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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광해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조휘
작품등록일 :
2014.10.21 12:38
최근연재일 :
2014.12.13 19:58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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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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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452

작성
14.10.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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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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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
8쪽

광해록 11

DUMMY

뎅뎅뎅!

남문에 있는 종루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냐? 가서 알아보고 오너라.”

정말수가 급히 물었다.

“그럼 군관을 베고 거사하는 일은?”

“잠시 기다려라. 상황을 본 연후에 결정하겠다.”

국경인이 머뭇거릴 때였다.

회령성 남문에서는 이영이 국경인보다 더 놀라는 중이었다.

이영으로서는 태어나서 오늘이 가장 많이 놀란 날일 것이다.

지금 남문 앞에는 행색이 꾀죄죄한 천여 명의 병력이 당도해 있었다.

바로 이혼이 이끄는 근위연대였다.

작전참모 이호의가 기수를 돌려 이혼에게 달려왔다.

“저하의 신분을 통보한 후 성문을 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럼.”

이호의가 기수를 돌리려는 순간.

“잠깐!”

이혼이 급히 부르는 소리에 이호의가 다시 돌아왔다.

“더 하명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혹시 모르니 남문에 있는 장수의 신분을 확인해보게. 혹시, 회령의 토병이면 즉시 물러나오고 조정의 관원이면 문을 열도록 하게.”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게.”

“알겠습니다.”

대답한 이호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남문으로 말을 몰았다.

회령부사 문몽원이 성문 위에 있는 성루에 나와 소리쳤다.

“신분을 밝히시오!”

“우리는 평안도 영변에서 온 근왕군이오!”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표가 있소?”

그때, 이혼과 함께 중군에 있던 호조참판 윤자신이 앞으로 나왔다.

“오, 회령부사 문몽원인가?”

문몽원은 익숙한 목소리에 급히 해 가리개를 만들어 살펴보았다.

“아, 아니 대감은?”

“날세. 윤자신이야.”

“어가를 호종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이 회령까지 오셨습니까?”

“세자저하를 모시는 중이니 어서 성문을 개방하게! 세자저하를 언제까지 성 밖에 계시게 할 셈인가? 그 옆에 있는 장수는 누군가?”

윤자신의 말에 순변사 이영이 급히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순변사 이영이외다!”

“오, 살아 있었구먼. 어서 성문을 열게! 세자저하가 저 뒤에 계시네.”

“알겠소이다!”

대답한 이영은 문몽원과 유경천에게 급히 물었다.

“이, 이를 어찌하면 좋소?”

“세자저하가 오셨다는데 당연히 열어야지요.”

문몽원의 말에 유경천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국경인이 성 안에서 반란을 도모하려는 상황인데 세자저하를 이 일에 말려들게 하면 이건 씻을 수 없는 불충으로 남습니다.”

세 사람이 의논하는데 이혼이 앞으로 나왔다.

상대가 순변사와 회령부사라면 국경인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이었다.

“안에 불순한 움직임이 있는 걸 아오!”

이영은 깜짝 놀라 물었다.

“하오시면?”

“상관없으니 문을 여시오!”

이영도 방법이 없는지 성문을 열도록 했다.

쇠를 댄 두꺼운 성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이혼은 익위사 기영도와 어의 허준을 양 옆에 대동한 채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영의정 최흥원, 약방 부제조 정탁, 부제학 심충겸, 호조참판 윤자신 등을 비롯한 대신과 근위연대 병사가 따랐다.

이혼은 성루에서 내려온 이영과 문몽원 등의 절을 받으며 물었다.

“국경인은 어디 있소?”

“동, 동헌 앞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로 가야겠군. 길을 모르니 누가 안내 좀 해주시오.”

그때였다.

유경천이 달려와 이혼의 군마 앞에 엎드렸다.

“저하, 위험합니다! 가지 마옵소서!”

“국경인이 두려워 그러는가?”

“그렇습니다!”

“방법이 없네. 우리가 그들을 얻지 못하면 전쟁을 이기지 못하네.”

이혼의 신호를 받은 기영도가 고삐를 잡아 동헌으로 말을 몰았다.

최흥원은 정탁 등과 눈짓을 주고받다가 서둘러 따라갔다.

그들은 암투가 난무하는 조정에서 수십 년 간 버텨온 사람들이었다.

특히, 영의정 최흥원은 아주 노회한 정치가여서 지금 이 회령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인지 몇 마디 대화를 통해 추론해냈다.

최흥원은 이혼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속삭였다.

“정말 가실 생각입니까?”

“방금 말하지 않았소. 이번 전쟁에는 저들의 힘이 꼭 필요하오. 그나마 제대로 된 군대인데 저들마저 넘어가면 전황이 어려워지오.”

잠시 무언갈 생각하던 최흥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속삭였다.

“그럼 신의 조언대로 해보십시오.”

“어떻게 말이오?”

“저하께서는 조선의 국본이십니다. 그 국본의 권위를 앞에 세우시면 아무리 간이 큰 자라고 해도 감히 맞받아치지 못할 것입니다.”

“국본의 위엄으로 상대를 기선 제압하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음, 쉽지 않은 일이오.”

이혼은 학자이지, 장군이나,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런 위엄을 내보이려면 몸짓과 발성이 중요한데 준비가 부족했다.

최흥원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거처럼 더 작아졌다.

“저하께서 영변에서 크게 앓으신 연후에 달라지셨다는 것을 압니다.”

“으음.”

최흥원의 말처럼 그 날 세자는 고열을 크게 앓았다.

그래서 다음 날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다름 아닌 어의였던 것이다.

이혼은 내심 뜨끔하여 물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티를 내지 않았소?”

“저하는 지금 조선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분이십니다. 더군다나 이런 국난에 저하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 퍼지면 근왕병의 사기는 떨어지며 만조백관은 저항할 기력을 잃어버릴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모른척했다는 말이오?”

“예, 저하. 신들이 우둔하여 그냥 지켜보았던 게 아닙니다.”

이혼은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물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오?”

“지금이야말로 잃어버린 세자저하의 위엄을 다시 보이실 때입니다.”

최흥원의 말에 이혼은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한 번 해보는 수밖에.’

이혼은 어렴풋이 드러나는 동헌을 보며 아랫배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그리고 머리는 뜨거워 정수리에서 김이 올라오는 듯했다.

눈을 크게 부릅뜬 이혼의 시야에 열을 지어선 토병이 보였다.

기병 1, 2천에 나머지는 보병이었다.

살벌한 기세와 번쩍이는 창칼이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비켜라!”

기영도가 같이 긴장했는지 웅성거리는 토병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토병들이 움찔하며 홍해처럼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국경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혼은 소리를 질러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아니, 소리를 크게 질러야하는 경우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저 국경인이라는 사내를 제압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두 왕자에 이어 세자인 그마저 왜군에게 인질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건 물론이거니와 가장 강한 군대마저 잃을 수가 있었다.

예부터 조선에서 가장 강한 군대로 이 함경도의 토병이 꼽혀왔다.

여진족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아 자연스레 정병으로 성장한 것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역시 동북면에서 세력을 키웠다.

그런 군대가 적에게 넘어가면 조선에 큰 손실이었다.

배에 힘을 잔뜩 준 이혼은 목청을 가다듬어 소리를 질렀다.

“자네가 국경인인가?”

국경인은 딱딱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요?”

“나는 세자니라!”

세자라는 말에 토병의 시선이 이혼을 지나 국경인에게 옮겨갔다.

이제 국경인이 어찌 하느냐에 달려있었다.

여기서 세자를 부정하면 그대로 반군이 된다.

그리고 세자를 인정하면 근왕병이 되는 것이다.

국경인은 대답에 앞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부름에 호응해 모여든 토병이 술렁이는 중이었다.

그들은 역적이 되느냐, 아니면 근왕병이 되느냐 그 기로에 있었다.

국경인의 영향력이 직접 통하는 토병은 그 중 1천 명이었다.

그 말은 나머지 3, 4천은 여전히 왕실에 충성을 바친다는 의미였다.

국경인은 그를 호위하듯 에워싼 측근을 둘러보았다.

정말수와 국세필, 그리고 김수량 등은 이미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국경인의 명이 떨어지는 즉시, 세자일행을 베어갈 기세다.

장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모여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중 누구하나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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