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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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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74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09.24 05:59
조회
128
추천
7
글자
10쪽

18. 실험-3

DUMMY

SCP-682. 통칭 죽지 않는 파충류.


생명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 드는 존재.


순간이동같은 거슬리는 능력은 없지만 순수한 무력만으로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 총 17번, 그 중 성공적인 격리실패 발생은 6번.


한 번 격리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평균 세 자릿수의 사람이 죽어나갔고, 민간인 피해도 대량으로 발생한다.


재단 측에서도 늘 탈출을 시도하는 682를 격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 682의 수용 및 연구 목적을 완전한 격리가 아닌 완전한 파괴로 설정하고, 지금도 그것을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그나마 안전한 격리를 위해 염산을 가득 채워서 무력하게 만드는 것뿐이었고, 그마저도 조금의 틈만 보이면 탈출하기 십상이었다.


이미 관리실의 강화유리가 박살난 상태여서 탈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텐데.


분명 그럴 텐데.


“······세상에나.”


정신이 아득해지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클레프 요원.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3살 정도의 어린 소녀가 682의 몸을 타고 놀고 있었다.


“······저게 그 053인가 하는 그 SCP입니까?”


“그래. 보다시피 평범한 소녀다.”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몸의 60%이상이 손상된 채 천천히 재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동특무부대 7명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괴물이다.


그런 괴물에게 겁먹기는커녕 타고 오르는 것도 모자라 이젠 크레파스로 낙서까지 하고 있었다.


“무슨 자기를 보는 생물체를 온순하게 만드는, 그런 녀석입니까?”


“아니, 정 반대다. 자기 주변에 접근하는 모든 생물체에게 살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녀석이지.”


“예? 이해가 잘 안 됩니다만, 그러면 왜 682는 저 녀석에게······아!”


SCP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들은 정보를 조합해보니 가설 하나를 세울 수 있었다.


“······모든 인간을 증오하는 682만큼은 그 능력에서 제외된다는, 뭐 그런 건가요?”


“알 수 없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소녀가 682의 주둥이에 크레파스로 꽃과 나비를 그렸다.


자기 몸을 멋대로 기어오르면서 낙서까지 하는 053이 신경 쓰일 만 한데도 682는 끝까지 가만히 있었다.


“어, 어떻게 할까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것은 와트니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경과를 지켜보세. 682가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나도 당황스럽군.”


그러나 클레프 요원의 생각은 달랐다.


682는 영리한 놈이다. 지금 053과 저렇게 노닥거리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에는 확실하며, 놈도 그걸 인지하고 있을 터였다.


혹은, 저걸 미끼로 자신들을 유인해 한 번에 처리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053을 빼내올 기회라면 놈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지금밖에 없다.


“격리실 문은 아직 안 고쳤나?”


“수리가 거의 끝났다고 합니다.”


어쨌든 문은 탈출로니 여닫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상관없다.


문제는 살아서 나올 수 있느냐.


“제가 가겠습니다.”


“안 돼.”


클레프 요원이 라미레즈의 요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왜요, 제가 당신보다 달리기는 더 빠르지 않습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가 아까 했던 말 못 들었나?”


053의 변칙성은, 주변에 접근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살인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충동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상, 즉 053에게로 향하고, 그것을 실행할 경우 영향을 받은 개체는 사망한다.


다시 말해, 053을 구하려 뛰어든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053을 죽이려들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죽게 된다.


“그럼 당신이 간다고 한들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니, 난 예외지.”


클레프가 격리실로 뛰어들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려 담배를 태웠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신경 쓰지 마. 그냥 헛소리다.”


클레프가 깨진 유리로 한 걸음 다가가, 들고 있던 로프를 던졌다.


“하아, 두 번이나 이 짓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클레프가 로프를 잡고 강하 자세로 돌아서자, 라미레즈가 대원들을 지휘했다.


“연구원들 피신시키고 이 구역 폐쇄해. 클레프 요원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682의 주의를 끈다.”


명령이 떨어지자, 총을 든 기동특무부대 대원들이 각자 위치로 향해, 밑에 있는 682를 조준했다.


“그럼, 다녀오지.”


클레프가 로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전에 어떻게 뛰어내렸던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이가 상당했다.


로프의 끝에 다다르고 발이 바닥에 닿자, 바닥에 고여 있던 피와 살점이 구둣발에 튀었다.


“바닥에 도착했다.”


인지할 수 있을 법한 거리였음에도, 682는 클레프 요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쪽은 신경도 안 쓰는 건가? 좋긴 하다만.


682의 여섯 눈이 모두 053을 향하고 있었다.


최대한 놈이 의식하지 않게 발소리를 죽이며 떨어진 모자를 줍고, 053에게로 다가갔다.


682의 주둥아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053에게 천천히 손을 뻗어, 안아들었다.


“!”


053이 682에게서 떨어진 순간, 682의 동공이 수축되더니 평소의 포악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쏴!!!”


“크아아아아아아!!!”


도망치던 클레프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던 682가 쏟아지던 총탄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콰지지지직.


꼬리를 한 번 크게 휘두르자, 합금으로 된 벽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씹어 먹어주마!!”


682가 소리치며 벽에 앞발을 짚었다.


“기어오릅니다!!”


수직으로 총알을 퍼붓던 기동특무부대 역시 압도적인 방어력 앞에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발톱이 금속을 찢으며 깊게 박혔다.


“모두 물러서!!"


금속이 찢기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거대한 앞발이 벽을 짚을 때마다 바닥이 진동했다.


이미 대원들은 전부 연구실을 빠져나간 상태였고, 라미레즈 혼자 기어오르는 682를 마주하고 있었다.


“모조리······!”


벽을 기어 올라온 682의 눈앞에, 대전차포의 포구가 정면으로 보였다.


대전차포로 682를 조준하고 있던 라미레즈가 인사를 건넸다.


“정말 더럽게 못생겼군.”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악!!”


폭발과 함께 다시 바닥으로 추락한 682가 배를 까뒤집으며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턱에 직격했으면서도 피부가 조금 까진 것 외에는 거의 상처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이다.


“클레프 요원.”


[그래. 확보했다.]


682가 벽을 기어오르는 사이, 053을 확보한 채 격리실을 탈출한 클레프 요원이 격벽 너머에서 카우보이모자를 눌러 썼다.


라미레즈가 레버를 조작하여 실험을 위해 빼놨던 염산을 채웠다.


“이 역겨운······!!”


격리실 밑바닥에서 몸을 뒤집던 682의 목소리가 차오르는 염산에 삼켜졌다.


염산에 잠긴 682의 몸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 라미레즈가 연구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카우보이모자를 눌러쓴 클레프가 053의 혼쪽 손을 꼭 잡은 채 다가왔다.


“놈이 코앞까지 올 때까지 기다리다니, 배짱 한 번 좋군.”


“클레프 요원이 할 말입니까.”


“가까이 오지 말게나. 반경 10m안에 있으면 위험하니.”


053이 가진 변칙성의 대상이 된 사람은 경우에 따라 즉시 처분된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므로 거리를 유지했다.


“아무튼 시설이 보수될 때까지 자네들이 조금 수고해줘야겠네. 096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없을 테니 평소 하던 일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럼 난 이 녀석을 격리실로 데려가지. 나중에 보자고.”


클레프 요원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하엘이 라미레즈에게 다가와 물었다.


“······대체 뭐 하는 사람입니까?”


“나도 몰라. 다른 사람들은?”


“처음 교전에서 발생했던 인원 손실 말고는 없습니다. 연구원들이야 멀리 떨어져있었으니 더 그렇고요.”


시설도 클레프가 뛰어내리기 위해 부숴버린 강화유리를 제외하면 딱히 없었다.


물론 다시 복구할 때까진 며칠 걸리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저런 놈이 탈출했다간, 생각하기도 싫군요.”


“나도 그래.”


재단의 힘으로도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을 흔히 XK급이라고 부르는데, SCP-682는 단일개체로 그런 XK급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 위험 SCP다.


소문에 의하면 핵폭탄에 직격당하고도 살아났다고 하니, 그 위험성은 가히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엔 잘 넘어갔으니 다행이었지만, 아무래도 뉴-7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와트니 박사가 안 보이는데?”


“와트니 박사라면, 이번 실험 총책임자 말하는 겁니까? 그리고 보니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는 미하엘이 괜히 불안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마 별 일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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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케테르-4 +1 20.09.18 141 5 11쪽
14 13. 케테르-3 20.09.17 141 7 11쪽
13 12. 케테르-2 20.09.16 151 6 11쪽
12 11. 케테르-1 +1 20.09.15 160 6 11쪽
11 10. 율맨-5 20.09.14 149 7 11쪽
10 9. 율맨-4 20.09.11 15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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