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로그 님의 서재입니다.

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트로그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3.08.16 22:34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76,677
추천수 :
4,087
글자수 :
498,450

작성
22.06.13 08:00
조회
1,133
추천
74
글자
16쪽

26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3)

DUMMY

상검사, 그 별명이 붙기 전에는 아르윈이라 불린 홉고블린은 부족 내에서도 가장 특이한 고블린이었다. 대다수 고블린은 부족과 영광만을 생각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싸울지, 어떻게 하면 2층에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인지. 그것뿐이었다.


반면, 아르윈은 다른 지식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 던전 자체에 대한 궁금증, 던전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 다른 종족에 대한 궁금증. 그래서 그는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주술사를 찾아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찾아왔느냐? 너도 참 어지간하구나. 주술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주술사는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달랐다. 언제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는데, 그 몸은 바닥에서 떠올라 있었다. 떠오른 몸을 지탱하는 것은 몸에서 뻗어 나온 굵은 혈관이었다. 그 혈관들은 던전의 벽과 바닥에 붙어서 던전의 힘을 빨아먹고 있었다.


주술사들은 던전과 하나가 되는 방법으로 정해진 수명을 벗어나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던전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다. 간혹 지옥문이 열리거나 누군가 권능자의 제단을 발견해 그 권능자의 화신이 찾아오거나 하는 식으로 다른 층과 통하는 통로가 열리면 그곳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들은 그 방법으로 1층에서도 다른 층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중 대다수는 쓸모없는 정보였기에, 다른 고블린들은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다. 반면, 아르윈은 그 쓸모 없다고 생각되던 정보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궁금하잖아요.』

『궁금하다면 네가 아래로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지식이라고요.』

『내 뒤를 이어 주술사가 되는 건?』

『엘위라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한곳에 못 박혀서 파편화된 정보만 얻고 싶지는 않아요.』


아르윈의 말에 엘위라라고 불린 주술사는 크게 웃었다.


『녀석! 크게 될 녀석이로다. 그래. 부족의 번영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너의 그 열망이 네가 움직일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좋아. 더 묻지는 않으마. 나도 네 덕에 기억의 구석에 묻혀있는 옛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아르윈과 엘위라는 평소처럼 떠들었다. 자신이 알던 바깥세상의 지식을 알려주던 엘위라는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참. 너 요새 에라르랑 같이 다니지 않는 것 같더구나. 어릴 때는 같이 자주 놀지 않았니?』

『아. 어릴 때는 그랬죠. 그런데 저도, 그 친구도 이제는 성인이잖아요. 어지간하면 따로 행동하죠.』

『아마 그 아이에게는 네 도움이 필요할 거야. 전투가 없을 때는 한 번 찾아가 봐. 아니, 지금 찾아가면 딱 맞겠구나.』


엘위라의 말에 아르윈은 대놓고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엑. 그러면 수업은요?』

『나랑 만날 시간은 앞으로도 많지 않으냐?』


엘위라는 그렇게 말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피부가 늘어지더니 그 노쇠한 몸을 고치처럼 감았다. 그 상태에서는 억지로 깨우지 않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 아르윈은 대화를 마친 엘위라를 억지로 깨울 정도로 무례하지 않았기에, 그가 말했던 대로 에라르를 찾아갔다.


『에라르? 아마 자기 집에 있겠지.』


고블린 사회에서 집이란 드문 개념이었다. 불규칙한 주기로 구조가 바뀌는 던전의 특징상, 번듯한 건물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그냥 한곳에 모여서 던전에서 주운 천 옷을 깔고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몇몇 홉고블린들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때 주변의 시선이나 소음을 불편하게 여겨서 창과 옷으로 천막을 세워 집을 만들기도 했다.


당연히 아르윈은 에라르 역시 그런 이유로 천막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혹시나 방해되지 않도록 소리 없이 천막 안에 들어갔다.


그 순간, 아르윈이 본 것은 바닥에 엎드린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에라르의 모습이었다. 아르윈이 조용히 들어왔기 때문에 에라르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아르윈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에라르. 훗날에는 딥 후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홉 고블린은 깜짝 놀라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아르윈?”


나약한 모습이 들킨 탓일까. 에라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르윈도 눈물을 흘리는 홉고블린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잠시 멍하니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르윈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하는 에라르를 안아주었다.


『하던 거 계속해. 이러면 안보일 테니까.』


에라르는 아르윈의 따뜻한 온기가 퍼지자 왜인지 모르게 안심이 되면서도 눈에는 더 많은 눈물이 고였다.

그날 에라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다 쏟아낸 뒤에는 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렸다.


이전에는 에라르와 아르윈은 서로를 그저 무수히 많은 친구 중 하나로 생각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죽든 말든 큰 감정 없는, 가끔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하는 게 교류의 전부인 그런 가벼운 관계.


그날부터는 달라졌다. 에라르와 아르윈, 딥 후드와 상검사는 조금 더 깊은 관계가 되었음을 느꼈다.

에라르는 공포를 느낄 수 있는 특이한 고블린이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마다 상처를 입으면 눈물을 흘려 그 공포를 달랬다. 그때마다 아르윈은 에라르를 끌어안아 주었다. 그녀가 눈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르윈이 상검사가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곁에서 슬픔을 떨쳐 낸 이후에는 다시 힘을 얻는 에라르를 보며 생각했다. 친절함과 사랑으로 에라르가 나았다.

어쩌면 이는 에라르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엘드윈과 계약한 이후, 엘위라와 대화할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은 상검사는 이 던전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기를 원했다. 그중 하나가 사랑과 친절이었다. 타 종족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찬 이 던전에 사랑과 친절을 더 베푼다면 더 낫게 변하지 않을까?


하지만 탁상공론일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생각이 맞아도 모두가 사랑과 친절을 베풀면 먹을 것이 없어져서 굶어 죽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상검사는 그 생각을 생각으로만 남겨두었을 뿐, 실천하지 못했다. 다른 홉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싸웠을 뿐이다.


상검사와 에라르가 만나는 일도 적어졌다. 둘 다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더 먼 곳으로 출정을 나가는 일이 많아진 탓이다. 상검사가 돌아와도 에라르가 없을 때가 많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에서는 가끔 마주치기는 했지만, 다른 고블린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안아주거나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상검사도, 에라르였던 딥 후드도 힘든 싸움을 하고 복귀했다. 오랜만에 만난 딥 후드를 만난 상검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위로해주려 했다.


그때 상검사가 마주한 건 거대한 증오였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증오를 마주한 상검사는 최선을 다해 딥 후드를 위로해주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제는 상처를 치료해도 흉터가 남았다. 흉터가 남은 이상 증오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 후로도 상검사는 딥 후드를 여러 차례 만나 다독여보았으나, 증오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검사의 친절은 무의미하게 흘러내렸다.


결국, 상검사는 딥 후드를 달래주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큰 실수였다. 그 이후 딥 후드의 폭주는 가속되었다. 그 증오의 파도는 다른 고블린들을 집어삼켰다. 동족도, 옛 친구도 딥 후드와 함께하면 대다수가 살아남지 못했다.


그 사실에 상검사가 따지고 들자 딥 후드는 자신의 계획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계획은 자신이 상처를 입었으니 모든 고블린을 죽일 거라는 계획이었다. 끝없는 증오에서 나온 계획. 상검사는 그 증오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는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검사는 그 후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계속해서 딥 후드를 보듬어 주었다면 저렇게 삐뚤어지지 않았을 텐데. 지식을 얻고자 2층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탓이었다. 어쩌다가 마주쳐도 발목이 잡힐까 두려워 공적인 대화만 했다. 그 탓에 딥 후드를 제때 달래주지 못해 상처가 흉터가 되었다. 딥 후드를 괴물로 만든 데는 자신의 탓이 분명 존재했다.


그것은 현우와 만났을 때 분명해졌다. 딥 후드는 감았던 눈을 뜨고 조용히 읊조렸다.


“지식을 탐하다 진정으로 사귀었던 첫 번째 친구를 잃었다.”


눈을 뜨니 상황은 끝나 있었다. 상처 입히는 대검이 파괴되어, 무기가 없어진 사이에 딥 후드는 현우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현우는 아껴두었던 피부 경화의 물약까지 마시면서 응전했으나, 이미 상처가 잔뜩 나서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반면, 딥 후드에게는 여분의 상처 치료 물약이 넘쳐났다. 조금만 다쳐도 그녀는 곧바로 회복하고 현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싸울수록 현우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났다. 상처가 심해진 현우는 딥 후드보다 느리고 약해졌다. 그녀보다 빠르고 강했을 때도 불리했던 싸움이었으니, 더 느리고 약해진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딥 후드는 다시 활을 들고 현우를 향해 마구 쏴댔다. 날아든 화살은 현우의 갑옷과 경화된 피부를 뚫고 그의 몸에 꽂혔다. 허벅지, 팔뚝, 복부 모든 곳에 딥 후드의 화살이 꽂혀 현우는 더 움직일 수 없었다.


현우를 쓰러뜨린 딥 후드는 상검사를 바라보며 외쳤다.


“내가 이겼어! 이제 네게 남은 패는 없어!”

“아니.”


상검사의 말에 딥 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현우의 머리를 향해 활을 겨누고 화살을 쏘았다. 완전히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상검사가 움직였다. 그는 엘드윈에게 금화를 바쳐 자기가 달리는 속도를 더 빨라지게 했다. 빨라진 상검사는 현우와 화살 사이에 설 수 있었다. 그는 왼팔을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화살은 상검사의 왼팔을 파고들었다.


“···뭐 하는 거야?”

“다쳤네.”


상검사의 짧은 말에 딥 후드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질렸다. 지금 딥 후드는 동족상잔 금지의 규율을 어긴 셈이었다. 물론, 상검사가 멋대로 끼어들었으니 억지다. 다른 고블린들에게 사실을 말해도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 줄 것이다.


상검사는 다른 고블린이 아니었다. 규율에 얽매여 움직이지 못했던 상검사에게 이 사실은 직접 싸워도 되는 핑계가 되었다.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겠지만, 상검사는 본래 다른 이의 이해를 바란 적이 없었다.


상황을 예측한 딥 후드는 이빨과 손을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당황한 딥 후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상검사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현우의 앞에 쏟아내었다.


갑자기 물건을 쏟아내자 현우가 의문을 품은 얼굴로 상검사를 바라보았다. 상검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계약 기억해? 딥 후드를 처치하면 내가 너의 중개인이 된다고 했지. 너와 함께 다니면서 네게 받은 금화를 물건으로 바꾸어 주겠다고.”


상검사는 주머니에서 마지막으로 스크롤 하나를 꺼내 현우의 손에 쥐여주었다.


“미안. 그 약속은 못 지킬 거 같네. 너도 딥 후드를 죽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둘 다 약속을 못 지킨 걸로 치자. 그건 공간이동 스크롤이야. 그걸 찢으면 무작위 장소로 공간이동 될 거야. 운이 좋다면 딥 후드와 충분히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야. 그걸로 도망쳐. 내가 지금 싸움에서 사용할 도구를 제외하면 나머진 다 너에게 줬으니, 그동안 고생한 값은 모자라지 않게 지급했다고 생각해.”


상검사의 말에 현우는 놀랐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분명 딥 후드는 상검사를 죽이고 싶지 않아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상검사가 모른 척하고 물러난다면 딥 후드도 굳이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왜?

아니, 그보다 궁금한 게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상검사는 씁쓸함을 떨쳐내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설명했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를 봤어. 증오로 둘러싸였던 너의 모습을. 상처 입은 모습을. 우리 동족을 향한 증오를 봤지.”

“내가 너흴 증오하는 걸 알면서 내게 친절하게 대했다고?”


상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 던전에 맴도는 증오가 싫었어. 사랑과 친절함으로 던전의 증오를 씻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어.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당장 내가 묻힌 코볼트의 피를, 악마들의 피를 봐. 난 조금도 증오를 씻어내지 못했어. 오히려 증오를 더 했지.”


상검사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얻기 위해 던전을 내려갈 생각이었어. 내려가다 보면 이 증오를 씻어내면서 생활이 가능할 지혜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지. 내가 틀렸으면 어쩌지? 난 이미 한 번 실패했어. 그 때문에 믿음이 흔들렸지. 그때 너를 본 거야.”

“나를?”

“난 이 던전의 증오를 씻어낼 수 없었어. 그런 방법은 몰랐지. 너 한 명의 증오를 씻어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네 증오를 씻을 방법을 몰랐으니 그저 친절하게 구는 방법밖에 없었지.”


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작 그런 이유로?”

“네가 나에게 쏟아내는 적의가 줄어들 때마다 난 희망을 얻었어. 종족을 넘어서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종족 간의 증오를 씻고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그저 내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어.”


현우는 상검사에게서 감당하기 힘들 애정을 느꼈다. 그리고 상검사의 애정을 두려워하며, 엉뚱한 이들에게 쏟아내는 증오를 당연시하기 위해 그에게서 떨어지고자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현우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널 믿지 못했어. 네가 배신할 거라 믿고 있었어.”


상검사는 현우의 말에도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살짝 낮춰 현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면 지금은?”


현우는 조금 목소리를 키워서 최대한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믿어.”


그 말을 들은 상검사는 현우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거면 충분해.”


상검사는 현우에게서 등을 돌리고 딥 후드를 향해 걸어왔다. 상검사의 대화를 들은 딥 후드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상검사를 바라보았다.


“나를 버리고 그 녀석을 선택했어? 어째서?”

“현우는 내 친구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리고 물론 딥 후드. 너도 나의 친구야.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려 하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는 게 친구지.”


상검사는 마음속으로 엘드윈에게 기도했다. 자신이 가진 금화는 물론이요, 자신이 미래에 얻을 모든 금화에 대한 권리도 넘겼다. 권능자는 거기에 대한 대가를 주었다. 부서진 상처 입히는 대검을 대신해 뽑은 평범한 대검은 황금색으로 빛났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가루가 상검사의 몸을 덮어 그의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려주었다.


“미안 딥 후드. 아니, 에라르. 내가 신경 쓰지 못해서 네가 괴물이 되었지.”


상검사는 주머니에 남은 마지막 물건을 꺼냈다. 물컹한 붉은색 젤리가 담긴 물약, 광폭화 물약이었다. 현우도, 딥 후드도 그 물약의 정체를 알았기에 상검사를 만류하려 했다.


“잠깐!”

“그만둬!”


상검사는 지금 엘드윈의 힘으로 신체 능력을 강화한 상태였다. 지금 광폭화 물약을 마시면 광폭화는 강화된 신체를 기준으로 힘을 부여할 것이다. 광폭화를 통해 많은 힘을 얻을수록, 부작용은 강해질 것이다. 아마 지금 상검사가 광폭화 물약을 마시면 상처 하나 입지 않아도 죽을 게 틀림없었다.


상검사 역시 그걸 알았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물약을 마셨다.


“미안해.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일뿐이야. 같이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 3층 : 화염과 피의 주인(2) 23.01.25 294 12 13쪽
50 50화 - 3층 : 화염과 피의 주인(1) 23.01.24 305 9 13쪽
49 49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3) +1 23.01.19 310 13 12쪽
48 48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2) +7 23.01.15 428 17 18쪽
47 47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1) +9 22.07.30 832 37 13쪽
46 46화 - 2층 : 레이드(7) +9 22.07.27 681 39 13쪽
45 45화 - 2층 : 레이드(6) +3 22.07.20 725 38 16쪽
44 44화 - 2층 : 레이드(5) +4 22.07.18 716 45 15쪽
43 43화 - 2층 : 레이드(4) +8 22.07.14 790 51 17쪽
42 42화 - 2층 : 레이드(3) +5 22.07.14 770 53 12쪽
41 41화 - 2층 : 레이드(2) +4 22.07.12 775 48 14쪽
40 40화 - 2층 : 레이드(1) +5 22.07.12 802 45 15쪽
39 39화 - 2층 : 늪미로(4) +4 22.07.08 921 47 15쪽
38 38화 - 2층 : 늪미로(3) +3 22.07.04 938 50 14쪽
37 37화 - 2층 : 늪미로(2) +6 22.06.30 970 60 15쪽
36 36화 - 2층 : 늪미로(1) +4 22.06.27 1,024 53 14쪽
35 35화 - 2층 : 첫걸음(2) +3 22.06.25 1,008 50 13쪽
34 34화 - 2층 : 첫걸음(1) +3 22.06.23 1,043 55 16쪽
33 33화 - 1층 : BOSS 목마기수(3) +6 22.06.22 1,037 64 14쪽
32 32화 - 1층 : BOSS 목마기수(2) +7 22.06.21 1,032 67 11쪽
31 31화 - 1층 : BOSS 목마기수(1) +4 22.06.17 1,064 63 12쪽
30 30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3) +8 22.06.16 1,075 68 16쪽
29 29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2) +9 22.06.15 1,066 65 14쪽
28 28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1) +7 22.06.14 1,104 68 13쪽
27 27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4) +9 22.06.13 1,129 70 14쪽
» 26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3) +6 22.06.13 1,134 74 16쪽
25 25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2) +10 22.06.10 1,171 64 13쪽
24 24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1) +11 22.06.09 1,190 64 14쪽
23 23화 - 1층 : 악마와 헛수작(6) +10 22.06.08 1,179 72 16쪽
22 22화 - 1층 : 악마와 헛수작(5) +9 22.06.07 1,203 7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