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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픈돔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대재앙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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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퍼픈돔
작품등록일 :
2022.04.02 15:03
최근연재일 :
2022.04.21 15:1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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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
추천수 :
74
글자수 :
136,370

작성
22.04.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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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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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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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 준우야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 알겠습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붉게 타오르던 불꽃이 점차 사그라지고 뉘엿뉘엿 해가 진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비추는 달빛보다 타오르는 석양의 빛이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부모와 함께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게 보였다.

모두 떠나가는 와중에도 쉽사리 이 낡은 벤치를 떠날 수가 없었다.


- ···그 몸으로는 어딜 가더라도 힘들 거다. 차라리 경호직을 관두는 건 어때?

- 아직 괜찮아요! 형도 알잖아요 제 실력!

- 그래 한때 세계급 경호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 저 지도강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요. 시켜만 주신다면···.


툭-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에 내 눈동자가 사로잡히듯 움직였다.

내게는 창밖에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무색할 만큼 묵직한 소리였다.


깔끔하게 접힌 종이봉투가 책상 위에 올려졌다.


- 더 넣고 싶었지만 이게 최대였더라.

- 일도 안 했는데 받을 수 없어요.

- 옛날에 도와준 거라 쳐라.

- 그, 그래도···.


내 손으로 밀어 넣은 봉투를 애써 거부했다.

손에 들린 봉투가 다시 책상 위로 향했다.


- 아내 치료비로 써라.

- ······.

- 암이라며. 치료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가로등의 조명만이 홀로 남은 나를 비추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세계의 유망주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다.

그날의 교통사고가 내 모든 걸 빼앗았다.


‘그 택시를 타는 게 아니었는데.’


인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나.

답답한 기분에 내뱉은 한숨이 새하얀 입김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너무 춥다.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신민아님 남편 맞으십니까?”

“아, 예.”

“지금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인이······.”


그다음 말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듣지도 않았다.


그저 온몸을 내던지듯 뛰고 있을 뿐이었다.


‘민아야, 민아야!’


얼마나 달린 걸까.

입안에서 씁쓸한 피 맛이 느껴질 때쯤에는 이미 병실 앞이었다.


“미, 민···아···.”

“오셨습니까.”


민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민아는 어디 있나요 선생님!”

“···진정하시고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미, 민아는···.”

“부인께서는···.”


사망하셨습니다.


그 뒤로 기억이 없다.

병원을 나온 내 손에는 깨끗하게 정돈된 종이 뭉치가 들려있을 뿐이었다.


[사망진단서]


고작 이 짧은 단어가 뭐길래 볼 때마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까.


‘돌아, 가자.’


어디로?


‘집으로. 집으로 가자.’


돌아가서 뭘 할 건데?


‘모르겠다. 일단 쉬고 싶어.’


겨울이라 그런가.

돌아온 집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보일러라도 틀어야 하는 걸까.


바닥에 내던지듯 흩뿌린 종이뭉치를 버려두고 냉장고에 처박아둔 소주 한 병을 뜯었다.

평소 잘 마시지도 않아서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녀석이었다.


격한 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양어깨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차가운 물방울에 어느샌가 옷이 젖었다.


“왜, 네가 없으면···. 난 어쩌라고.”


가지런히 접혀있던 그녀의 옷을 집어 안았다.

이제는 느낄 수 없는 그녀의 온기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창틀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이 이미 닳아 사라진 것 같은 가슴을 통과해 지나갔다.

그녀의 온기가 더 필요하다.


집안 이곳저곳을 뒤져가며 나온 구시대 노트북.

오래된 기계음과 새어나온 빛이 적막했던 방을 감싸는 것 같았다.


“······너.”


바탕화면에 놓인 한 쌍의 커플이 수줍게 웃고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밝게 웃는 거였는데.


노트북에 저장된 수많은 옛날 사진을 찾아보다 문뜩 구석에 놓인 파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 민아거 열어보지 말 것! ]


“······.”


파일 안에는 그녀가 예전에 적은 소설이 쓰여 있었다.

부끄럽다고 보지 말라고 해놓고서는 1편씩 완성될 때마다 내게 자랑하듯 읽어주던 거였다.


피곤한게 아니었던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의 시침이 뒤로 돌아가있었다.

도대체 며칠이 지난 걸까.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 나가며 최종 보스를 무찌르는 전형적인 웹소설.

그녀가 다니고 싶어 했던 대학교도,

사귀고 싶다던 친구들도,

나으면 가보고 싶다고 했던 여행도.


여기에는 전부 있었다.


“이렇게 되고 싶었던 거니···.”


어느새 마지막 장.

주인공은 아마 최종 보스를 무찌르고 행복하게 살겠지.


‘응?’


그렇게 생각하며 넘긴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 두 문장만이 적혀져 있었을 뿐.


[ 나 같은 아내라서 정말 미안해. ]

[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싶어? ]


꾹 참고 있던 입이 점차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흐느끼는 앓는 소리가 방안에서 메아리쳤다.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이런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기력도, 여력도 아무것도 없다.

탁-탁- 거리는 타자소리만이 퍼져나간다.


[ 너 ]


너만 있으면 됐는데.


[ 네가 아프다는 것만 좀 더 빠르게 알았더라면. ]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 너를 더 알고 싶어. ]


좀 더 내게 알려줬으면 좋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너만을 보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당장 내일 나는 뭘 위해 살아야 할까.


무섭다.


[ 다시 태어난다면 너를 꼭 행복하게 하고 싶어. ]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노트북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품 안으로 감싼 그 온도가 따뜻해서.

그저 잠이 들었다.


.

.

.



숙취인가 눈앞이 핑 도는 감각이 매스껍다.

당장이라도 구토가 나올 것 같아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으윽, 꺄아아악!”

“······!”


어두컴컴한 장소에 밝게 빛나는 돌이 허공을 부유했다.

이미 현실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풍경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있는 소녀의 모습은 이 장소가 꿈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현실이든 꿈이든 내게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었다.


“민아야!!!!”


[동기화 완료. 시스템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그 소녀의 얼굴이.

죽도록 괴로워하며 찡그린 저 얼굴이, 내가 그토록 울부짖은 그 얼굴이라면.


아내가 피를 흘린다.


오로지 그 상황만 생각한 채 내 다리는 이미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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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성(3) +2 22.04.03 110 6 14쪽
3 특성(2) 22.04.03 133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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