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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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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85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09.04 06:00
조회
23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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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 재격리-4

DUMMY

“D계급 인원을 제외한 희생자가 없어서 다행이군. 대체 저 염병할 조명은 왜 저러는 거야?”


“기술적으로는 결함이 없다는군.”


“저것도 SCP로 등록해야 하나? 청소만 하면 깜빡이는 것 같은데.”


올렉세이 박사가 한탄하자,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클레프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자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작렬탄이 먹히는 단순 콘크리트여서 다행이었지.”


클레프가 항상 들고 다니는 레버액션식 윈체스터 라이플을 한 바퀴 돌려 장전했다.


“그런데 자네는 왜 그런 구닥다리 소총을 고집하는 건가? 더 쓰기 편한 총은 많을 텐데.”


“클래식한 게 멋있지 않나?”


물론 1800년대에 만들어진 진짜 윈체스터 라이플은 아니었고 클레프가 요원 일을 수행하는데 맞게 개조한 것이었기에 외관 자체는 상당히 모던했지만, 어째서인지 장전 방식만큼은 구닥다리를 고집했다.


단순히 클레프 요원의 개인 취향이었다.


“뭐, 그야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하아, 징계 받아서 청소 감독으로 내려온 것도 모자라 첫 날부터 격리 실패라니.”


“시말서 몇 장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내 승진가도는 막힌 거나 다름없네.”


“그건 안됐구만.”


클레프가 낄낄 웃으며 올렉세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끈 뒤, 나가려던 클레프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지 올렉세이에게 물었다.


“혹시 청소 참여했던 D계급 인원 목록 있나?”


“물론 가지고 있지. 그건 왜?”


클레프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제14 무장생물격리구역


“좋아, 천천히, 천천히······. 됐다! 내려놔.”


커다란 컨테이너 5개가 격리구역 안으로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SCP. 그것도 격리 난이도 최상의 등급인 케테르 등급을 부여받은 SCP들이었기에, 기동특무부대 뉴-7 대원들이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했다.


구속구를 채웠음에도 컨테이너 안에서 날뛰는 괴물들이 철판을 찢고 나올 듯 두드려댔지만, 강화유리 겉에 합금 철판을 덧댄 컨테이너가 그리 쉽게 찢길 리 없었다.


그리고,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악!! 살려줘!! 도와달란 말이야!!”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뉴-7 기동특무부대 대원들은 묵묵히 총구를 겨눌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만, 라미레즈 소령이 가볍게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며칠 전.


“뉴-7이라, O5평의회 직속인 걸로 알고 있는데. 누구 밑이죠?”


“뉴-7이니까 7번이지. 이름은 모르지만 우리는 교수라고 불러. 어디 유명한 대학의 교수라는 것 같더군.”


“교수라, O5평의회 멤버들은 원탁에 앉아서 커피만 마시고 사는 줄 알았는데.”


“하, 그 양반들도 사람이라고. 자기 생활 정도는 다들 있겠지.”


라미레즈가 소파에 앉아 클레프가 건네준 서류를 찬찬히 읽었다.


알토 클레프 요원이 이끌던 뉴-7의 전담 SCP인 SCP-939 개체들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동굴같은 곳에 사는 진동굴성 생물, 피부가 없이 붉고 기형적인 외형, 무엇보다 신경계를 비롯한 생물 구성에 필수적인 장기들의 부재.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사람을 잡아먹음에도 소화계 역시 부재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먹는 게 불필요한 것 같아. 시체들을 기도로 삼켜서 그냥 허파 속에 집어넣고 있다가 숨이 막히면 뱉는 것 같더군.”


“내가 본 것 중에선 그래도 평범한 편인 것 같은데요.”


“그럴지도. 자네가 전에 담당했던 부끄럼쟁이와 다르게 총탄도 먹힌다고. 죽기도 하고.”


“격리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케테르죠?”


“아직 완전 격리가 안 됐어. 서식지를 찾아 헤메고 있지만 번번이 허탕이고.”


만약 서식지가 밝혀지고 모든 개체들을 격리할 수 있다면 등급은 조정될 것 같았다.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는데. 거기 3페이지 읽어봐.”


라미레즈가 페이지를 넘겨, 개체의 습성이 적힌 페이지를 읽었다.


“······잡아먹은 대상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먹잇감을 유인한다.”


컨테이너가 열리고, 새빨간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구가 채워져 달려들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경계를 거두지 않았다.


“도와줘!! 도와달라고!! 으아아악!!”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괴물의 입에서 죽은 대원들의 단말마가 들려오는 광경에 절로 눈살이 찌푸러졌다.


컨테이너에서 끌려나온 괴물들이 바닥에 고정되자, 라미레즈가 명령했다.


“XM500 사수. 다리의 관절부를 노려. 절단시킨다.”


[확인.]


네 발의 총성과 함께 탄환이 괴물의 다리를 파괴하며 날아갔다.


“끄아아아악!!”


사지가 잘린 939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무력화 확인. 아가리에 구속구를 채우고 격리시킨다.”


두 명의 대원이 입에 채울 거대한 구속구를 가지고 와, 939의 주둥이를 봉인했다.


어차피 먹는 것이 필요한 생물이 아니니, 저렇게 해도 계속 살아있을 터였다.


구속구가 완전히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 대원들 몇이 무력화된 939개체를 격리시설 안으로 집어넣었다.


“격리 완료.”


“좋아. 다음.”


1번 개체의 컨테이너를 치우고, 다음 컨테이너가 들어왔다.


조금 전과 같은 과정을 세 차례 더 반복하고, 어느새 마지막 컨테이너 문이 열렸다.


이전에 격리한 개체들이 컨테이너를 찢어버릴 듯 날뛰던 것에 비하면, 이번 개체는 상당히 얌전했다.


그렇다고 한들 격리 절차를 시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XM500의 50구경 탄환이 939의 다리를 절단시킬 때도, 놈은 괴성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어째 뭔가 이상한데.


다른 놈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온순한 것이, 평범한 개체는 아니었다.


사지가 잘린 채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939 개체를 살펴보던 라미레즈의 눈에 유난히 불룩한 배가 들어왔다.


-설마.


“크로프트 박사. 여긴 격리 지원팀 라미레즈 소령. SCP-939-01 개체 내에 새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확인 바람.”


[새끼라고? 임신을 했다는 소리인가? 알겠네. 놈은 따로 격리하도록.]


“6번 수용실로 끌고 가.”


“예.”


구속 벨트로 묶인 939 개체가 운반용 수레에 실려 6번 수용실로 이동되었다.


“모든 개체 격리 완료. 이상 철수한다.”


라미레즈와 뉴-7 대원들이 고글을 벗고 총구를 위로 향했다.


[격리 확인. 수고했네. 라미레즈 소령.]


크로프트 박사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라미레즈가 대원들과 함께 귀환했다.


뉴-7 기동특무부대 본부로 이동한 뒤 대원들을 쉬게 하고 자신 역시 몸을 씻은 후에 집무실에 앉아 의자에 몸을 기댔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으로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눈을 감자, 죽은 대원들의 단말마를 흉내 내던 붉은 괴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놈들을 확보하는 데 7명이 죽었다고 했나.


기본적으로 생포는 사살보다 까다롭다. 목표를 살리기 위해 아군이 희생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군다나 그것이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물들이라면 더욱 그렇고.


클레프 이전 지휘관들의 인원 손실률이 40%에 육박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격리 난이도 최상위인 케테르급 개체들을 생포하는데 인원 손실률이 14%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알토 클레프 요원이라.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이목구비 하나하나의 모양은 어느 정도 기억나지만, 그것이 모여 얼굴이라는 형태를 이루지 못했다.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SCP 재단 내에서 특이한 요원들은 많았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가 기밀인 경우가 많았기에 클레프처럼 대놓고 싸돌아다니는 요원들은 얼마 없었다.


워낙 특이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인상에 깊이 박혔다.


“여, 라미레즈, 여긴 살 만 한가?”


“알레프, 너희 부대는 어쩌고 여길 온 거야?”


“나 없어도 잘 굴러가.”


“지휘관이 할 소리는 아닌데.”


알레프가 피식 웃었다.


“뭐 별 건 아니고, 내 인맥 소개하러 왔지.”


“인맥이라면······.”


알레프의 뒤로 검은 중절모를 쓴 남성이 들어오자, 라미레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네가 라미레즈 소령이군.”


라미레즈가 경례하며 물었다.


“혹시 절 도와주신 분이십니까?”


남자가 중절모를 벗자, 중년의 얼굴에 하얗게 샌 머리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뭐, 그렇네. 기동특무부대 뉴-7의 직속 상사이지.”


뉴-7의 직속 상사라면.


“O5 평의회 7석을 맡고 있네.”


라미레즈가 전력으로 경례했다.


“소령 라미레즈 레미안!! 평의회 의원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소리 지르지 말게나.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귀가 안 좋아.”


“죄송합니다!!”


“소리 지르지 말라니까. 앉게.”


라미레즈가 자리에 천천히 앉고, 알레프가 커피 한 잔을 타왔다.


“내가 직접 찾아온 이유가 궁금할 테지.”


O5평의회 의원. 사람들에게 교수라고 불리는 남자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우리가 추적중인 SCP네. 원래 전임 지휘관에게 맡길 생각이었다만, 자네에게 맡기겠네.”


극지방의 숲으로 보이는 사진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구석에 찍혀 있는, 특이하다면 특이하지만 달리 이상할 것은 없는 사진이었다.


“일련번호는 SCP-4666. 격리 등급은 케테르. 우린 율맨이라고 부르지.”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무언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조슈아가 두통에 머리를 감싸며 벽에 몸을 기댔다.


오후에 깨어난 것인지, 해가 중천에서 조금 기울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려 물을 한 잔 마시고 있자니 식당 한구석에서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짐이 눈에 들어왔다.


“이봐.”


“아, 뭐야, 너냐.”


“무슨 일이야? 어지간히 끔찍한 괴물이었나보지?”


“아니, 반대다.”


짐이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박사들이 어린애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어.”


마치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짐이 울부짖었다.


“이봐, 조슈아. 자네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범죄자라곤 해도 애들을 상대로 저런 짓은 하지 않았어!!”


조슈아 역시 딸을 잃은 적이 있었기에 그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었다.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최종엔 분노하겠지.


짐이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봐, 조슈아.”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진 것을 보고,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나를 조금만 도와줄 수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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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율맨-3 20.09.10 163 7 11쪽
8 7. 율맨-2 20.09.09 17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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