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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그 님의 서재입니다.

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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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그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3.08.16 22:34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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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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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8,450

작성
22.06.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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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4화 - 2층 : 첫걸음(1)

DUMMY

늑대인간들은 현우를 향해 일제히 총알을 쏟아부었다. 총과 총알이 커진 덕에 그 위력도 세석이 쏘았을 때보다 훨씬 강했다.

특히, 단발로 쏘아대는 저격 소총이나 슬러그 탄을 사용하는 산탄총은 갑옷에 맞아도 안에 보호받는 몸이 따끔할 정도였다.


“그래. 싸우겠다 이거지.”


현우는 몸에 망토를 둘렀다. 총이 더 강해졌다고는 해도 코볼트들이 쏴대던 대포에 비하면 미약한 위력이었다. 아니, 처음 만난 코볼트가 쏴대던 유사 코일건과 비교해도 허약한 수준이었다.

저격 소총이든 슬러그 탄을 쏘는 산탄총이든 왜곡의 망토를 뚫지 못하고 힘없이 미끄러졌다.


“미친.”


총알이 먹히지 않자 늑대인간들은 기겁했다. 그들 중 일부는 총을 집어넣고 폭탄을 꺼냈다. 몇몇은 아예 대전차 로켓을 꺼내 현우를 겨누었다.


“지랄 났군.”


던전에선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다양한 열병기들을 본 현우는 어이가 없어서 작게 중얼댔다.

폭탄은 총알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내는 물건이다. 거기다 폭발은 투사체도 아니었으니 왜곡의 망토로 막을 수도 없었다.


총알이 따끔했던 걸 생각하면 폭탄은 갑옷을 찢고 현우를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현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저들이 현우가 가지지 못한 무기가 있는 만큼, 현우에게도 저들에게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남은 초감각 물약은 1병.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현우는 초감각 물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주변의 흐름을 느꼈다. 역시 목마기수랑 싸울 때만큼 세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상대는 목마기수와 달리,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좀 대충 힘을 써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현우는 발로 땅을 강하게 밟아 충격파를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대검을 뽑아 크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늑대인간들이 폭탄을 던졌다.


폭탄이 날아오고 대전차 로켓이 발사되자 현우는 대검을 이용해 만든 회오리를 바깥쪽으로 폭발시켰다.

현우의 주위에 만들어진 폭풍은 누굴 다치게 하기는 힘든 약한 위력이었으나, 날아오던 폭탄을 주인에게 되돌리고, 대전차 로켓의 방향을 돌릴 정도는 되었다.


“미친!”


늑대인간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던진 폭탄은 원격에서 작동시켜야 터지는 물건이었다. 폭탄이 되돌아오자 그들은 폭탄 작동을 멈추었다.


물론, 대전차 로켓을 쏘아낸 쪽은 작동을 멈출 방법이 없었기에 바이크를 몰고 피했다. 미사일과 가까워 피하지 못한 둘은 그대로 폭사했다.


“괴물 같은 새끼! 뒈져!”


대전차 로켓을 피한 늑대인간 넷은 주머니에서 쇠 지렛대, 일본도, 전기톱, 소방 도끼를 꺼내 쥐더니 현우를 향해 돌격했다.


가장 먼저 가까워진 건 일본도를 든 늑대인간이었다. 현우는 대검을 휘둘러 일본도와 바이크, 늑대인간을 동시에 베었다.


그러자 바로 다음으로 다가온 전기톱을 든 늑대인간이 양손으로 전기톱을 움켜쥐고 현우를 갈아버리려 했다.

현우는 그걸 무시하고 그다음으로 온 소방 도끼를 든 늑대인간에게 검을 휘둘렀다.


현우가 전기톱을 무시할 줄 몰랐기 때문에 소방 도끼를 든 늑대인간은 대응하지 못하고 몸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사이에 맹렬히 회전하는 전기톱이 현우의 몸에 닿았지만, 전기톱이라는 물건은 그 생김새에 비해 그리 위력적이지 않은 물건이다.

톱날이 현우의 갑옷에 닿자 갈려 나가는 건 갑옷이 아니라 전기톱 쪽이었다.

순식간에 톱이 망가지자 늑대인간은 다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나, 그 손을 빼기 전에 현우에게 썰렸다.


순식간에 늑대인간 셋을 해치운 현우는 마지막으로 달려오는 쇠 지렛대를 든 늑대인간을 바라보았다. 그 늑대인간이 가장 늦은 이유는 운전에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손에는 쇠 지렛대를, 다른 손으로는 산탄총을 들고 있었다. 한 손으로 쏘기에는 좀 커 보였는데, 커진 덩치가 장식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총을 쏴댔다.


현우는 그 늑대인간이 산탄총 대신, 유탄발사기를 썼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슬러그 탄은 왜곡의 망토는커녕, 갑옷도 뚫지 못했다. 오히려 이후에 휘둘러지는 쇠 지렛대의 힘이 총보다 더 거세 보였다.


“아우우우우–!”


기껏 휘두른 쇠 지렛대가 현우의 손에 붙잡히자 그 늑대인간은 들고 있던 산탄총을 버리고 양손으로 쇠 지렛대를 움켜쥐어 현우를 짓눌렀다.


꼴에 2층이라고 평범한 코볼트보다 힘이 세기는 했다. 하지만 현우가 1층에서 싸워 이긴 이망악마나 목마기수는 평범한 코볼트쯤은 학살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들을 참살하고 힘을 얻은 현우는 늑대인간의 힘을 가볍게 압도했다.

분명 현우는 한 손, 늑대인간은 양손이었으나 현우는 너무나 쉽게 쇠 지렛대를 빼앗고 그걸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후려쳤다.


박살이 난 머리에서 선홍빛 뇌가 쏟아지고 깨진 뼛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생각보다 순조로운데.’


현우는 위축된 다른 늑대인간들을 바라보며 안심했다. 분명, 평균 전투력이 올라간 것 같기도 했지만, 1층에 만난 다른 괴물들과 비교하면 심심한 정도였다.


“항복해. 그러면 죽이지 않겠어.”


늑대인간이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현우는 그들을 별로 죽이고 싶지 않았기에 항복을 권했다.

현우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본 다른 늑대인간들은 현우의 제안에 혹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늑대인간 중 유일하게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리더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상대한다. 다들 유탄발사기 꺼내. 아디 그 갑옷이 폭발도 막아주나 보자고. 아까 같은 잔재주는 이제 못 부려!”


리더는 삼륜 바이크를 몰고 현우의 주위를 돌았다. 그는 저격 소총을 들고 망토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노려서 쐈다.


여전히 갑옷을 뚫기에는 한참 모자란 위력이었지만, 철판이 없는 부위에 맞으면 잠깐 멈칫할 정도는 되었다.


리더는 총알 몇 발로 현우의 정신을 흩어놓더니 투구 틈새를 노려 눈을 저격하는 기예까지 성공했다. 눈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살짝 파열되어 시야가 좀 붉에 물들었고 머릿속이 울렸다.

갑작스럽게 흐려진 시야와 통증 탓에 현우가 잠시 달리는 것을 멈추자 리더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전부 유탄 갈겨!”


그 말에 반응하여 늑대인간이 유탄을 쏘고.

현우가 대검을 휘둘렀다.

급하게 흐름을 제어했기 때문에 소모한 체력에 비해 폭풍이 약했다. 아마 이 정도로는 유탄을 모두 날리기 힘들 거 같았다. 현우는 뒤이어 있을 폭발에 자신이 크게 다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폭발은 없었다. 날아오는 유탄도 없었다.


“다들 뭐해? 바로 쏘라고 했잖··· 씨발.”


질책하기 위해서 부하들을 본 리더는 그들이 왜 움직이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찍.”

“찍찍.”

“찍찍찍.”


무수히 많은 쥐가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며 늑대인간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늑대인간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그 쥐들을 바라보았다.

집채만 한 늑대가 손바닥보다 작은 쥐에게 겁을 먹다니 얼핏 보면 우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리더는 조금도 웃지 못했다.


“씨발. 하수구도 아닌데 왜 랫맨이··· 전부 도망쳐!”


늑대인간들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 순간 쥐 떼가 도망치려는 늑대인간들을 덮쳤다.


패닉에 빠진 늑대인간들은 아무 데나 유탄발사기를 쏴댔다. 어떤 늑대인간은 현우가 튕겨냈던 폭탄을 향해 유탄발사기를 갈겼다가 제 동료나 자기 자신도 폭사시켰다.


현우는 이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다. 쥐라는 생물이 원래 좀 혐오스럽게 생기기는 했지만, 저렇게까지 공포에 질릴 이유는 없어 보였다.

실제로 늑대인간들이 공포에 질린 것에 비해 쥐들의 힘은 보잘것없었다.


대부분은 폭발에 휘말려 죽었고, 어쩌다 달라붙은 것들도 바이크 바퀴에 갈려 나가거나 공포에 질린 늑대인간이 대충 휘두른 손에 맞고 죽었다.

정말 운이 좋게 늑대인간을 깨무는 데 성공한 것들도 있었지만, 쥐의 이빨은 늑대인간의 털가죽을 뚫지 못했다.


그때 현우는 공기가 변한 것을 느꼈다. 뭔가 알싸한 느낌이 손끝과 발끝에 퍼지더니 살짝 저렸다.


‘독?’


주변을 다시 돌아보니 늑대인간들은 상처가 없었는데도 하나둘씩 털썩털썩 쓰러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던 현우의 눈에 녹색 털을 가진 쥐들이 보였다. 그 쥐들은 다른 쥐처럼 작고 약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죽을 때 희미한 녹색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우는 그것이 독연임을 깨달았다.


‘그럼 독 때문에?’


현우는 그것도 이유가 아니라 생각했다. 늑대인간 중 침착한 몇은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방독면을 썼다. 방독면을 쓴 인간들은 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주변에서 녹색 쥐들이 죽어도 멀쩡했다.


그렇다면 이 공포의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가 몰려든 쥐들을 떨쳐내고 포위망을 벗어난 순간, 현우는 그 공포심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들은 쥐를 무서워한 게 아니다. 쥐를 불러낸 존재를 무서워한 것이다.


“찍. 그렇게 요란하게 놀아 놓고. 찍. 어딜 그리 급하게 가냐 찍.”


도망가려던 리더의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쥐를 이족보행 하게 만들고 그 위에 억지로 사슬갑옷을 입혀놓은 생명체였다.


현우는 뒤늦게 리더가 '랫맨'이 왔다고 중얼거렸음을 깨달았다. 아마 저게 랫맨인 모양이었다.

바로 앞에 랫맨이 나타나자 리더는 유탄발사기를 꺼내 랫맨에게 쐈다.


하지만 유탄은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리더는 분명 앞에 있는 랫맨을 향해 유탄을 쐈으나, 랫맨은 어느새 리더의 뒤에 있었다.


“찍. 그런 거 쓰지 마라. 고기 맛 망친다 찍.”


랫맨을 그리 말하며 들고 있던 커틀러스를 휘둘러 리더의 목을 베었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경악했다.


‘순간이동.’


현우는 랫맨 주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랫맨이 만약 빠르게 움직인 것이라면 움직인 경로와 랫맨 주위에는 혼잡한 기류가 흘러야 했다.


하지만 랫맨 주변을 맴도는 바람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뛰기는커녕 걷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현우의 생각을 증명하듯, 랫맨은 다시 어떤 전조도 없이 다른 늑대인간 앞에 나타났다. 손쉽게 그 늑대 인간의 목을 친 뒤, 다른 늑대 인간의 옆에 나타나 또 목을 쳤다.


랫맨이 남은 늑대인간 넷을 처리하는 데는 정말 찰나의 시간이 흘렀다.


“찍. 넌 왜 도망 안 가냐?”


늑대 인간들을 모두 처치한 랫맨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현우를 바라보며 그리 물었다.

현우는 순간이동을 하는 상대에게 도망치려는 멍청한 시도를 하는 대신에 대검을 들어 싸울 준비를 했다.


현우가 싸울 채비를 취하자 랫맨은 찍찍대며 웃었다.


“찍. 너. 칼 안 반짝거린다. 그러니 기사 아니다. 찍. 기사도 내 적수는 안 된다. 찍. 기사도 아닌데 덤비려는 너. 찍. 멍청하다 찍.”

“하도 찍찍대서 통역이 있어도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현우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하자 투구 틈새로 삐져나온 랫맨의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찍. 그게 유언이냐?”


현우는 최대한 신경을 집중했다. 순간이동을 해도 랫맨의 움직임을 알아채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우가 랫맨의 존재를 알아챘을 때는 랫맨의 커틀러스가 등을 긁고 지나간 뒤였다. 다행히 갑옷이 막아주었지만, 그 한 방에 반쯤 잘렸다.


현우는 곧바로 검을 뒤쪽으로 휘둘러 반격했다. 하지만 현우의 검이 휘둘러졌을 때, 랫맨은 이미 저 멀리 있었다.


공격이 빗나가자 랫맨은 곧바로 현우의 앞에 나타나 칼을 휘둘렀다. 상처는 없었지만, 흉갑이 반으로 찢어졌다.


현우가 다시 칼을 휘두르자 이번엔 뒤에 나타나 종아리를 베었다. 종아리를 보호하는 그리브는 등을 보호하는 뒤판이나 가슴을 보호하는 흉갑보다 철판이 얇았기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흘렀다.


‘미치겠군.’


상대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우는 이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거의 승부가 난 셈이다.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엎을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던 현우는 주변을 돌아다니는 쥐들을 바라보았다. 쥐들은 늑대 인간들에겐 그렇게 저돌적이더니 현우에게는 덤벼들지 않았다. 일정 간격을 두고 맴돌고 있었다.


‘설마?’


현우는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긴가민가했지만, 여기에 걸 수밖에 없었다. 먼저 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자신 주변을 맴도는 쥐 중, 자신의 사각에 가장 가까운 쥐를 찾았다. 그리고 랫맨이 현우가 점찍은 쥐를 바라본 순간, 그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찌익???”


랫맨은 현우가 예측한 장소에 정확히 나타났다. 예상대로였다. 랫맨의 순간이동엔 제약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다루는 쥐가 있는 장소에만 나타날 수 있었다. 현우는 얌전해진 쥐와 랫맨이 순간이동을 할 때마다 시선을 옮긴다는 사실을 통해 그 사실을 예측했다.


자기가 반격당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랫맨은 무방비 상태였다. 그런 만큼 현우의 반격은 큰 상처가 되었다. 랫맨이 베인 순간, 현우는 망토를 벗어 랫맨의 얼굴을 덮었다. 눈앞이 가려지자 랫맨은 순간이동 하지 못했다.


랫맨은 최후의 발악으로 쥐를 몰아 현우를 덮쳤지만, 늑대인간에게도 상처 입히지 못하는 쥐의 이빨이 판금 갑옷을 뚫을 리가 없었다.

현우는 쥐 떼를 무시하고 다시 대검을 휘둘러 랫맨의 목을 베었다. 떨어진 머리는 망토에 걸려 덜렁거렸다. 현우가 망토를 다시 회수하자 머리는 툭 떨어져 바닥을 반 바퀴 굴렀다.


“휴우.”


랫맨이 죽자, 랫맨이 다루던 쥐들도 전부 핏덩이가 되거나 독연이 되어 사라졌다. 전투가 끝나자 현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다. 현우의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폭발에도 휘말리지 않았고, 독연도 공기보다 가벼워서 바닥 쪽에는 넓게 퍼지지 않은 덕에 독을 흡입하지도 않았다.


현우는 먼저 찢은 천으로 다리를 지혈한 뒤, 바닥에 떨어진 방독면 하나를 들어 세석에게 씌웠다. 자신도 쓸까 생각도 해봤지만, 방독면을 쓰려면 투구를 벗어야 했다. 독이 그리 세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를 벗는 쪽이 손해라고 생각해서 방독면을 쓰는 대신, 몇 개 챙기기만 했다.


세석에게 방독면을 씌워준 현우는 랫맨과 늑대 인간들이 떨어뜨린 물건을 챙겼다. 특이하게도 총, 폭탄, 바이크, 늑대 인간으로 변할 때 사용한 주사기는 늑대 인간이 죽음과 동시에 사라졌기에 현우가 따로 챙길 수는 없었다.

아마 그 총기나 바이크는 미친 여신이 말한 ‘특별한 선물’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늑대 인간들은 총기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접 무기도 별로 쓸만한 게 없었다. 소모품도 방독면에 쓰는 정화통을 제외하면 쓸만한 게 없었다.


그나마 랫맨에겐 쓸만한 게 몇 있었다. 원기 회복 물약이 다섯 병, 검은 증기를 내뿜고 있는 검은색 물약이 한 병, 저절로 흔들리고 있는 마석이 하나 있었다. 들고 있던 커틀러스도 현우가 쓰고 있는 대검보다 훨씬 튼튼했다.


‘특별히 강화된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2층에서 발견되는 물건이 튼튼한 모양이네.’


검은 증기를 내뿜는 검은색 물약은 감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보관만 해두기로 했다. 그러고도 세석이 깨어나지 않아서 수리 마법봉으로 도구를 수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으아아아악!”


잠시 후, 깨어난 세석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비명을 내질렀다. 현우는 그런 세석의 앞에 다가가 뺨을 한 대 쳤다. 힘을 조절했기 때문에 죽거나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아까 맞아서 덜렁거렸던 이빨 몇 개가 빠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피에 젖은 이빨을 본 세석은 벌벌 떨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현우는 그런 세석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어찌 보면 인사 같고, 어찌 보면 한 번 더 뺨을 때릴 기세였다.


“일어났냐?”


현우는 씩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 웃음이 세석에겐 흡사 저승사자의 웃음과 같이 느껴졌다.


“살려주세요!”


죽기 싫었던 세석은 곧바로 머리를 처박았다. 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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