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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그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속 NPC는 플레이어를 죽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공진가i
작품등록일 :
2021.02.08 22:49
최근연재일 :
2021.03.22 22:5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044
추천수 :
198
글자수 :
183,073

작성
21.02.20 23:17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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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마법사의 종자(1)

DUMMY

“이 정도 속도면 케른까지는 4일이면 되겠군요.”

“거기서 세이저 까지는 어느 정도 걸립니까?”

“가봐야 알겠죠. 아마 거기서부터는 3일, 그리고 하루 쉰 다음에 신전을 탐색할까 합니다.”


베다임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야영은 해가 질 때 즈음부터 시작했다.

병사들이 천막을 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주위 정찰을 하는 사이, 기사와 마법사, 상인은 중앙에 모여 마르둑이 준비한 다과를 즐겼다.


군대에 있을 때 병사들이 일할 때, 꿀빠는 장교들이 아니꼬왔는데 이 느낌이었구나, 별거 아닌 과자도 지금은 굉장히 맛있게 느껴진다.


나는 차를 다시 한번 후루룹 마셨다.

베다임이 말했다.


“이거 참 원래는 마법사님들을 이렇게 걷게 해서는 안 되는데 실례입니다. 사실 저는 영황탑에서부터 걸어오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트롤과 드워프가 올 거라고도 생각 못 했을 테니까.

트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드워프 또한 ‘여행’할 때는 무언가에 탑승하지 않는다.


다리가 워낙 튼튼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생명체에 의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드워프의 감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과 별 차이가 안 나는 데도, 굳이 철마나, 자동전차를 만들어 타는 것만 봐도 저들의 다른 종족, 생물에 대한 불신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다.


“천만에. 만약 나를 저 네발 짐승으로 짐짝처럼 옮길 생각이라면 용서치 않을 걸세.”

“저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만약 버거우면 상단주님의 신세를 지도록 하죠.”

“얼마든지 환영이야 파트너. 정 피곤하면 짐이라도 맡기지 그러나?”

“마법사의 짐을 맡아주시겠다니 짙은 신뢰에 눈물이 다 나는군요.”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지간한 신뢰 없이는 마법사의 짐을 맡기도 맡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경량화 마법을 걸어놔서 그다지 무겁지도 않거든요.”

“그런 방법이 있군요?”


한 기사가 감탄했다.


“안 그래도 이상했습니다. 크리스님도 그렇고, 다른 마법사님들도 그 많은 짐을 들고도 끄떡없는 게 신기했거든요.”

“난 그냥 들고다니는데?”


나보다 두 배는 많은 짐을 지고 다니는 돌텅이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매직트롤 또한 머쓱한 표정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짐이라.”

“······원래 마법사가 일반화가 불가능한 자들이긴 하죠.”


내 말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 다들 차를 한 번씩 홀짝이고 간식을 베어 물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한결 더 훈훈해진 그 때.

한 청년이 모닥불 근처로 다가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무언가 하벤?”


한 기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마법사님께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네, 크리스님. 괜찮으시다면 대련을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뭐라? 나는 쿠키를 씹으려던 입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의 스승인 세리오가 호통쳤다.


“하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기사님 저는 기사님의 종자입니다. 종자의 수련을 위해서라면 뭐든 봐주셔야지 않겠습니까? 마법사님의 실력이 뛰어나다길래 흠모할 뿐입니다.”

“이 무슨 무례인가! 물러나게!”

“······.”


하지만 하벤은 고개를 숙일 뿐 물러나지 않는다.

기사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고, 마법사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리고 이 자리의 유일한 상인은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신났군, 누가 말리지 않으면 돈이라도 걸 기세다.


“마법사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그만하겠습니다.”


입술 끝에 살짝 비웃음을 머금고 하벤이 말했다.


“하벤!”

“마법사님 상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종자의 무례에 기사들이 급히 수습에 나섰다.

이런 기사와 마법사들의 자존심 싸움은 사실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공작의 임무 중이었고, 마법사는 이 임무에 필수.

고작 종자의 돌발행동으로 감정이 상할 이유는 없겠지.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병사들 사이에 나에 대한 은근한 적개심과 공포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긴 인간 볼링을 당하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겠지.


여기서 물러난다면 내가 겁먹은 것이라 생각하겠고, 그들의 공포는 금세 멸시로 바뀔 것이다.

쯧, 여기서는 한 번 더 실력행사를 보여 줄 수 밖에 없겠다.

그래 이번 기회에 서열을 확실히 다지는 게 두고두고 편할 수 있겠다.


“괜찮습니다. 베다임.”


나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유망한 견습기사의 훈련 상대라니 제가 영광이죠.”


휴식을 취하며 귀만 쫑긋 세우고 있던 이들의 이목이 단번에 쏠린다.


“감사드립니다.”


하벤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새겨진다.

나도 아마 웃고 있을 것이다.

식전 운동이 밥맛에 그렇게 좋다더라.




***




둥그렇게 관중 스스로 벽을 치자 무대는 갖춰졌다.

그 한 가운데에서 나와 하벤은 20m정도의 거리를 두고 섰다.


“그러면 규칙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심판이 되어버린 베다임이 말했다.


“보통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간격은 보통 이 정도, 기사는 오러 금지, 마법사는 지팡이 사용 금지입니다.”


냉큼 하벤이 받으면서 말했다.

기사와 마법사간의 자존심 싸움이 드문 일이 아닌 만큼 대련 룰마저 정해져있다.

그마저도 지방마다 각각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꽤나 합리적이었다.


일단 간격은 보통 기사 간의 싸움보다 살짝 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훨씬 유리한 간격이다.

실전이라면, 육안으로 확인도 할 수 없는 장거리에서부터도 마법사는 공격 할 수 있을테니까.


따라서 기사는 오러의 사용을 금지한다.

그에 반해 마법사는 지팡이의 사용만 금한다.

간격에서 기사에게 유리한 판정을 한 만큼, 능력 보조에 있어서는 마법사에게 유리한 판정을 한 셈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난한 규칙이군요. 저도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하벤 님께서는 오러 사용이 가능은 하십니까?”


내 지적에 하벤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오러 사용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그냥 평범한 규칙을 말했을 뿐입니다.”

“못하는 군요?”


관중 사이에서 가벼운 비웃음 소리가 일었다.

하벤은 졸지에 자신은 페널티 없이 싸움을 하겠다고 주장한 셈이 되었다.


“사람을 뭘로보고! 정 불만이면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정말 뭐든 상관 없으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면 규칙은 이렇게 하는 걸로 하죠. 거리는 이대로 좋습니다. 지팡이 사용 불가, 오러 사용은······ 당연히 불가. 이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법 사용 불가.”

“뭐라고요?”


베다임이 놀라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시오.”


하벤의 붉게 달아올랐던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놀리는 줄 알겠지.


“애시당초 그 규칙은 오러를 쓸 줄 아는 기사와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를 전제로 한 겁니다. 오러를 쓸 줄도 모르는 기사와 싸우는 데 당연히 이만큼의 패널티는 있어야죠.”


응, 너 놀리는 거 맞아.

‘니 수준이 그거 밖에 안되니, 내가 이만큼이나 양보해줄게.’

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벤은 물론이고, 기사들의 표정까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베다임이 말했다.


“마법사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농담으로 보이십니까? 전 자신 있는데.”

“무술만으로 견습기사를 상대하시겠다는 겁니까?”

“마법사에게는 마법사의 방법이 있습니다.”


말하면서 나는 연습용 철검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마르둑이 나서며 말했다.


“이봐 크리스, 자신감은 좋지만 과해. 무례하기도 하고.”

“상단주님, 제 쪽으로 돈 걸었죠?”

“으에? 응? 으아니이?”


기습 공격에 마르둑은 딸꾹질 소리를 내며 강한 부정으로 긍정했다.


“저도 돈 걸겠습니다. 제 쪽으로 500골드.”

“500골드라고!?”


1골드는 대한민국 기준으로 십만원 정도 한다.

500골드면 내 전 재산의 절반 정도가 된다.


내 선언에 주위가 크게 술렁였다. 마르둑은 입을 뻐끔뻐끔 벌리더니 ‘알았네’하고 물러났다.


“이봐요 견습기사님, 기왕 판이 이렇게 됐으니 우리끼리도 내기 하나 하는 게 어떻습니까?”

“뭘 말입니까?”


당장이라도 내 혀를 썰어버릴 표정으로 하벤이 대답했다.


“소소하게,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서 물건 하나를 선물 받는 걸로 하죠.”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벤은 말하고 검을 겨누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검 끝에 모이는게, 연습용 철검으로 사람이라도 죽일 기세다.


“그러면, 명예로운 자에게 영광을!”


베다임의 선언과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하벤은 거침없이 달려 찔러 들어왔다.


흥분한 겉모습과 달리 검 끝은 흔들림 없이 곧았다.

서늘한 냉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슬쩍 피하며 검을 가져다 대었다.

하벤은 씨익 웃으며 검을 힘껏 쳐냈다.


“흐읍!”


손아귀가 찢어질 듯 아프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하벤은 틈을 주지 않고 쉼 없이 공격해왔다.


“이야! 시원하구만!”

“하벤님! 혼쭐을 내주십시오!”


저 병사들, 얼굴 기억해뒀다.

어쩐지 낯이 익은 게 지난번에 내가 볼링을 쳐 버린 병사들 같다.


하지만 지금은 병사들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나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 간격은 하벤의 검술에 도리어 추진력을 준 것 같았다.


패도, 파괴, 쾌속.

공간을 거침없이 삭제하며 하벤의 검이 큰 궤적을 그린다.

진검이라면 어깨부터 허리까지 크게 베이겠지.


뭐, 이걸 노리긴 했지.


나는 양 손에 쥔 철검에 힘을 주었다. 붉은 기운이 철검을 감쌌다.

그 힘 그대로 나를 향해 베어오는 하벤의 검에 정확히 맞대었다.


깡!

상쾌한 소리와 함께 검날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가 푹, 하고 공터에 박힌다.


내 철검은 하벤의 목으로부터 5cm도 안 되는 곳에 멈춰있었다.

내가 가져다 댄 것이 아니다.

하벤의 검이 부러지며 하벤의 몸이 빨려 들어온 것이다.


“이게 무슨!”


깜짝 놀라 세리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곳곳에서 탄성이 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검이 부러졌어.”

“마법사가 마법을 부린 거야!”

“그건 금지라고 했잖아!”

“마법이 아닙니다.”


나는 철검을 내밀면서 말했다.


“기사님들께서 확인해주시겠지요.”


베다임과 세 기사가 다가와 철검과 그곳에서 은은히 돌고 있는 붉은 기운을 살펴봤다.


“이건······.”

“맞습니다.”

“오러라구요?”


베다임이 입을 쩍 벌리며 중얼거렸다.


“순수한 오러라기보다는, 마나를 오러처럼 사용한 것이지요.”


나는 웃어보였다.


“광야의 마법사는 신기한 기술이 아주 많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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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규탄의 투기장(1) 21.02.26 7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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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법사의 종자(3) 21.02.24 82 7 10쪽
13 마법사의 종자(2) 21.02.22 86 6 12쪽
» 마법사의 종자(1) 21.02.20 91 6 11쪽
11 드워프는 깎을 수 없다 +2 21.02.19 9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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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년기의 끝(1) 21.02.15 114 8 12쪽
6 매직트롤과 철권의 마법사 +3 21.02.12 11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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