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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광해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조휘
작품등록일 :
2014.10.21 12:38
최근연재일 :
2014.12.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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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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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록 5

DUMMY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던 대나무통이 이내 펑하며 폭발을 했는데 폭발할 때 대나무조각이 마치 파편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박혔다.

‘위력이 생각보다 약하군. 흑색화약의 질이 좋지 않은 게 문제인가?’

이혼은 허준에게 물었다.

“산성에 화포장(火炮匠)이 있으면 나에게 데려와주시오.”

잠시 후, 허준은 4십대로 보이는 중년사내를 데려왔다.

“화포장 고상(高祥)이란 자입니다. 어서 인사 올리게. 세자저하시네.”

허준의 재촉에 고상은 부랴부랴 절을 올렸다.

“소인 고상이라하옵니다.”

“산성에 질려탄(蒺藜彈)이 있는가?”

“있습니다.”

질려탄은 빈 무쇠포탄 안에 질려를 채워 넣은 포탄이었다.

질려는 쇳조각을 밤송이처럼 뾰족하게 만든 무기였다.

보통은 적의 접근을 차단하는데 이용하는데 질려탄처럼 포탄에 질려를 넣은 후 인마살상용으로 사용하는 전술이 조선에 있었다.

“질려탄에 넣은 질려를 쪼개 이 대나무 통에 넣어주게.”

고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지 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질려탄의 질려를 꺼내 잘게 쪼개더니 그걸 대나무 안에 집어넣었다.

작업을 마친 이혼은 다시 최자급을 불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탈길 한 점에 사람모양의 허수아비를 설치했다.

“저 허수아비에 이걸 던질 수 있겠는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최자급은 다시 불이 붙은 대나무통을 허수아비에 던졌다.

퍼엉!

대나무통이 폭발하며 질려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파파팟!

흑색화약이 내는 연기가 가라앉을 즈음.

이혼은 직접 비탈길로 내려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나무에 짚을 얹어 만든 허수아비에 질려조각과 대나무파편이 박혀 있었는데 근방 2, 3미터 안에서는 기대했던 살상효과가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군.’

이혼은 화포장 고상을 불러 그에게 뇌홍(雷汞)제작법을 알려주었다.

뇌홍은 뇌관을 만드는 재료로 약한 충격에도 쉽게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대나무통에 든 화약, 즉 작약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원래 뇌홍은 질산과 수은, 그리고 정제한 에틸알코올로 만드는데 질산은 화약에서, 에틸알코올은 증류주에서 각각 얻어 만들었다.

시간과 장비가 충분하다면 더 강한 뇌홍을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과 장비 모두 부족해 지금 만든 뇌홍으로 만족해야했다.

뇌홍이 굳으면 화포장을 불러 대나무폭탄을 만들었다.

대나무폭탄은 부르기 쉽게 죽폭(竹爆)으로 이름을 지었다.

고상과 대장장이들이 죽폭을 생산하는 동안.

이혼은 최흥원 등을 불러 생각해둔 작전을 설명했다.

“영변의 남쪽에 있는 평양성에는 고니시 유키나카가 있고 우리의 동쪽에 해당하는 함경도에는 가토 기요마사가 진주해있소. 그러나 고니시 유키나카는 보급문제로 인해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테니 지금이야말로 기회라 생각하오. 우선 가토 기요마사를 쳐서 왜군에게 점령당한 지역을 수복하며 전선을 남쪽으로 밀어야하오.”

영의정 최흥원은 계획에 의문을 표했다.

“고니시가 평양에서 영변으로 오지 않으리라 확신하십니까?”

“확신하오.”

“어찌 확신하십니까?”

“평양성의 왜군은 군량을 충당하는 방법이 총 네 가지가 있소. 먼저 본국에서 가져온 군량을 육로, 또는 수로로 운송하는 방법이 그 중 두 가지요. 한데 육로가 삼남에 있는 의병들에 의해 습격을 받는 중이니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닐 것이오. 그리고 수로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막혀 있어 이 또한 사용하기 어렵소.”

“그럼 나머지 두 가지는 무엇입니까?”

“그 중 하나는 전라도를 점령해 곡창지대를 손에 넣는 것이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성과가 없어 마지막 수를 쓰는 수밖에 없소.”

“마지막 수라면?”

“평양성 인근 고을을 약탈해 직접 충당하는 방법이오.”

약방 부제조 정탁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양성은 물론이거니와 근처에 있는 백성들도 피난간지 오래니 쉽지 않을 겁니다. 신의 생각도 저하의 생각처럼 평양에 있는 고니시부대는 움직이지 못할 거 같습니다. 이때, 반격해야 합니다.”

호조참판 윤자신이 반대의견을 내었다.

“주상전하의 명은 종묘사직을 보전하는데 있지 전투에 뛰어드는데 있지 않습니다. 우선은 흩어진 군을 수습하거나, 백성을 위무, 공을 세운 의병을 격려하여 왜적을 몰아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부제학 심충겸 역시 윤자신의 의견에 동조했다,

“전하의 계획대로 함경도의 가토 기요마사를 친다면 평양성에 있는 고니시 유키나카가 이를 방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 왜군을 급히 파견해 우리군의 뒤를 기습하려 할 게 틀림이 없습니다.”

이혼은 고개를 저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오. 고니시 유키나카는 평양성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소. 더군다나 가토 기요마사 일이라면 더욱 그렇소.”

“어찌 그렇습니까?”

“두 사람이 견원지간(犬猿之間)이기 때문이오.”

“쉽게 믿기 힘든 말이군요.”

심충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였다.

논쟁을 참여하지 않던 최흥원이 물었다.

“고작 천 명의 병력으로 만이 넘는 가토 기요마사군을 어찌 칩니까? 더구나 적은 정병이고 우리는 오합지졸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떻게든 기세를 올리면 함경도의 근왕병이 모일 것이오.”

“함경도의 근왕병이 있다한들 그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함경도의 근왕병은 토병(土兵)이 주를 이루니 역전이 가능할 것이오.”

이혼의 대답에 최흥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기세를 올리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그 점은 죽폭이 해결해 줄 것이오.”

“죽폭이라면 저하께서 며칠 동안 만드신 그 물건 말입니까?”

“맞소. 시의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조총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오.”

“대체 그런 물건은 언제 연구하신 겁니까?”

“중국에서 들어온 병서를 연구하여 알아냈소.”

이혼은 내친 김에 모인 천여 명을 이용하여 근위연대를 창설했다.

근왕군에서 정규군으로 승격한 셈이었다.

어느새 어의에서 일종의 개인비서관으로 바뀐 허준에게 부탁했다.

“어의가 장수로 쓸 네 명을 선발해주시오.”

“예, 저하.”

그러나 근위연대의 병사들도 전투를 모르긴 매한가지였다.

허준은 평양에서부터 왕실과 함께 움직인 병력 중에 찾아보았다.

오래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네 명이 뽑혀왔다.

한 명은 죽폭실험을 도운 의주토병 최자급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각각 우림위(羽林衛) 민여호(閔汝虎), 전 선전관(宣傳官) 이책(李策), 이산(理山) 토병 김언광(金彦光)이었다.

“민여호라 하옵니다.”

민여호는 그가 우림위 소속이라는 소개를 허준에게 듣지 않았으면 잘생긴 유생으로 보았을 만큼, 훤칠하게 잘 생긴 청년이었다.

‘하긴 우림위는 왕을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니 용모가 중요했을 것이다.’

민여호 다음은 전 선전관 이책이 절을 올렸다.

부모의 상을 치르느라 선전관 직을 사직했다가 난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이책은 급히 평양성에 들어와 합류한 사람이었다.

선전관은 무관을 임명하는 일종의 승지였다.

다만, 승정원(承政院)의 승지(承旨)는 문관의 일을 보는 반면, 선전관은 무관의 일을 보는 승지여서 시위(侍衛) 등의 임무를 맡았다.

선전관은 우림위, 겸사복(兼司僕) 등에서 차출하기에 이책 역시 키가 크고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 훌륭한 장수감으로 보였다.

마지막은 이산 토병 김언광이었다.

김언광은 키가 작은 대신, 몸이 차돌처럼 단단했다.

그리고 눈빛이 아주 강렬해 그을린 얼굴에 눈이 횃불처럼 반짝였다.

이혼은 근위연대를 2백 명씩 총 네 개 대대로 나누었다.

그런 연후에 이들 네 사람으로 하여금 대대의 대대장을 맡게 하였다.

최자급이 1대대, 민여호가 2대대, 이책이 3대대, 김언광이 5대대였다.

여기에 화포장 고상을 군수참모로, 허준을 군의관으로 임명해 연대 편제를 마친 후 3, 4일 동안 거의 쉴 틈 없이 훈련에 돌입했다.

승려와 유생은 몰라도 농부들은 군사훈련이 필요했다.

물론, 시간이 부족해 필수적인 사항만 우선 배우도록 했다.

이혼 역시 이런 일에는 무지해 훈련장면을 훔쳐보며 몰래 배웠다.

정탁이 어느 날 이혼을 찾아와 권했다.

“군을 이끌고 출병하실 요량이라면 경험 많은 군관이 필요할 겁니다.”

“천거할 사람이 있소?”

“선전관 이호의(李好誼)의 병법과 무예가 뛰어나니 그를 쓰십시오.”

“알겠소. 그를 불러다주시오.”

정탁은 이내 이호의와 돌아왔다.

함경도에 복무한 이호의는 여진족과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많았다.

과연 정탁의 말대로 이호의는 아주 훌륭한 장수처럼 보였다.

몸이 탄탄하고 눈빛은 강렬했으며 행동에서는 절도가 풍겼다.

이혼은 그 자리에서 이호의를 연대 작전참모(作戰參謀)로 정했다.

며칠 후, 이혼은 허준이 가져온 말에 올라 약산산성을 떠났다.

그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출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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