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광해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조휘
작품등록일 :
2014.10.21 12:38
최근연재일 :
2014.12.13 19:58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57,443
추천수 :
4,460
글자수 :
46,452

작성
14.10.27 14:01
조회
12,090
추천
362
글자
8쪽

광해록 7

DUMMY

2번대를 이끄는 가토 기요마사는 강원도에서 조선군을 연전연파하며 북상해 함흥을 점령했다. 그리고 함흥에서 다시 길주를 공격해 점령하는 바람에 길주에 있는 두 왕자와 대신들이 도주했다.

부산에 상륙한 왜군이 파죽지세(破竹之勢)의 기세로 도성을 향해 올라온다는 보고를 받은 선조는 첫째 왕자 임해군과 다섯째 왕자 순화군을 강원도와 함경도에 보내 근왕병을 모으도록 했다.

그러나 근왕병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만약, 임해군과 순화군이 덕망을 갖췄으면 모르지만 이 두 왕자는 성질이 포악하기 짝이 없어 오히려 왕실에 대한 불만을 더 키웠다.

근왕병을 모집하라 보내놓았더니 백성의 원성만 더 사는 꼴이었다.

2만이 넘는 가토의 대군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더구나 경쟁자인 고니시 유키나카가 평양성에 무혈 입성하는 바람에 마음이 조급해진 가토는 강원도에서 바로 함경도로 쳐들어왔다.

함경도란 명칭은 남쪽의 함흥, 북쪽의 경성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한데 그 함흥이 점령당하며 함경도 남부가 넘어갔다.

함흥에 머무르며 근왕병을 모집하던 두 왕자는 길주로 도주했다.

길주는 함경도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그러나 이 길주마저 가토에게 점령당하며 함경도 중부마저 잃었다.

이제 세종 시절 개척한 육진이 최후의 보루였다.

거기다 왜란을 틈탄 여진족이 국경을 침범해 안팎이 어지러웠다.

길주에 있던 두 왕자와 왕자를 호종하던 김귀영(金貴榮), 윤탁연(尹卓然), 한준(韓準), 이개(李墍) 등은 급히 회령으로 도주했다.

육진에 속하는 회령은 함경도 국경에 위치해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혼은 서둘렀다.

두 왕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국면을 위해 서둘러야했다.

임해군은 광해군의 친형이며 순화군은 이복동생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을 본 적 없으니 정이나, 추억이 있을 리 없었다.

다만, 그 두 명이 잘못되면 고달파지는 건 결국 이혼 그 자신이었다.

“서둘러 회령으로 가야겠소.”

이혼의 말에 최흥원이 물었다.

“임해군마마와 순화군마마 때문입니까?”

“그렇소. 그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내가 먼저 당도해야하오.”

근위연대는 혜산을 지나 곧장 회령으로 향했다.

평안도와 함경도를 동서로 가르는 고달픈 행군에 모두 지쳐있었다.

그러나 쉴 여유가 없었다.

이미 함경도는 국경을 제외한 전 국토가 가토의 수중에 떨어졌다.

그들이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전황은 더 나빠질 뿐이었다.

물론, 역사에 따르면 가토는 스스로 물러간다.

함경도를 완전히 점령한 가토 기요마사는 고니시 유키나카보다 큰 공을 세우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여진족 부락으로 쳐들어간다.

한데 여진족 노토부락의 기병에 크게 당해 쓴 맛을 본 가토는 다시 돌아왔다가 명군 참전 후 상황이 악화되어 남쪽으로 후퇴했다.

이혼은 가토가 함경도를 완전히 점령하기 전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 반대가 많았다.

근위연대가 회령 남서쪽에 있는 부령(富寧)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선봉을 맡은 3대대의 대대장 이책이 급히 중군을 찾아왔다.

“정찰병이 마을을 습격하는 왜군 별동부대를 발견했습니다.”

이혼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몇 명인가?”

“2, 3백 명으로 보입니다.”

이혼은 대신과 대대의 대대장을 모두 모았다.

“근처에 왜군 별동부대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리했으면 하오?”

호조참판 윤자신이 먼저 의견을 내었다.

“별동부대 근처에 왜군의 본대가 있을지 모릅니다. 섣불리 공격하다가 왜의 대군과 마주치면 저하의 신상이 위태로워질 겁니다. 호종하는 우리 대신들에게 주어진 소임은 세자저하를 안전하게 모시는 거니 지금은 회령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라 사료됩니다.”

부제학 심충겸도 윤자신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회령에 가서 자리를 잡은 후 대책을 논의하는 방법이 좋겠습니다.”

약방 부제조 정탁은 반대의견을 내었다.

“회령의 성에 가서 대책을 상의할 때면 이미 일은 끝나있을 것이오.”

영의정 최흥원이 대신을 대표해 물었다.

“저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백성이 고난을 당하는데 어찌 그냥 볼 수 있겠소.”

“그럼 이호의를 불러 출전을 명하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이혼은 손바닥에 흐르는 땀을 몰래 바지에 닦았다.

그의 명으로 몇 사람이 죽어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최흥원의 부름을 받은 작전참모 이호의가 달려왔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먼저 정찰을 통해 적의 위치와 수를 파악하고 공격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대답한 이호의는 정찰병을 더 뽑아 적진 정찰에 나섰다.

잠시 후, 당한 마을이 범골이며 3, 4백호가 사는 마을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습격한 왜의 병력은 기병과 보병을 합쳐 3백이었다.

저녁 어스름이 땅과 하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무렵.

긴장한 기색의 근위연대 병력이 창과 칼을 앞세워 범골로 진격했다.

말에서 내린 이혼은 위험하다며 말리는 허준을 데리고 뒤를 따랐다.

명색이 지휘관인데 뒤에서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마을 뒤를 병풍처럼 두른 울창한 숲을 막 지나는 순간.

“꺄아악!”

여인의 날선 비명과 함께 불길에 휩싸인 초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광이 충천하는 가운데 불꽃이 반딧불처럼 허공을 부유했다.

그때, 젖먹이를 품에 안은 젊은 여인이 근위연대 쪽으로 도망쳐왔다.

“이리 오시오! 이리 오면 살 수 있소!”

선봉에 있던 3대대 병사가 여인에게 손짓하는 순간.

마을 안에서 말을 탄 채 나타난 왜군 사무라이가 창을 찔러왔다.

푹!

창이 등으로 들어가 여인의 가슴 앞으로 빠져나왔다.

그제야 3대대 병사를 본 듯 허공을 몇 번 움켜쥔 여인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굴러 떨어진 젖먹이 아기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촤악!

사무라이가 군마의 기수를 돌리며 화광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가슴갑옷을 착용했고 머리에는 소뿔처럼 생긴 투구를 썼다. 그리고 갑옷 뒤에는 검은색 꽃잎 네 개를 그린 군기가 꽂혀 있었는데 바로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군대였다.

가토 기요마사가 지휘하는 2군은 무려 2만2천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부 가토 기요마사가 데려온 병력은 아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영주들에게 병력을 각출하라 명했는데 2번대는 가토 기요마사가 1만 명, 나베시마 나오시게가 1만2천 명, 그리고 사가라 요리후사가 7백 명을 동원하여 총 2만2천이었다.

나베시마 나오시게는 오히려 2군 대장인 가토 기요마사보다 2천 명을 더 동원했을 만큼, 큐슈에서 한가락 하는 영주 중 하나였다.

사무라이는 바닥에 떨어진 아기를 말발굽으로 짓이기려는 듯 말을 그쪽으로 몰았는데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애간장을 태웠다.

시끄러운지 눈살을 찌푸린 사무라이가 고삐를 당기는 순간.

군마가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그대로 아기를 짓밟으려 하였다.

“안 돼!”

소리친 3대대장 이책은 벌떡 일어나 미리 재어둔 화살을 쏘았다.

쉬익!

시위를 떠난 화살이 사무라이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힘이 얼마나 센지 새 깃털로 만든 화살촉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동시에 3대대 병사가 달려가 창으로 말을 찔러 넘어트렸다.

옆구리를 찔린 말은 움찔하더니 이내 옆으로 쓰러졌다.

당연히 그 위에 타고 있던 사무라이 역시 말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말발굽에 깔리기 전에 아기를 구한 병사들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미 시체와 다름없는 사무라이 몸에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피와 살점이 꽃잎처럼 사방으로 휘날렸다.

구조한 아기를 후군으로 옮긴 이책은 손을 들어 마을을 가리켰다.

“전진!”

3대대 병사들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불길이 번지지 않은 골목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

누군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경악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광해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출판사 사정으로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21 14.12.13 4,333 32 1쪽
12 광해록 12 +12 14.11.03 12,954 363 8쪽
11 광해록 11 +14 14.10.31 11,873 396 8쪽
10 광해록 10 +21 14.10.30 11,480 315 10쪽
9 광해록 9 +17 14.10.29 10,875 319 7쪽
8 광해록 8 +11 14.10.28 12,428 385 7쪽
» 광해록 7 +7 14.10.27 12,091 362 8쪽
6 광해록 6 +12 14.10.24 11,507 327 8쪽
5 광해록 5 +18 14.10.23 12,395 403 9쪽
4 광해록 4 +8 14.10.22 12,472 392 8쪽
3 광해록 3 +13 14.10.21 13,037 390 13쪽
2 광해록 2 +7 14.10.21 14,818 374 11쪽
1 광해록 1 +17 14.10.21 17,181 40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