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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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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73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09.25 06:00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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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9. 실험-4

DUMMY

SCP-173과 096을 이용하여 SCP-682를 제거하려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SCP-053. 소녀가 SCP-682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이 세상 모든 것을 찢어버릴 기세로 으르렁대던 682가 소녀에게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앉아있다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모두가 당황했다.


그걸 이용해 682를 제거하자는 목소리부터, 682를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자, 혹은 682에게 비슷한 영향을 끼치는 SCP가 더 있을 수도 있으니 실험을 계속 해봐야 한다는 자까지.


SCP-682를 제거하기 위한 수많은 실험들이 계획되었고, 그에 따라 최종 승인을 맡은 O5 평의회 역시 바빠졌다.


수많은 실험 계획서들이 쌓인 테이블을 보며, O5 평의회 7석. 통칭 교수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 오일이 떨어졌는지 불이 붙지 않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클레프 요원이 성냥불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뭐 힘든 일이라도 있나 봅니다? 교수님이 담배를 다 피우시고.”


“후우. 연구원이랍시고 있는 놈들이 죄다 또라이들 뿐이야. 읽어보겠나?”


클레프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낙하 충격을 이용한 682 제거 시도.”


실험 내용은 단순했다. 비행기에 682를 태워 성층권까지 올라간 뒤, 거기서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도대체가 어떤 놈이 그딴 생각을 나한테 보냈는지, 잡히기만 하면 D계급으로 보내버리고 싶더군.”


클레프 요원이 낄낄 웃으며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60메가톤급 수소폭탄을 이용한 제거실험이라.”


60메가톤급 수소폭탄이 터지면 300km 밖에 서있던 사람에게도 3도 화상을 입힌다.


물론 682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만약 저걸 맞고도 살아난다면 앞으로의 실험은 불가능해. 아마 우릴 아무도 살려두려 하지 않을걸.”


애초에 60메가톤급 수소폭탄을 터뜨릴만한 장소도 마땅찮은데다 실제로 실행했다간 재단의 존재가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에도 흥미로웠는지, 클레프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682를 우주로 방출.”


“그 놈을 우주선에 태워서 정상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오라고 했네.”


확실히 먼 우주로 보내버리면 다신 마주칠 일이 없겠지만, 우주선에서 격리실패가 발생한다면 다시 지구로 떨어질 테니 결국 헛짓거리다.


“하하하하!! 이거 기발하긴 한데요?”

“웃음이 나오나?”


“재밌지 않습니까.”


교수가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탄식했다.


“하루 종일 그런 글만 읽는다고 생각해보게.”


O5 평의회 의원이 실험 계획서를 읽는 것은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와는 다르다.


실험 대상, 과정, 사용되는 도구, 기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변수까지 고려하여 실험을 승인해야 하는데, 이 실험의 경과나 결과에 따라 세계 규모의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책임 역시 막중하다.


“그래서 자네는 왜 나를 찾아온 건가?”


“와트니 박사가 뭔가 불안해서요. 그 양반 실험 계획서 올린 것 좀 찾아보게.”


“요원의 감이라면 믿지 못할 것도 없지. 헌데 와트니 박사가 올린 실험 보고서는 없던 것 같은데.”


“없다고요?”


클레프가 턱을 쓸었다.


-그 양반이 이런 상황을 그냥 넘어갈 양반이 아닌데.


과학자들이란 무릇 새로움이라는 걸 먹고 사는 족속들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 뒤집어진 지금, 수많은 연구원,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해보려 혈안이다.


와트니 역시 그런 족속들 중 하나인데다 682를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과학자다. 그런 사람이 이런 상황을 넘어간다면, 과학자라는 칭호를 반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이번엔 좀 가만히 넘어가려는 것 같군요. 그런데 기지에는 언제까지 머무르실 생각이십니까?”


“오늘 저녁에 돌아갈 걸세. 왜, 불편한가?”


“저야 상관없지만. 여기가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허, 내 걱정을 다 해 주는 건가.”


클레프가 능글맞은 미소로 대답했다.


“뭐, 아무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게. 그나저나 자네는 엘리트 요원 주제에 왜 이렇게 쓸데없이 쏘다니는 거야?”


“쓸데없다니요. 말을 참 섭섭하게 하십니다.”


“하. 러시아까지 놀러갔다 와놓고 그런 소릴 하는 건가.”


“뭐, 다 일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하십쇼. 제가 그렇게 생각 없는 놈으로 보이십니까.”


“아니었다면 미안하군.”


깃털 펜으로 사인한 서류를 덮으며,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는 겁니까?”


“어차피 기지엔 자네가 있으니 내가 더 있을 필요도 없네. 새로 부임한 지휘관도 나쁘지 않았고.”


아무래도 라미레즈 소령이 꽤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옷걸이에 걸려있던 외투를 걸치고 중절모를 쓴 교수가 천천히 밖을 걸어 나갔다.


“오랜만에 즐거웠네.”


“별 말씀을.”


교수가 사라지고, 자리에 잠시 앉아 생각하던 클레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와트니 박사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갈 양반이 아닌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클레프가 발걸음을 서둘렀다.




“저, 박사님?”


“왜 그러나?”


“······그 아이는 누구인가요?”


이안이 와트니 박사 옆에 서있던 5살 정도의 소년을 가리켰다.


와트니 박사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기엔 닮은 구석이 전혀 없었고, 생각해보면 4급 보안 구역에 아무리 가족이라고 한들 데려올 수 있을 리 없었다.


“아, 이 아이 말인가?”


또다른 SCP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와트니 박사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할 요원일세.”


네?


이안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와트니 박사가 담당하고 있는 SCP는 682.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와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물론 682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D계급 인원이 자주 투입되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그 애도 D계급 인원인가요?”


“아니, 내가 말하지 않았나? 요원이라고.”


요원. 요원이라.


이안의 기억에 남아있는 요원이라면 이상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다니는 중년의 남성, 그리고 로봇 같은 표정으로 사람을 패고 다니는 여자.


다들 특이한 점이 있긴 했지만, 모두가 성인이었고,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소년은 끽해야 7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애.


-이 어린애가 그런 사람들이랑 같은 사람이라고?


혼란스러운 이안이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일단 진정하자. 여긴 SCP 재단이다.


일단 머릿속에서 상식을 조금 배제할 필요가 있다.


왜 소설이나 영화, 만화같은데서도 자주 나오지 않았는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외형이지만 사실은 세계관 최강자라던가, 아니면 신 비슷한 존재라던가.


저 아이도 그런 존재일 수도 있다. 아니면 병에 걸려서 신체가 성장하지 않는 요원일 수도 있다.


그렇게 자기를 세뇌하고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한 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건가?”


“아니, 그게······.”


아무리 봐도 평범한 남자애 아니에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돌아올 꾸중이 두려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빨리 실험이나 준비하게!”


와트니 박사의 호령에, 이안이 생각을 멈추고 실험실로 달려갔다.




“염산 배출 완료했습니다.”


“좋아. 바로 개시하겠다.


와트니 박사가 흥분한 표정으로 안쪽 격벽 문을 열자, 조금 전에 봤던 와트니 박사가 요원이라고 소개했던 꼬마가 서있었다.


“이번 실험의 목적은 SCP-682가 SCP-053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일단 와트니 박사가 세운 가설은 이랬다.


“모든 어린애들은 귀엽지. 사실 682도 어린애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들어도 미친 소리였지만, 상대는 와트니 박사였다.


게다가 저 꼬마애도 훈련받은 요원이라고 했으니, 혹시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소년의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으아아앙!! 꺼내줘, 꺼내줘요!! 엄마!! 엄마!!”


격벽 문을 손으로 두드리며 꺼내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은 도저히 훈련받은 요원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박사님? 분명 저 애 훈련받은 요원이라고······!”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충격에 빠진 이안이 공허한 눈으로 와트니 박사를 쳐다봤다.


“요원이라고 했지, 훈련받았다고는 하지 않았네만.”


이안이 다시 실험실 안에서 꺼내달라며 문을 두드리는 소년을 쳐다봤다.


-열어줘야 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아직······!


“으아아앙!!”


소년의 울음소리가 거슬렸는지, 682가 반응하여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열어줘야······!


격벽 문을 여는 레버를 당기려는 순간, 와트니 박사가 이안의 손목을 잡아챘다.


표정에 광기가 서려있었다.


잠시 후, 682가 입을 벌리더니 격벽 문을 두드리고 있던 소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차마 그 광경을 볼 수 없던 이안은 눈을 감았지만, 와트니 박사는 그걸 똑똑히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흠, 아무래도 시끄러운 게 문제였던 것 같군. 다음에는 안정제를 투입한 뒤에 넣어봐야겠어.”


진지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와트니 박사를 보며 생각했다.


이 자는 미치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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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실험-3 20.09.24 128 7 10쪽
18 17. 실험-2 +2 20.09.23 125 6 11쪽
17 16. 실험-1 20.09.22 135 6 10쪽
16 15. 케테르-5 +1 20.09.21 139 8 11쪽
15 14. 케테르-4 +1 20.09.18 141 5 11쪽
14 13. 케테르-3 20.09.17 141 7 11쪽
13 12. 케테르-2 20.09.16 151 6 11쪽
12 11. 케테르-1 +1 20.09.15 160 6 11쪽
11 10. 율맨-5 20.09.14 149 7 11쪽
10 9. 율맨-4 20.09.11 155 6 12쪽
9 8. 율맨-3 20.09.10 162 7 11쪽
8 7. 율맨-2 20.09.09 17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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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재격리-5 20.09.07 2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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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재격리-3 +1 20.09.03 2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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