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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광해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조휘
작품등록일 :
2014.10.21 12:38
최근연재일 :
2014.12.13 19:58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5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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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452

작성
14.10.29 14:00
조회
10,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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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광해록 9

DUMMY

카앙!

창과 창이 부딪쳐 하늘로 올라가고 칼과 칼이 쇳소리를 만들었다.

이혼은 침을 삼키며 화톳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투를 지켜보았는데 피가 비처럼 내리고 비명과 고함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육박전을 벌이느라 뒤엉켜 있었지만 구분은 쉬웠다.

왜군은 옷 위에 가슴이나, 어깨를 가리는 부분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등 뒤에 군기를 부착해 왜군임을 알아보기 쉬웠다.

반면, 아군의 옷차림은 제각각이었다.

승려와 유생, 저고리를 입은 농부가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으아아악!”

눈에 익은 아군 병사 한 명이 배를 잡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급히 상처를 막아보았으나 피와 내장이 같이 쏟아졌다.

그를 쓰러트린 왜군이 왜도(倭刀)를 두 손으로 잡아 목에 내리쳤다.

끔찍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긴장한 기색으로 전장을 주시하는 허준의 모습이 보였다.

이혼은 허준의 모습을 보며 반성했다.

‘그래, 저들은 내가 내린 명령으로 죽어가는 중이다. 그런 사람들의 최후를 내가 봐주지 않으면 누가 봐주겠는가. 외면하지 말자.’

이를 악문 이혼은 다시 전장을 주시했다.

악몽과 끔찍한 현실을 오가는 듯한 전투가 계속 되었다.

30여 분의 전투가 끝난 후, 왜군은 5, 6십 명이 살아남았다.

한데 이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전투력이 훨씬 강했다.

아군의 창보다 훨씬 더 긴 창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왜군의 강력한 기세에 아군이 오히려 물러서기 시작했다.

“화살을 쏴라!”

이호의의 명에 뒤에서 다시 무수한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파파팟!

화살에 맞은 왜군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졌다.

창이 아무리 강해도 화살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거나 먹어라!”

1대대장 최자립은 죽폭에 불을 붙여 힘껏 투척했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최자립이 전력을 다해 던진 죽폭은 하늘을 한 줄기 유성처럼 가르며 날아가 왜군 위에서 터졌다.

퍼엉!

죽폭은 공중에서 점화되었는지 땅에 닿기도 전에 폭발했다.

촤아악!

죽폭이 폭발하며 비산한 쇳조각이 남은 왜군을 마저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전투가 끝났다.

이혼은 손바닥이 아픈 느낌을 받고 고개를 내려 보았다.

주먹을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에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땀으로 흥건한 손바닥을 얼른 옷에 닦은 이혼은 심호흡을 하였다.

작전참모 이호의가 달려와 주먹을 가슴에 붙인 채 무릎을 꿇었다.

절도 있는 군례였다.

“저하, 기뻐하시옵소서. 대승이옵니다!”

“모두들 고생하였네.”

“적은 전멸했고 아군의 피해는 전사 열 둘, 부상 서른 한 명입니다.”

이호의는 사상자가 적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혼에게는 수십 개의 바늘이 가슴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긴장이 풀린 이혼은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 서있을 힘이 없었다.

그저 희미한 목소리로 마지막 명을 내릴 뿐이었다.

“정리는 알, 알아서 해주게.”

“알겠습니다.”

이호의는 바로 움직였다.

먼저 범골을 수색해 살아있는 백성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였다.

다행히 곳곳에 몸을 감춘 백성들이 많아 이번 전투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백성들의 도움을 받아 전사자와 백성들의 시신을 땅에 안장했다. 또, 부상자는 회령으로 운송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왜군 시신을 한데 모아 태워버렸으며 그들이 소지한 화약과 조총, 창, 칼, 갑옷 등은 근위연대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다.

다음 날 새벽까지 전장을 정리한 이호의가 돌아와 보고했다.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한 이혼은 조금 생기가 도는 얼굴로 물었다.

“전리품은 얼마나 되는가?”

“화약은 10관(貫), 조총은 50자루, 칼과 창은 각각 3백 자루가 넘습니다. 그리고 군마 30마리를 추가로 얻었으며 갑옷도 상당합니다.”

이혼은 누구보다 명석한 머리를 가져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갑옷은 착용하지 말고 수레에 싣도록 하게. 괜히 입었다가 아군에게 왜적으로 오인 받으면 아군끼리 싸우는 사태가 발생할 걸세.”

이호의는 식은땀을 흘렸다.

“소장이 큰 실수 할 뻔했군요.”

이호의는 근위연대 무장이 형편없어 왜군 갑옷을 나누어줄 생각이었는데 이혼의 말을 들어 보니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던 것이다.

“갑옷은 녹여서 사용 가능하니 버리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잠시 휴식했다가 아침을 지어먹고 출발하세.”

난리 통에 도망쳤다가 소문을 듣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 백성들을 위로한 근위연대는 마을 입구에 솥을 걸어 아침을 지어먹었다.

아직도 피 냄새가 나며 핏자국이 널려 있는 곳에서 밥을 먹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하였지만 배고픔은 그런 상황을 초월했다.

이혼은 평생 끼니로 인해 곤란을 겪은 일이 없었다.

넉넉하게 먹지는 않더라도 끼니를 거르는 경우는 없었다.

한데 이곳에 온 이후에는 하루에 두 끼, 그것도 찬이 거의 없는 잡곡밥을 물에 말아 먹다보니 항상 배가 고파 몸에 힘이 없었다.

“송구하옵니다.”

이혼의 아침을 챙겨온 허준이 고개를 숙였다.

전시라곤 해도 일국의 세자가 먹는 음식치고는 너무 형편없었다.

조와 수수를 섞은 잡곡밥에 된장 반 숟가락이 전부였다.

“어의가 송구할 일이 아니니 그런 필요 없소.”

이혼은 잡곡밥에 물을 받아 마시듯 후루룩 들이켰다.

그때, 마을 노인 몇 명이 양과 닭 몇 마리를 가져왔다.

노인들이 사투리로 뭐라 말을 하자 허준이 듣고 있다가 통역했다.

“저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내년 이맘 때 제사지내줄 사람마저 없었다고 하며 얼마 안 되는 가축이지만 그 답례라 하는군요.”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이혼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그들의 선물을 받았다.

배고픈 병사들에게 고기국물을 먹일 수 있을 거 같아 기뻤던 것이다.

범골을 출발한 근위연대는 회령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가토의 군대가 근처에 있다면 회령도 위험하다는 말이었다.

‘제발 늦지 않아야하는데.’

이혼의 기도가 통했는지 회령을 지키는 군대는 조선의 관군이었다.

***

“지금 이걸 나에게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냐?”

소리를 지른 임해군은 벌떡 일어나 시녀가 가져온 밥상을 걷어찼다.

쌀밥에 고깃국으로 차린 밥상이 바닥에 엎어졌다.

성 안을 뒤져 어렵사리 구해온 쌀밥과 고깃국이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모습에 시녀는 밥과 국을 뒤집어 쓴 채 눈물을 흘렸다.

굶는 사람이 태반이어서 군마마저 잡아먹는 실정이었는데 왕자라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진수성찬이 올라오길 바라는 모양이다.

임해군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왜 우는 거냐? 감히 왕자인 나에게 반항을 하는 거냐?”

“아, 아니옵니다.”

“그럼 재수 없게 왜 우는 거냐? 나라라도 망했느냐? 아니면 네 부모가 뒈지기라도 했느냐? 이 년이 사람을 아주 우습게 보는군.”

제 풀에 화가 난 임해군은 벽에 걸려 있는 채찍을 집었다.

“오늘 네 년에게 지엄한 법도가 있음을 알려주마!”

소리친 임해군은 미친 듯이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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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7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4.10.29 14:27
    No. 1

    임해는 미친놈이군요... 쯧..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네오3
    작성일
    14.10.29 14:44
    No. 2

    악명 높았던 왕자들......;;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蓋金
    작성일
    14.10.29 17:06
    No. 3

    키위사랑님 이순신장군이 유성룡과 한강에서 배 타다가 평민을 참했다는 기록의 출전이 어떤것인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강철검
    작성일
    14.10.29 19:25
    No. 4

    선조가 우왕으로 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순신이 그 열악한 사정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내어 우리나라 바다를 지켜낸 반면에 왕은 백성들은 내팽개치고 도망갔다는 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쇄국정치네 머네 한다지만 외국 사정에 너무 어두워서 왜란으로 조선 수많은 우리 조상들이 안타깝게 학살당했다는 점이죠. 선조가 정치적으로 현명했든 아니면 역사적으로 운이없었든, 어찌됐든 왕의 그릇으로 보자면 그리 썩 훌륭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어쩔수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자기 밥그릇을 안뺏기는게 아니라, 그 나라를 얼마나 잘 운영했느냐에 따라 달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는 외교, 군사, 인사 등등 그 모든게 통틀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온조동
    작성일
    14.10.29 21:31
    No. 5

    금 가공할때 쓰이는 왕수에다가 수은을 섞어서 반응 시키면 뇌홍을 만들수 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문수산성
    작성일
    14.10.30 01:36
    No. 6

    출처 ㅡ 뉴라이트 아닐까요?
    역사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조선시대가 현대보다 더 민주적인 부분이 많았다더군요.
    조선시대를 비하하는 글들의 대부분이 친일 사학자들의 글이라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蓋金
    작성일
    14.10.30 10:10
    No. 7

    관리(양반이 아닙니다)가 백성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이 전살권이라고 하는건데요, 당나라에서 사형심리를 3심제로 (최종 황제가 판단)정한 뒤로, 그 영향을 받은 조선의 경우 노비를 주인이 죽여도 페널티가 가해지는 나라입니다. 유교적으로 강상을 어긴 사람(부모살해 등)의 경우 사적제재를 가해도 되지만 그것은 특이한 경우고, 조선에서 단지 소란스러웠다고 사람을 벤다는것은 홍윤성처럼 막되먹은 반정공신정도라면 모를까, 재상도 노비마누라와 놀아나다 탄핵받는 사회인데 한강에서 소란스럽다고 이순신과 유성룡이 양인을 죽이는것이 가능할까 싶네요, 옆나라 일본처럼 切捨御免의 특권이 있는게 아닌데 말입니다.
    PS 제로백님 이순신 나오면 뉴라이트도 입 잘 안댑니다, 박통이 군인정신 어쩌고하면서 국가사업으로 엄청 빨았거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하아
    작성일
    14.10.30 21:41
    No. 8

    암 그렇지요. 적이 달려와도 한국의 주군으로서 당차게 칼들고 설치다가 되져야 일세의 명군이지요..
    세상의 바보중에서 드골이라는 바보가 있어요.
    나라가 수도가 점령당하면 최고 사령부는 총칼들고 싸우다 되져야 되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아
    작성일
    14.10.30 21:43
    No. 9

    그러고 보면 절세의 명군 인조가 떠오르네요 피난가기보다는 적군주에게 대가리 9번 박치기 하고
    왕자들과 비빈 일반 백성 50만을 노예로 갖다 바친 희대의 명군이었죠.
    비열하고 민첩하게 도주하느니 민중과 같이 좆망한 희대의 명군 인조~
    아 그립습니다 인조여!
    전쟁한번 안해보고 나라를 갖다 바친 고종은 명군입니다 그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아
    작성일
    14.10.30 21:46
    No. 10

    더럽고 힘들게 도망 같은건 왜 합니까
    그냥 대가리 9번 박치기 하고 50만 정도 노예로 바치거나,
    나라운영같은 힘든거 다 치우고 나라 팔아먹은 그런 영민한 머리가 없으니
    선조는 참 멍청한 군주 입니다.
    그렇치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도리몬
    작성일
    14.10.31 13:25
    No. 11

    본문중에 왜장들 갑옷을 수거해 녹여서 재활용 하라고 지시하는데 저당시 일반적으로 왜장들 갑옷은 대나무에 가죽을 덧대서 구부린 갑옷이죠.. 일부철판을 덧대긴하지만 거의 공예품에 가까움, 오다 노부다가가 포르투칼 상인에게 서양전신흉갑을 은으로 비싸게 구매해 입고다니며 자랑한걸 볼때..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갑옷소재가 녹이기는 부적절할듯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이충호
    작성일
    14.11.05 08:36
    No. 12

    잘봤습니다…..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1.08 12:05
    No. 13
  • 작성자
    Lv.24 라키토프
    작성일
    14.11.13 12:12
    No. 14

    앞에서 보니 일본군이 타고 있던 말을 죽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말이 죽었다면 그 고기는 다 어디 갔나요? 죽은 말고기를 먹으면 될일이지 않은가요? 말고기를 보관할 것도 아니고 이점은 이해가 안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선율
    작성일
    14.11.14 13:42
    No. 15

    잘 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태양과바람
    작성일
    14.11.17 00:48
    No. 16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뿔따귀
    작성일
    14.11.21 12:48
    No. 17

    잘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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