혔다.

철썩!

박 이사는 입 안에서 느껴지는 피 냄새를 맡고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김호규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철썩, 철썩, 철썩!

손이 날아들 때마다 박 이사의 얼굴이 점점 뭉개졌다.

김호규가 찬 롤렉스 금장 시계에 얼굴이 긁혀 피까지 흘렀다.


열 대를 연달아 때리고 나서야 김호규가 멱살을 풀었다.

분이 풀려서 놓아준 건 아니었다.

그저 나이가 들어 이젠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힘없이 주저앉은 박 이사를 힐끗 본 김호규가 코웃음을 쳤다.


“다음에 또 배신하면 그땐 나철진, 그 친구를 만나야 할 거다.”


나철진이라고?

박 이사는 고통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나철진은 김호규가 시키는 짓은 뭐든 하든 들개 같은 놈이다.

서재 책상으로 돌아간 김호규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 사장, 나야. 다름 아니고 급히 날 위해 해 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 누구냐고? 자네도 AL바이오 알지? 거기야. 그래, 전처럼 뒤탈 없게. 수고비는 항상 보내는 계좌로 보내 주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통화하는 김호규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박 이사는 손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옷을 추슬렀다.

하지만 좀 전까지 두려움에 가득했던 눈빛은 아니었다.

그보단 코너에 몰린 쥐가 발악하기 전 눈빛에 좀 더 흡사했다.


***


반듯한 이목구비에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이탈리아산 수제 정장을 입은 나철진이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인상을 썼다.


“아, 시발.”


나철진은 손에 침을 묻혀 피를 닦아 냈다.

하지만 잘 닦이지 않는 듯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결국, 닦기를 포기한 나철진이 뒤로 홱 돌아섰다.

정육점에서 쓰는 갈고리에 사내 하나를 걸어 놓고 린치를 가하던 부하들이 험악한 표정을 한 그를 보고 얼른 피했다.

나철진이 이미 반죽음 상태인 사내 쪽으로 걸어갔다.


“야, 네가 피를 쏟는 바람에 내가 아끼는 정장이 더러워졌잖아.”


사내가 퉁퉁 부어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뜨며 대답하려 하였다.

하지만 입을 열 때마다 피가 쏟아져 실패했다.

나철진이 바닥에 있던 알루미늄 배트를 집어 사내를 찔렀다.


“이 옷, 이거 어떻게 보상할 거야? 수제로 맞춘 거라서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건데. 딸년이라도 팔아서 갚을 거야?”


사내는 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나철진이 얼른 뒤로 물러나 핏방울을 피했다.


“하, 씨, 깜짝이야. 또 묻을 뻔했네. 야, 의자 가져와.”

“여기 있습니다, 사장님.”


부하가 가져온 의자에 앉은 나철진이 담배에 불을 붙여 피웠다.


“우리라고 이 짓거리가 좋아서 하는 줄 알아? 뭐 좋아하는 놈도 있겠지. 하지만 이 나철진이는 아냐. 난 그런 무식한 놈들과 달리 모든 일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거든.”

“······.”

“여기서 좀 더 하면 내 장담하는데······, 당신 내년 오늘 병풍 뒤에서 향 맡아야 할 거야. 그건 싫지? 그지? 몸 성히 집에 가서 마누라랑 토끼 같은 두 딸내미 봐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만 고집 피우고 그 공장 부지 우리에게 팔아.”

“으어억.”


사내가 죽을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철진은 만족한 듯 담배를 던지고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잘 결정했어. 야, 양도 서류 가져와서 서명받아. 그리고 받을 때 피 안 묻게 조심하고. 저번에는 피 묻은 서류를 가져가는 바람에 공무원 년놈들이 아주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

“조심하겠습니다, 사장님.”


일이 잘 끝나서 기분이 좋아진 나철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 작업장으로 애용하던 폐 정육 공장을 나와 차에 올랐다.

그러고는 바로 피 묻은 바지를 벗어 부하에게 던졌다.


“단골 세탁소에 맡겨. 그리고 세탁소 주인에게 똑똑히 전해.”


부하가 바지를 쇼핑 백에 고이 접어 넣으며 물었다.


“뭐라고 전할까요?”

“저번처럼 엉망으로 하면 그땐 내가 널 다리미로 다려 줄 거라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형님.”


그때, 전화가 왔다.


“김 회장? 오랜만이네.”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한참을 통화한 나철진이 부하에게 지시했다.


“우리가 관리하는 불법 체류자 애들 있지?”

“예, 열 명 정도 있습니다.”

“걔들 몇 명을 추려서 당장 청주 오송 공단으로 내려보내. 보낼 때 우리 꼬리가 밟히지 않도록 정보는 최소한만 주고.”


나철진은 부하에게 내려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지시가 끝난 후.

나철진은 나지막이 웃었다.

AL바이오라······, 김 회장이 제법 큰 건을 물어 왔네.


그날 저녁.

나철진이 사장으로 있는 동아 인력 사무소가 관리하는 불법 체류자 다섯 명이 오송으로 내려가 AL바이오에 침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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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장. 게임 시작이군. 23.12.29 238 8 12쪽
46 46장. 아주 좋은 소식이군요. 23.12.28 25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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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장. 전 협상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1 23.12.25 280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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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장. 지금까지 안 가 본 곳으로. 23.12.22 328 10 14쪽
39 39장.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요. +1 23.12.21 318 11 13쪽
38 38장.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합니다. 23.12.20 330 11 12쪽
» 37장. 정말 속이 시원하던데요. 23.12.19 352 8 12쪽
36 36장. 후회하게 해 주지. 23.12.18 361 9 13쪽
35 35장. 참 뻔뻔하군요! 23.12.17 384 8 13쪽
34 34장. 그건 이미 내가 다 했어. 23.12.16 381 9 12쪽
33 33장. 이젠 다 끝났군. 23.12.15 384 13 14쪽
32 32장.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23.12.14 392 14 12쪽
31 31장. 무서운 분이시네요. +1 23.12.13 399 13 13쪽
30 30장. 이 쉬운 걸 고민하고 있었네. 23.12.12 407 12 13쪽
29 29장. 회장님도 짓궂으시네요. 23.12.11 454 12 13쪽
28 28장. 말로만 들어도 기분 나쁜 자군. +1 23.12.08 443 10 14쪽
27 27장. 그의 미래를 샀죠. 23.12.07 448 12 13쪽
26 26장. 소소하네요. +1 23.12.06 448 15 12쪽
25 25장. 쓸데없는 짓 하지 마! +2 23.12.05 462 12 14쪽
24 24장. 다 같이 죽는 거요. +1 23.12.04 48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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