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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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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76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09.08 06:00
조회
180
추천
5
글자
12쪽

6. 율맨-1

DUMMY

미국 알래스카주 주노군 백야사태 발발 2일 후. SCP 재단 캐나다 지부 제 42 연구소.


“이게 이번에 회수해온 4666-A 개체들인가?”


캐나다 지부 SCP 재단 소속 요원 고든 뮤스가 코발치크 요원이 회수해온 잡동사니 목록을 살펴보았다.


“총 6개인데, 나이프, 빗, 피리, 작은 북, 공. 그리고······인형.”


코발치크 요원이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금속이나 나무 재질을 제외한 나머지 가죽, 뼈 부분은 모두 인간의 신체로 만든 거야. 그것도 어린아이의.”


“유전자 감식 결과는?”


“아직 다 나오진 않았고, 저 애의 것만 결과가 나왔지. 볼 텐가?”


코발치크 요원이 뮤스 요원이 건넨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예테카리나 모로조바. 7세. 러시아 두봅카(Dubovka)읍에서 2년 전에 행방불명······? 잠깐, 러시아라고?”


“그래. 부모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확실해. 유전자 감식 결과도 일치하고.”


예테카리나가 발견된 곳은 미국 알래스카 주. 주노 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8000km를 넘게 이동한 것이다.


그것도 바다를 건너서.


“아무튼, 애 상태가 좋지 않아. 2년 동안 제대로 못 먹어서 영양실소도 심각하고, 일단 눈에 박힌 돌이랑 입을 꿰맨 실을 제거하고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지만······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썩을, 수잔 요원도 지금 충격 때문에 쉬고 있는데.”


“뭐, 일단 기다려보자고.”


뮤스 요원이 예테카리나의 상태를 태블릿으로 확인했다.


모든 수치가 소녀의 사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렸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에 보답하듯, 소녀의 손가락이 살짝 꿈틀거렸다.


“뮤스. 잠깐.”


움직임을 포착한 코발치크 요원이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희미하게 움직이던 소녀가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렸다.


“으, 으으······.”


“얘야! 괜찮니? 말할 수 있어?”


코발치크가 소녀에게 물었지만, 소녀는 신음을 흘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의식을 찾아서 고통이 심한가봐, 모르핀 없어?”


“지금 투여중이야.”


뮤스가 모르핀을 투여하자,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소녀의 호흡이 조금 안정되었다.


잠시 후, 소녀가 입을 열었다.


“■■ ■ ■■■, ■■■ ■■■?”


“뭐?”


“■■, ■■, 카챠, 율리아냐, ■■■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서 고유명사로 보이는 몇 단어들만 분류할 수 있었지만, 이래선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어디 언어야?”


“모르겠는데, 게르만 조어나 스칸디나비아쪽 아닐까?”


“아는 사람 중에 그쪽 언어 할 수 있는 사람 있어?”


“있을 리가.”


“염병할, 이래선······.”


몇 분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하던 예테카리나가 서툰 러시아어로 이야기했다.


“안 보여요. 여기, 어디에요?”


다행히 코발치크가 기초적인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따로 통역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앞이 안 보여요. 누구 없어요? 안 보여요.”


소녀가 불안해하자 뮤스가 코발치크의 어깨를 두드렸다.


코발치크가 소녀의 손을 잡고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안녕, 난 안토니라고 한단다. 네 이름은 뭐니?”


코발치크 요원의 존재를 알아챈 예테카리나가 불안에 떨며 물었다.


“절······. 절 그 아저씨한테 돌려보낼 건가요?”


“아니야, 약속해. 난 그냥 이야기만 하려고 왔단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지 않아. 넌 이제 안전하단다, 아가.”


“······.”


소녀는 코발치크의 말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이내 믿기로 한 것 같았다.


“네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말해줄 수 있니? 그 놈이 네 집에 왔던 날 밤이 기억나니?”


“기억나요, 아저씨가 엄마와 아빠와 카챠와 율리아냐를 오래 오래 괴롭히고 피가 나요. 그러다 비명을 그만 지르니까 날 잡아서 가방에 넣어요.”


소녀 역시 기초적인 러시아어밖에 할 줄 몰랐기에 묘사가 자세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정황을 알기엔 충분했다.


“가방?”


“커다란 가방이 있어요. 가방 안에 다른 애들도 있었어요. 그러고 다른 집으로 가나 봐요.”


사람 몇 명을 집어넣고도 멀쩡한 가방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소녀가 가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종의 차원주머니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런 능력을 활용하여 사람을 사냥하는 다른 케테르급 SCP도 있으니, 완전히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방 밖에서 사람들이 비명 지르는 게 밤새도록 들려요. 집마다 새로 애를 잡아다 가방에 넣어요. 그리고 밤이 끝나면 우릴 데려가요.”


“어디로 데려갔지?”


뮤스 요원이 소녀의 말을 재빠르게 기록했다.


“땅 속······. ■■■■······, 깊숙히······.”


소녀가 알고 있는 러시아어로는 장소를 지칭할 수 없었는지,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튀어나왔다.


“땅 속? 지하실을 말하는 거니?”


“깊숙히······흙과 진흙과 얼음밖에 없고, 사방에 뼈가 굴러다니는, 모든 것이 추운 곳.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자요.”


“거기에 다른 아이들도 많이 있었니?”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땅굴도 많고, 구멍도 많고, 하지만 다 못 봐요. 너무 어두워요. 내 구멍에는 르네, 헤클라, 샤샤, 파울이 있어요. 우린 같이 장난감을 만들어요.”


-일종의 개미굴 같은 곳인가?


“장난감?”


“장난감을 못 만들면, 밥이 없어요. 장난감을 계속 만들어야 해요. 잠들면 안 돼요. 안 그러면 아저씨가 아프게 해요.”


“아프게 해? 어떻게?”


“때려요. 아니면 태워요. ······아니면 손가락을 깨물어요.”


코발치크는 문득 자신이 잡고 있는 소녀의 손가락이 3개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면 아저씨 방에서 끓여서 잡아먹어요. 필립과 샐리를 먹어요.”


모르핀 덕인지 끔찍한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무심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코발치크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어떻게 된 거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니? 그 놈이 그런 거니?”


“······르네, 헤클라, 샤샤, 파울이 그랬어요. 걔네들은 그래야 해요.”


소녀를 이렇게 만든 것이 율맨이 아닌, 소녀와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소녀 역시 그 애들을 원망하고 있지 않았다.


“······왜?”


“나 아파요. 장난감을 못 만들면, 장난감이 되어버려요.”


소녀가 짐짓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군.”


코발치크가 소녀의 손을 놓고 일어섰다.


병에 걸린 소녀가 장난감을 만들지 못하게 되었기에,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한동안 말없이 소녀를 지켜보던 코발치크가 뮤스에게 말했다.


“애 좀 보고 있어. 보고하고 올게.”


뮤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코발치크가 병실을 나갔다.


뮤스가 몰핀의 양을 확인하고 영양제를 투입하며 소녀를 살펴보자, 소녀는 열심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그 작은 몸에 만연한 개조의 흔적은 아직 7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감내하기엔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다.


소녀의 팔에 투약할 수액들을 점검하고 있자니, 병실 입구에서 기지 연구원이 뮤스를 불렀다.


“뮤스 요원. 박사님께서 잠깐 부르십니다.”


“아, 그래. 곧 가지.”


뮤스가 소녀의 팔에 각종 영양제와 진정제, 진통제를 투입한 뒤, 병실을 나갔다.


잠시 후. 소녀 홀로 남게 된 병실 안에서 구둣발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2021년 현재. 러시아 북부.


여러 대의 헬기가 비행장에 착륙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령 라미레즈 레미안. 제 17 연구기지로부터 파견 나왔습니다.”


라미레즈가 경례하자, 정장을 입은 사내가 그녀를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라미레즈 소령님. 전 SCP재단 러시아 지부 소속 요원 안토니 코발치크라고 합니다.”


괴짜에 가까운 클레프 요원과는 다른 날카로운 인상의 코발치크 요원이 라미레즈에게 악수를 청했다.


“일단 추우니 안쪽으로 드시죠. 작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코발치크 요원의 안내에 따라 기지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브리핑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좋지.”


코발치크 요원이 커피 한 잔을 라미레즈에게 건넸다.


난방이 되는 건물 안에 있어도 살을 에는 러시아의 추위가 조금은 녹아내렸다.


코발치크 요원이 한 손에 커피를 든 채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SCP-4666. 통칭 ‘율맨’은 현재 단일 개체로 추정되며, 매년 12월 22일부터 1월 2일까지의 기간만 출현하는데, 저희는 이 때를 율맨의 ‘활성기’라 부릅니다.”


지금이 12월 20일이니, 이틀 후부터 율맨이 나타난다는 소리다.


“미리 정보를 전달받고 오셨을 테니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어쨌든 저희가 지난 데이터를 조합하여 율맨의 활동 정보를 추적, 패턴을 분석하여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주로 목표를 좁혔습니다.”


“그 분석의 정확도는?”


“현재까진 100%입니다. 3년 전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백야사태 이후로 추적 방법을 갱신했는데, 2년간 총 24번의 포착에 성공했습니다.”


북위 40도 이상의 전 지역에서 100%의 추적 성공이라면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한 라미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시도로는 포획이 불가능했습니다. 24번 중 카메라나 드론에 포착된 것을 제외하고 저희 대원들이 직접 마주친 횟수는 5번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실패했거든요.”


“실패 이유는?”


“4번은 놈이 도망쳤고, 1번은 원인 불명입니다.”


“원인 불명?”


“대원들이 전멸했거든요.”


“그래도 무전 기록은 남아있을 텐데.”


“물론이죠.”


코발치크 요원이 음성 파일을 실행시켰다.


[사령부. 여긴 오메가 포인트. 율맨의 위치를 확인했다. 현재 어딘가로 이동 중이다.]


[상태를 더 자세히 보고하라.]


[거리 430m, 묵직한 자루로 보이는 것을 어깨에 맨 채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피해자로 추정된다. 현재 대원들이 접근······.]


통신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오메가 포인트. 응답 바람. 무슨 일인가?]


[이런 씨발······! 저 새끼들 뭐야?!]


이후 몇 번의 총성이 들려왔다.


[오메가 포인트! 응답하라!! 이런 젠장, 무슨 일인가?!]


잠시 후, 다시 들려온 무전은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우린 공격받고 있다!! 정체불명의 군대에게 공격받고······!]


이후 잡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음 날 가 보니 율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고, 대원들만 죽어있더군요.”


대원들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는 모두 사라져있어, 남은 것이라곤 이 짧은 무전 기록뿐이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군. 율맨을 노렸거나, 아니면 우리 대원들을 노렸거나.”


“그렇죠. 이 기록이 바로 작년 것이니, 이번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탄피 추적은?”


“해봤습니다만, 정규군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민병대나 민간 군사기업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결국 비밀단체라는 뜻인데, SCP재단 말고도 SCP들에 대해 알고 있는 단체가 몇 있으므로 그들 중 하나일 것이라 짐작했다.


“일단 그쪽도 대비책을 마련해야겠군.”


“그래도 군대 자체는 평범한 인간들이니 상대하기 쉬울 겁니다.”


라미레즈가 코발치크 요원의 말에 반박했다.


“인간들이 더 무서운 법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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