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조상님이 보우하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3.11.03 16:02
최근연재일 :
2024.01.01 1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4,827
추천수 :
684
글자수 :
302,569

작성
23.12.06 18:00
조회
458
추천
15
글자
12쪽

26장. 소소하네요.

DUMMY

반격할 무기를 준비하기 위해 별부로 막 들어가려는데.

동생이 공부하다 말고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오빠!”

“나 귀 안 먹었어, 인마.”

“오빠가 준 종합 비타민제 있잖아. AL 알파.”


동생은 아직 AL바이오와 AL 알파의 정체를 모른다.

음모와 협잡이 난무하는 세계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배우의 길에 도전하는 동생을 끌어들일 마음이 없으니까.

하지만 AL 알파는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는 동생에게 보약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아 일부러 몇 통 챙겨 주었는데······.

혹시 AL 알파를 비방하는 뉴스를 본 걸까?


“AL 알파가 어쨌는데?”

“인터넷에 AL 알파가 인체에 유해할지 모른단 기사가 떴어.”


방송과 인터넷 기사 양쪽으로 공격해 오는 건가?

공격이 제법 매서운데.


“어느 신문사야?”

“처음엔 제일일보 단독이었는데 다른 신문사들이 똑같은 내용을 받아쓰는 거 같아. 그런 기사들이 벌써 수백 개가 넘어.”

“그거 요즘 유행하는 가짜 뉴스야. 신경 쓰지 마.”

“그게 다가 아냐, 오빠.”

“또 뭐가 있는데?”

“SNS, 커뮤니티 할 거 없이 전부 AL 알파 관련 악플 천지야.”


미디어로 군불을 지피고 댓글 부대로 화력을 끌어올리는 건가?

아무튼 지금은 불안해하는 동생부터 안심시키자.


“준희야, 오빠 직업이 뭐냐?”

“······제약 회사 사장님.”

“우리 연구소에서도 AL 알파를 분석해 봤는데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전혀 없었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계속 먹어. 설마 이 오빠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너한테 이상한 걸 주겠어?”

“정말이지?”

“야, 그런 가짜 뉴스보다 오빠 말을 더 의심해?”


그 말에 잠깐 갈등하던 동생도 점차 표정을 풀었다.


“알았어. 난 오빠만 믿을게.”

“이제 들어가 쉬어. 공부는 좀 적당히 하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알았다, 기집애야.”


동생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

갑자기 정수리가 뜨거워지며 분노가 들끓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동생을 불안하게 만든 건 참기가 어려웠다.

내가 아롱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나서면······, 파장이 한국 전역에 미칠 거 같아 범인 방식으로 상대해 주는데 이 새끼들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기어 올라와 내 손까지 물려고 들어?


화를 주체 못 해 바로 아롱을 부르려는 순간.

때맞춰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홍현도 사장이 건 전화였다.

난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방금 뉴스 보셨습니까?

“예, 봤어요. 좀 심하더군요.”


홍현도는 날 진정시키려 애썼다.


-······별거 아닙니다. 이미 대처에 들어갔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저번에 부탁드린 대로 당분간은 나서지 말아 주십시오.

“알겠어요.”


난 전화를 끊고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열이 좀 식는 느낌이었다.


그래, 최소한의 룰은 지키자.

룰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김호규부터 처리했겠지.

난 그 길로 별부에 들어가 똥을 치울 비장의 무기를 제조했다.


다음 날.

오후에 AL바이오로 넘어가 보니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제 나온 AL 알파 뉴스를 소재로 걱정스레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몇몇 직원은 어제 인터뷰한 직원이 누군지 찾아다녔다.

회사도 어제 뉴스로 난리가 났군.


집무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신미진이 따라 들어왔다.


“어제 JMC 뉴스와 제일일보 기사가 나간 시점부터 회사 게시판에 악성 게시물이 대거 올라와 게시판을 잠시 닫았습니다.”


이럴 거라 예상한 터라 그리 놀랍진 않네.

하지만 그게 매출에 타격을 주면 안 되는데.


“주문량은 어때요?”

“평소와 비교해 10퍼센트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하룻밤에 10퍼센트로 줄었다고?

구 미디어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군.

내 표정이 이상했던 걸까?

신미진이 날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계속 홍 사장님과 연락했는데 이미 대책을 세워 둔 거 같았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시죠.”


사장이 회장에게 하는 조언이 아니었다.

고모가 조카에게 하는 위로에 더 가까웠다.

아직 신 사장님 눈엔 내가 어리게만 보이나 보구나.

난 아버지처럼 노련한 경영인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을 테지.

이럴 땐 내가 의연히 대처하는 척해야 다들 긴장을 덜 하겠지.


“식약처 실사단은 분위기가 어때요?”

“계속 시간을 끌려는 거 같더군요.”


강제로 밀어내기 전에는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여러모로 바쁘시겠지만,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게 사장님이 신경 좀 써 주세요. 지금은 직원 사기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신미진이 돌아가고 나서.

난 몰래 실사단이 들어와 있는 3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식약처 차장 김혁권을 주시했다.

마침 그 김혁권이 회의장에서 나와 직원 화장실로 들어갔다.

옳거니.


난 바로 따라 들어갔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고치던 김혁권이 날 보고 살짝 움찔하더니 얼른 세면대에 물을 틀어 손을 닦는 척했다.

역시 가발에 신경을 많이 쓰는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외모에 민감한 편인가?


난 옆에서 같이 손을 씻으며 말을 걸어 보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참 괴롭겠습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 쪽을 가리켰다.

손을 씻고 페이퍼로 물기를 닦던 김혁권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여기 직원인가?”


뭐 회장도 직원은 직원이니까.


“뭐 그런 셈이죠.”


김혁권의 눈꼬리가 샐쭉해졌다.


“직원이라면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나?”

“식약처 차장님 아니십니까?”

“좀 전에 머리카락 운운한 건 참 불쾌하군. 자네 이름이 뭔가?”

“이름을 가르쳐드리긴 좀 그렇고······, 대신, 선물을 하나 드리죠.”


김혁권이 얼굴까지 붉히며 삿대질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감히 내 앞에서 뇌물 얘길 꺼내다니!”


난 개의치 않고 플라스틱 케이스를 꺼냈다.


“떡값 같은 걸 기대하셨다면 미안하지만······, 그런 종류는 아닙니다. 대신, 차장님에게 돈보다 훨씬 중요한 걸 드리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난 케이스를 김혁권 앞에 내밀었다.


“우리 회사에서 비밀리에 연구 중인 제품입니다.”


김혁권이 알고 싶지 않다는 듯 케이스를 밀쳤다.


“난 자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신미진 사장은 알고 있겠지. 분명 자기 부하 직원 중 하나일 테니까. 이번 일은 식약처 차원에서 정식으로 AL바이오에 공문을 보내 항의하겠네!”


오, 세게 나오시네.

김혁권은 화를 좀처럼 주체하지 못했다.


“우리가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항의하면 아마 이번 재심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테지. 알겠나? 자넨 지금 본인 손으로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거란 말일세!”


침까지 튀겨 가며 소리친 김혁권이 획 돌아서서 문으로 향했다.

아마 일반 직원이 그런 협박을 받았으면 안절부절못했겠지.

하지만 난 일반 직원이 아닌데.

난 피식 웃고 나서 그 선물이 뭔지 알려 주었다.


“발모제입니다!”


김혁권이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역시 관심을 보이는군.


“아마 발모 효과가 어느 정돌지 궁금하시겠죠?”


김혁권의 등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대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무슨 개소리를 하나 궁금해서?

아무튼 난 공격을 계속했다.


“AL바이오가 제조한 AL 알파의 성능이 어떤지 차장님도 아시겠죠. 이 발모제도 그 못지않게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쓰레기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제품이죠.”


김혁권이 화장실 손잡이에 올려 둔 손을 다시 내렸다.

좀 더 들어 볼 마음이 생겼나?

좋았어.


“발모 효과는 100퍼센트입니다. 심지어 소실된 모낭마저 재생시켜 머리카락이 다시 나게 해 주죠. 효과 다음으론 부작용이 있는지 궁금하시겠죠. 당연히 없습니다. AL 알파처럼요. 뭐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면 저도 더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김혁권의 등이 좀 전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군.

난 케이스를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다.


“김영란법이다, 뭐다, 말들이 많으니까 제가 이 케이스를 세면대에 버리겠습니다. 가져가서 사용해 볼지, 말지는 본인이 선택하시죠. 그리고 전 5층 총무 3팀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김혁권은 석상처럼 굳어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난 그런 그를 지나쳐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닫고 나서 물의 기운으로 화장실 내부를 엿들었다.

세면대 쪽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렇지.

난 피식 웃고 나서 내 사무실로 돌아갔다.

아롱이 바로 뇌음을 보냈다.


-어제 보화전에서 뭘 하시나 했더니 저런 쓸데없는 걸 만들고 계셨군요. 탈모 치료제라니, 지나가던 선인이 웃겠습니다.

-너 지금 전 세계 탈모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무시하는 거냐?

-그게 그 정도로 중요한 문젭니까?

-당연하지. 이건 미용을 넘어서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아, 예.


아롱은 관심 없다는 듯 먼저 뇌음을 끊었다.

하긴 비단 같은 털을 지닌 녀석은 그 괴로움을 알 턱이 없지.


다음 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왔군.

난 문을 열어 보았다.

예상대로 김혁권이 약간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어젠 실례가 많았소.”

“안으로 들어오시죠.”


난 김혁권을 사무실 안으로 청해 자리를 권했다.

소파에 앉기 무섭게 김혁권이 질문을 쏟아 냈다.


“대체 그 발모제는 정체가 뭐요? 어떤 식으로 하루 만에 그런 효과를 내는 거요? 그리고 이 회사에서 당신 직책은 뭐요? 신미진 사장도 당신에 대해 말하길 꺼리는 눈치던데······.”


발모제 효과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저자세로 돌아섰잖아.

난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발모제를 사용해 보셨군요?”


김혁권은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사기 치는 게 아닌가 했지만······, 당신이 어제 화장실에서 너무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는 바람에 속는 셈 치고 어젯밤에 발모제를 살짝 발라 봤소. 근데 아침에 약을 바른 부위에만 머리카락이 새카맣게 올라와 있더군. 내 눈으로 거울을 통해 똑똑히 보면서도 쉽게 믿기 어려울 정도였지.”


그러면서 김혁권이 케이스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돌려주기 아쉬운 모양이었다.

눈길이 케이스에서 좀처럼 떠날 생각을 안 했다.

난 케이스를 다시 김혁권 쪽으로 밀었다.


“잘됐네요. 이 발모제는 차장님께 선물로 드리죠. 아마 한두 달 꾸준히 바르면 앞으로 10년은 탈모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그 답답하고 불편한 가발과는 이별이군요.”


누가 빼앗아 갈세라 얼른 케이스부터 챙긴 김혁권이 물었다.


“그럼 10년 후엔······?”

“10년 후에는 우리 발모제가 시장에 정식 출시되어 나와 있겠죠. 직접 구매해서 바르세요. 그럼 다시 10년 동안은 누구보다 숱이 풍성한 머리카락을 자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김혁권의 눈동자가 세차게 돌아갔다.

이 발모제의 가치를 계산하는 모양이군.


곧 계산이 끝난 모양이었다.

김혁권이 흥분한 표정으로 상체를 바짝 끌어당겼다.


“탈모 케어 시장이 한 해 20조 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발모제를 정식 출시하면······, AL 바이오가 시장을 독점하겠군.”

“20조 원이면 소소하네요.”

“2, 20조가 소소하다고?”

“이미 출시한 AL 알파가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20조야 푼돈이죠. 그리고 알파가 왜 알파겠습니까?”

“설,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우린 이미 AL 베타와 감마 개발에 착수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베타는 심지어 임상 준비를 마친 상태죠. 아마 파급력이 알파 못지않을 겁니다.”


김혁권은 내 말에 압도당한 듯했다.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난 속으로 피식 웃었다.

거의 다 넘어왔군.

이제 요리하는 일만 남았어.

그리고 요리마저 끝나면······, 트로이의 목마로 쓸 수 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상님이 보우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안내 24.01.02 101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12.14) : 오후 6시 (주 7일 연재) 23.11.03 519 0 -
50 50장. 젊어서 그런가 보죠. +1 24.01.01 238 11 12쪽
49 49장. 준비는 완벽합니다. 23.12.31 247 9 12쪽
48 48장. 그건 좀 그렇군. 23.12.30 229 8 13쪽
47 47장. 게임 시작이군. 23.12.29 243 8 12쪽
46 46장. 아주 좋은 소식이군요. 23.12.28 256 10 12쪽
45 45장. 내 안목이 이번에도 통했군. 23.12.27 287 9 12쪽
44 44장. 하지만 이제부턴 아냐. 23.12.26 293 9 12쪽
43 43장. 전 협상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1 23.12.25 285 12 13쪽
42 42장. 뭘 망설이십니까? 23.12.24 300 10 12쪽
41 41장. 뭐 직접 부딪혀 보면 알겠지. +1 23.12.23 310 9 13쪽
40 40장. 지금까지 안 가 본 곳으로. 23.12.22 334 10 14쪽
39 39장.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요. +1 23.12.21 328 11 13쪽
38 38장.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합니다. 23.12.20 339 11 12쪽
37 37장. 정말 속이 시원하던데요. 23.12.19 360 8 12쪽
36 36장. 후회하게 해 주지. 23.12.18 368 9 13쪽
35 35장. 참 뻔뻔하군요! 23.12.17 391 8 13쪽
34 34장. 그건 이미 내가 다 했어. 23.12.16 390 9 12쪽
33 33장. 이젠 다 끝났군. 23.12.15 392 13 14쪽
32 32장. 이제 슬슬 마무리 짓죠. 23.12.14 400 14 12쪽
31 31장. 무서운 분이시네요. +1 23.12.13 406 13 13쪽
30 30장. 이 쉬운 걸 고민하고 있었네. 23.12.12 415 12 13쪽
29 29장. 회장님도 짓궂으시네요. 23.12.11 464 12 13쪽
28 28장. 말로만 들어도 기분 나쁜 자군. +1 23.12.08 453 10 14쪽
27 27장. 그의 미래를 샀죠. 23.12.07 458 12 13쪽
» 26장. 소소하네요. +1 23.12.06 459 15 12쪽
25 25장. 쓸데없는 짓 하지 마! +2 23.12.05 472 12 14쪽
24 24장. 다 같이 죽는 거요. +1 23.12.04 491 12 13쪽
23 23장. 조상님이 보우하셨군. 23.12.01 503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